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6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9화(169/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69화
169화 재회 (2)
장막이 반쯤 무너졌을 때였다. 누군가 장막을 훌쩍 뛰어넘어서 안으로 들어왔다.
“데미안……!”
바로 아테나였다. 그녀는 데미안의 이름을 다급하게 외치며 달려왔다.
하이클래스를 두 명이나 상대했음에도 아테나는 상처는커녕 옷에 흙조차 묻지 않았다.
데미안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그 정도 하이클래스들은 아테나에게 성가신 정도에 불과했을 테니 말이다.
가까이 다가온 아테나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장막 때문에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어.”
대흑마법사답게 가롯이 펼친 검은 장막은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도 장막을 잘라 낼 때, 오러를 최대한 집중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아테나로서는 장막 안으로 들어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다 끝났으니까.”
데미안이 뭉치의 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뭉치는 본래의 육체를 버리고 어둠으로 새로운 몸을 만들었다.
덕분에 데미안은 뭉치의 전(前) 육체를 토벌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다.
뭉치의 사체를 본 아테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아테나는 크게 감탄했다.
“역시 대단해! 데미안이라면 문제없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잠깐, 저게 뭐야?”
그때, 아테나가 가롯의 시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가롯은 바그더와 융합을 한데다 펜리르에게 전신이 씹힌 탓에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 아니, 뭔가 이상한데…… 이마에 사람의 얼굴까지 붙어 있잖아?”
“이 언데드를 노리고 있던 흑마법사다. 장막도 저 녀석이 펼쳤지.”
“……흑마법사라고? 이게?”
“자기가 만든 키메라랑 융합했다. 그래서 저 모양이 되었지.”
그 말에 아테나가 경악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잠깐만 그러면 키메라랑 융합한 흑마법사하고 언데드랑 동시에 싸웠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 둘이 싸우고 있길래 뒤를 노렸지.”
데미안은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흑마법사가 연관이 되었으니 교단에서 조사관을 파견할 것이다. 그럼 가롯이 대흑마법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될 터.
하이클래스로 알려진 데미안이 대흑마법사를 혼자서 처단한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그래서 뭉치와 가롯이 싸우던 것을 데미안이 마무리 지었다는 식으로 꾸며 낼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저만한 키메라를 만들어 낸 흑마법사랑…… 하이클래스와 맞먹는 언데드를…… 둘 다 죽이고 살아남은 건 사실이네?”
아테나의 얼굴이 확 붉혀졌다. 데미안의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 십만 점…….”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군. 그게 무슨 점수인데?”
“내,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해!”
아테나가 짧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돌렸다.
데미안은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한 얼굴로 아테나를 쳐다봤다.
* * *
그 이후로 두 사람은 그레이프 왕국에서 서신을 보내서 언데드 토벌 사실을 알렸다.
서신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왕국의 관료들이 도착했다.
“이렇게 거대할 수가…….”
관료들은 뭉치의 사체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뭉치의 사체보다 이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가롯의 시체였다.
마력을 전혀 익히지 않은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가롯의 사체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런 엄청난 키메라를 만들 수 있는 흑마법사가 있었다니…….”
“광범위한 흑마법을 발현했다지요. 보통 흑마법사가 아닙니다.”
“역병도 이 흑마법사가 퍼트렸을 가능성이 높군요.”
가롯의 시체를 보며 관료들은 이리저리 수군거렸다.
그러다 대표로 보이는 관료가 데미안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 분 덕분에 왕국의 후환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그리 말하며 관료가 손짓했다. 병사 몇 명이 금속으로 된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약속드렸던 화정석태입니다!”
데미안은 관료가 내민 상자를 받았다. 데미안은 상자를 살짝 열어 봤다.
그 순간, 주변의 기온이 확 치솟아 올랐다. 한여름날의 때양볕 아래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상자 안에는 붉은 이끼가 아주 조금 담겨 있었다. 이끼는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것처럼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데미안이 다시 상자를 닫자 기온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화정석태가 맞군요.”
“암요. 파프니르 용병대와 한 약속인데 그 누가 어기겠습니까.”
관료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도 관료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데미안은 화정석태를 아공간에 넣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아테나가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아테나 호퍼라고 합니다.”
아테나의 소개에 관료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호퍼? 호퍼라면 용병왕의 성씨가 아닙니까?”
“설마…… 성혈이신 겁니까?”
아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료들은 크게 놀라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용병왕께서 설마 성혈을 보내셨을 줄이야……,”
“이번 의뢰를 각별히 신경 써 주셨군요.”
“감사의 인사를 따로 드려야겠습니다.”
수근거리는 관료들을 향해 아테나가 말했다.
“그럼 이제 추가 정산을 시작해볼까요?”
“예? 추가 정산이라뇨?”
관료들은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아테나를 바라봤다.
“계약대로 화정석태를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건 늑대 언데드를 토벌했을 때의 몫이잖아요?”
아테나가 가롯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흑마법사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거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통 흑마법사가 아니에요. 하마터면 저희들의 목숨이 위험할 뻔했죠.”
아테나가 말을 이어 나갔다.
“계약서에 없었던 위험한 적을 추가로 해결해 드렸으니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아테나의 말에 관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대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계약서대로…….”
“아, 그리고 여기 왕국의 하이클래스들이 우리를 방해한 건 아시죠?”
그 말에 관료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곳에 오는 동안 보고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 그건…… 오피스 경과 발렛 경께서 멋대로…….”
“그런 말로 넘어가시면 안 되죠. 저희는 그 두 사람 때문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한 왕국의 잘못이잖아요?”
아테나의 반박에 관료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럼 찬찬히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아테나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관료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그 뒤로 아테나는 관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관료들을 구워삶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군.’
옆에서 아테나를 지켜보며 데미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왕의 자식답게 아테나는 이런 쪽으로 굉장히 노련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나중에 파프니르 용병대에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자세한 정산은 그때 하도록 하죠.”
관료들에게 확답을 받아 내자마자 데미안과 아테나는 그레이프 왕국을 떠났다.
조만간 교단에서 조사단이 들이닥칠 텐데 그들한테 붙잡히면 시간을 허비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지금쯤 피치 왕국에 계실 거야.”
원래 파프니르 용병대는 대륙을 돌아다니며 의뢰를 해결했다.
두 사람이 떠나 있는 동안 용병왕은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서 피치 왕국으로 향한 뒤였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보상을 얻었으니 굳이 파프니르 용병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모처럼 용병왕이라는 인맥을 만들었는데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가롯을 쓰러트리고 약속받은 추가 보수를 받아야 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아테나와 함께 피치 왕국으로 향했다.
피치 왕국으로 이동하는 동안 데미안은 몇 가지 고민에 빠졌다.
‘이제 화정석태가 내 손에 들어왔다.’
데미안이 마스터 클래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근간이 되어 줄 마나연공법과 부족한 마력을 채워줄 마력.
합환무극공과 미타성수, 화정석태가 수중에 들어왔으니 준비물은 갖춰진 셈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섭취할 수는 없지.’
미타성수와 화정석태 모두 엄청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두 개를 같이 섭취하면 중화가 된다지만 그래도 육체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섭취해야 두 영약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느꼈던 흑마력도 신경 쓰이는군.’
가롯을 쓰러트린 직후, 데미안은 현장을 떠나는 흑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전생에 몇 번 느껴 본 적이 있는 흑마력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어렵지 않게 대상을 특정할 수 있었다.
‘설마 카르닥이 있었을 줄이야.’
만독학파를 책임질 인재라 불렸으나 루비아에게 푹 빠져서 인생을 낭비한 남자.
전생에서도 카르닥은 언제나 루비아의 옆에 붙어 있었다.
‘가롯이 퍼트린 역병도 그 녀석이 만들었겠지.’
카르닥의 실력은 멸망전쟁 당시에도 굉장히 악명이 높았다.
카르닥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극독은 마스터 클래스라 해도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겠지.’
아직은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험한 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대흑마법사가 두 명이라…….’
카르닥은 말할 것도 없고, 루비아 역시 위험한 존재였다.
데미안이 이름을 기억할 정도라면 멸망전쟁까지 살아남아서 수많은 해악을 끼쳤다는 뜻이니 말이다.
‘별거 아니로군.’
하지만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마스터클래스라면 모를까, 흑마법사 따위로는 데미안을 어쩔 수 없었다. 설사 대흑마법사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흑마법사로서의 기량만 따져도 데미안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게다가 데미안에게는 일곱 개의 권능이 있었으니까.
첫 번째인 탐식의 권능만 사용해도 어지간한 흑마법은 모두 분해할 수 있었다.
다만, 독은 탐식의 권능으로 분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원래 독이란 모르고 있을 때나 치명적인 법이었지.’
미리 대비하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게 바로 독이었다. 카르닥의 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는 사람만 없으면 해 볼 만하겠어.’
데미안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일주일을 넘게 꼬박 이동한 끝에 데미안과 아테나는 파프니르 용병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찾았다!”
아테나가 초원에 펼쳐져 있는 파프니르 용병대의 진지를 가리키며 기뻐했다.
“아빠는 왜 이렇게 멀리 오셨담.”
투덜거리면서도 아테나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아버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두 사람은 파프니르 용병대의 진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용병들은 물론이고 사용인들까지 모두 혼란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데미안도, 아테나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아테나가 지나가는 용병을 붙잡고 물었다.
“이봐요.”
“바빠 죽겠는데 누구…… 헛, 아테나 아가씨?”
“다들 왜 이러는 거예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
아테나의 물음에 용병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용병왕께서 쓰러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