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4화(174/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4화
174화 가지각색 (3)
카르닥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배를 뚫고 튀어나온 칼날을 쳐다봤다.
“대체 언제…… 암살자를 배치해 놓은 거지……?”
카르닥은 데미안 학센이 암살자를 고용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수준 높은 암살자로 말이다.
대흑마법사인 자신의 이목을 속이면서 복부에 칼을 쑤셔 넣을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 그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보이는 것은 대검의 칼자루뿐이었다.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
누군가 멀리서 대검을 투척한 건가? 그런 능력을 가진 마스터 클래스가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카르닥은 자신의 지식을 뒤져가며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였다.
복부를 뚫은 대검이 갑자기 무거워지며 칼날이 아래로 향했다.
“크, 크아아악!”
살이 갈라지는 격통에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카르닥은 깨달았다.
검을 투척한 게 아니다.
검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데, 데미안 학센! 이게 무슨…… 무슨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냐!”
마스터클래스 중에서 무기를 자유롭게 비행시켜서 싸우는 인물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 봤다.
하지만 그건 마스터클래스에 오름으로서 얻은 경지 덕분이었다.
데미안 학센 같은 하이클래스가 흉내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역시 쓸 만하군.”
데미안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얼마 전, 데미안은 아몬드 백국에서 사령술사 가스달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굉장히 귀한 유물검을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고대의 장인이 황자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역작.
비행을 하며 적을 공격하는 기능을 가진 있는 유물검.
데미안은 그 유물에 비연(飛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후로 데미안은 시간이 날 때마다 비연을 꺼내서 성능을 시험했다.
비행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절삭력은 어느 정도인지. 기능은 몇 가지나 되는지.
비연은 비행 능력뿐만 아니라 투명화, 무음비행 같은 은신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데미안은 카르닥과 이동하는 동안 몰래 비연을 꺼내서 따라오게 만들었다.
다만, 은신 기능이 있다고 해서 비연만으로 카르닥을 기습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흑마법사쯤 되면 마력의 흐름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미안은 스프에 독이 있는 줄 알면서도 일부로 먹었다. 중독된 척 연기까지 했다.
카르닥의 방심을 이끌어 내어 복부에 비연을 꽂아 넣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걸…… 숨겨 놓다니…… 그분의 수행원이라는 말도…… 역시 거짓말이었구나……!”
“뭐, 그렇지.”
어차피 기습을 당한 마당이니 데미안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럼 어떻게…… 그분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거지? 설마 제국의 첩자인 것이냐?”
“지금 그런 걸 물어볼 상황이 아닐 텐데.”
데미안은 여명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카르닥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 내가 없으면 용병왕의 위치를 찾을 수 없을 텐데.”
“그건 걱정 마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얌전히 목이나 빼놓고 기다리면 된다.”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다른 기사였다면 몰라도 데미안에게는 이 협박이 통하지 않았다.
카르닥을 죽인 다음에 그 영혼에 대고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니 말이다.
“……하이클래스 따위가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카르닥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대흑마법사인 그가 하이클래스에게 무시당하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데미안은 손가락을 아래로 향했다. 비연이 아래로 움직였고, 내장이 조금 더 길게 갈라졌다.
카르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 꼬라지로 잘도 말하는군. 그리고 잊었나 본데. 너랑 같은 대흑마법사인 가롯도 내 손에 죽었다.”
“그놈과 날 똑같이 생각하면 곤란하지.”
카르닥의 입가에 짙은 조소가 떠올랐다. 도무지 목숨이 위험한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대흑마법사는 비전 마법의 완성도에 따라서 수준이 달라진다. 가롯은 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녀석이었지.”
카르닥이 입가의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그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이제부터 알려 주도록 하마.”
카르닥의 몸을 휘감고 있는 붕대 사이에서 찐득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 액체를 보자마자 데미안은 곧바로 카르닥의 몸에서 비연을 뽑아냈다.
비연이 뽑혀 나오자마자 액체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바닥의 자갈과 흙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감이 좋군. 가만히 놔뒀으면 저 유물검이 사라졌을 텐데.”
부식독 ‘흐르는 녹’.
카르닥이 즐겨 사용하는 독 중 하나였다. 금속, 석재 할 것 없이 ‘단단한 사물’을 모조리 녹여 버리는 독이었다.
멸망전쟁 당시, 카르닥은 저 독을 이용해서 철옹성이라 불리던 제국의 산성을 붕괴시킨 적이 있었다.
붕대가 저절로 늘어나더니 카르닥의 상처를 봉합했다.
상처가 사라지자 카르닥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기대해라. 네놈한테 가장 끔찍한 죽음을 선사해 주마.”
카르닥의 두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
* * *
만독학파.
독을 다루는 그들은 흑마법사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학파로 알려져 있었다.
날고 뛰고 긴다는 마스터클래스조차 그들이 만들어 낸 독 한 방울에 목숨을 잃은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겨났다.
하지만 만독학파에게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결국 중독시키지 못하면 효과가 없었다.
아무리 끔찍한 극독이라 해도 중독시키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단점은 카르닥에게 있어서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흑마법사.
최고위 흑마법을 손가락 하나로 발동시킬 수 있는 초월자.
그런 카르닥에게 하독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 같은 하이클래스를 상대로는 더더욱 말이다.
“시작하도록 하지.”
카르닥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새로운 독이 흘러나왔다.
독액은 곧바로 뱀으로 변했다. 수십 마리의 뱀이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기어갔다.
그런데 그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데미안의 발밑에 모여들었다.
카르닥이 데미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뱀들이 일제히 터지면서 황색 연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독액을 순간적으로 기화시켜서 독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신경과 뇌를 모조리 태워 버리는 독이다. 조금만 흡입해도 지옥을 맛보지.”
카르닥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비싼 독액이라 아깝기는 하지만 이것만큼 고통스러운 독도 없…….”
그때였다.
독무를 뚫고 데미안 학센이 튀어나왔다. 그는 독무에 뒤덮였음에도 멀쩡했다.
“……뭐?”
카르닥은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숨을 참아도 피부로 침투하는 독무였다. 저렇게 멀쩡한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놈이구나! 오래 살려 둬서는 안 되겠어!”
카르닥이 두 팔을 벌렸다. 팔뚝에서 대량의 독액이 쏟아져 나왔다.
독액이 모조리 땅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다음 순간, 데미안 학센의 앞에 독으로 된 철망이 튀어나왔다.
철망을 본 순간, 데미안 학센이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방에서 철망이 튀어나오더니 데미안 학센의 도주로를 가로막았다.
데미안 학센은 그 즉시 검을 휘둘러서 오러를 방출했다.
철망을 향해 오러의 참격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러는 철망을 잘라 내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그 모습을 본 카르닥이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력을 흐트러트리는 산공독이다. 하이클래스 수준으로는 절대로 베어 낼 수 없을 거다.”
철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뾰족한 가시가 달린 철망이 데미안 학센을 덮치려 했다.
“일환(一環).”
그때,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몸에서 공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카르닥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저게 사람의 몸에서 날 수 있는 소리인가?
그 순간, 데미안 학센의 몸이 사라졌다. 동시에 독액의 그물이 찢어졌다.
“……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카르닥은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발을 딛는 소리가 났다. 카르닥은 황급히 왼쪽을 쳐다봤다. 데미안 학센이 서 있었다.
“큭!”
카르닥이 다시 독액의 그물을 퍼트려서 데미안 학센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낙하했다.
복부를 꿰뚫었던 검이 이번에는 카르닥의 손목을 꿰뚫었다. 손목이 절단되며 흑마법이 불발되었다.
“크아악!”
갑작스러운 격통에 카르닥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고통과 별개로 재빨리 다른 손으로 흑마법을 준비했다. 지금 데미안 학센을 막아 내지 않으면…….
“이환(二環).”
저 멀리 있던 데미안 학센 순식간에 코앞에 나타났다.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에 카르닥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클래스 따위가 이 방법까지 쓰게 만들다니!”
카르닥의 전신에서 흑마력이 폭발했다. 동시에 얇은 침들이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쏟아졌다.
짐승의 털처럼 얇았지만 이건 모두 독액으로 만들어진 침이었다. 그것도 딱 하나만 박혀도 전신을 녹여 버리는 극독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침이 데미안 학센에게 쏟아졌다.
“역시 이걸 쓰는군.”
카르닥의 귓가에 데미안 학센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역시? 그게 무슨 소리지? 꼭 예상했다는 듯이…….
카르닥의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그 순간, 카르닥은 볼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의 몸에 닿은 독침들이 우수수 튕겨져 나오는 것을 말이다.
호신기(護身氣).
하이클래스라면 누구나 마력을 신체에 두름으로써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카르닥이 준비한 비장의 수단은 카르닥이 특별히 고안한 것이었다.
침의 굵기는 약하지만 오러조차 꿰뚫을 수 있게끔 설계가 되어 있었다. 호신기 따위로는 절대 막아 낼 수 없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카르닥이 절규하는 찰나, 데미안 학센이 칼을 휘둘렀다.
푸른 오러가 카르닥의 목을 베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