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1화(161/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1화
161화 뭉치 (1)
데미안이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였다.
펜리르가 다시 성벽을 들이박았다. 성벽이 움푹 파이며 뒤로 밀려났다.
“으, 으아악!”
“크, 큰일이야!”
한 번만 더 성벽을 들이박으면 그때는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펜리르를 막아서기 위해서 데미안은 마력을 일으켰다. 전신으로 마력이 퍼지며 달리는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데미안의 마력을 느낀 것인지 펜리르는 성벽을 들이박으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희뿌연 눈동자가 데미안을 멀거니 응시했다.
화창한 햇살 아래, 부패한 살점으로 이루어진 늑대.
괴상하면서도 섬뜩한 광경이었다. 어쩌면 눈앞에 있는 언데드가 펜리르라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지도 몰랐다.
저 녀석은 전생에 멸망의 야수라 불리며 세상을 피로 물들였으니 말이다.
“아테나, 내가 저놈의 몸을 베겠다. 그 자리에 뇌력을 박아 넣어라.”
하지만 멸망의 야수라 불리던 것은 미래의 이야기였다.
현재 펜리르는 아직 도르고에게 개조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데미안 혼자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확실하게 숨통을 끊고자 했다.
“……지금 나한테 명령한 거야?”
“왜? 마음에 안 드나?”
데미안은 아테나를 돌아보다가 흠칫 놀랐다.
아테나가 헤실헤실 웃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필요한 거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만 믿어.”
아테나가 뇌력을 일으켰다.
번쩍번쩍 터져 나오는 뇌력을 보며 잠시 당황했다. 너무 과하게 발산하는 것 같은데?
-크르르르…….
그때, 펜리르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엉덩이를 세우고 머리를 낮췄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크륵!
펜리르가 울음소리를 크게 내질렀다.
동시에 네 발로 땅을 밀어내며 돌진했다.
……데미안과 반대 방향으로.
“응?”
도망치는 펜리르를 바라보며 데미안은 당황했다.
저 정도 되는 언데드가 먹잇감이 눈앞에 있는데도 도망을 쳐?
심지어 그냥 달아나는 것도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서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림자 속에 녹아들며 사라졌다.
‘어둠 동화’
펜리르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능력이었다.
전생에 펜리르는 저 능력으로 은신하거나 분신을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전투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고유 능력까지 사용해서까지 도망친다고?”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멈춰 섰다. 아테나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이 황당해하고 있을 때였다.
성문이 열리고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사람들은 데미안과 아테나를 둘러싼 채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두 분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중년 남성이 걸어 나왔다. 고급 비단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영주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디서 오신 귀인들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파프니르 용병대에서 왔다. 저 언데드를 처치하려고 왔지.”
“아아……! 안 그래도 지역 전체에 칙명이 내려왔습니다! 파프니르 용병대에서 전사들이 올 테니 극진히 대접하라고 했죠!”
영주의 얼굴이 단번에 환해졌다.
“들어가시죠! 두 분께서 쉬실 장소를 마련해 놓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펜리르를 뒤쫓아야…….”
그 말에 영주가 데미안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제, 제발 부탁드립니다. 혹시라도 두 분께서 떠나셨다가 저 괴물이 다시 찾아온다면…….”
영주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펜리르의 위험성을 직접 눈으로 봤으니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데미안은 아테나를 쳐다봤다.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도 일단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짐도 풀어야 하고 돌아가는 사정도 알아야 하니까.”
아테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데미안은 일단은 영주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어서 이쪽으로 오시죠!”
영주는 신이 나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뒤를 따라가던 데미안이 물었다.
“병사들밖에 안 보이는군. 기사들은 없는 건가?”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기사를 고용할 만큼 부유하지 않은 터라.”
영주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아까 언데드한테서 큰 피해를 입었겠군.”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부상자가 조금 있지만 상처가 심하지 않았죠.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영주의 대답에 데미안은 큰 의문을 느꼈다.
‘펜리르 같은 언데드가 습격을 했는데 다친 사람이 없다고?’
데미안이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성이 무사했던 것도 이상하군. 지금의 펜리르라면 이 정도 성은 금방 함락시킬 수 있을 텐데.’
전생에 비해서 약할 뿐이지, 지금의 펜리르도 엄청난 괴물이었다.
그레이프 왕국의 하이클래스 두 명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정도 무력이라면 이런 작은 성 따위는 순식간에 함락시켜야 정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랑 눈이 마주쳤을 때도 살의를 보이지 않았지.’
데미안이 기억하는 펜리르는 폭력의 화신 같은 존재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려고 했다. 제어하기 어려워서 아군 흑마법사들을 여럿 잡아먹었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서 현재의 펜리르는 공격성이 현저하게 적었다. 온순하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내가 알고 있는 펜리르와는 거리가 멀군.’
그렇다면 흑마법사들한테 이용당하면서부터 변화가 생긴 게 분명할 터.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그렇게 사납게 변한 걸까.
데미안은 깊은 의문을 품었다.
* * *
기이한 광경이었다.
빛을 가리고 있는 사물이 없음에도 커다란 그림자가 지면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고 있었다.
그림자가 향하는 방향에는 넓은 숲이 있었다. 숲의 그림자에 들어오자마자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거대한 무언가가 숲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 다급해 보였다.
무셔어어!
뭉치는 숲을 내달리며 생각했다. 머릿속에는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뭉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방금 전에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인간 남성의 모습이었다.
그 인간 남성에게서 느껴지던 위압감은 지금까지 늑대가 겪어 왔던 어떤 적들보다 무서웠다.
인간 무셔어! 너무 무셔어!
생각해 보면 옛날부터 그랬다.
인간들은 자신을 보고 더럽다느니, 못생겼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면서 괴롭힘을 가했다.
맨날 배를 걷어차이고, 머리가 짓밟혔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살고 싶은 마음에 바닥을 기어 다니며 먹을 것을 찾았다.
하지만 최소한 그때는 자신을 진짜로 죽이려는 인간은 없었다.
인간 나빠!
이렇게 몸이 커진 이후에는 마주치는 인간마다 모두 자신을 죽이려 들었다.
지난번에는 엄청 무서운 인간 둘이서 자신의 몸을 난도질했을 정도였다.
뭉치는 살고 싶은 마음에 몸부림을 치다가 간신히 도망쳤다.
한참을 달리던 뭉치는 숲의 깊은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멈춰 섰다.
뭉치는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끌어모았다. 그 위에 누워서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쭈인님…… 이번에도 못 찾아써…….
뭉치는 그리운 냄새를 쫓아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성을 공격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성에서 주인님의 냄새가 풍겨온 것이다.
기쁜 마음에 달려갔지만 인간들은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열어 달라고 항의하기 위해서 벽에 몸을 들이박았다.
쭈인님…… 어디야…….
뭉치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주인님의 모습이 천천히 떠올랐다.
체구가 작은 인간.
자신처럼 삐쩍 말랐던 인간.
유일하게 자신을 괴롭히지 않은 인간.
-뭉치야~ 오늘 내가 뭘 가져왔는지 알아? 널 주려고 빵을 가져왔어!
조금 더 기억을 집중하자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 핥으면 안 돼. 간지럽단 말이야.
-이 상처가 걱정되는 거야? 괜찮아…… 아빠가 어제 술에 좀 취하셨거든.
-어, 어떻게 하지…… 아, 아빠가 부르고 계셔…… 나, 나중에 다시 올게.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주인님을 볼 수 없었다.
뭉치는 소년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몸이 아프고, 배가 고팠지만 주인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주인님을 찾기도 전에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물에 젖은 것처럼 온몸이 무거워졌다. 어둠이 두 눈을 가렸다.
그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렇게 몸이 커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더 이상 몸이 아프지 않았다. 아무리 달려도 배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님을 찾을 수는 없었다.
쭈인님, 또 만나고 싶어.
간절한 소망을 품으며 뭉치는 잠에 빠져들었다.
* * *
“잠을 자는 언데드라? 저 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야.”
언데드가 있는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
한 청년이 망원경으로 언데드를 살펴보며 말했다.
“동물들이 언데드로 변할 때, 종종 있는 현상이지. 인간과 다르게 자신의 상황을 금방 깨닫지 못하거든.”
청년은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그리고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카르닥은 그 모습을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봤다.
전신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검은 붕대로 감고 있었기에 표정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두 눈동자에는 질책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가롯. 나는 네 헛소리를 들어줄 시간이 없다. 빨리 대답이나 해라.”
“대답? 아, 루비아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거 말이지? 데미…… 데미…… 이름이 뭐였더라?”
“데미안 학센.”
“그래, 그 녀석을 잡아 달라고?”
청년, 가롯의 얼굴이 지루함이 떠올랐다.
“글쎄…… 난 인간한테 별 관심이 없는데…… 그냥 네가 하면 안 될까?”
“난 빨리 돌아가서 루비아를 보좌해야 한다.”
“아하핫, 말은 바로 해야지. 넌 루비아를 도우려는 게 아니라 감시하려는 거잖아? 네가 없는 동안 루비아가 또 다른 남자랑 몸을 섞을지도 모르니까.”
가롯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만독학파의 미래라고 불리던 네가 여자에 미쳐서 이렇게 몰락할 줄은 몰랐어. 이래서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니까.”
까득.
카르닥이 이를 갈았다. 두 눈동자에 살의가 맺혔다.
“그래서 루비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거냐?”
“어우, 뭘 또 화내고 그래? 들어줘야지. 루비아면 몰라도 너한테는 빚이 있으니까.”
가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한테 건네받은 역병 덕분에 저렇게 훌륭한 언데드가 탄생했으니 말이야.”
그레이프 왕국의 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역병은 다름 아닌 카르닥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대신, 내 볼일부터 먼저 해결해야겠어.”
그리 말하며 가롯은 망원경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저 녀석이 진정한 언데드로서 완성되는 모습을 꼭 확인하고 싶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