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화
17화. 경고 (3)
“네놈이 데미안 학센이냐?”
게릭이 데미안을 향해 물었다. 말투는 차분했으나 두 눈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데미안은 게릭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야, 빅터.”
바닥에 쓰러져 있던 빅터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괜찮냐?”
데미안의 물음에 빅터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그 행동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하여간 웃긴 녀석이었다.
“너희 셋, 평소에 운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 않냐?”
뜬금없는 질문에 기사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빅터의 몸이 다른 사람들보다 튼튼하지 않았더라면 폭행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었을 거다. 그랬다면 나도 너희 세 명을 패죽여 버렸겠지만…….”
데미안이 기사들을 직시하며 말했다.
“다행히 빅터가 살아 있으니 나도 너희들을 죽이지는 않겠다.”
그 말에 라벤더와 올피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게릭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후작가의 명성을 더럽혔나 했더니…… 그냥 미친놈이었군.”
게릭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라벤더와 올피스에게 명령했다.
“다리뼈를 으스러트린 다음에 내 앞으로 끌고 와라. 그럼 저놈도 정신을 좀 차리겠지.”
“알겠습니다.”
“치졸한 수법을 썼다고 하지만 이공자님을 쓰러트린 놈이니 만큼 방심하지 마라.”
게릭의 조언에도 두 기사는 데미안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둘을 보며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패력축기공으로 쌓은 마력을 제대로 사용해 보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놓고 허점을 내주고 있는 상대들이 나타났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저놈이 뭐라고 지껄인 거지?”
“무서워서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두 기사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데미안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데미안이 얻은 마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준기사의 마력이 100이라면 데미안 학센이 쌓은 마력은 3에 불과했다.
패력축기공이 마력을 쌓는 속도가 빠르다 해도 겨우 3~4시간 운용한 것만으로는 이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같은 도구라 해도 사용자에 따라서 쓰임새와 위력이 달라지는 법이다.
“눈빛 봐라? 우리랑 진짜 해 볼 생각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주제 파악을 좀 시켜 줘야겠어.”
데미안 학센은 청염 브리건딘을 떠올렸다.
브리건딘은 주먹 하나로 교단의 오대성인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만큼 권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데미안은 브리건딘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그의 기술과 경지를 모두 습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브리건딘의 경지를 쓸 필요도 없었다.
기술을 구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
“응?”
데미안이 움직였다.
발로 땅을 밀어내는 것과 동시에 마력을 방출했다.
대략 3미터 정도 되는 거리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두 명은 데미안의 속도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데미안이 코앞에 오고 나서야 뭔가가 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 새끼가!”
얼마나 당황했던지 라벤더는 칼 대신 주먹을 뻗었다.
데미안은 손등으로 가볍게 주먹을 쳐 냈다.
동시에 흉갑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순간, 마력이 혈도를 내달렸다. 폭발적인 힘이 전신으로 퍼졌다.
내지른 주먹에 가속도가 붙으며 흉갑의 정중앙에 틀어박혔다.
흉갑이 박살 나며 라벤더의 갈비뼈까지 으스러졌다.
라벤더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라, 라벤더!”
올피스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전에 데미안이 올피스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이 자식이!”
올피스가 잡힌 손목을 떨쳐 내려 했다.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손목을 꺾으며 발목을 걷어찼다.
올피스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올피스는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기현상을 체험했다.
“……어?”
상황 파악이 안 돼서 당황하고 있던 찰나,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
뇌가 뒤흔들리고, 목뼈가 삐걱대는 고통에 올피스는 비명을 토해 냈다.
“커…… 컥!”
데미안이 올피스의 얼굴을 힘껏 짓밟았다.
마력으로 인해서 강화된 각력은 턱뼈를 가볍게 부수었다.
“…….”
게릭은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
이번 임무의 책임자로서 게릭은 라벤더와 올피스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나설 수 없었다. 정확히는 나설 틈이 없었다. 두 명이 각각 일격에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준기사만 되어도 이미 전쟁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전력으로 인정받는다.
그런 준기사를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을 이렇게 빨리 쓰러트린다고?
“어윈 공자님께서는 비겁한 수법으로 패배하신 게 아니셨군……!”
어윈 라이언블룸이 졌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게릭은 크게 분노했다.
보나마나 학센 자작가에서 치사한 방법을 사용했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알겠다. 어윈 라이언블룸은 치졸한 수법에 당한 게 아니다.
순전히 데미안이 더 강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너 같은 망나니가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그깟 애송이보다 강한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어윈 라이언블룸에게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세상은 넓은 법이다. 그만한 재능은 생각보다 흔했다.
“……알겠다.”
그런데 갑자기 게릭의 표정이 달라졌다.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넌…… 데미안 학센이 아니구나.”
이번에는 데미안이 황당해할 차례였다.
“뭔 개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라! 이 모든 것이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번영을 두려워하는 들개무리가 파놓은 함정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를 줄 아느냐!”
게릭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네놈은 ‘진짜’ 데미안 학센이 아니야! 어윈 공자님을 쓰러트려서 라이언블룸의 명성을 더럽히기 위해 데려다 놓은 대역이 분명해!”
게릭의 얼굴에 점차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이 비루하고 하찮은 것들이 감히 라이언블룸 후작가를 노려? 내가 그 꼴을 가만히 지켜볼 줄 아느냐!”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할 말을 잃어버린다고 했던가.
지금 데미안이 딱 그 짝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렇다고 굳이 오해를 풀 생각은 없었다.
오해를 하든 말든 게릭을 손봐 줘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이놈! 이 게릭 하우드가 있는 이상 어림도 없다! 네놈들의 추악한 계략을 이 자리에서 막아 주마!”
게릭 하워드가 등 뒤에 매고 있던 대검을 움켜잡았다.
성인 남성에 맞먹는 크기로 유명한 양손검 츠바이핸더였다.
안 그래도 거구인 게릭이 츠바이핸더 같은 검을 들어 올리자 엄청난 위압감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네놈을 처단하고 온 세상에 알리겠다! 라이언블룸 후작가가 얼마나 굳건한지 말이다!”
“그러시던가.”
“네놈을 처단한 다음에는 학센 자작가에게 죄를 묻겠다! 이 일에 가담한 대가로 영지를 모조리 불태워 주마!”
그 말에 데미안의 몸이 덜컥 굳었다. 귀찮다는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섬뜩한 눈동자로 게릭을 쏘아봤다.
“가족을…… 뭐?”
데미안에게 가족은 역린과도 같았다. 평생 참회하고, 지켜야 할 보물이었다.
“넌 뒤졌다.”
데미안이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 * *
먼저 달려든 것은 게릭이었다.
선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라이언블룸 후작가에게 영광을!”
후작가를 모독한 적을 한시라도 빨리 응징하고 싶다는 분노의 발로였다.
게릭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수십 마리의 들소가 한꺼번에 달려오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과연 정식기사답군.’
데미안은 그런 게릭을 살피며 생각했다.
정식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오러의 숙련도를 높이는 정도로는 안 된다.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의 극의를 깨달아야 했다.
‘극의를 깨달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준기사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지.’
정식기사는 준기사에 비해서 신체능력은 물론이고 마력에 대한 이해도 우월했다.
‘만류통찰로는 안 되겠어.’
검성의 경지인 ‘만류통찰(萬流通察)’은 어떤 공격이든 흐름이 보이는 경지다.
공격의 흐름이 보이기 때문에 궤도를 비틀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궤도를 비틀 때, 사용자의 부담도 커진다.
지금 데미안의 마력량으로는 정식기사의 공격을 한 번 흘려보내기도 힘들었다.
‘딴 거 쓰면 되지.’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만류귀종이 대단히 훌륭한 것은 맞지만 데미안이 습득한 경지는 그 외에도 많았다.
“단칼에 죽여 주마!”
게릭이 대검을 내리쳤다. 벼락과도 같은 일격이 데미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실력을 증명하듯 칼날에는 선명한 오러가 맺혀 있었다.
데미안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아드는 참격을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게릭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게릭과 달리 데미안의 오러는 무척 희미했다.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도 적고, 경지도 형편없다는 뜻이었다.
“어리석은 놈! 감히 내게 정면으로 맞서려고 하다니!”
저런 저열한 오러 따위는 단숨에 쳐부술 수 있다. 게릭은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두 칼날이 서로 부딪혔다. 그 직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서로의 칼날이 튕겨져 나갔다.
“……음?”
게릭의 얼굴에 조소가 사라졌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 때문이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오러의 수준이 높구나!”
게릭은 연달아 츠바이핸더를 휘둘렀다. 그 커다란 대검을 마치 나뭇가지처럼 가볍게 다뤘다.
데미안은 곧바로 응수했다. 게릭의 공격을 모조리 쳐냈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게릭의 판단에 의하면 데미안 학센이 버티는 것도 지금뿐이었다.
무기의 질, 체력 차이, 마력의 강도, 오러의 수준.
모든 면을 고려했을 때, 데미안의 장검은 이제 곧 부러질 게 뻔했다.
“으음?”
하지만 게릭의 판단과 달리 데미안의 장검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멀쩡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게릭과 정면에서 맞붙고 있음에도 데미안은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몇 번 부딪혀 보니 수준 파악이 되는군.”
심지어 이 상황에서 데미안은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로우클래스치고는 꽤 수준이 높지만 경계할 정도는 아니야.”
그 말에 게릭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수라고 생각했던 적에게 무시를 받고 있으니 견디기 힘든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너 따위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기사인 날 얕잡아봐?”
게릭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더 많은 양의 마력이 근육에 공급되었다.
“날 도발하려는 의도였다면 아주 훌륭했다!”
게릭의 공격이 더욱 빨라졌다.
이제는 검을 휘두르는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참격이 너무 빨라서 마치 폭풍처럼 보였다.
그 속에서 데미안이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나야말로 로우 클래스 따위한테 계속 하수 취급받으니까 기분이 좀 나쁜데.”
데미안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다음 순간, 무언가가 게릭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화끈한 감각이 볼 전체로 퍼졌다.
무언가가 흘러내리더니 입가에 닿았다.
찝찔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이게 무슨?”
당황한 게릭이 뒤로 물러났다.
거리를 벌린 채 자신의 볼을 매만졌다.
선명한 검상이 매만져졌다.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
게릭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수준 차이가 좀 느껴지나?”
데미안이 장검을 어깨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게릭은 데미안의 장검을 응시했다. 칼날에 피가 묻어 있었다.
“지금부터 자세 똑바로 잡아라. 안 그러면 바로 뒤진다.”
별안간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당황한 게릭이 주변을 살피려던 찰나, 코앞에 데미안이 나타났다.
“자세 잡으라고 했지.”
데미안이 장검을 내리쳤다.
게릭은 반사적으로 츠바이핸드를 세워서 칼날을 막았다.
그 순간, 묵직한 충격이 대검을 통해서 전해졌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크윽?”
놀랄 틈 따위는 없었다.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게릭은 황급히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과 장검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검이 튕겨져 나갔다. 게릭의 몸도 뒤로 밀려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사용하는 무기도, 체격 차이도 이쪽이 훨씬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그 외침에 데미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실력 차이.”
마력은 정밀하게 운용할수록 효율이 증가한다.
마력량만 따지면 게릭이 데미안보다 훨씬 우월하다.
하지만 마력의 운용능력은 그렇지 않았다.
데미안의 마력운용능력은 이미 신적인 영역에 도달했다.
즉, 게릭이 밀리는 이유는 순수하게 실력 차이 때문이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게릭이 고함을 내지르며 츠바이핸더를 내리쳤다.
데미안을 일격에 참살할 각오로 모든 힘을 담았다.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쳐 냈다. 그것도 모자라서 게릭의 흉갑까지 베어 냈다.
게릭이 입고 있던 흉갑이 물처럼 갈라졌다. 그 뒤에 있는 살과 근육까지 베였다.
“으윽!”
날카로운 격통에 게릭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데미안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데미안의 공격이 이어졌다. 빠르고 강맹한 참격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게릭의 몸에 상처가 새겨졌다. 혈흔이 흩뿌려졌다.
“이, 이놈!”
게릭은 필사적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데미안의 공격을 막는 것은 고사하고, 궤적을 읽을 수도 없었다.
“끄아악!”
버티다 못한 게릭이 뒤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데미안은 게릭이 물러나는 만큼 바로 따라붙었다.
게릭의 상처가 계속 늘어났다.
“헉…… 허억!”
결국 게릭은 바닥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많은 피를 흘린 탓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게릭은 떨리는 눈동자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처음과 똑같았다. 상처는커녕 땀조차 흘리지 않았다.
“너, 너는…… 너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보면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지금 게릭이 그러했다.
그의 수준으로는 데미안이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
어떤 괴물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깊은지.
미물의 시선 따위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것처럼.
“너, 너는…… 사, 살려 두면 아, 안 될 존재다……!”
그렇기에 오히려 게릭의 눈빛이 살아났다.
무지하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알 수 없기에 대항할 수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후작가에 큰 재앙이 될 게 분명해!”
게릭의 분위기가 변했다.
방금 전보다 기세는 줄어들었으나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불길함이 풍겨져 왔다.
데미안은 게릭의 변화를 곧바로 감지했다.
“비전을 사용하시겠다?”
비전이란 적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고안된 기술들을 말했다.
평범한 비전도 위협적이지만 오러를 사용하는 비전은 더더욱 위협적이었다.
무기술에 따라서는 비전으로 산을 쪼개거나 호수를 증발시키는 일이 가능했다.
“사자위검의 비전은 오랜만인데.”
라이언블룸의 기사들은 사자위검(獅子威劍)이라는 검법을 익혔다.
직계들이 익히는 사자맹후검(獅子猛吼劍)이 다방면에서 뛰어난 검법이라면 사자위검(獅子威劍)은 강격에 특화된 검법이었다.
사자위검이 담고 있는 극의는 ‘일격필살(一擊必殺)’
게릭은 단순히 마력을 자랑하려고 오러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게 아니다.
데미안을 반드시 죽이기 위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후작가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널 막겠다!”
게릭이 앞으로 돌진했다.
발로 땅을 박차는 순간, 응축시켰던 오러가 폭발했다.
전신이 엄청난 속도로 가속했다.
그 속도를 그대로 담아서 대검을 내질렀다.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었다. 게릭의 마력이 모두 담겨 있는 공격이었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하던지 공기가 찢어지며 광풍이 불었다.
무형의 압력이 데미안을 짓눌렀다.
“요란스럽기는.”
대검이 도달하기 전, 데미안의 검이 움직였다.
데미안은 게릭을 향해 똑같이 칼을 내질렀다. 장검과 대검의 칼끝이 서로를 향했다.
그 광경에 게릭은 승리를 확신했다.
모든 마력를 응집시킨 자신과 달리 데미안은 평범한 찌르기였다.
둘이 맞붙으면 승패는 명확했다.
“라이언블룸을 위하여!”
게릭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직후, 두 칼끝이 서로 맞부딪혔다.
그리고 게릭이 응집시켰던 오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뭣?”
거기서 멈추지 않고 대검의 칼날이 산산이 깨졌다.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게릭이 황망하다는 얼굴로 자신의 칼자루를 바라봤다.
“내가 경고했지.”
데미안의 목소리에 게릭이 시선을 올렸다.
데미안이 칼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자세 안 잡으면 죽는다고.”
데미안이 장검을 내리쳤다.
게릭의 한쪽 어깨가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