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9화(159/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9화
159화 새로운 토대 (1)
결투가 끝난 다음날, 데미안은 처소에서 용병왕과 독대했다.
처소 안에 들어와 앉은 지 몇 분이 지나도록 용병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상을 쓴 채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네놈.”
그러다 불쑥 용병왕이 입을 열었다.
“아까는…… 그 뭐냐…… 정말 대…… 그러니까…… 대단…… 하여간…….”
용병왕은 좀처럼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대, 대단…… 아니! 뭐가 대단했다는 거냐! 대수롭지 않았다! 그래! 대수롭지 않았어!”
용병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데미안은 이상하다는 듯 용병왕을 쳐다봤다.
“알겠으니까 약속했던 보상이나 주세요.”
데미안의 요구에 용병왕은 볼멘소리를 냈다.
“걱정 마라. 떼어먹을 생각 없으니까. 난 약속했던 건 지키는 사람이다.”
용병왕이 아공간을 열더니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처소 내부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유리병을 내려놓으니 탁자 위에 서리가 맺히기까지 했다.
“미타성수(彌陀聖水) 세 방울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말에 데미안은 귀가 번쩍 뜨이는 듯했다.
미타성수란 극지방의 깊은 동굴에서 백 년에 한 방울씩만 생성되는 영약을 말했다.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영약들 중에서는 가장 윗줄에 놓일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었다.
‘충분하다 못해서 너무 과하군.’
미타성수는 극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섭취했다가는 오장육부가 모두 얼어붙어서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한 물건이었다.
‘날 골탕 먹이고 싶은 모양이군.’
용병왕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미타성수와 등급이 비슷하면서도 안전한 영약들을 여럿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굳이 미타성수를 준 것을 보니 데미안을 괴롭히고 싶은 모양이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데미안은 미타성수를 아공간에 넣었다.
당장 섭취하기는 힘들더라도 차분히 고민해 보면 방법이 생각날 터였다.
“마나연공법은 직접 고를 수 있게 해 주마. 잠깐만 기다려라.”
용병왕이 품에서 커다란 놋쇠열쇠를 꺼내 그것을 허공에 대고 빙글 돌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작은 문이 나타났다. 그 광경에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유물입니까?”
원래 아공간은 물건을 보관하는 것만 가능할 뿐,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다.
현대의 마법사들이 다룰 수 있는 아공간 기술은 그 정도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 중에서는 출입이 가능한 아공간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존재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굉장히 희귀한 물건이었다.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보는 눈은 있구나. 그럼 들어가도록 하자.”
데미안은 용병왕과 함께 아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높은 책장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안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책들을 얼핏 확인해 보니 소설, 백과사전, 역사서 등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엄청난 곳이군요.”
데미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스프링 성에 있는 아버지의 서재도 넓은 곳이라 생각했었는데, 이곳과 비교하니 좁은 곳이라 생각될 뿐이었다.
“내 취미가 독서라서 말이다. 가끔 일이 없을 때면 이곳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게 삶의 낙이지.”
호색한으로 유명한 남자답지 않은 취미였다.
“이 앞부터 전부 마나연공법이다. 제목과 첫 장까지만 읽을 수 있게 해 주마. 원하는 것을 하나 골라서 가져오도록 해라.”
데미안은 책장에 꽂혀 있는 마나연공법을 꺼내서 하나씩 살펴봤다.
종이로 된 것도 있었지만 가죽이나 양피지, 심지어 석판에 새겨진 것까지 있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한 장만 읽어 봐도 대충 견적이 잡혔다.
이 마나연공법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원리를 담고 있는지 말이다.
하나 같이 수준이 높았다.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쓰여진 물건들뿐이었다.
‘과연 용병왕의 서재답다. 가능하면 전부 가져가고 싶어.’
문득, 묘한 물건이 데미안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책도, 양피지도 아니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수정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수정의 내부에는 세 개의 고리가 위아래로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이건…….”
데미안은 수정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데미안의 눈으로도 수정에 담긴 비밀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게 신기했던 모양이구나.”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용병왕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전전전대였나…… 전전전전대였나…… 제국제일검이 죽기 전에 만들어 낸 물건이다. 이 수정에 담긴 비밀을 풀어내면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
제국은 대륙을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세력이었다.
그곳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기사였다. 제국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제국에서 배출해 낸 마스터도 많았다. 신성교단과 파프니르 용병대조차 제국 앞에서는 한수 접어야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제국제일검이라는 칭호는 사실상 천하제일검과 동급으로 여겨졌다.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사실 그렇게 대단한 물건은 아니야. 몇백 년 동안 아무도 비밀을 풀어내지 못했거든. 그래서 암시장을 떠도는 것을 내가 싸게 사들였지.”
데미안조차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다들 제국제일검의 심술이라고 여기고 관심을 주지 않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듯했다.
“저 수정에 관심이 가는 모양인데…… 기왕이면 다른 걸 고르는 걸 추천한다네.”
용병왕의 말대로 다른 마나연공법을 고르는 게 현명했다.
설사 비밀을 풀었다 해도 데미안에게 쓸모없는 마나연공법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 수정에게서, 정확히 말하자면 수정 안의 고리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뭐? 제정신인가?”
용병왕이 놀라서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게 끌리는군요.”
용병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뭐, 내가 말한다고 해서 네놈이 들을 리가 없지. 마음대로 해라.”
데미안은 감사를 표하며 수정을 챙겼다.
* * *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온 뒤, 데미안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려 했다.
“잠깐만 기다려라.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
용병왕이 그런 데미안을 붙잡았다.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내가 너한테 준 미타성수말이다…… 그걸 흡수할 방법은 있느냐?”
“아직은 없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용병왕이 슬쩍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냐? 마침 잘됐구나. 나한테 미타성수의 성질을 중화시킬 방법이 있는데……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면 알려 주도록 하마.”
그 말에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꾸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뭐가 말이냐?”
“저한테 준 미타성수랑 마나연공법이 아까워서 또 이상한 내기를 제안하시려는 거 아닙니까. 다시 뺏어가려고요.”
“뭐, 뭐? 누굴 소인배로 아는 거냐!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용병왕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럼 대체 무슨 속셈이십니까.”
“소, 속셈은 무슨…… 그냥 선배로서 도움을 좀 주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용병왕은 데미안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데미안은 무척 수상하다는 얼굴로 용병왕을 살펴봤다.
“일단 먼저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용병왕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기운이 한쪽에만 집중되어 있는 영약은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않느냐?”
데미안의 눈빛이 조금 싸늘하게 변했다. 역시 일부러 미타성수를 준 게 분명했다.
“하지만 반대되는 기운을 가진 영약을 같이 섭취하면 서로 중화되면서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지.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마력을 얻을 수 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최근에 그레이프 왕국에서 들어온 의뢰가 있다. 의뢰를 완수했을 때, 화정석태를 주겠다고 약속하더구나.”
화정석태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화정설태는 용암지대에서 자생하는 특수한 이끼를 말했다. 극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은 손만 대도 화상을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미타성수보다 약간 격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설적인 영약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도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다. 이 의뢰까지 맡기에는 일손이 부족하더구나. 만약 네가 날 도와서 그레이프 왕국의 의뢰를 해결한다면 너에게 화정석태를 주도록 하마.”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의뢰였다.
손해는커녕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화정석태처럼 귀한 영약은 좀처럼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좋습니다. 대신, 무슨 의뢰인지 먼저 알려 주셔야겠습니다.”
“최근에 그레이프 왕국에서 역병이 돌고 있는데. 역병지역에서 자연 발생한 언데드를 처단해 달라고 하더구나.”
언데드는 꼭 흑마법에 의해서만 탄생하지 않았다.
죽음과 시체가 가득한 장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화정석태를 걸 정도면 상당히 위험한 놈인가 보죠?”
“하이클래스 두 명에게 피해를 입히고 달아났다고 하더구나. 심지어 싸우는 내내 우위를 점했다는 보고도 있었어.”
막 생성된 언데드가 하이클래스 둘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잠깐, 그레이프 왕국에서 자연 발생한 언데드라고……?’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침 그 두 조건에 해당하는 언데드를 한 마리 알고 있었다.
펜리르.
멸망전쟁 당시, 인류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멸망의 야수 중 하나였다.
성벽을 가볍게 능가하는 커다란 덩치. 대마법과 오러조차 튕겨 내는 가죽.
수많은 성이 펜리르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원래 자연 발생했던 언데드였지만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들이 붙잡아서 도르고에게 진상했었지.’
펜리르의 자질을 알아본 도르고는 직접 개조를 했다. 이윽고 펜리르는 괴물 중의 괴물로 거듭났다.
“좋습니다. 의뢰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펜리르는 반드시 없애야 할 녀석이었다.
데미안은 용병왕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잘 생각했다.”
그의 대답에 용병왕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