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1화(171/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1화
171화 분열 (2)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아테나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빠가 가짜라니?”
“저건 너희 부친이 아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에 불과하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여기는 파프니르 용병대야!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건데!”
“그건 나도 모른다.”
사실 데미안은 범인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용병대 내에서 저렇게 정교한 가짜 육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딱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대흑마법사이자 거악 슬라의 제자인 루비아 말이다.
“누가 가짜 용병왕을 만들어 냈는지. 누가 용병왕을 바꿔치기를 했는지.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게 가짜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데미안은 아테나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가는 역으로 데미안이 의심을 받게 될 지도 몰랐다.
외부인인 데미안이 용병대의 내부 사정에 빠삭한 것은 여러모로 수상쩍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네 말이 진짜라고 해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어. 여기는 파프니르 용병대란 말이야!”
아테나는 데미안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에는 마스터클래스가 가득했다.
마스터클래스는 오감은 물론이고,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까지 모두 극도로 발달되어 있었다.
그들은 속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루비아는 대흑마법사이자 동시에 거악 슬라의 제자였다.
데미안이 아는 한 판데모니엄에서 슬라만큼 인간의 육체에 정통한 존재는 없었다.
그런 슬라의 제자인 루비아라면 마스터클래스의 감각을 속일 만큼 정교한 인형을 만드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도 교단에 몸을 담지 않았더라면 몰라 봤을 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예전에 신성교단의 본단에 방문했을 때, 저것과 비슷한 인형을 본 적이 있다. 대흑마법사를 죽이고 회수한 물건이라고 하더군.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대흑마법사……?”
대흑마법사라는 말에 아테나는 어느 정도 납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흑마법사라면 마스터클래스의 이목을 속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되는 존재였으니까.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가서 증명하도록 하겠다.”
데미안이 아테나에게 굳이 이 사실을 밝힌 이유는 파프니르 용병대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루라도 빨리 용병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용병왕이 쓰러진지 일주일이나 되었다. 루비아가 용병왕을 빼돌린 지도 일주일이나 되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일주일 전의 흔적을 쫓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용병왕이 가짜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파프니르 용병대 전체를 동원해서 용병왕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테나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가짜라는 사실을 먼저 알린 것이다.
“……정말 증명할 수 있어?”
“당연하지.”
“그럼 빨리 가 보자.”
두 사람이 가짜 용병왕이 있는 처소로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회의가 열리고 있던 천막의 문이 열렸고 안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클레아 파울러였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가 서 있었다.
참수자 울리크 호퍼.
멸망전쟁 당시, 용병왕과 함께 전장을 휩쓸었던 마스터.
데미안이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바로 앞에 있었구나. 덕분에 수고를 줄일 수 있겠어.”
클레아 파울러가 아테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테나가 그녀를 경계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클레아 파울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참수자 울리크 호퍼를 쳐다봤을 뿐이었다.
“울리크. 부탁한다.”
“어머니, 정말 이렇게 하셔야겠습니까?”
참수자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 말에 클레아가 버럭 화를 냈다.
“울리크! 네 아버지가 쓰러진 이유가 저 녀석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동정하겠다는 거니?”
클레아의 말에 아테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왜 범인이라는 건데요?”
“시치미 떼지 마렴. 우리들 중에서 칼이랑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네가 아니면 대체 누가 칼을 저렇게 만들었다는 거니?”
클레아의 말에 아테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제가 왜 아버지한테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
“그거야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울리크, 뭐 하는 거니. 빨리 저 두 명을 잡아들이렴.”
참수자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두 사람을 둘러쌌다.
“두 사람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하겠다.”
당황해하는 두 사람을 향해 참수자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항한다면 내가 직접 손을 쓰겠다.”
* * *
용병들에게 붙잡힌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장소로 끌려갔다.
데미안이 도착한 곳은 용병대 외곽에 있는 이동형 감옥이었다.
4면이 모두 철판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아래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중앙에 철창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얌전히 들어가 있어!”
용병들은 데미안을 철창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철창을 잠근 뒤, 감옥 밖으로 나갔다.
데미안의 손에는 큼직한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치가 되어 있는 마도구였다.
데미안은 수갑으로 철창을 통통 두드려봤다.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용병왕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이렇게 발목이 잡힐 줄은 몰랐다.
“기회를 봐서 도망쳐야겠군.”
데미안이 순순히 붙잡힌 이유는 참수자 때문이었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마스터클래스와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기회를 봐서 도망치는 건 쉬웠다. 이 수갑도, 철창도 데미안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용병왕을 찾냐는 건데…….”
이렇게 일이 꼬였으니 용병대의 협조를 기대하는 건 어려웠다.
남은 방법은 용병대를 빠져나간 뒤, 데미안이 직접 찾는 것뿐이었다.
데미안이 한창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감옥의 문이 열리더니 한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두 눈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루비아였다.
“열어 주셔서 고마워요.”
“벼, 별말씀을.”
루비아의 말에 용병이 얼굴을 붉히며 감옥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루비아는 데미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는 건 두 번째인 것 같네요.”
루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지저분한 감옥 속에서도 루비아의 외모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이럴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데미안은 루비아의 외모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루비아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데다 만들어진 외모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냉담하시네요.”
루비아가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감옥 전체가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찼다.
거악 슬라의 주특기인 페로몬이었다. 이 냄새를 맡은 사람은 남녀 할 거 없이 모두 루비아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끝내고 꺼져라.”
물론 데미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약하다는 듯 손등으로 코를 가리기까지 했다.
그 행동에 루비아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신기하네요. 다른 남자들은 저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데. 당신은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자신감이 너무 과한 것 같군. 그 정도로 매력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데미안의 대꾸에 루비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날 가두도록 만든 게 바로 너구나.”
데미안의 말에 루비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내가 갇히자마자 네가 찾아왔지. 이쯤 되면 눈치를 못 채는 놈이 바보가 아닌가?”
“그건 그렇긴 해요. 그래도 왜 제가 왜 당신을 가뒀는지는 모르실 걸요?”
루비아가 데미안을 쓱 훑어보다 말했다.
“전 흑마법사랍니다.
데미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쪽에서 먼저 밝힐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신 같이 재능이 넘치는 인재를 찾고 있는 분이 계세요. 저는 그분한테 당신을 바칠 생각이에요.”
“그분이 누구지?”
“그것까지는 아실 필요 없어요. 딱 하나…… 아주 위대한 분이라는 것만 알아두면 돼요.”
루비아의 얼굴이 살짝 몽롱해졌다.
데미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루비아가 말하는 그분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는 가롯한테 생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병신처럼 실패하고 오히려 죽고 말았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선 거예요.”
“마스터클래스가 가득한 이곳에서 날 납치하겠다? 불가능할 텐데.”
“다 방법이 있답니다.”
루비아가 작은 구슬을 하나 꺼내서 땅바닥으로 던졌다.
그러자 구슬이 마구 팽창하더니 곧이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불패한 살덩어리들을 마구 뭉쳐놓은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졌다.
“잘 보세요.”
루비아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살덩어리들이 데미안 학센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감쪽같죠? 체취랑 마력향만 좀 손보면 다들 속아 넘어갈 거예요. 전 이걸로 당신이 죽었다고 위장할 생각이랍니다.”
역시 데미안의 예상대로 가짜 용병왕을 만든 사람은 루비아였다.
“담담하시네요? 아니면 체념하신 건가요?”
데미안이 아무 말도 없자 루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귀찮게 탈옥하지 않아도 루비아가 알아서 꺼내준다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굳이 데미안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용병왕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말이다.
“날 납치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생길 거다.”
“어머, 갑자기 말이 길어지시는 거 봐. 흑마법사한테 잡혀간다니까 갑자기 무서워지신 모양이네요?”
“날 데려가 봤자 도르고는 기뻐하지 않을 테니까.”
데미안이 그 이름을 입에 올리자마자 루비아의 눈동자가 두 배로 커졌다.
“다, 당신! 어, 어떻게 그, 그그, 그분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죠?”
“모를 수가 없지.”
데미안이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난 도르고의 직속 수행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