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4화(164/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4화
164화 역병 조사 (1)
두 명의 하이클래스를 쫓아낸 이후, 데미안은 동부 지역 안쪽으로 향했다.
“굳이 다른 마을을 조사할 필요 있어? 우리는 언데드만 잡으면 되잖아.”
아테나가 뒤따라오면서 물었다. 정당한 의문이었다. 두 사람은 언데드를 토벌하려고 왔지, 역병을 해결하려고 온 것은 아니니까.
“좀 확인할 게 있어서.”
하나 데미안은 성에서 역병에 걸린 시체를 봤을 때, 뭔가 익숙한 기운을 느꼈었다.
문제는 너무 희미해서 확실하게 어떤 기운이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데미안은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조사에 나선 것이다.
“어, 데미안! 저기 마을이 있어!”
아테나가 정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미안은 지도를 살펴봤다. 바러 자작이 말한 마을인 듯했다.
두 사람은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었으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러 자작이 말한 대로 사람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서 대피했기 때문이었다.
마을의 중앙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두 사람은 구덩이로 가까이 다가갔다.
“……끔찍하네.”
구덩이의 내부를 보자마자 아테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덩이 안에는 역병에 걸린 시체가 가득 쌓여 있었다. 다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죽어 있었다.
“성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네.”
시체 섞는 냄새를 더 맡기 괴로웠는지 아테나는 소매로 코를 가렸다.
데미안은 말없이 시체들을 관찰했다.
아테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데미안은 알아볼 수 있었다.
시체들에게서 흑마력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내가 느꼈던 기운의 정체가 흑마력이었군.’
이건 평범한 역병이 아니었다. 흑마법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렇게 전염성과 사망률이 높은 역병은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만독학파의 흑마법사 여러 명이 힘을 합쳐도 수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였다.
‘흑마법사들이 이런 대규모 학살을 벌이는 경우는…… 딱 한 가지뿐인데.’
대량의 흑마력이 필요할 때, 흑마법사들은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일으키고는 했다.
흑마력은 영혼이 고통을 받을 때만 만들어지니 말이다.
‘역겨운 자식들.’
겨우 흑마력 따위를 얻기 위해서 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은 죽었다고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니었다. 흑마법사에게 사로잡혀서 영혼이 소멸될 때까지 고통을 받았다.
‘역시 네놈들은 살려 둬서 좋을 게 없는 것들이야.’
데미안은 어린아이의 시체를 바라보며 조용히 분노를 삭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거대한 흑마력이 터져 나왔다. 데미안과 아테나는 흑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을 돌아봤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숲에서 검은 마력이 폭풍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아테나!”
“알겠어!”
두 사람은 흑마력이 느껴지는 장소로 달려갔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언데드는 보이지 않고 기사들만 있었다.
데미안과 아테나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바로 성에서 데미안에게 얻어맞고 쫓겨난 오피스와 발렛이었다.
“네, 네놈!”
데미안을 알아본 오피스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잘 됐다! 네놈한테 결투를 신청하겠다!”
오피스가 칼자루를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오피스 따위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데미안은 두 사람에게서 희미한 흑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기사들에게서도 흑마력이 묻어 나왔다.
“누구랑 함께 있었지?”
“딴소리하지 말고 무기를 들어라!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절대로 방심하지 않을…….”
“대답이나 해라! 누구랑 있었나! 너희들한테 접근한 놈이 있었을 텐데!”
데미안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이들에게 묻어 있는 흑마력은 역병에게서 느껴지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훨씬 짙고, 섬뜩했다. 약간의 탄내가 나기도 했다.
데미안이 아는 한 평범한 흑마법사로서는 이런 흑마력을 가질 수 없었다.
대흑마법사.
초월자라 불리는 그들에게서만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언데드의 위치를…… 찾아낸 청년이 있긴 한데……”
데미안이 고함을 내지르자 당황한 오피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그놈은 어디에 있지?”
“갑자기 사라져서 나도 모른다.”
데미안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상황이 갑자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펜리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군.’
아마 흑마법사는 펜리르를 진정한 언데드로 완성시키기 위해 기사들에게 위치를 알렸을 것이다.
언데드는 무언가를 증오함으로써 완성된다. 하지만 지금의 펜리르는 너무 온순했다.
그래서 기사들로 하여금 펜리르를 공격시킨 것이다. 펜리르가 기사들에게 증오심을 품도록 만들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 두 사람이 멀쩡한 걸로 봐서는 계획이 실패한 모양이군.’
현장이 엉망인 것으로 보아서 두 기사는 전력을 다해서 펜리르를 공격한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펜리르는 두 기사를 공격하지 않고 도주하는 걸 선택했다.
그 모습을 보고 흑마법사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완성시키는 건 포기하고, 포획해서 데려갈 생각을 했겠지.’
아무리 펜리르가 강하다고 하지만 대흑마법사까지 넘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변변찮은 저항조차 못 해 보고 순식간에 제압당할 게 분명했다.
‘놈이 펜리르를 생포하기 전에 잡아야 한다.’
흑마법사가 펜리르를 생포한 다음에 지역을 떠나면 추격하기 골치 아파진다.
데미안은 감각을 증폭시켜서 흑마력의 흔적을 쫓았다. 흑마력이 희미하게 이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데미안이 몸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오피스와 발렛이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가려는 거냐! 우리 사이의 빚은 청산해야지!”
“우리가 이대로 순순히 보낼 것 같습니까?”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지금 두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흑마법사를 뒤쫓아야 했다.
“급해 보이네.”
그때, 아테나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언데드를 빨리 찾아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래,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그 말에 아테나가 창을 빼들며 말했다.
“그럼 먼저 가. 이 녀석들은 내가 상대하고 있을게.”
데미안이 의외라는 얼굴로 아테나를 바라봤다. 설마 이렇게까지 협조적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테나의 실력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리라. 데미안은 그녀에게 모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럼 부탁하겠다.”
데미안은 아테나를 남겨놓고 흑마력을 뒤쫓았다.
“이놈! 어디를 가느냐!”
“당장 거기서 멈추십시오!”
두 기사가 데미안을 뒤쫓으려 했다. 그 순간, 아테나가 뇌력을 일으켰다.
뇌력이 번쩍이며 아테나가 두 기사의 앞에 나타났다. 아테나가 땅을 향해 창을 내리꽂았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자 폭음과 함께 지면이 박살 났다. 두 기사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은 못 가.”
아테나가 땅에 박힌 창을 뽑아내며 말했다.
“데미안이 날 믿고 맡겼는데.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잖아?”
두 기사는 그런 아테나를 지긋이 노려봤다.
“건방진 계집 같으니…… 혼자서 우리 둘을 상대하겠다고?”
“아무리 용병왕의 자식이라지만 오만하기 짝이 없군요!”
두 사람의 말에 아테나는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가끔 있더라. 너희들처럼 성혈을 겪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얕잡아 보는 것들이 말이야.”
아테나가 다시 뇌력을 일으켰다. 하얀 전류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그 위압적인 기운에 두 기사는 안색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이후로 파프니르 용병대의 이름만 들으면 땅바닥을 기어 다니도록 만들어 줄게.”
* * *
뭉치는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다. 갈라진 상처 사이로 흑마력이 뭉클뭉클 새어 나왔다.
“끼이잉…….”
뭉치는 상처 부위를 핥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아지랑이 같은 것에 잘린 상처는 금방 재생되지 않았다. 시간이 꽤 걸렸다.
“끼잉…… 끼이잉…….”
뭉치는 바닥에 몸을 눕혔다. 고통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끙끙 앓았다.
쭈인님…… 아파…… 많이 아파…….
자신이 아파할 때마다 주인님은 양팔로 꼭 끌어안아 줬다. 그 온기를 느끼고 있으면 고통이 누그러드는 것 같았다.
쭈인님…….
그때였다.
또다시 주인님의 냄새가 풍겨왔다. 뭉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쭈인님? 쭈인님이야?
뭉치는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은 주인님이 아니었다.
다른 인간 남성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멀리까지 이동하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인간 남성은 뭉치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뭉치도 저 인간 남성이 웃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웃고 있음에도 불길함이 느껴졌다.
“거기다 벌써 상처가 재생되고 있네? 역시 보통 언데드가 아니야. 이 정도면 그분께서도 틀림없이 흡족해하실 거야.”
뭉치는 인간 남성이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리라.
뭉치의 시선은 인간 남성의 등 뒤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아아악! 그만! 그마아안!
-아파! 아파! 아파아아!
-제발! 살려 줘! 제발! 제발!
수천 명이 넘는 영혼들이 검은 줄에 묶인 채 고통받고 있었다.
다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뭉치는 그중 한 영혼에게 시선이 꽂혔다.
-…….
저것을 영혼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다른 영혼들과 달리 형체가 불분명했다. 마치 잿덩어리를 뭉쳐 놓은 것만 같았다.
이목구비는 고사하고 어디가 머리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뭉치는 알아볼 수 있었다. 냄새가 말해 주고 있었다.
쭈인님!
뭉치가 반가운 마음에 꼬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쭈인님! 보고 싶어써!
하지만 주인님은 반응하지 않았다. 가만히 허공에 떠 있을 뿐이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거니? 설마 이걸 보고 있던 거야?”
남성이 검은 줄 하나를 잡아당겼다. 허공에 떠 있던 주인님이 남성에게로 딸려 들어왔다.
“이런…… 영혼이 소멸되어서 허물만 남았네? 이래서 어린아이의 영혼은 싫다니까. 오래 버티질 못해.”
인간 남성이 손으로 주인님을 마구 휘저었다. 그러자 주인님의 몸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주인님의 몸이 흩어질수록 냄새가 옅어졌다. 이윽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게 되었다.
……쭈인님?
뭉치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 뭉치를 향해서 인간 남성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다 끝났다. 네 덕분에 쓰레기를 빨리 찾아낼 수 있었어. 이제 자리가 하나 남았으니 새로운 영혼을…….”
뭉치의 몸에서 흑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 여파로 땅이 갈라졌다. 주위에 있던 나무들이 모조리 산산이 부서졌다. 하늘 위에 있던 구름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쭈인님.
사람들은 뭉치를 볼 때마다 멍청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뭉치도 동의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주인님이 힘들어하는 이유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였다.
주인님.
그런 자신조차 주인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주인님.
저 남자가 주인님을 죽였다. 죽인 것도 모자라서 끝까지 괴롭혔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다.
소중한 나의 주인님.
더 이상 주인님을 볼 수 없다. 저 남자 때문이다. 저 남자가 뺏어갔다! 나한테서 주인님을! 나의 주인님을!
이 순간, 언데드는 스스로를 완성시켰다.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립했다.
죽인다.
주인님을 괴롭힌 저 남자를 죽인다.
자신에게서 주인님을 빼앗아 간 저 남자를 찢어 죽인다.
뭉치가 고개를 쳐들며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