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2화(172/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2화
172화 가지각색 (1)
데미안을 응시하고 있는 루비아의 두 눈동자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누, 누가 그런 거짓말에 속을 줄 알아요?”
마침내 루비아가 입을 열더니 그의 선언을 맹렬하게 부정했다.
“저, 저는 그분의 수행원이 누가 있는지 모두 알고 있어요! 하, 하지만 당신은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럴 수밖에 없지. 난 비밀 임무만 맡고 있다. 그래서 내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도르고밖에 없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비밀 임무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당연하지 ‘비밀’ 임무인데 아무나 알면 안 되잖아.”
데미안의 반론에 루비아는 말문이 막혔다.
“도르고가 준비하고 있는 계획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건 편린에 지나지 않아.”
데미안의 말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도르고의 목적은 모든 왕국을 무너뜨리고, 최종적으로는 인간을 모조리 멸종시키는 것이었다.
비록 흑마법사들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도 결국 숙청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도르고는 전쟁이 끝나는 즉시, 흑마법사들 또한 모조리 없애버릴 계획을 따로 진행시키고 있었다.
“원래 나는 아무한테도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 네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 정체를 밝히는 거다.”
“다, 당신이 그분의 직속 수행원이라면…… 어째서 흑마법사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죠?”
루비아는 여전히 데미안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유란도 당신 때문에 사라졌고, 이번에는 가롯까지 죽였잖아요!”
“도르고의 속내를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저 임무가 내려와서 완수했을 뿐이다.”
데미안이 딱 잘라서 말했다.
“아마 도르고의 심기를 거스르는 실험을 했겠지. 그 게 아니면 도르고에게 진상해야 할 흑마법 재료를 빼돌렸다거나. 어디까지나 내 짐작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핑계 대지 마세요! 역시 날 속이려는 거죠?”
“핑계?”
데미안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그럼 너는 도르고의 속내를 모두 꿰뚫고 있다는 소리냐?
“그, 그건 아니지만…….”
“네 스승인 슬라조차 도르고의 속내를 모두 알지 못할 텐데 제자인 네가 이렇게 불경스러운 소리를 할 줄은 몰랐다.”
슬라라는 이름이 나오자 루비아의 눈동자가 한층 더 커졌다.
“제, 제 스승님은 어떻게…….”
“방금 말했을 텐데?”
데미안이 턱을 살짝 치켜올렸다. 무척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나는 도르고의 ‘직속’ ‘비밀’ 수행원이라고 말이다. 너는 날 몰라도 나는 널 알고 있다.”
루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자신의 발에 걸려서 넘어졌다.
“기, 기다려 봐요. 스, 스승님을 통해서 그, 그분께 이 일을 여쭈어보고 올게요!”
“슬라도 아니고 일개 제자인 네가 도르고에게 질문을 하겠다고?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군.”
데미안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 그럼 당신이 한번 해 보세요. 제 앞에서 그분께 연락하는 걸 보여주면 믿, 믿을게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아니면 아직 너한테는 정보가 도착하지 않은 거냐?”
데미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연기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도르고는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달하는 식으로 소통 방법을 바꾼 지 오래다. 우리는 더 이상 도르고에게 연락을 할 수 없다.”
“……당신도 그렇단 말이에요?”
루비아의 말에 데미안은 내심 크게 실망했다.
회귀한 이후, 데미안은 줄곧 도르고와 통신할 수 있는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도르고에게 발신을 보낼 수만 있다면 위치를 역추적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흑마법사들이 죽을 때마다 그들의 기억을 흡수해서 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수확은 없었다. 오래 전에 도르고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임무가 있으면 따로 연락을 할 테니 통신 수단을 모두 폐기하라고 말이다.
거악 슬라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헛된 기대였다.
“이제 내 말을 믿을 마음이 드는 거냐?”
“……네, 믿을 수밖에 없죠.”
“그럼 언제까지 그렇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을 생각이지?”
데미안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루비아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위대한 분의 충직한 종을 뵙습니다.”
* * *
그 뒤, 루비아는 데미안을 감옥에서 빼냈다.
감옥을 지키는 병사들은 루비아의 흑마법으로 잠시 기절시켰다. 그런 뒤, 가짜 데미안 시체를 감옥에 놓고 진짜 데미안을 밖으로 빼냈다.
“심장마비로 죽은 걸로 위장해 놨으니 아무도 의심 못할 거예요.”
감옥을 나올 때, 루비아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짜 용병왕으로 마스터클래스까지 속였을 정도니 데미안의 죽음을 위장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루비아가 데미안을 자신의 천막으로 데려갔다.
본래 이곳은 용병왕의 여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기에 남자인 데미안은 출입할 수 없었다.
루비아는 경비를 서고 있는 여자 용병들을 페로몬으로 홀리는 것으로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일단 앉아 계세요.”
루비아는 데미안을 앉혀 놓은 뒤, 음식을 내오거나 차를 끓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데미안은 의자에 앉은 채 루비아의 천막을 구경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예술품들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많군?”
“전부 용병왕이 선물로 준 거랍니다.”
루비아는 주전자에 찻잎을 넣으며 말했다.
“저는 딱히 관심 없지만…… 어쩌겠어요. 환심을 사려면 싫어도 좋은 척해야지.”
“용병왕의 납치 계획은 누가 기획했지?”
“저희 스승님께서 기획하셨어요. 드래곤의 피를 연구해 보고 싶다 하셨거든요.”
“용의 피를?”
“스승님께서 어느 학파이신지 알고 계시잖아요? 용의 힘을 흡수할 생각이셨나 봐요. 겸사겸사 파프니르 용병대도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내리셨죠.”
이게 대흑마법사의 두려운 점이었다.
무력적인 측면에서는 마스터클래스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뒤에서 암약할 때, 비로소 진가가 드러났다.
“진짜 힘들었다니까요. 용병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1년 넘게 쫓아다녔거든요. 그러고 나서야 간신히 용병왕의 눈에 들 수 있었죠.”
루비아가 데미안의 앞에 찻잔을 놓으며 투덜거렸다.
“용병대에 들어오기만 하면 다 잘 풀릴 줄 알았어요. 자화자찬이지만…… 저는 남자를 다루는데 좀 자신이 있거든요.”
루비아의 눈가가 살짝 휘었다. 무척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제 생각이랑 전혀 다르게 흘러가더라고요. 다들 용병왕을 두려워해서 제 유혹이 조금도 먹히지 않았거든요.”
“고생이 많았겠군.”
말도 마세요, 루비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래도 용병왕의 납치는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다행이지 뭐예요. 용병왕이 사라지니까 각자 알아서 싸워 주고 있는 걸 보니까 속이 좀 시원하네요.”
“용병왕은 어디로 빼돌렸지? 용병대 밖으로 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머, 그게 궁금하세요?”
별안간 루비아가 거리를 좁혀 왔다. 그녀는 데미안의 어깨에 몸을 붙이며 말했다.
“이야기가 엄청 길어질 텐데…… 앉아서 들으시면 피곤하실지도 몰라요.”
그렇게 말하며 루비아가 슬쩍 침대를 가리켰다.
“사실 저는 용병왕처럼 어린애 같이 생긴 사람 말고 데미안 님처럼 남자다운 사람이 취향이에요.”
데미안은 루비아를 추근거림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눈을 관찰했다.
애욕으로 가득한 목소리와 달리 눈동자는 잔잔한 수면과도 같았다.
‘뭔가 노리는 게 있군.’
루비아의 모든 말과 행동은 거짓.
진짜 목적은 따로 있는 게 틀림없었다.
“바라는 게 있으면 입으로 말해라. 이런 헛짓거리 하지 말고.”
데미안의 말에 루비아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이런 질문을 드려서 죄송한데…… 혹시 고자세요?”
“네가 취향이 아닐 뿐이다.”
데미안의 말에 루비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거 한 방 먹었네. 알겠어요. 용건만 말할게요. 저는 그분께 제 이름이 전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그것뿐이냐?”
“그것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그분께서 이름을 알고 있는 흑마법사는 거악이나 천재 중의 천재밖에 없는 걸요.”
도르고에게는 사람의 재능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도르고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굉장히 높고 엄격했다. 설사 대흑마법사라 해도 기준에 미달되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약속만 해 주시면 용병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드릴게요.”
딱히 어려운 부탁은 아니군.
데미안이 그렇게 말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천막의 바닥에서 그림자가 쓱 올라왔다.
“루비아, 다녀왔다. 아직까지 용병왕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카르닥의 눈동자에 데미안과 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루비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순간, 카르닥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결국 카르닥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트렸다.
“……루비아, 이게 무슨 짓이냐!”
* * *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아테나도 감옥에 갇혔다.
그것도 극악하다 못해 끔찍한 죄를 저지른 수배자들을 집어넣는 감옥에 갇혔다.
바닥에는 썩은 건초가 깔려 있었다. 벽에는 핏자국이 눌어붙어 있었다.
아무리 사건의 용의자라 해도 1세대 성혈인 아테나가 갇혀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괜찮을까?”
아테나는 감옥의 상태보다 데미안이 더 신경 쓰였다.
그녀는 성혈이었으니 모질게 굴지 못할 테지만 데미안은 외부인이었으니 말이다.
“아빠가 가짜라는 소리는 대체 뭐였을까…….”
아테나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감옥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방문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테나는 이를 악물었다.
“꼴 좋구나.”
방문자, 클레아 파울러가 처음 내뱉은 말은 그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테나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클레아 파울러는 그녀를 비웃으며 말했다.
“말했잖니? 너는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말이야. 당분간 거기에서 조사를 받아야겠어.”
“개소리하지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하세요. 왜 날 가둔 거죠?”
“정말로 모르겠니?”
클레아 파울러의 물음에 아테나는 인상을 썼다.
“방금 뭐라고…….”
“칼의 총애를 받는다고 먼저 안하무인처럼 행동한 건 너잖니? 그러게 적당히 눈치를 봐 가면서 미리미리 네 편을 만들었어야지.”
그 말에 아테나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겨우 그딴 이유로 이러는 거였어요?”
“……겨우?”
순간, 클레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묘한 박력에 아테나조차 몸을 움찔 떨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칼의 총애를 받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알아? 특히 나 같이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여자들은 자식이 아니면 칼의 관심을 받을 방법이 없어.”
칼이 품은 여자는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첫 연인인 클레아 파울러가 노년을 앞두고 있을 정도였으니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네가 나타났지…… 칼의 피를 가장 진하게 물려받고…… 성혈들을 둔재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말이야……!”
용병왕의 관심은 아테나에게 집중되었다. 용병왕이 아테나를 아낄수록 다른 여자들과 자식들에게 돌아가는 관심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널 가두라는 명령은 내가 내렸지만…… 그 의견에는 모든 여자가 찬성했어. 이제 알겠니? 다들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테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빠가 깨어나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렇겠지. 칼의 성격이라면 이런 일을 참고 넘기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깨어났을 때 일이지 않니?”
그 말에 아테나가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테나가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클레아는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기만 했다.
“말해요!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예요! 아빠가 왜 깨어나지 못할 거라는…….”
“새삼스럽지만…… 넌 정말 머리카락 색만 빼면 네 어미를 쏙 빼닮았구나.”
뜬금없는 소리에 아테나는 말문이 막혔다.
“지금 무슨 소리를…….”
“내 평생의 한이 네년의 어미를 직접 죽이지 못한 거였는데…… 너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뭐니.”
클레아가 어두운 눈동자로 아테나를 응시했다.
아테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클레아의 눈빛이 그만큼 섬뜩했기 때문이다.
“그럼 푹 쉬렴.”
그 말을 끝으로 클레아는 감옥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