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화
16화. 경고(2)
“좀 수상하지 않나요?”
토굴을 조사하던 중에 젊은 조사관이 선배 조사관에게 물었다.
선배 조사관은 토굴에 널려 있는 잔해들을 뒤적이며 되물었다.
“갑자기 뭔 개풀 뜯어 먹는 소리냐.”
“아니, 그렇잖아요. 아기토가 누굽니까. 교단의 추격을 몇 번이나 뿌리쳤던 유란의 간부잖아요.”
유란은 평범한 흑마법사 집단이 아니었다.
규모는 작지만 개개인의 실력이 무척 뛰어났다.
교단에서 파견한 성기사가 되레 사냥을 당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아기토는 저주학파라 전투력이 약한 편이긴 해요.”
언데드를 부리는 사령학파나 스스로를 강화시켜 싸우는 광분학파에 비해서 저주학파는 직접적인 전투력이 부족한 쪽에 속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기토 같은 상급 흑마법사가 시골 귀족에게 목숨을 잃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소리였다.
아기토쯤 되는 저주술사를 정면에서 죽이는 것은 정규기사도 힘든 일이었다.
“어쩌면 그 데미안 학센이라는 남자…… 유란의 첩자가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시체를 아기토로 위장하고 교단에 넘긴 걸 수도 있잖습니까.”
후배의 의심에 선배 조사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랑 비슷한 생각을 했지.”
“역시 저만 이상하다고 느낀 게 아니군요!”
“하지만 어쩌겠냐. 아그네스 님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것을.”
아그네스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이단자를 처단한 성기사였다.
젊은 조사관도 의심한 것을 아그네스가 그냥 넘겼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데미안 학센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건의를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일단 조사부터 끝내고 말씀드려라. 지금은 조사에 집중…….”
“데미안 학센은 첩자가 아닙니다.”
별안간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두 조사관은 화들짝 놀랐다.
아그네스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분이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그럴 남자가 아닙니다.”
아그네스의 말에 두 조사관은 눈만 깜빡였다.
“하, 하지만 대체 어떻게 아기토를 죽였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젊은 조사관이 용기를 내서 물었다.
아그네스는 곧바로 대답했다.
“어떻게 죽였는지 이미 듣지 않았습니까.”
“예? 저희가 들었다고요?”
문득 젊은 조사관은 데미안 학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대충 피하다가 목을 쳐서 죽였습니다.
젊은 조사관의 얼굴에 짙은 당혹감이 떠올랐다.
“아, 아니 그러면 대충 피하다 죽였다는 그 소리가…… 진짜라구요?”
아그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의 시종이 아기토의 목을 들고 왔을 때, 저는 바로 개입하지 않고 그 남자를 지켜봤습니다.”
사실 아그네스는 이미 데미안 학센을 의심한 뒤였다.
아기토 같은 거물이 이렇게 쉽게 죽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이지…… 경악스러울 정도로 무서운 실력자더군요.”
그리고 데미안 학센이 싸우는 모습을 보자마자 의심을 모두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십 명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생체기 하나 입지 않더군요. 오히려 그들을 압도했어요.”
아그네스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데미안 학센은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적들을 베어 넘겼다.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잘 짜인 연극을 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남자가 마법을 흘려보냈다는 사실입니다.”
두 조사원들은 처음에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검은뱀의 조직원 중 한 명이 마도구를 이용해서 화염구를 쏘아 보냈습니다. 데미안 학센은 칼을 휘둘러서 그 화염구의 방향을 바꾸더군요.”
아그네스의 설명을 다시 듣고 나서야 이해했다.
아니, 사실은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사람은 당장 눈앞에 들이닥치는 칼을 막아내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런 마당에 마법을 흘려보냈다?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가능하기는 합니다. 듣자하니 제국의 소드마스터인 ‘검성’은 유검의 달인이라 어떤 공격이든 받아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설사 마법이라 해도 말입니다.”
두 조사원의 입이 쩍 벌어졌다.
다시 말하자면 마스터급이나 되어야 가능한 묘기라는 소리였다.
“그, 그게 사실이라면 데미안 학센은…….”
“엄청난 실력자고, 비교할 바가 없는 천재입니다. 그런 인물을 고작 첩자로 사용할 리가 없죠. 그냥 전투요원으로 사용해도 교단은 큰 피해를 입을 테니까요.”
아그네스가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설마 아그네스 님께서 이곳에 직접 오신 이유도 그 남자 때문입니까?”
“제가 여러분들을 따라온 이유는 유란 때문입니다.”
아그네스가 딱 잘라 말했다.
교단에서 아그네스가 유란에 큰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저 남자에게도 볼일이 있긴 합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저 남자를 스승님께 데려가고 싶습니다. 지금 기회를 놓쳤다가 다른 오대성인들께서 저 남자에 대해서 알게 되면 큰일이니까요.”
청염 브리건딘은 교단 내에서 일국의 왕 부럽지 않은 위치에 있다.
그리고 아그네스는 청염의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자존심도 내비치지 않고 극찬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의심은 접어두시고 조사에 집중해 주세요.”
그 말에 조사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조사는 4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끝났다.
아쉽게도 전투의 여파로 모두 잔해로 변해버렸기에 알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아그네스는 실망한 기색 없이 조사원들을 격려했다.
아그네스와 조사원들이 토굴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그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응?”
“저게 뭐지?”
공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 흐름에 맞춰 주변의 나뭇잎들이 부산스럽게 흔들렸다.
그 중심에 데미안 학센이 있었다.
데미안 학센은 바위 위에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호흡을 할 때마다 공기의 흐름이 빨라졌다가 다시 느려졌다.
“저게 뭐야?”
“엄청난데?”
조사원들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모두 일반인들이었기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시여.’
오직 아그네스만이 지금 데미안 학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봤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마력을 모조리 자신에게 종속시킨 뒤, 흡수하고 있었다.
‘제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입니까.’
데미안 학센에게 넘겨준 연공법에 대해서는 아그네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기에 데미안 학센에게 전해 준 것이다.
패력축해검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패력축기공은 달랐다. 누구나 탐을 낼 정도로 대단한 연공법이었다.
‘우리가 조사를 하는 사이에 패력축기공을 극성까지 익히다니…….’
패력축기공은 주위의 마력을 끌어 모아서 흡수하는 연공법이다.
그 덕분에 다른 연공법에 비해서 마력을 쌓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패력축기공을 극성까지 익히게 되면 주변의 마력을 끌어오는 것을 넘어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데미안 학센이 하고 있는 행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패력축기공을 이용해서 주위의 마력을 지배한 뒤, 흡수하고 있었다.
“후우…….”
데미안 학센이 호흡을 멈췄다.
그러자 공기의 흐름도 뚝 끊어졌다.
“조사는 다 끝나셨습니까?”
데미안 학센이 아그네스와 조사원들에게 물었다.
아그네스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님께서는…… 성취가 있으셨나 봅니다.”
“예, 약간 재미를 좀 봤습니다.”
데미안 학센이 씩 웃어 보였다.
스스로도 자신의 성취가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벌써 저녁 시간이군요. 어서 돌아가시죠. 아버지께서 식사를 준비…….”
별안간 데미안 학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데미안 학센은 영지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버러지들이 찾아왔군.”
난데없는 험한 말에 아그네스는 살짝 놀랐다. 데미안 학센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봐야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천천히 오십시오.”
그러더니 대답을 듣지도 않고 땅을 박찼다.
아그네스가 붙잡을 틈도 없이 데미안 학센은 점이 되어서 사라졌다.
그 속도에 아그네스는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력으로 움직이고 있어?’
마력을 사용하면 신체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데미안 학센이 초인적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모두 마력 덕분이었다.
‘데미안 학센에게는 그런 마력이 없었을 텐데.’
랜드워크 도시에서 아그네스는 데미안 학센의 몸에 신성력을 주입시켜서 신체내부를 확인한 적이 있다.
당시 데미안 학센이 보유하고 있던 마력량은 굉장히 미약했다.
그런 적은 마력량으로는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 없었다.
‘패력축기공 덕분에? 아니야 아무리 패력축기공이라 해도 그 짧은 시간에 저만한 마력을 쌓을 수 있을 리가 없어.’
데미안 학센이 패력축기공의 극성에 도달했다 해도 겨우 3~4시간밖에 마력을 쌓지 못했다.
그에 비해서 데미안 학센의 움직임은 어지간한 정식기사보다 훨씬 빨랐다.
‘설마…… 그만큼 마력을 정밀하게 운용하는 건가?’
마력은 정밀하게 운용할수록 효율이 증가한다. 낭비되는 마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리는 검성의 경우에는 같은 마력을 가지고도 두 배에 달하는 효율을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그네스가 볼 때, 데미안의 효율은 두 배 수준이 아니었다.
‘대체 저 남자의 한계는 어디까지지?’
한계가 보이지 않는 재능에 아그네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 * *
학센 자작가의 영지.
그곳으로 이어지는 대로에 세 명의 남성들이 나타났다.
셋 다 전신을 가리는 판금 갑옷에 혈통이 좋아 보이는 말을 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보통 신분들이 아니었다.
“으아, 드디어 도착했네.”
기사 한 명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지난 이틀 동안 강행군을 한 탓에 피로가 적지 않게 쌓여 있었다.
“야, 올피스. 이게 무슨 냄새냐. 되게 지독한데.”
다른 기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러자 기지개를 켰던 기사, 올피스가 비웃듯이 말했다.
“라벤더, 이 도시 촌놈아, 이게 바로 소똥 냄새라는 거다. 귀한 냄새니 많이 맡아 놔라.”
“이게 똥냄새라고? 으엑.”
라벤더라 불린 기사가 손으로 갑옷을 털기 시작했다.
그 행동을 본 올피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멍청아. 그런다고 냄새가 사라지냐?”
“젠장, 향수 같은 거 없냐? 있으면 좀 줘봐. 이러다가 냄새가 몸에 배면 어떻게 해!”
두 기사들이 시시덕거리는 동안 남아 있던 기사가 짧게 말했다.
“조용.”
낮게 내리깔리는 목소리에 올피스와 라벤더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두 기사를 침묵시킨 기사는 말없이 학센 영지를 바라봤다.
“저곳이 학센 영지인가?”
“맞습니다, 게릭 경.”
가벼웠던 언행이 거짓말인 것처럼 올피스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준기사인 올피스와 라벤더와 달리 눈앞에 있는 남자는 정식기사였다.
그것도 라이언블룸 후작에게 직접 임무를 받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드디어 만날 수 있겠군. 어윈 님께 모독을 주고,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명성을 더럽힌 그 망나니 새끼를.”
게릭의 눈동자에 끈적끈적한 살기가 떠올랐다.
올피스와 라벤더는 마른침을 삼켰다. 게릭이 내뿜고 있는 기세에 압도된 것이다.
“올피스. 각하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임무가 뭐였지?”
“예! 데미안 학센을 체포해 오라 하셨습니다!”
“그깟 쓰레기를 잡아오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게릭의 살기가 조금 더 짙어졌다.
“데미안 학센뿐만 아니라 학센 자작가 전체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두 기사는 재빨리 대답했다.
게릭은 충성스러웠으나 성격이 거칠기로 유명했다.
후작가의 깃발에 예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지민에게 채찍질을 가한 적도 있었다.
게릭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니어도 맞는다고 말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학센 자작가보다 두 명이 먼저 봉변을 당할지도 몰랐다.
“가자.”
세 기사는 학센 자작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마침 입구에서 시종 한 명이 빗자루질을 하고 있었다.
“이봐.”
라벤더가 그 남자 시종에게 말했다.
남자 시종은 빗자루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으앗! 깜짝이야!”
시종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되레 라벤더도 놀라고 말았다.
“기, 기사님들이 저희 영지에는 어쩐 일이십니까요?”
시종이 벌벌 떨며 물음을 던졌다.
시종의 비굴한 태도에 라벤더는 미미한 우월감을 느꼈다.
“데미안 학센을 만나러 왔다. 당장 나오라고 해라.”
라벤더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러자 시종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왜 도련님을 찾으시는 겁니까?”
“그것까지 알 필요 없다. 데미안 학센에게 내 말이나 전해라.”
“그건 안 되겠습니다요.”
시종의 말에 라벤더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뭐라고 했지?”
“여러분들이 누군 줄 알고 우리 도련님을 불러온데요. 전 못 합니다요.”
시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련님을 뵙고 싶으시면 어디서 오셨는지 이름을 말씀하십쇼. 그러면 도련님께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요.”
하.
라벤더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게릭을 쳐다봤다.
안 그래도 학센 자작가를 짓밟아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딱 좋은 건수가 잡혔다.
“너, 이름이 뭐냐?”
“빅터라고 합니다요.”
“빅터, 그래 빅터.”
라벤더가 빅터를 향해 다가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빅터가 뒷걸음질 쳤다.
“왜, 왜 다가오시는…… 컥!”
라벤더가 건틀릿이 씌워진 주먹으로 빅터의 복부를 후려쳤다.
빅터는 몸을 웅크린 채 헛구역질을 했다.
“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 커억!”
이번에는 주먹으로 빅터의 머리를 후려쳤다. 빅터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쓰레기 같은 놈이 하라면 할 것이지 어디서 개기고 있어!”
라벤더는 발을 들어서 빅터를 짓밟았다 빅터는 몸을 웅크려봤지만 소용없었다.
기사의 단련된 신체 앞에서 일반인의 몸은 너무나도 연약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빅터! 무슨 일이야!”
저택에 있던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지만 기사들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자, 자작님! 자작님 모셔 와!”
시녀 한 명이 허둥거리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학센 자작과 가족들이 밖으로 나왔다.
“멈추지 못하겠소!”
학센 자작의 호통을 듣고 나서야 기사는 발길질을 멈췄다.
하지만 빅터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나오셨나.”
학센 자작은 빅터의 상태를 보자마자 분노를 터트렸다.
“이게 무슨 짓이오! 기사라는 자들이 일반인을 이렇게 폭행하다니!”
“학센 자작가가 라이언블룸 후작가에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라이언블룸 후작가라는 말에 학센 자작의 얼굴이 굳었다.
“길버트 학센 자작. 후작께서는 데미안 학센을 원하신다. 순순히 내어놓으면 영지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
“데미안? 데미안을 데리러 왔단 말이오?”
“그렇다. 어윈 공자님께 모독을 준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
학센 자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내 아들을 내어 줄 수는 없소!”
그리 놀랍지 않은지 게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당연한 소리를!”
“그럼 어쩔 수 없지. 다 엎어 버려.”
게릭의 명령에 라벤더와 올피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빼들었다.
서슬 퍼런 날 위로 청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 오러? 진짜로 사람을 죽일 생각이오?”
학센 자작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게릭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도 죽이지 않아. 대신 전부 다 박살 낼 뿐이지.”
오러가 덧씌워진 검은 바위조차 물처럼 썰어댄다.
그런 끔찍한 무기에 기사들의 신체능력이 더해지면 이런 작은 영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쑥대밭이 되어 버린다.
게릭의 말은 허세도 과장도 아니었다.
“뭐 하냐. 어서 시작하지 않고.”
“옙!”
라벤더와 올피스가 좌우로 흩어졌다. 근처에 있는 문과 담장부터 부수기 시작했다.
학센 자작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머, 멈춰라!”
하지만 두 기사는 학센 자작의 말 따위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이놈들! 멈추지 못하겠느냐!”
학센 자작이 두 기사에게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이 버러지 새끼들이 돌았나.”
제3자의 목소리에 게릭과 두 기사들이 뒤를 돌아봤다.
때가 탄 듯한 갈색 머리카락.
어딘가 섬뜩한 눈동자.
“멈추라는 소리 안 들려?”
데미안 학센이 세 기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