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0화(160/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0화
160화 새로운 토대 (2)
처소로 돌아온 데미안은 용병왕의 서재에서 가져온 수정을 시간을 들여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좀처럼 비밀을 풀어낼 수 없었다.
“최소한 고리의 구조라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데미안이 수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이유는 내부에 담겨 있는 고리 때문이었다.
구조가 굉장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정교하게 짜여져 있었다. 데미안의 지식으로도 이 고리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냥 수정을 부숴야 하나? 내부에 담겨 있는 마력을 흡수하면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이 뇌리를 관통했다. 데미안은 곧바로 수정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수정이 박살 나면서 내부에 담겨 있던 마력이 밖으로 방출되었다.
허공으로 떠오른 마력이 다시 얽히더니 고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 주려는 듯 모든 과정이 아주 세밀하고 자세했다.
“역시 이 방법이 맞았군.”
이 수정은 달걀이나 다름없었다. 지켜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껍데기를 부숴야 내용물을 먹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고약한 장난을 쳐놨네.”
감히 누가 제국제일검이 남긴 유산을 부술 생각을 하겠는가. 아까워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으리라.
데미안은 고리를 천천히 관찰했다. 그렇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과연…… 제국제일검이 남긴 유산답군.”
제국제일검이 남긴 지식은 바로 마나연공법이었다.
본래 마력이란 사람의 몸에 축적이 되며, 혈액처럼 유동했다.
제국제일검은 체내에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마력을 따로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만들고자 했다.
“아니, 이건…… 단순한 창고가 아니야. 새로운 기관이라고 불러야겠어.”
고리는 단순히 마력을 저장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지 않았다.
전투 시에는 마력을 방출해 내며 출력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고리의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마력의 출력이 증가했다.
놀라운 점은 출력을 높이면서도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과도하게 마력의 출력을 높이면 신체에 큰 부담이 가해지며, 심하면 폐인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마나연공법을 익히면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고리에 전가시킬 수 있었다.
잘못되어도 고리가 망가지거나 파괴될 뿐, 사용자의 몸은 무사했다.
“이런 발상을 떠올리다니. 정말 대단한걸.”
전전전대인지 전전전전대인지 모르겠지만 과연 제국제일검다웠다.
용병왕의 서재에 있는 어떤 마나연공법도 이보다 대단하지는 못 하리라.
“이 마나연공법이라면 내 근간으로 삼아도 충분하군.”
데미안이 마스터 클래스에 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두 조각 중 하나가 채워졌다.
“그렇다고 이걸 그대로 익히면 재미가 없지.”
발상 자체는 신선했지만, 데미안의 눈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보였다.
그의 방식대로 뜯어고치고, 일부는 더 발전시킬 생각이었다.
가급적이면 기존에 익히고 있던 마나연공법과 융화가 되도록 말이다.
그렇게 데미안은 밤새도록 마나연공법에 열중했다.
* * *
데미안이 마나연공법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 용병왕은 아테나와 대면하고 있었다.
“흥, 보기 좋게 져 버렸구나.”
용병왕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버지의 힐난에도 아테나는 당당해 보였다.
“그이가 너무 강한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 말에 용병왕은 할 말을 잃었다.
아테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기술적인 완성도, 상황판단 등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단지, 데미안 학센이 너무 강했을 뿐이다.
“잠깐, 그이? 그게 무슨 망측한 호칭이냐! 언제부터 그놈을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게야!”
용병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테나는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오늘부터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요.”
“서, 설마…… 벌써 그 녀석이랑 이렇고 저런 사이가 된 게냐?”
용병왕의 물음에 아테나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용병왕은 쯧쯧 혀를 찼다.
“이제 보니 자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중이었구만. 정말 내 피를 물려받은 거 맞냐? 왜 이렇게 쑥맥처럼 구는 게야?”
“아빠 피를 물려받았으면 처소로 날마다 남자들을 끌어들였겠죠.”
“커흑.”
아테나의 반격에 용병왕은 말문이 막혔다.
“……어쨌든 그놈이 마음에 든다 이거지? 마침 잘됐다. 나도 똑같은 심정이거든.”
그 말에 아테나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 아무리 그래도 남자까지 손대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년이 무슨 헛소리야! 그 녀석의 실력이랑 재능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야!”
용병왕은 거세게 화를 냈다. 그제야 아테나는 안도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녀석한테 한 가지 제안을 해 뒀다. 그레이프 왕국에서 들어온 의뢰를 해결하면 영약을 주기로 했지.”
“그래서요?”
“그 의뢰에 너와 그놈, 단둘만 보낼 생각이다. 한번 잘해 봐라.”
그 말에 아테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녀는 용병왕의 목을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아빠! 고마워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용병왕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말과 달리 그리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언제 출발이에요?”
“내일이다.”
“그럼 빨리 준비해야겠네요? 이만 가 볼게요!”
아테나는 쏜살같이 처소 밖으로 나갔다. 용병왕은 씁쓸한 얼굴로 문을 바라봤다.
“녀석…… 어미를 쏙 빼닮았군.”
한 남자만 바라보는 모습이 그야말로 판박이었다.
그녀가 살아 있었더라면 딸의 행동을 보고 무슨 말을 했을까.
갑자기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용병왕은 한동안 상념에 젖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호퍼 님~ 저 왔어요.”
천막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여인을 보자마자 호퍼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번졌다.
“루비아! 왜 이렇게 늦은 게냐.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루비아가 들어오자마 용병왕은 그녀를 껴안았다 루비아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용병왕에게 안겼다.
“아테나 님이 나가시던데. 무슨 용건으로 부르신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니야. 신경 쓸 필요없다.”
용병왕은 대답에 루비아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한데…….”
루비아의 몸에서 달큰한 향기가 퍼져 나갔다.
향기를 들이마시자 용병왕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알려 주시면 안 돼요?”
“……그 아이가 데미안 학센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줬지.”
방금 전과 달리 용병왕은 순순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들은 루비아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요?”
“이번에 그레이프 왕국에서 의뢰가 들어왔거든. 거기에 둘만 보낼 생각이야.”
그레이프 왕국이라는 말에 루비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즐기자꾸나.”
용병왕이 루비아를 끌어당겼다. 루비아는 못이기는 척 용병왕의 손에 이끌려 침대로 향했다.
그날 밤.
루비아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침대 위에는 용병왕이 알몸이 된 채 잠들어 있었다.
밖으로 나온 루비아는 어둠 속으로 녹아 들었다.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 조용한 곳에 도착하자 나지막히 말했다.
“카르닥.”
어둠이 응어리지더니 전신을 검은 붕대로 칭칭 싸매고 있는 남성이 나타났다.
“……또 그 녀석과 몸을 섞은 거냐.”
남성이 나지막이 말했다. 쇠로 돌을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말에 루비아가 깔깔 웃으며 카르닥의 어깨를 팡팡 때렸다.
“뭐야, 또 질투하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용병왕을 다루려면 어쩔 수 없다니까?”
루비아의 말에도 카르닥은 못마땅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보다 데미안 학센이 그레이프 왕국으로 간다네? 마침 거기에는 가롯이 있잖아.”
“……그래서?”
“가서 가롯한테 전해 줘. 그분께서 흡족해하실 만한 소재가 그레이프 왕국으로 가니까 생포해 달라고 말이야.”
“……네 곁을 떠나란 말이냐?”
카르닥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하자 루비아는 그런 그를 꼭 껴안았다.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내 마음 알지?”
카르닥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루비아는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참 쉽다니까.”
* * *
이튿날, 데미안은 그레이프 왕국으로 떠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파프니르 용병대 측에서 미리 준비해 둔 마차에 올랐다.
“응?”
그런데 내부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아테나 호퍼가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너도 의뢰를 맡게 된 거냐?”
“으, 응…….”
아테나 호퍼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데미안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후, 마차가 출발했다. 덜컹거리는 마차 속에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속으로 마나연공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테나는…… 데미안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별안간 아테나가 옆에 놓아두었던 바구니를 뒤적였다.
그 안에서 사과를 꺼내서 과도로 깎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마차 안에 사각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데미안은 아테나가 사과를 깎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경악했다.
솜씨가 얼마나 서툴던지 껍질을 깎는 게 아니라 사과를 뭉텅뭉텅 썰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음…… 으으으…….”
아테나는 엉망이 된 사과를 내려다보며 곤란해했다.
이대로도 먹을 수는 있지만 모양새가 영 보기 안 좋았던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아테나는 사과의 잔해들을 도로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과를 꺼냈다.
아테나가 비장한 눈빛으로 사과를 노려봤다. 데미안은 이번에도 사과를 난도질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잠깐 줘 봐라.”
보다못한 데미안이 사과랑 과도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껍질을 깎아 냈다.
얇게 잘려 나가는 껍질을 바라보며 아테나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접시.”
아테나가 즉시 바구니에서 나무 접시를 꺼내서 내밀었다. 데미안은 사과를 보기 좋게 깍아서 접시 위에 올려 놓았다.
데미안은 사과를 한 점 집어서 입에 넣었다. 아테나는 그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했다.
“안 먹고 뭐 해?”
“나, 나도 먹어도 돼?”
“네가 가져온 사과잖냐.”
아테나도 사과를 한 접 집어서 먹었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되, 되게 맛있다.”
“사과가 사과맛이지.”
“그런데도 맛있어!”
뭐가 그리 좋은지 아테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 * *
며칠을 계속 달린 끝에 마차는 그레이프 왕국의 국경선을 넘었다.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되는 거지?”
“거의 다 도착했어. 언데드가 출몰한 지역은 국경에서 가깝거든.”
아테나가 그렇게 말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과 아테나는 동시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저 멀리서 성채가 괴물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괴물의 외형은 마치 늑대를 연상캐 했다. 덩치가 집채만큼 크고, 몸이 부패한 살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펜리르?’
전생에 비해서 덩치가 작았지만 확실했다. 미래에 멸망의 짐승이라 불리게 되는 괴물이 눈앞에 있었다.
“손을 멈추지 마라! 녀석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
“돌! 돌 가져와! 녀석을 조금이라도 멈춰야 해!”
성벽 위에 있는 사람들이 펜리르를 향해서 돌덩어리들을 마구 던졌다.
하지만 펜리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펜리르는 계속 성벽을 들이박았다.
‘설마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데미안은 아테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마차 밖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