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2화(162/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2화
162화 뭉치 (2)
성 안으로 들어가자 죽음의 냄새가 풍겨 왔다.
눈에 띄는 영지민들마다 천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몇몇은 들것으로 시체들을 옮기고 있었다.
“역병이 아직 심한 모양이군.”
“동부 지역은 전부 이 모양입니다. 그나마 저희 성은 나은 편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심각하죠.”
데미안의 물음에 영주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은 이 역병을 삼몽병이라고 부립니다. 발병하면 극심한 고열과 함께 때문에 3일 동안 악몽을 꾸다가 목숨을 잃거든요.”
데미안은 먼곳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태우고 있었다.
“이럴 때는 기사들이 부럽다니까요. 기사들은 질병에 잘 안 걸린다면서요?”
영주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였다.
기사들도 질병에 감염이 되었다. 다만, 경지가 높아질 수록 면역력이 높아져 일반인의 눈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데미안과 아테나 같은 하이클래스들은 완전히 면역이라고 봐도 좋았다.
용병왕이 별다른 대책 없이 두 사람을 이곳으로 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까 그 언데드에 대해서 말해주겠나?”
“아 그 늑대 괴물 말이군요. 한 달 전부터 나타나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체더미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더군요.”
외형이 짐승과 똑같았던 것으로 보아 늑대의 영혼이 생전의 미련 때문에 주변의 시체들과 융합하여 언데드로 탄생한 듯했다.
“처음에는 동부의 귀족들이 모두 연합해서 토벌하려고 했습니다만…… 수십 명이 넘는 부상자만 생겨났죠. 기사가 열 명도 넘게 투입되었는데 그 괴물한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습니다.”
영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이후에 국왕 전하께서 오피스 경과 발렛 경을 파견해 주셨습니다만…… 하이클래스인 두 분께서도 그 괴물을 격퇴하지 못하셨습니다.”
막 탄생한 언데드는 아직 자신의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동부의 귀족들은 펜리르를 토벌하지 못했다. 과연 미래에 멸망의 짐승이라 불리는 언데드다웠다.
“두 분께서는 그 괴물을 토벌하려고 오셨지요? 안 그래도 역병 때문에 흉흉한데 그 괴물 때문에 다들 죽을 맛입니다. 하루 빨리 그 괴물을 토벌해 주십시오.”
영주가 간곡한 어조로 말했을 때였다.
“버러 자작 있는가!”
성벽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목소리는……?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영주는 그리 말하며 성문으로 다가갔다. 병사들에게 성물을 열라고 지시를 내렸다.
도르레가 돌아가면서 성문이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 십수 명이 보였다.
영주, 버러 자작은 선두에 있는 두 기사를 보고는 크게 놀랐다.
“오피스 경? 그리고 발렛 경이 아니십니까?”
“크하하핫! 버러 공! 잘 지냈는가?”
“버러 공, 반갑습니다. 이렇게 또 뵙게 되는군요.”
오피스와 발렛.
다름 아닌 펜리르를 토벌하려다가 크게 다치고 물러났다는 그레이프 왕국의 하이클래스들이었다.
한번 펜리르의 토벌에 실패한 자들이 다시 이 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음…… 어쩐지 예감이 안 좋네.”
아테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데미안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두 분께서는 어떻게 이곳에…… 요양 중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 늑대 자식한테 그런 모독을 당했는데 어떻게 누워 있겠는가!”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그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두 기사의 얼굴에는 분노한 기색이 가득했다. 펜리르에게 패배한 게 그렇게 굴욕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괴물과 싸우기 전에 거점이 필요해서 이곳에 왔다네.”
“염치 없지만 당분간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두 기사의 말에 영주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가?”
“값은 치를 생각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그때, 두 하이클래스가 데미안과 아테나를 발견했다.
두 기사의 눈빛이 대번에 달라졌다. 오피스가 영주에게 물었다.
“저 둘은 누구지?”
“그게…… 전하께서 언데드의 토벌을 위해서 고용하신 파프니르 용병대의 용병입니다.”
영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파프니르 용병대라고? 그래, 기억나는군. 전하께서 그런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셨지.”
“설마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두 기사가 데미안과 아테나에게 다가갔다. 영주가 말리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난 짐 오피스라고 한다. 이쪽은 리처드 발렛이지.”
두 사람의 말에 아테나가 데미안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피스는 공작이고, 발렛은 후작이야.”
두 사람 모두 하이클래스이자 고위 귀족이었다.
그만큼 그레이프 왕국에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미안 학센이다. 이쪽은 아테나 호퍼지.”
데미안도 자신과 아테나의 이름을 밝혔다.
옆에 있던 아테나가 ‘데미안이 내 이름을 다 말해 줬어!’ 라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무시했다.
“……데미안 학센?”
“……아테나 호퍼?”
두 사람이 놀란 눈빛으로 데미안과 아테나를 쳐다봣다.
“설마 애플 왕국의 기린아라는 그 데미안 학센이냐? 애플 왕국의 기사가 왜 파프니르 용병대에 있는 거지?”
“호퍼라면 용병왕의 성씨일 텐데…… 설마 성혈인 겁니까?”
둘은 데미안과 아테나의 신분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왕국의 근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와 준 것은 고맙다. 하지만 우리가 왔으니 너희 둘은 필요없다. 이만 떠나도록 해라.”
오피스가 거만한 어조로 말했다. 옆에 있던 발렛도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들은 그 언데드에게 잃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만약 우리를 방해한다면…… 신사적으로 굴지 않을 겁니다.”
그리 말하며 발렛이 슬쩍 손을 칼자루에 가까이 가져갔다.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설마 이런 식으로 방해를 받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론 데미안은 두 사람의 요구에 따를 생각은 없었다.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두 사람의 강압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니 반골의 기질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었다.
‘문제는 이 두 명이 고위 귀족이라는 건데…….’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는 옛말이 있다.
이곳이 그레이프 왕국인 이상, 저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큰파장이 뒤따를 테니까 말이다.
저 둘이 데미안과 아테나의 신분을 알면서도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데미안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대뜸 아테나가 입을 열었다. 두 남자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아테나를 바라봤다.
“어린 것이 이해를 못한 모양이구나. 나는 그레이프 왕국의 하이클레스이자 공작이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 파프니르 용병대는 너희 국왕한테 정식으로 의뢰를 받았어. 우리를 돌려보내고 싶으면 국왕한테 말해. 위약금을 물고 의뢰를 취소하라고 말이야.”
아테나가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너희들은 우리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어.”
“이 맹랭한 년이……!”
“우리 파프니르 용병대는 맡은 의뢰는 어떻게 해서든 완수하는 게 원칙이야.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아테나의 전신에서 짙은 살기가 터져 나왔다.
“파프니르 용병대와 맞서 보겠어?”
그녀의 말에 두 하이클래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제국과 신성교단을 제외하면 파프니르 용병대와 맞설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그레이프 왕국의 공작이었다. 그리고 그레이프 왕국은 이들의 영역이었다.
“물러서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폭력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오피스와 발렛이 무기를 움켜잡았다. 아테나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데미안,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처리…….”
그리 말하며 아테나가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러다 그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랐다.
데미안이 굉장히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그 생각을 못 했군.”
지금 데미안의 뒤에는 파프니르 용병대가 있었다.
세상에서 이보다 든든한 배경은 제국과 신성교단밖에 없을 터였다.
즉, 눈앞에 있는 두 사람한테 화풀이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뒷배가 있어야 한다니까.”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 안에서 길쭉한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꺼낸 물건을 보자마자 오피스와 발렛, 두 하이클래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뭐냐?”
“아, 이거?”
데미안이 육각형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인사하도록 해라. 너희들의 오만함을 고쳐줄 목 선생님이시니까.”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냐.”
“아. 지금 당장 이해하지 않아도 돼. 맞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테니까.”
“맞아? 감히 우리 두 사람에게 손을 대겠다고? 이 놈이 정녕 미쳤구나!”
“오피스 경, 더 이상 볼 것 없습니다. 저놈한테 본때를 보여 줍시다!”
그렇게 소리치며 발렛이 검을 빼들려고 했다. 하지만 발렛이 할 수 있었던 행동은 딱 거기까지였다.
검이 완전히 뽑혀 나오기도 전에 데미안이 몽둥이를 내리쳤다. 발렛은 몽둥이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리, 리처드 발렛!”
오피스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데미안을 노려보며 외쳤다.
“이게 무슨 짓…….”
시야 전체가 번들번들한 무언가로 가득 채워졌다.
이게 뭔지 파악하기도 전에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졌다.
오피스도 발렛과 똑같이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크, 크아악!”
“끄아아악!”
두 하이클래스는 거의 동시에 머리를 움켜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 이 미친 놈이! 용병 따위가 공작을 건드려?”
“이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옆에 있던 아테나도 경악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 데미안……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파프니르 용병대가 그레이프 왕국보다 강하다지만 적정선이라는 게 있었다.
의뢰를 받은 용병이 공작을 먼저 공격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테나도 두 사람을 협박하는 선에서 멈춘 것이다.
“이 일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
“대가? 무슨 대가?”
“그거야 우리의 머리를…… 머리를…… 어?”
오피스는 자신의 머리를 더듬다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상처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머리가 깨져서 피가 흘러내릴 줄 알았는데 머리카락이 뽀송뽀송했다. 심지어 붓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
오피스가 당황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때리며 말했다.
“자, 지금부터 내 말을 따라하도록 해라. 한 번 실패한 주제에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하지 말자.”
“개소리하지 마라!”
오피스와 발렛이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로 여러 번 합을 맞춰 봤는지 협공하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데미안이 몽둥이로 두 사람의 칼을 한 번씩 흘려보냈다. 두 개의 칼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휘둘러졌다.
“엥?”
“엉?”
당황해 하는 두 사람의 정수리를 향해 데미안이 몽둥이를 내리쳤다.
각각 두 번씩.
청량한 소리가 네 번이나 울려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