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3화(173/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3화
173화 가지각색 (2)
카르닥의 외침에 루비아는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왜 또 화를 내는 거야.”
“또 다른 남자를 끌어들였잖아!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내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카르닥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데미안은 그런 카르닥을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시기에도 루비아한테 끌려다니고 있었군.’
추락한 천재 카르닥.
만독학파의 미래라 불렸으나 루비아에게 빠져서 모든 것을 버린 남자.
미래에서도 카르닥은 루비아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자꾸 이렇게 용병을 끌어들이면 어쩌자는 거냐! 내가 뒤처리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러다 다른 마스터들한테 우리의 정체가 들키면…….”
“바보야. 이 사람은 용병이 아니야. 자세히 봐봐.”
루비아의 핀잔에 카르닥은 다시 데미안을 돌아봤다. 곧이어 카르닥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데미안 학센?”
‘루비아가 다른 남자의 옆에 붙어 있다’는 것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데미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미래의 카르닥을 생각하면 딱히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카르닥은 루비아와 관련된 일이라면 쉽게 이성을 잃어버리는 남자였으니까.
“저, 저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어머, 내가 말했잖아. 저 데미안을 납치할 생각이라고 말이야.”
“그래! 나한테 말했지! 하지만 내가 준 독으로 팔다리를 녹인 다음에 아공간에 집어넣겠다고 했잖나!”
“원래 그랬는데 상황이 좀 바뀌었어.”
루비아가 데미안에게 시선을 보냈다. 마치 지금부터 직접 설명해 달라고 말하는 듯했다.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도록 하지. 난 데미안 학센이라고 한다. 세간에는 학센 백작가의 기사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신분을 가지고 있다.”
“지금 무슨 소리를…….”
“난 도르고의 직속 비밀 수행원이다.”
카르닥은 루비아를 돌아봤다. 마치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묻는 듯했다.
“저분의 말씀은 사실이야.”
루비아가 데미안을 옹호하자 카르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루비아, 설마 저 헛소리를 믿겠다는 거냐?”
“데미안 님은 그분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어. 그뿐만 아니라 흑마법사가 아니면 모르는 지식들까지 꿰고 계시지.”
“뭐……?”
루비아의 말에 카르닥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남자가 그분의 수행원이라면…… 대체 왜 가롯을 죽였단 말이냐!”
“그건 나도 몰라. 이분도 모르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그분의 뜻을 다 짐작하겠어?”
루비아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너도 알잖아? 그분께서 얼마나 위대한 분이신지. 가롯을 죽인 것도 분명히 큰 이유가 있을 거야.”
얼핏 봤을 때, 루비아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여자와 비슷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 모습이 다른 식으로 보였다.
‘꼭 광신도 같군.“
도르고의 존재를 알고 있는 흑마법사들은 모두 그를 신처럼 여겼다.
도르고는 모든 흑마법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자 최초로 탄생한 리치였다.
게다가 현시점에서 내로라하는 흑마법사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도르고의 손길이 닿았으니, 신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데미안이 봤을 때, 그냥 정신 나간 해골바가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이제 내 말을 믿는 건가?”
데미안이 카르닥에게 물었다. 카르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그럼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지. 용병왕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 줬으면 한다.”
“그걸 왜 궁금해하는 거냐.”
카르닥이 날선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루비아가 카르닥에게 핀잔을 줬다.
“카르닥, 네가 의심이 많은 건 알고 있고, 그게 너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데미안 님은 그분께 직접 명령을 받고 있는 분이셔. 더 이상 무례하게 행동하지 마.”
“루비아, 그저 나는…….”
“카르닥?”
루비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설마 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거야?”
“……아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 그래야지.”
루비아가 카르닥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
그 순간, 카르닥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방금 전에 무시를 당했음에도 사소한 관심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용병왕은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 맡겨 놨답니다. 지금쯤 국경선 근처에 도착했을 거예요. 옆나라에서 스승님이 보낸 사람과 접촉하기로 했거든요.”
“생각보다 멀리 가지 못했군.”
“그럴 만한 사정이 좀 있어요. 용병왕을 잠재우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거든요.”
그 말에 데미안은 루비아가 어떤 방법으로 용병왕을 제압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수면욕을 자극했군.’
드래곤이 가진 약점 중 하나는 바로 수면욕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드래곤은 수천 년을 사는 생물이었다. 그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드래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수면이었다.
“그런데 용병왕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궁금해하시는 건가요?”
“아, 그걸 말해 주지 않았군. 사실 도르고는 용병왕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날 이곳에 보낸 거지.”
“어머…… 설마 그분께서도 용병왕을 탐내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신기해하는 루비아를 향해 데미안이 말했다.
“내 임무는 용병왕의 신체 일부분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모발이나 손톱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네가 이미 용병왕을 확보했으니 말이 달라지지. 용병왕을 내게 넘기도록 해라.”
데미안의 말에 루비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스승님께서 시키신 일이 있지만…… 그분의 뜻을 더 중요하죠.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도르고에게 네 이름을 전해 달라는 거 말이냐.”
“어머, 기억하고 계셨네요. 맞아요. 그거면 돼요. 물론…… 조금 양념을 많이 쳐주셔야 해요.”
루비아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분께서 제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하도록 하지.”
“좋아요. 그럼 거래 성립이네요. 저는 자리를 비울 수 없어요. 아직 파프니르 용병대에서 할 일이 남아 있거든요. 대신 카르닥을 붙여 드릴게요.”
그 말에 카르닥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카르닥, 네가 데미안 님을 용병왕이 있는 곳까지 데려가 줘.”
“내, 내가 왜 그래야 한단 말이냐!”
카르닥이 거세게 반발했다. 루비아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안 될까?”
“그럴 리가 있나! 나만 믿어라! 내가 저 남자…… 아니, 데미안 님을 용병왕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오겠다!”
카르닥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그런 카르닥을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찼다.
* * *
데미안은 카르닥과 함께 용병대를 빠져나왔다.
“……이쪽이다.”
밖으로 나온 카르닥은 숲에 은닉해 둔 말을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도중에 쉬지 않았다. 해가 지고 나서야 말을 멈춰 세웠다.
카르닥은 장작을 모은 뒤, 불을 피웠다. 두 사람은 모닥불을 놓고 모여 앉았다.
“…….”
밤이 서서히 깊어지고 있음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데미안도, 카르닥도 서로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잘 있는지 모르겠군.’
데미안은 속으로 아테나를 걱정했다.
회의장에서 봤듯이 현재 용병대 내에서 아테나의 편은 없었다.
아니, 편이 없는 것을 고사하고 아테나를 증오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전생에 아테나는 용병왕과 의절한 뒤, 외부를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실제로는 데미안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소문이 많이 왜곡된 모양이로군.’
실상이 어떻든 간에 데미안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이 길로 용병왕을 해방시킨 뒤, 파프니르 용병대의 분열을 막는 것이다.
“마셔라.”
그때, 카르닥이 데미안에게 스프를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 무쇠솥으로 끓이고 있던 물건이었다.
“고맙군.”
“루비아가 부탁해서 챙겨주는 거다.”
마치 다른 상황이었다면 어림도 없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낮에 루비아와 무슨 일이 있었지?”
데미안이 스프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카르닥이 메마른 어조로 물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이냐?”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 여자가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도르고지.”
“……그건 그렇지.”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카르닥은 모닥불에 장작을 몇 개 더 넣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넌 어째서 그분을 이름으로 말하고 있는 거지?”
“왜? 불쾌한가?”
“불쾌할 수밖에. 위대한 그분을 함부로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카르닥이 날선 어조로 말했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당사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너야말로 네 상식으로 모든 걸 재단하려 들지 마라.”
한 마디로 네가 나보다 도르고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냐는 핀잔이었다.
“……정말로 그분께 루비아의 이름을 전할 생각이냐?”
반박할 수 없었는지 카르닥은 다른 화젯거리를 꺼내 들었다.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그럼 나는 또 루비아의 관심을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게 되겠군.”
카르닥은 스프가 끓고 있는 무쇠솥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 오는 동안 계속 생각해 봤다. 이대로 가면 나는 또 루비아의 관심을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게 될 게 뻔하더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쿨럭.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기침을 했다.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이게…… 어떻게 된…….”
데미안은 연신 기침을 했다. 피가 땅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내가 만독학파인 줄 알고 있었으면 음식을 함부로 받아먹지 말았어야지.”
카르닥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의 몸이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너…… 이 자식…….”
“루비아는 오직 나만의 것이다. 아무한테도 넘길 수 없어.”
카르닥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 데미안은 고개를 떨궜다.
카르닥은 데미안의 시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끓인 스프를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루비아에게 말할 변명거리를 생각해야겠군.”
“음식 정도는 그냥 주지 그랬나.”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카르닥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죽은 줄 알았던 데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너…… 어떻게……!”
“네가 말했다시피 만독학파가 주는 음식을 그냥 받아먹는 건 머저리나 하는 짓이지.”
데미안이 검은 침을 뱉었다. 음식에 담겨 있던 독을 끌어모아서 뱉어 낸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카르닥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쳐다봤다.
하이클래스쯤 되면 마력을 이용하여 신체에 들어온 독을 몰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독을 말하는 것이었다.
카르닥 같은 대흑마법사가 만들어 낸 독을 그렇게 쉽게 몰아낼 수는 없었다.
“……멍청한 놈.”
카르닥은 재빨리 평정심을 되찾았다. 음식에 넣은 독은 그의 기준에서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본 실력을 드러내면 데미안 학센 정도는 순식간에 핏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 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저항을 하다니.”
카르닥이 두 손을 펼쳤다. 녹색 기운이 손바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왜 내가 중독된 척했는지 알고 있나?”
“갑자기 무슨 개소리를…….”
“널 방심시키기 위해서야.”
뜬금없는 소리에 카르닥이 인상을 찌푸렸다.
“참, 뒤조심해.”
데미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자루의 대검이 카르닥의 복부를 뚫고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