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6화(166/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6화
166화 역병 조사 (3)
데미안의 말에 흑마법사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데미안 학센?”
흑마법사는 고개를 숙인 채 기억을 더듬었다.
“데미안 학센…… 데미안 학센…… 이제야 기억이 나네. 그 녀석들이 생포해 달라고 말했던 인간이었지.”
흑마법사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걔들이 왜 이렇게 너한테 관심을 가지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좀 이해가 가네.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잖아?”
데미안은 흑마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시선을 내려서 펜리르를 바라볼 뿐이었다.
“…….”
데미안은 펜리르와 흑마법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펜리르의 감정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끝을 알 수 없는 분노와 깊이가 보이지 않는 증오가 흑마법사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동시에 깊은 무력감이 느껴졌다. 좌절감이 뒤를 이었다. 거기서 비롯되는 울분이 홍수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이제 알겠군.”
전생의 펜리르가 어째서 그렇게 포악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녀석한테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구나.
데미안은 그리 중얼거리며 흑마법사를 돌아봤다.
“이름이 뭐지?”
“나 말이야? 아하, 그래 너는 모르겠네.”
데미안의 물음에 흑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가롯이라고 한다. 괴종학파 소속 대흑마법사지.”
데미안은 가롯이라는 이름을 곱씹었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데미안이라고 해서 모든 흑마법사를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데미안이 모르는 흑마법사는 대부분 별 볼 일 없는 놈이라는 것.
‘끔찍하군.’
데미안은 가롯의 등 뒤를 쳐다봤다. 수천 명의 영혼이 가롯에게 묶인 채 흑마력을 토해 내고 있었다.
“나와 펜리르 사이에 끼어든 게 괘씸하기는 하지만…… 죽이지는 않을게. 부탁을 받은 게 있거든.”
가롯이 수인을 맺었다. 커다란 아공간이 열리며 다양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평범한 몬스터와는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모두 키메라였다.
“거참 더럽게 많군.”
키메라들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흑마법을 사용하면 금방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 시험해 보고 싶은 기술이 하나 있었다.
데미안도 아공간을 열어 여행 가방 하나를 꺼냈다.
“잠깐.”
여행 가방을 보자마자 가롯의 표정이 변했다.
“네가 어떻게 그걸……?”
데미안이 가방을 좌우로 열자 검은 공간이 펼쳐졌다.
“나와라.”
어둠 속에서 무수히 많은 스켈레톤이 걸어 나왔다. 그 뒤를 이어서 사령기사 도미니코가 나타났다.
-주군을 뵙습니다.
도미니코와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은 그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야가 안 보이는데?”
말하기가 무섭게 어둠 속에서 미야가 튀어나왔다.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미야가 휘두르는 주먹을 한손으로 쳐 냈다.
“캥! 캥!”
미야가 화를 내며 연달아 손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미야의 공격을 한손으로 쳐 내며 도미니코한테 물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그…… 주군,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뭐가?”
-저 아이는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저한테 죽일 각오로…… 아니, 그냥 아예 죽이라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아.”
그제야 데미안은 자신이 내렸던 지시가 떠올렸다.
“캥! 캐앵!”
미야가 손을 멈추고 데미안에게 격하게 항의했다. 데미안은 미야를 살펴보며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기세가 날카로워졌군.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군.”
-그 말씀은…… 지시를 거두지 않으실 거라는?
데미안은 당연하지 않냐는 얼굴로 도미니코를 쳐다봤다. 미야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이럴 수가!”
그때였다.
가롯이 놀랍다는 듯이 소리쳤다.
“언데드? 언데드라고? 아무리 봐도 평범한 기사인데 어떻게 언데드를 다루고 있는 거야? 대체 어떻게!”
가롯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시끄럽기도 하군.”
-동감입니다.
“크르르르.”
데미안과 도미니코, 미야가 가롯을 향해 살기를 일으켰다. 세 사람의 살기에 가롯은 오히려 더욱 기뻐했다.
“이야…… 나랑 싸울 생각이구나? 그거 좋지! 나의 키메라와 너의 언데드! 둘 중에 누가 더 강할지 나도 궁금하거든!”
데미안은 가롯의 말을 무시하며 도미니코에게 물었다.
“도미니코, 훈련의 성과는 있었나?”
-죄송합니다. 제가 미천하여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데미안은 실망하지 않았다.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사였던 자들은 모두 준기사 수준까지는 올랐습니다.
이어지는 말에 데미안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훌륭하군.”
일반 스켈레톤이면 모를까, 준기사라면 상황이 달라졌다. 이 정도 전력이면 싸워 볼 만했다.
“가라. 움직이는 것들을 모조리 죽여라.”
데미안의 명령에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빼들었다.
“마음껏 날뛰어도 좋아.”
가롯의 말에 키메라들이 이를 드러냈다.
언데드와 키메라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스켈레톤들이 오우거 키메라에게 달려들었다.
-우워어어!
물론 상대는 되지 않았다. 본래 오우거는 로우클래스도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몬스터였다.
하물며 평범한 오우거도 아니었다. 팔이 네 개인 것으로 보아 두 마리의 오우거가 합성된 키메라였다.
그걸 준기사에 불과한 스켈레톤들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스켈레톤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장점이 있었다.
-으하핫! 머리가 부셔졌잖아!
-야! 네 팔 여기에 있다.
죽지 않는다.
주군인 데미안 학센이 살아 있는 한 스켈레톤들은 절대로 죽지 않았다. 부셔져도 금방 복원되었다.
스켈레톤들은 끝없이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몸이 부셔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숨을 등한시한 공격에 오우거 키메라들의 몸 곳곳에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옷이 다 젖는다고 했던가. 결국 오우거 키메라는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졌다.
-으아악! 우리가 이겼다!
-다음은 누구냐!
오우거 키메라를 쓰러트린 스켈레톤들은 다음 키메라를 향해 뛰어들었다.
스켈레톤들이 키메라들을 착실하게 한 마리씩 쓰러트리고 있었다면 도미니코는 키메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이 괴물들이 어딜 덤벼드는 것이냐!
도미니코가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키메라들의 머리가 날아갔다.
그는 생전에도 하이클래스 중에서 최상위 실력자였다.
거기에 데미안에게 얻은 심득을 조금이나마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도미니코 다음으로 돋보이는 존재는 미야였다.
“캥!”
미야는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오우거 키메라의 목을 물어뜯었다.
피를 흡수해 오우거의 능력을 복사하더니, 오우거의 괴력으로 키메라의 머리를 뜯어냈다.
키메라가 밀리기 시작하자 가롯은 다시 감탄을 터트렸다.
“대단해…… 보통 언데드들이 아니었어.”
가롯이 특히 주목한 상대는 바로 미야였다.
“어디서 저런 플래시 골렘을…… 펜리르랑 거의 동급이잖아?”
키메라들이 부셔지고 있음에도 가롯은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아이들은 공을 들여서 만든 키메라가 아니었다. 죽어도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바그더, 네가 나서야겠다.”
자칫 잘못하면 데미안 학센을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바그더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키메라들로는 데미안 학센을 막을 수 없으니 바그너를 사용해야 했다.
“저기 보이는 인간 남성을 빼고는 모두 죽여도 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그더가 움직였다. 엄청난 속도로 미야에게 달려들었다.
“캥?”
미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런 미야의 머리 위로 바그더의 주먹이 떨어졌다.
그 찰나, 데미안 학센이 미야의 앞에 나타났다. 바그더의 주먹을 여명으로 막아 냈다.
주먹을 막는 것과 동시에 궤적을 틀었다. 바그더의 주먹은 데미안을 피해서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데미안은 그 즉시 칼을 휘둘러서 오러를 방출했다. 거대한 참격이 바그더의 몸통을 베었다.
바그더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나갔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오러는 바그더의 갑각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엄청 단단하군. 꽤나 공을 들인 키메라인 모양이지?”
그 광경에 데미안 학센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짝 기장하는 게 좋을 거야. 바그더는 마스터클래스랑 비견되는 아이거든.”
가롯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데미안이 실소를 흘렸다.
“뭐가 웃기지?”
“웃길 수밖에 없지. 조금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서 마스터클래스와 비견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바그더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지만 마스터클래스와 비견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다.
“……바그더의 갑각도 베어 내지 못한 주제에 허세부리지 마.”
가롯이 날선 어조로 말했다. 키메라가 학살을 당할 때도 여유로웠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괴종학파의 특징이었다. 괴종학파는 딱 한 마리의 키메라에게 애정을 쏟아붓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키메라면 몰라도 바그더에 대한 모독만큼은 그냥 넘기지 못한 것이다.
“뭐, 그건 그렇지.”
데미안은 순순히 가롯의 말을 인정했다. 바그더의 갑각은 데미안의 오러로도 베어 내기 힘들 정도로 단단했다.
“마침 잘됐군. 이럴 때 쓰려고 익혀 둔 기술이 하나 있거든.”
이곳에 오기 전, 데미안은 과거의 제국제일검이 남긴 마나연공법을 손에 넣었다.
데미안은 이 마나연공법에 합환무극공(合環無極功)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합환무극공은 체내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고리를 형성해서 마력의 출력을 배로 증가시키는 마나연공법이었다.
데미안이 만들어 낸 고리는 총 세 개.
그는 이 자리에서 합환무극공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일환(一環).”
고리 하나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데미안의 몸에서 진동음이 들려왔다.
진동음이 커질수록 데미안의 기세가 점점 더 강해졌다. 동시에 여명을 뒤덮고 있던 오러가 더욱 짙어졌다.
“바그더! 공격해라!”
심상치 않음을 느낀 가롯이 바그더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바그더가 움직이기도 전에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대체 어디…….”
가롯이 멍하니 중얼거린 순간, 데미안의 잔상이 바그더의 몸 곳곳을 둘러쌌다.
잔상들이 일제히 검을 휘둘렀다. 수십 개의 참격이 바그더의 몸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