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8화(168/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8화
168화 재회 (1)
굵은 이빨들이 갑각을 사정없이 부셨다.
그 뒤에 있는 여린 속살과 내장들이 모조리 갑각에 으스러졌다.
‘끄, 끄으윽…… 끄으어어억!’
바그더를 마스터 대적용 키메라로 만들기 위해서 발달시켰던 감각들이 지금은 도리어 악재가 되어 돌아왔다.
감각이 날카로운 만큼 고통도 컸다. 몇 배로 증폭된 고통이 고스란히 가롯에게 전해졌다.
‘빠, 빨리…… 빨리 끝내 줘……!’
가롯이 간곡하게 바란 순간, 이빨들이 코어를 박살 냈다.
‘사, 살았다…….’
그 순간, 바그더의 모든 기능이 정지했다. 가롯도 비로소 안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어?”
……맞이한 줄 알았다.
“여기는 어디지?”
정신을 차렸을 때, 가롯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둠뿐이었다. 심지어 발밑에도 그랬다. 땅이 아니라 어둠을 딛고 서 있었다.
‘나는 죽은 게 아니었나?’
가롯이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다. 어둠이 꿈틀거리더니 늑대가 튀어나왔다.
늑대는 순식간에 다가와 가롯의 팔을 물어뜯고 사라졌다. 가롯은 짧아진 팔뚝을 움켜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끄, 끄아아악!”
뜯겨 나간 부위에서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혼을 쏙 빼놓는 고통에 가롯은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늑대가 나타나서 가롯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무릎 아래가 뜯겨 나갔다. 가롯은 피를 흘리며 땅바닥으로 넘어졌다.
“으, 으허억…… 허어억…… 허억……!”
가롯의 눈앞에 대여섯 마리의 늑대가 나타났다. 그는 하나만 남은 팔을 흔들며 말했다.
“자, 잠깐…….”
늑대들이 일제히 가롯에게 달려들어 남은 팔다리를 뜯어먹었다. 뱃가죽을 찢고 내장을 긁어냈다. 척추를 부수고 골수를 핥았다.
“아악! 끄아아악!”
끔찍한 고통 속에서 가롯은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늑대들은 멈추지 않았다.
“흐, 흐하하악! 흐하하핫!”
결국 가롯은 머리통만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죽지 않았다. 정신이 나간 채 미친 사람처럼 웃기만 할 뿐이었다.
늑대가 입을 벌려 가롯의 머리를 집어 삼켰다. 늑대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동안 가롯은 안도했다.
‘드, 드디어 끝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가롯이 맞이한 것은 멀쩡해진 자신의 모습이었다.
“……어?”
가롯이 놀란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 봤다.
뜯겨 나갔던 팔다리가 멀쩡하게 돋아나 있었고, 찢겨 나갔던 배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부러졌던 척추가 원래대로 우뚝 서 있었다.
-크르륵.
-크르르.
다시 늑대들이 가롯을 둘러쌌다. 가롯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으아아악!”
또 다시 늑대들이 가롯을 둘러싸고 전신을 뜯어 먹었다. 가롯은 정신이 나갈 듯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했다.
늑대들이 그를 모두 잡아먹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
가롯의 몸은 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늑대들도 가롯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제야 가롯은 깨달았다.
이곳은 영적인 공간이며, 자신은 영혼인 상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계속 전신이 뜯어 먹혀도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흑마법사인 가롯의 영혼은 쉽게 소멸하지 않으니.
“그, 그만…….”
가롯이 늑대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해! 날…… 날 그만 놓아달란 말이야!”
가롯의 절규가 길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늑대들의 식사소리에 금방 지워졌다.
* * *
‘지금쯤 펜리르의 위장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겠군.’
가롯과 바그더의 시체를 바라보며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펜리르에게 먹힌 인간은 곱게 죽지 못했다.
위장에 담긴 채 영원히 고통을 받으며 흑마력을 생산하는 신세가 되었다. 영혼이 소멸 될 때까지 말이다.
가롯 같은 대흑마법사의 영혼은 쉽게 소멸되지 않는 만큼 펜리르의 위장 속에서 오랫동안 고통받게 되리라.
‘쓰레기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로군.’
그리 생각하며 데미안은 펜리르에게 다가갔다.
-끄응…… 끄으응…….
이제 어둠으로 육체를 갈아탄 펜리르는 가롯의 시체를 맴돌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가롯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는 듯했다.
“왜 그러는 거냐?”
-쭈인님…… 쭈인님이 보고 시퍼…….
계약을 했기에 데미안은 펜리르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이 나쁜 놈이 쭈인님을 죽였어! 주인님이 사라졌어!
그렇다고 펜리르의 생각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데미안은 한참 동안 펜리르의 말에 집중하고 나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놈이 너의 주인을 죽이고 영혼을 괴롭히다 소멸시켰다는 뜻이구나.”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소멸된 영혼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하지만 펜리르의 아쉬움을 달래 줄 방법은 있었다.
데미안은 가롯이 죽으면서 방출된 흑마력을 모두 모았다.
그중 일부는 자신의 팔찌에 저장시키고, 나머지는 흑마법을 발현시키는데 사용했다.
데미안이 펼쳐 놓은 마법진 위로 먼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펜리르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쭈인님! 쭈인님의 냄새가 나!
잿가루는 이윽고 작은 소년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형상일 뿐이었다. 이목구비도 없고, 손가락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펜리르는 행복한 얼굴로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어댔다.
-쭈인님! 쭈인님!
펜리르가 소년의 주위를 마구 뛰어다녔다. 그 앞에 배를 깔고 누웠다.
하지만 소년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쭈인님……?
펜리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인의 얼굴을 핥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주인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먼지들이 흩어졌다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펜리르는 꼬리를 늘어트린 채 데미안을 바라봤다. 데미안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다. 남아 있는 사념이 얼마 되지 않아서 이것밖에 구현해 내지 못했다.”
소년은 죽는 순간까지 제대로 된 사념을 남기지 못했다. 그만큼 가롯에게 심하게 착취를 당했다는 뜻이었다.
-쭈인님…….
펜리르가 힘없이 소년을 바라봤다. 그때, 소년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형체가 없는 손에 펜리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펜리르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쭈인님! 쭈인님!
그 모습을 본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이 모을 수 있었던 사념은 지극히 미약했다. 그 미약했던 사념이 움직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념이란 죽기 직전에 품었던 감정과 기억의 잔재였다. 아마 저 아이도 죽기 직전까지 펜리르를 강하게 떠올렸으리라.
소년의 사념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펜리르는 잊지 않으려는 듯,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소년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데미안이 펜리르에게 물었다.
“너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한번 언데드가 된 영혼은 두 번 다시 윤회하지 못한다.
펜리르에게 남은 길은 영원히 이대로 남던가, 아니면 소멸하여 안식을 취하는 것뿐이다.
“원한다면 쉬게 해 줄 수 있다. 대신 네 영혼은 소멸…….”
-쭈인님!
“아쉽지만 네 주인은 사라졌다.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새 쭈인님! 새 쭈인님!
펜리르가 데미안을 바라보며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데미안은 당황한 얼굴로 펜리르를 쳐다봤다.
“……내가 새 주인이라고?”
펜리르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펜리르를 쳐다봤다.
“나랑 같이 가면 계속 싸우게 될 거다.”
-……싸워? 누구랑?
데미안이 가롯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처럼 강하고 위험한 놈들과 계속 싸우게 될 거다.”
그 순간, 펜리르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둥글둥글했던 몸에 털이 곤두섰다.
-좋아.
펜리르가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을 죽였던 놈들을 또 죽일 수 있다면…… 난 좋아. 따라갈래. 새로운 주인을 따라갈래.
계약을 했기에 알 수 있었다.
펜리르가 언데드로서 스스로를 완성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그건 바로 흑마법사에 대한 복수였다.
“……너도 힘든 길을 선택하기로 한 거냐.”
데미안으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멸망의 야수라 불린 만큼 펜리르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했다.
지금도 완성된 모습이 아니었다. 펜리르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럼 네 이름을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데미안이 아는 바에 의하면 펜리르라는 이름은 흑마법사들이 지은 이름이었다. 그런 재수 없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름? 이름 지어 줄 거야?
펜리르가 다시 털을 가라앉히고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대감에 한껏 벅찬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이터널 데스니티 브레이커는 어떠냐.”
-…….
하지만 데미안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을 때, 곧바로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 안 드냐? 하긴, 위압감이 조금 부족하군. 앱솔루트 파워 슬레이어 정도면 괜찮겠군.”
이번에도 펜리르는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앞발로 땅을 팡팡 때리기까지 했다. 전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뭉치!
펜리르가 힘차게 말했다. 그 이름을 들은 데미안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 이름보다는 이터널 데스니티 브레이커가 낫지 않느냐?”
-뭉치! 뭉치! 뭉치!
펜리르가 더욱 강하게 외쳤다. 결국 데미안은 펜리르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다른 이름이 더 나은 거 같은데…… 알겠다. 뭉치라고 부르마.”
-새 쭈인님! 좋아!
뭉치가 데미안에게 얼굴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쭈인님! 새 쭈인님!
데미안은 귀찮다는 얼굴로 뭉치를 쳐다봤다. 그런 데미안에게 도미니코가 다가와서 말했다.
-주군, 축하드립니다. 강한 전력을 얻으셨군요.
“뭐, 강하긴 강하지.”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개였지만 뭉치는 무시무시한 언데드였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뭉치는 미야를 발견했다. 미야도 뭉치를 발견했다.
“캥?”
-낑?
미야와 뭉치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렸다.
“캥! 캥캥!”
-끄응…….
미야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뭉치가 꼬리를 말았다.
“캥! 캐앵!”
그러다 미야가 가슴을 두드리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도미니코에게 물었다.
“쟤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저도 잘…… 서열 정리를 하는 거 아닐까요?
“비슷한 처지끼리 잘 돌봐 주지는 못할망정.”
데미안이 쯧쯧 혀를 찰 때였다. 가롯이 펼쳐 놓았던 장막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데미안이 언데드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곤란했다.
데미안은 아공간 속에서 여행용 상자를 꺼며 말했다.
“다들 들어와라.”
“캥?”
-끄응?
미야와 뭉치가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야는 밖에 더 있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뭉치는 데미안과 더 놀고 싶은 눈치였다.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라.”
데미안은 둘을 붙잡아서 억지로 집어넣었다. 미야와 뭉치는 버둥거렸지만 별 소용없었다.
둘과 달리 스켈레톤과 도미니코는 순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 도미니코.”
도미니코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데미안이 그를 붙잡았다.
-예, 하명하십시오.
“보니까 미야를 잘 훈련시켰더구나. 아주 잘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러니까 강도를 두 배로 높여라.”
-……예?
도미니코는 처음에 자신이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데미안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전혀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충직한 기사답게 도미니코는 데미안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데미안이 허공을 응시했다. 도미니코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주군,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데미안이 한쪽 입술을 비틀며 덧붙였다.
“쥐새끼가 한 마리 더 있었구나 싶어서.”
* * *
“……가롯이 죽었다고?”
멀찍이서 장막을 관찰하던 카르닥은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가롯이 구경꾼이 될 생각이 없다며 카르닥을 장막 밖에 둔 탓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저 녀석한테는 바그더가 있었을 텐데……?”
가롯은 몬스터와 언데드에게만 관심이 있는 변태였지만 실력은 확실했다.
특히 그 녀석이 만들어 낸 바그더는 하이클래스를 내려다볼 정도로 엄청난 키메라였다.
“데미안 학센…… 대체 정체가 뭐지?”
당혹감을 느끼는 한편, 카르닥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이라면 정말로 그분께서 만족하실지도 모르겠어.”
가장 위대한 스승.
모든 흑마법의 원류.
아크리치.
그분께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혼을 찾고 있었다.
루비아가 말한 대로 저 인간을 데려가면 그분께서는 엄청난 보상을 내리실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납치하고 싶었다. 하지만 카르닥은 생포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약한 독을 사용해도 데미안 학센은 독물이 되어서 사라지고 말 테니까.
“일단 루비아에게 가 봐야겠군.”
카르닥의 몸이 다시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큰 충격을 받은 탓에 카르닥은 눈치 채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이 자신이 있던 자리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