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7화(167/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7화
167화 역병 조사 (4)
가롯은 흑마법사였기에 처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의 잔상이 바그더를 뒤덮더니 무수한 칼질이 시작되었다. 푸른 참격이 바그더의 전신을 뒤덮었다.
당황한 바그더가 양팔을 마구 휘저었다. 하지만 참격은 멈추지 않았다.
“……설마?”
그제야 가롯은 깨달았다. 데미안 학센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바그더를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그더! 진정해라! 어차피 데미안 학센은 네 갑각을 자를 수 없어!”
가롯의 말대로 바그더의 갑각은 멀쩡했다. 데미안 학센의 오러로는 갑각을 벨 수 없다는 뜻이었다.
“독을 내뿜어! 데미안 학센을 떨쳐 낸 다음에 반격해!”
가롯의 외침에 바그더가 입을 벌렸다. 목구멍에서 보라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보라색 연기에 닿은 풀과 나무들이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다.
이대로 데미안 학센이 중독되어서 죽으면 기쁘련만 헛된 기대였다.
데미안 학센은 연기가 닿지 않는 곳으로 물러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원래 목적대로 데미안 학센을 떨쳐 내는 덴 성공했다.
“……바그더가 이렇게 쉽게 밀리다니.”
바그더는 가롯이 마스터클래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공을 들이고 있는 키메라였다.
마스터클래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서 바그더에게 수많은 몬스터의 신경과 감각기관을 이식시켰다.
덕분에 바그더의 감각은 그 어떤 몬스터보다 예리했다. 하이클래스론 바그더를 어쩌지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공을 들인 감각기관이 데미안 학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보통 하이클래스가 아니라 이거지?”
그렇다고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바그더의 진정한 힘을 보여 주지 않았다.
“바그더, 코어를 작동시켜라.”
바그더의 몸통 중앙이 붉게 물들었다. 동시에 전신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코어를 작동시키면 바그더의 모든 능력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 하지만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하여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부작용에 대비하여 미리 이식해 둔 냉각기관에 의해서 체온이 식으면서 수증기가 발생한 것이다.
“박살 내 버려.”
지면이 움푹 파이더니 바그더의 몸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데미안의 머리 위에 나타나 두 손을 맞잡고 내리쳤다.
데미안 학센은 허공에 몸을 띄우며 공격을 피했다.
바그더의 주먹이 지면을 강타했다.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그 직후, 흙머지가 찢어지더니 바그더가 달려들었다. 데미안 학센을 향해 양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팔을 휘두르자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땅이 박살 나고 나무들이 와르륵 무너졌다.
가공할 만한 속도와 위력을 갖춘 공격이 연달아 이어졌다. 데미안 학센은 바그더의 공격을 피해 계속 뒤로 물러났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데미안 학센이 역으로 바그더에게 밀리고 있었다.
“이환(二環).”
그때,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에게서 들려오던 진동음이 한층 더 커졌다.
데미안 학센의 마력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 강렬한 기운에 바그더가 잠시 몸을 멈칫 했을 정도였다.
갑자기 그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수백 개의 참격이 바그더의 몸을 뒤덮었다.
방금 전보다 참격의 간격이 훨씬 촘촘했다. 참격에 가려져서 바그더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서 더 빨라진다고?”
가롯이 공포스럽게 중얼거렸다.
코어를 활성화시켰음에도 바그더는 데미안 학센에게 반응하지 못했다. 무력하게 참격에 난도질당할 뿐이었다.
“바그더! 갑각이 있으니 괜찮다! 버티다 보면 분명히 데미안 학센이 먼저 지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그더의 갑각이 그물처럼 갈라졌다. 그 밑에 있던 살점이 잘려 나가며 보라색 피가 터져 나왔다.
-끼에에엑!
처음으로 바그더가 비명을 질렀다. 위압적인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울음소리였다.
“진정해라! 이깟 상처로는 죽지 않는다! 진정하고 데미안 학센을 찾아라!”
가롯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바그더는 어쩔 줄 몰라하며 양팔을 마구 휘젓기만 했다.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 듯 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내 작품이면서 이딴 추태를 보이지 말란 말이다!”
가롯이 분노를 토해 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그더의 몸에는 계속 상처가 새겨졌다. 갑각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젠장…… 결국 내가 개입하게 만들다니!”
가롯이 흑마법을 발현했다. 바그더에게 광폭화의 저주를 걸었다.
-키에에엑!
바그더의 눈동자가 광기로 물들었다. 이성이 사라졌지만 덕분에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바그더! 그깟 상처는 무시해라! 어차피 데미안 학센의 참격은 얕다!”
데미안 학센의 오러가 갑각을 가른 것은 사실이지만 상처가 깊지 않았다. 무시해도 아무 문제없을 정도였다.
“데미안 학센을 쫓을 수 없다면 난동을 피워라! 거기에 휘말려서 데미안 학센을 죽게 만들어!”
바그더가 주먹을 쥐고 날뛰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땅을 내려쳤다. 숲을 박살 내 버렸다. 부러진 나무와 바위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바그더의 몸을 뒤덮고 있던 참격이 뚝 멎었다. 바그더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데미안 학센이 나타났다.
“그래, 다치기 싫으면 물러나야지.”
가롯이 데미안 학센을 바라보며 조소를 지었다. 바그더에게 반격을 지시하려던 찰나였다.
데미안 학센이 하늘 높이 검을 추켜올렸다. 마치 무언가를 쪼갤 듯한 자세였다.
“삼환(三環).”
데미안 학센에게서 들려오는 진동음이 더욱 커졌다 이제는 귀가 아플 정도였다.
데미안 학센이 손에 쥐고 있는 검에서 오러가 폭발적으로 방출되었다.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오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곧이어 검신을 중심으로 오러가 압축이 되기 시작했다.
본래 오러는 아지랑이에 비유된다. 형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 학센이 검신에 모여든 오러는 명확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마치 곧게 뻗은 칼날처럼 보였다.
“저게 대체 뭐야…….”
그것을 본 가롯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오러블레이드……?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오러블레이드는 아니야. 하지만…….”
가롯의 얼굴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거의 완성이 되어 있잖아……!”
데미안 학센이 칼을 내리쳤다. 검신에 압축되어 있던 오러가 예리한 참격이 되어 뻗어 나갔다.
땅과 구름이 동시에 갈라졌다. 그 사이에 있던 바그더의 몸도 예외가 아니었다.
처음에 바그더는 멀쩡했다. 하지만 잠시 후, 머리부터 다리 사이까지 일직선으로 선이 그어졌다.
선을 뚫고 보라색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와 온 세상을 물들였다.
바그더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상반신이 천천히 미끄러지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 * *
“후우…….”
데미안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합환무극공.
과연 강력한 마나연공법이었다. 가동하는 고리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마력의 출력이 배로 강해졌다.
마력이 증폭되는 만큼 속도와 오러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강력했지만 그만큼 체력 소모도 컸다.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럴 수는 없어!”
그때, 가롯이 큰소리로 외쳤다. 가롯은 바그더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절규했다.
“내가 널 어떻게 만들었는데! 마스터도 아니고 겨우 하이클래스 따위한테 진단 말이야!”
가롯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주군, 놈을 잡아오겠습니다.
도미니코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데미안은 손을 들어서 그를 말렸다.
“지금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
-……예?
가롯이 데미안을 노려봤다. 두 눈동자에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감히 내 바그더를…… 내 비원을 이렇게 짓밟아? 거기 꼼짝 말고 기다려라…… 지금 당장 죽여 주마……!”
가롯이 바그더의 몸에 손을 올려놓았다.
손의 살점이 뭉개지더니 바그더에게 달라붙었다. 가롯의 몸이 바그더에게 흡수되었다.
-아니?
도미니코가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바그더의 이마에 가롯의 얼굴이 나타났다. 곧이어 반으로 절단되었던 상반신과 하반신에서 촉수가 돋아낫다.
촉수가 서로 얽히더니 반으로 나뉘었던 몸이 다시 붙었다. 바그더가 굽혔던 무릎을 폈다.
-결국 내가 이 흑마법까지 사용하게 만들다니!
바그더의 이마에 돋아난 가롯이 큰소리로 외쳤다.
가롯은 자신의 몸을 재료로 사용해서 바그더를 되살린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번 융합하면 두 번 다시 분리될 수 없었다.
그래서 저 흑마법은 괴종학파의 종점이자 몰락이라고 불렸다.
-데미안 학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가롯이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는 영혼들을 자극했다. 영혼들이 절규를 내뱉으며 흑마력을 생산해 냈다.
막대한 양의 흑마력이 바그더의 몸에 주입되었고 그의 덩치가 더욱 커졌다.
“이거 곤란하군. 더 이상 싸우기 힘든데.”
합환무극공을 사용한 탓에 지금 데미안의 체력은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러니 네가 한번 해 보겠느냐?”
데미안이 펜리르를 쳐다보며 물었다. 펜리르는 고개를 들어서 데미안을 쳐다봤다.
-크르르륵!
펜리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가롯과 바그더에게 그렇게 심하게 당했음에도 펜리르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반드시 네 손으로 복수를 완성하고 싶다는 거냐? 훌륭하구나.”
데미안이 엄지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그 피를 펜리르의 입속으로 떨어트렸다.
“너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마.”
피를 매개체로 데미안과 펜리르 사이에 계약이 성립되었다.
데미안과 펜리르의 정신이 서로 이어졌다. 그 순간, 펜리르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머릿속이 데미안이 전하는 지식들로 가득 찼다. 그 속에서 펜리르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아냈다.
펜리르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펜리르의 그림자가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다.”
데미안이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너의 본질은 그 썩어 가는 몸뚱아리에 있지 않다.”
저건 펜리르가 임시로 구성한 육체에 불과했다. 펜리르의 진짜 육체는 따로 있었다.
그림자가 솟아났다. 이윽고 늑대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어둠을 뜯어내서 빚어 낸 것처럼 시커먼 늑대였다. 늑대가 고개를 들고 울음소리를 냈다.
하울링(Howling)이 길게 이어졌다.
늑대의 발밑에서 어둠이 번져 나갔다.
짙은 어둠이 지면을 모두 뒤덮었다. 어둠은 폭풍우가 치는 바다처럼 마구 흔들렸다.
-……이건 뭐냐.
가롯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리 저 녀석이 대단해다 해도…… 이 능력은…… 이건 대체……!
전생에 펜리르는 멸망의 야수라 불렸다.
펜리르 특유의 흉폭함과 집요함. 그리고 이 특수한 능력 때문이었다.
‘어둠 동화’
이 능력 하나로 펜리르는 제국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네 복수를 마무리 지어라.”
데미안이 펜리르를 향해 말했다.
바그더와 융합한 가롯의 발밑에서 어둠이 요동쳤다.
어둠이 형체를 이루었다. 거대한 늑대가 아래에서부터 튀어나오며 가롯을 집어삼켰다.
가롯은 황급히 양손으로 뻗어서 턱을 붙잡았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가롯의 양팔은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마, 말도 안……!
기둥처럼 굵직한 이빨들이 가롯을 으스러트렸다. 그의 입에서 단말마와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