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3화(163/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3화
163화 뭉치 (3)
경쾌한 소리와 함께 두 하이클래스의 머리가 땅에 박혔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흠…… 나도 모르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버렸군.”
인격교정자의 경지 ‘엄살’ 덕분에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고통이 너무 강한 탓에 두 사람 모두 기절하고 말았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네.”
데미안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몽둥이를 아공간에 넣었다.
“거기 너희들.”
데미안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하이클래스가 데려왔던 기사들이 기겁하며 데미안을 쳐다봤다.
“이것들 데리고 당장 꺼져라.”
데미안의 으름장에 기사들이 황급히 두 하이클래스들을 부축하더니 냉큼 성 밖으로 도망쳤다.
“이제 두 번 다시 개소리는 못 하겠지.”
데미안은 만족스럽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아테나가 영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왜?”
“아, 아니……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구나 싶어서.”
아테나가 볼멘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그런 모습도 멋있는 거 같아.”
데미안은 웬 이상한 소리냐는 얼굴로 아테나를 쳐다봤다.
* * *
기사들에게 실려 나간 오피스와 발렛은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헛?”
“핫?”
두 기사는 몸을 일으킨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제야 자신들이 수레에 누워 있었음을 깨달았다.
“대, 대체 우리가 왜 여기에…….”
오피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기사들이 달려와서 말했다.
“오피스 경! 깨어나셨군요!”
“그 괴물 같은…… 아니, 데미안 학센의 몽둥이에 얻어맞으시고 기절했습니다.”
오피스와 발렛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이클래스인 자신들이 겨우 몽둥이 한 번에 기절을 했다고?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소리였다.
“……알겠습니다.”
그때, 발렛이 입을 열었다. 비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방심했던 겁니다.”
“……으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해보십시오. 바러 경의 성에서 습격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안…… 했지?”
“저희가 너무 방심한 탓에 몸도, 마음도 풀려 버린 겁니다. 그래서 그 녀석의 몽둥이에 반응하지 못한 거군요.”
주위의 기사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과연.”
하지만 오피스는 발렛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우리가 너무 방심한 모양이야. 반성해야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그깟 놈은 단숨에 쓰러트릴 수 있었을 텐데요.”
오피스와 바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말이었으나 두 사람은 위화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게냐.”
“피쉬 영지로 가는 중입니다.”
피쉬 영지는 방금 전에 싸움이 벌어졌던 영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두 기사가 바러 자작가랑 더불어서 거점으로 고민 중이던 영지이기도 했다.
“현명한 판단을 내렸군. 피쉬 자작가라면 믿을 수 있지.”
오피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기, 기사님들이다! 기사님들! 제,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저 멀리서 한 청년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기사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냐?”
오피스가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한참 동안 숨을 헐떡이다가 말했다.
“느, 늑대랑 똑, 똑같이 생긴 언데드를 만나서 일행들은 다 죽고 저만 간신히 살아서 달아났습니다!”
늑대 같은 괴물이라는 말에 오피스와 발렛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자신들이 쫓고 있는 언데드가 틀림없었다.
“운이 좋구나. 우리가 바로 그 괴물을 처단하러 가는 길이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 괴물은 어디에 있지? 위치를 알고 있나?”
두 사람의 물음에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 숲입니다! 숲에서 봤습니다! 제가 위치도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좋군. 앞장서라. 그 괴물을 처단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게 해 주마.”
오피스가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그 행동에 청년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훌륭한 정보를 가져오다니. 나중에 공을 하사할 터이니 이름을 말하거라.”
“저, 저 말입니까? 저는…….”
청년이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가롯이라고 합니다.”
청년의 목에 걸려 있는 망원경의 렌즈가 햇빛에 반짝였다.
* * *
뭉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저녁 시간에 주인님과 함께 오솔길을 달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 높은 나무 사이로 붉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찾았다!
뒤에서 주인님이 뭉치를 끌어안았다. 뭉치는 주인님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을 마구 흔들었다.
-어림없지! 절대로 안 놔줄 거야!
뭉치는 결국 발버둥을 포기하고 주인님의 뺨을 핥았다.
주인님은 꺄르르 웃으며 뭉치를 놓았다. 그래도 뭉치는 주인님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하핫, 간지러워. 그만, 가만.
주인님이 기뻐하면 뭉치도 기뻤다. 뭉치가 기뻐하면 주인님도 기뻐했다.
-뭉치야, 나는 말이야. 기사가 되고 싶어.
문득, 주인님은 그런 말을 했다.
-마을 아저씨들한테 들어보니까 기사는 엄청 힘도 세고, 엄청 용감하고, 엄청 강하다고 하더라. 몬스터들도 상대가 안 된대.
뭉치는 주인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인님이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내가 기사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면…… 아빠도 날 좋아해 주지 않으실까? 엄마를 죽이고 태어났다고 더 이상 욕하지 않으실 거야…….
주인님의 얼굴이 우울하게 변했다. 뭉치도 덩달아 기분이 우울해졌다.
뭉치는 주인님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주인님은 씁쓸하게 웃으며 뭉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뭉치는 꿈에서 깨어났다.
붉은 노을로 가득했던 세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섬뜩할 정도로 시퍼런 하늘과 어두운 숲 그늘만 보였다.
뭉치는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멍한 눈동자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쭈인님…… 안 보여…….
꿈이라 해도 주인님을 만났기 때문일까.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쭈인님…… 어디에 있어?
주인님의 목소리도, 웃음소리도, 털을 쓰다듬어 주던 손길도 모두 그리웠다.
뭉치는 머리를 낮추고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 조용한 숲에 뭉치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그때였다. 코끝에 주인님의 냄새가 닿았다.
쭈인님?
뭉치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잘못 맡은 게 아니었다. 쭈인님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 왔다.
쭈인님!
뭉치가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 나가려던 찰나였다.
수풀을 찢으며 무언가가 날아왔다. 무형의 칼날이 길게 뻗어 나와서 뭉치의 몸을 관통했다.
“컹!”
새빨갛게 달궈진 쇳덩어리에 꿰뚫린 것 같았다. 뭉치는 비명을 토해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정말로 이곳에 있었군.”
수풀 사이에서 인간 남성 두 명이 걸어 나왔다.
그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뭉치는 섬뜩함을 느꼈다. 얼마 전, 자신을 공격했던 무서운 인간들이었다.
어째서? 쭈인님은?
뭉치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주인님의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지금은 두 사람한테서 주인님의 냄새가 나는 거지?
“발렛, 이번에야말로 저놈의 목을 잘라서 가져가자.”
“예, 오피스 경. 명예를 되찾도록 합시다.”
두 인간 남성이 검을 빼들었다. 칼날이 아지랑이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아지랑이를 보자마자 뭉치는 몸을 덜덜 떨었다.
저번에 당해 봐서 잘 알고 있었다. 저 아지랑이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쉽게 가르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말이다.
“끼, 끼잉…….”
뭉치는 두 사람을 경계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에 두 인간 남성은 코웃음을 쳤다.
“괴물 주제에 겁을 먹다니…… 그런 위장에는 속지 않는다.”
“저번처럼 우리를 방심시키고 기회를 노릴 생각이겠죠.”
두 사람은 동시에 뭉치를 향해 돌진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려든 두 남성이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
아지랑이가 덧씌워진 칼날에 뭉치의 칼날이 물살처럼 갈라졌다.
“컹! 커엉!”
뭉치는 두 사람을 떨쳐 내기 위해서 마구 난동을 피웠다. 앞발로 땅을 파헤치고 몸으로 나무를 들이박았다.
하지만 두 인간 남성은 집요했다.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계속 뭉치의 몸을 난도질했다.
아파! 아파아!
인간들에게 걷어차이고, 짓밟힐 때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저 날붙이에 베일 때마다 상처가 불타는 것 같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시가 돋아나는 것 같았다.
쭈인님! 쭈인니이임!
뭉치는 애타게 주인님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도 뭉치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왜.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 뭉치는 의문을 품었다.
왜 항상 인간은.
날 괴롭히는 걸까. 나한테 고통만 주는 걸까.
어째서.
나는 주인님만 찾으면 되는데. 주인님만 만날 수 있으면 되는데.
왜! 어째서! 날! 나를! 주인님을! 항상! 언제나! 맨날!
“이놈! 저번이랑 다르게 꼼짝도 못 하는구나!”
“오피스 경! 이제 목을 잘라 냅시다!”
두 남성은 뭉치의 양쪽에서 목을 노리고 검을 내리쳤다.
그때였다.
뭉치의 몸에서 흑마력이 폭발했다. 막대한 양의 흑마력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뭉치가 내뿜는 흑마력은 폭풍과도 같았다. 땅을 뒤엎고, 나무들을 분질렀다. 두 남성도 폭풍에 휘말려서 뒤로 날아갔을 정도였다.
“대, 대체 이 흑마력은…….”
남성 중 한 명이 당황한 얼굴로 뭉치를 쳐다봤다.
뭉치는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하늘 높이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
아니, 그건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찬 무언가였다.
사람의 고막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뭉치는 쳐들었던 고개를 내렸다. 두 인간 남성을 노려봤다. 흐리멍덩했던 두 눈동자가 붉은 안광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살기에 두 남성은 바짝 얼어붙었다.
뭉치는 두 남성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지금 뭉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죽여 버리겠어!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증오가 끝없이 샘솟았다.
앞발로 밟아서 내장을 터트릴 거야! 머리를 물어서 뜯어버릴 거야. 내가 당한 것만큼 너희들한테……!
-뭉치야~
별안간, 기억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뭉치의 몸이 덜컥 굳었다.
-많이 다쳤네…….
-먹어야 해…… 먹어야 몸이 낫는단 말이야.
-이제 좀 괜찮아?
뭉치가 내뿜고 있던 흑마력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뭉치가 몸을 돌렸다. 남성들이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뭐, 뭐야?”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두 남성은 당황한 얼굴로 뭉치의 뒷모습을 쫓았다.
저 언데드가 왜 멈춘 것인지는 몰라도 위험한 순간을 넘긴 것만은 확실했다.
“보통 언데드가 아니었군…….”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위험한 놈이었습니다.”
오피스와 발렛이 공포로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
“오피스 경, 발렛 경!”
“두 분 다 괜찮으십니까?”
다른 기사들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둘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가롯은? 그 청년은 어디에 있지?”
오피스가 기사들을 향해 물었다. 기사들이 주변을 둘러봤다.
“모르겠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사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 * *
“왜 굳이 이런 귀찮은 짓을 하는지 모르겠군.”
카르닥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굳이 이런 식으로 기사들에게 언데드를 공격시킨 이유가 있는 거냐?”
가롯이 도망치는 언데드를 망원경으로 바라보다가 물었다.
“언데드는 언제 완성이 된다고 생각해?”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 난 시체 따위는 만지작거리지 않는다.”
“아하핫, 깜빡했네. 너는 시독(屍毒)은 다루지 않았지.”
가롯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질문을 할 게 아니라. 정답을 먼저 알려 줘야겠네. 바로 증오할 상대를 찾았을 때야.”
가롯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아깝네. 조금만 더 선을 넘었으면 완성되었을 텐데…… 어째서 저 두 명을 죽이지 않은 걸까.”
가롯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자질에 비해 굉장히 소심한 아이인 것 같네. 안 되겠다. 그냥 데려가서 따로 교육을 시켜야겠어.”
가롯이 두 눈동자를 빛냈다.
“그럼 당장 회수하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