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0화(170/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0화
170화 분열 (1)
“……아빠가 쓰러졌다고요?”
용병의 말에 아테나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빠가 왜 쓰러져요?”
“저, 저도 잘 모릅니다. 일주일 전쯤에 용병왕께서 쓰러지신 채로 발견되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아테나의 몸이 비틀거렸다. 데미안은 아테나가 쓰러지지 않도록 부축하며 용병에게 물었다.
“용병왕께서는 어디 계시지?”
“처, 처소에 계십니다. 다른 성혈들께서 간호하고 계십…….”
용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테나가 용병왕의 처소를 향해 달려갔다. 데미안도 아테나의 뒤를 쫓았다.
용병왕이 머무르는 천막은 다른 것들보다 훨씬 화려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천막의 입구에는 한 여인이 활을 든 채 앉아 있었다. 용병왕의 심복인 신시아였다.
“신시아!”
“아가씨, 오셨군요.”
신시아가 차분한 얼굴로 대답했다. 천막의 문을 열며 아테나에게 말했다.
“용병왕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고, 고마워요.”
아테나는 신시아와 함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데미안도 두 사람을 따라갔다.
서너 명이 동시에 누워도 넉넉할 것 같은 침대에 용병왕 혼자만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용병왕의 모습은 데미안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똑같이 앳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두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아빠!”
아테나가 용병왕의 손을 움켜잡았으나 딸의 부름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어느새 아테나의 두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아빠가 왜 쓰러져요? 너무 건강해서 주체를 못 했던 인간인데!”
“저희도 아직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 봐야죠!”
“포션부터 마도구까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만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신시아의 설명에 아테나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 시기에 용병왕이 쓰러졌던가?’
데미안은 용병왕을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데미안이 파프니르 용병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용병왕이 흑마법사의 꾀임에 넘어가서 용병대를 분열시켰다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는 보장은 없다. 직접 본 게 아니니까.’
데미안이 알고 있는 정보들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건너 들은 것일 뿐이었다. 진실은 전혀 다를지도 몰랐다.
‘용병왕씩이나 되는 인물이 그냥 쓰러졌을 리가 없다.’
용병왕은 마스터클래스를 뛰어넘는 강자였다. 육신도, 영혼도 인간을 초월한 지 오래였다.
그런 인물이 실신을 한 것도 모자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개입한 게 틀림없었다.
‘이런 수작을 부릴 만한 인물은…… 루비아밖에 없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용병왕을 쓰러트렸냐는 것이었다.
용병왕은 초월자임과 동시에 용의 혈통을 잇고 있었다.
그렇기에 용병왕은 선천적으로 약물과 저주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지, 용의 혈통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해.’
이 세상에 드래곤처럼 오랫동안 연구된 생물은 없었다.
지상최강이라는 무력, 수많은 이능력 등등. 연구자 입장에서 이토록 매력적인 생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사, 흑마법사 할 것 없이 모두 드래곤을 연구했고, 그런 만큼 많은 약점이 파헤쳐졌다.
물론, 약점을 안다고 해서 드래곤을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용병왕은 엄밀히 말해서 용이 아니지. 게다가 여자를 밝힌다는 치명적인 문제점도 있고.’
용병왕이 루비아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다.
그러니 루비아가 용병왕에게 수작질을 부릴 수 있는 기회는 차고 넘쳤으리라.
‘응?’
용병왕을 관찰하던 데미안은 한 가지 위화감을 깨달았다.
데미안이 아니었다면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미약한 위화감이었다.
‘루비아, 제법 재미있는 장난질을 쳐 놨구나.’
데미안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을 때였다.
“아가씨, 힘드신 건 이해를 하지만 움직이셔야 합니다.”
신시아가 아테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 곧 비상회의가 열립니다. 아가씨께서는 1세대 성혈이시니 회의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신시아의 말에 아테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다.
아테나는 먼저 천막 밖으로 나갔다. 데미안도 아테나를 따라가려고 했다.
“데미안 학센.”
그러자 신시아가 데미안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가씨를 잘 부탁한다.”
* * *
데미안과 아테나는 신시아가 말한 회의장으로 향했다.
간이로 설치된 대형 천막 안에 의자가 원형으로 쫙 깔려 있었다.
이미 많은 용병이 의자에 앉아서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다들 표정이 무척 심각했다.
‘대단하군.’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데미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앉아 있는 사람 중에는 마스터클래스가 대거 섞여 있었다.
‘칼날 폭풍, 푸른 벼락, 참수자…… 설마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군.’
그중에는 데미안이 직접 싸워 본 마스터들도 섞여 있었다. 모두 그가 인정할 만한 실력자였다.
그렇다고 마스터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성혈이지만 하이클래스인 자들도 있었다.
또한 중년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신체를 단련하지도, 마력을 쌓지도 않았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성혈들은 그 여자들을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마스터클래스들도 그러했다.
‘파벌의 수장들이로군.’
파프니르 용병대는 여러 파벌로 나뉘어 있었다.
파벌의 핵심은 용병왕의 여자들, 즉 성혈들의 어머니들이었다.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군요.”
중년 여성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자 회의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데미안은 중년 여성의 얼굴을 바로 알아봤다.
클레아 파울러.
용병왕의 첫 번째 여자이자 가장 큰 파벌을 이끌고 있는 여인이었다. 루비아도 저 파벌에 소속되어 있었다.
“용병왕께서 쓰러지신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의뢰들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슬슬 대리인을 선정할 필요성을 느껴서 비상회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클레아 파울러의 말에 다른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프니르 용병대에는 대륙 최고의 용병대였다. 전대륙에서 의뢰들이 몰려왔다.
누군가는 용병왕을 대신하여 용병대를 운영해야 했다.
“그럼 누구를 대리인으로 뽑을 생각이죠?”
클레아 파울러와 정반대 쪽에 앉아 있는 여인이 물었다.
클레아 파울러보다는 조금 어려 보였지만 그래도 나이가 많았다.
“설마 클레아, 당신 쪽에서 선정할 생각은 아니겠죠?”
수잔이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클레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가장 적합한 인재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그러니 다들 후보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잔은 영 수상쩍다는 얼굴로 클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먼저 추천하도록 하죠. 내 아들인 레녹스야 말로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수잔이 말하기가 무섭게 다른 파벌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레녹스? 그 녀석은 지난번에 의뢰에 실패해서 용병대에 큰 피해를 입혔잖아요?”
여인의 말에 수잔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그건 레녹스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제국에서 참견을 한 게 문제였어요!”
“레녹스보다는 우리 조이가 훨씬 대리인으로 어울리죠. 조이는 용병왕께 실력은 인정받고 따로 용병단을 운용하고 있는 걸요!”
“조이? 걔는 실력이 부족하잖아요! 그딴 실력으로 어떻게 대리인을 맡겠다는 소리예요?”
각 파벌의 언행이 점점 거칠게 변했다. 열기가 뜨겁다 못해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레닉의 판단력을 어떻게 믿으라는 말이에요! 파프니르 용병대의 명성에 먹칠만 할 게 분명해요!”
“하! 그럼 토마스는요? 그 멍청한 애가 대리인을 맡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지금 이 자리에 가족이라는 단어는 통용되지 않았다.
용병왕의 대리인이란 매력적인 자리를 노리는 승냥이들로 가득했다.
“이 멍청이들…… 아빠가 쓰러져 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아테나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데미안도 아테나의 말에 동의했다.
‘어째서 파프니르 용병대가 분열했나 싶었는데…….’
바로 권력 때문이었다.
데미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파벌들 사이의 권력 다툼이 심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용병왕이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억눌려 있었다.
용병왕의 부재로 인해서 결국 갈등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대로 갈등이 격화되고, 내전이 발생한 거겠지.’
그게 어째서 용병왕의 잘못으로 전해지게 됐는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확실한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이대로 용병대가 분열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파프니르 용병대는 제국과 신성교단 다음으로 강대한 세력이었다.
하지만 내전으로 인하여 서로 싸우는 과정에서 규모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만약 파프니르 용병대가 온전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멸망전쟁 당시에 인류가 순순히 도르고에게 패배하지 않았으리라.
‘이걸 막으려면 용병왕을 깨우는 게 우선이겠군.’
데미안이 고민이 잠겨 있을 때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군요.”
클레아 파울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시선은 아테나에게 향해 있었다.
“아테나, 네가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거지?”
클레아 파울러의 물음에 아테나가 항변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을 때였다.
“그러게요. 저 아이한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던가요?”
수잔이 클레아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럴 만한 지위도, 경지에도 오르지도 못했는데. 자격이 없는 거 같은데요.”
다른 파벌의 여인들도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했다. 방금 전까지 싸웠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말이다.
“아테나, 이만 나가 주겠니?”
클레어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문을 가리켰다.
사실상 축객령이나 다름없었다.
* * *
결국 아테나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회의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보 멍청이들.”
못내 분했는지 아테나가 험한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혼자 있는 게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고…… 이렇게 치졸하게 나오는 거야……?”
아테나는 용병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에 어느 파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파벌들 입장에서는 아테나가 용병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용병왕이라는 방패막이가 사라지자마자 아테나를 물어뜯을 정도로 말이다.
“미안해…… 최대한 빨리 그레이프 왕국에 사람을 보내서 보상을 받아 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건 곤란하지.”
용병왕이 쓰러졌는데 언제 사람을 보내겠는가.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질 게 분명했다.
“그, 그렇지…… 내가 빨리 방법을 구해 볼게…….”
데미안의 말을 오해했는지. 아테나가 의기소침한 얼굴로 말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다. 기다릴 틈이 없으니 빨리 너희 아버지를 깨워야겠다는 소리였다.”
“어? 깨워? 서, 설마 방법이 있는 거야?”
아테나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아까 말했어야지! 이, 이럴 게 아니라 빨리 가자!”
달려가려는 아테나를 데미안이 붙잡았다.
“거기가 아니다.”
“무슨 소리야? 아버지의 천막은 저쪽인데.”
“그건 가짜다.”
아테나는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아테나를 향해 데미안이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진짜는 다른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