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5화(175/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5화
175화 가지각색 (4)
카르닥은 굉장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대흑마법사라는 초월적인 위계만 해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두려웠던 건 카르닥의 천재성이었다.
만독학파의 희망.
만독학파의 미래를 책임질 뻔했던 천재.
이 평가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카르닥의 독 제조술은 만독학파 흑마법사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카르닥이 자신의 천재성을 온전히 흑마법에 쏟았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독을 창조해 냈을 정도였다.
어지간한 기사들은 카르닥에게 무기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상대가 카르닥이라 다행이군.’
물론 데미안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데미안은 카르닥을 조금도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독은 결국 중독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독을 사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머릿속에는 만독학파에 관련된 모든 지식이 담겨 있었다. 도르고가 주입해 뒀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눈으로만 봐도 독의 정체를 곧바로 알 수 있었기에,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독을 해독하는지 모두 꿰고 있었다.
“신경과 뇌를 모조리 태워 버리는 독이다. 조금만 흡입해도 지옥을 맛보지.”
카르닥이 독을 기화시켜서 독무를 만들어 냈을 때, 데미안은 호흡을 멈췄을 뿐만 아니라 마력의 장막으로 신체를 뒤덮었다.
저 독은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침투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마력을 흐트러트리는 산공독이다. 하이클래스 수준으로는 절대로 베어 낼 수 없을 거다.”
카르닥이 독액으로 철망을 만들어 냈을 때는 합환무극공을 이용해서 오러의 출력을 향상시켜, 한계점까지 압축시켰다.
산공독은 어디까지나 오러의 표면만 분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러를 단단하게 압축시킨 덕분에 철망을 찢어발길 수 있었다.
“……하이클래스 따위가 이 방법까지 쓰게 만들다니!”
카르닥이 지근거리에서 침의 다발을 폭발시켰을 때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만독학파의 흑마법사들은 항상 기사가 접근할 때를 대비해서 함정을 준비해 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미안은 이미 호신기를 강화시켜 놨다. 그것도 마스터 클래스의 경지를 사용해서 말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전생에 파천희(破天戱)라 불리던 마스터클래스가 터득한 경지.
파천희는 천의무봉을 통해서 자신의 오러블레이드를 직물처럼 엮어 낼 수 있었다.
천의무봉으로 만들어 낸 직물은 평범한 오러블레이드보다 훨씬 견고하고, 날카로웠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었다.
파천희는 그것을 자유롭게 움직여서 적들을 베어내거나 압사시켰다. 혹은 자신의 몸에 둘러 적의 공격을 막았다.
천의무봉 덕분에 파천희는 공방일체의 전투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데미안은 아직 마스터 클래스가 아니었기에 파천희처럼 천의무봉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러를 엮어서 몸에 두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데미안은 이것을 이용해서 카르닥이 쏘아 낸 침들을 모조리 튕겨 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데미안은 즉시 여명을 휘둘러서 카르닥의 목을 베어 냈다. 그의 머리가 허공을 날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데미안은 여명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핏방울이 땅에 떨어지자 흙이 검게 타들어 갔다.
카르닥의 전신은 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전투에선 되도록 피를 뒤집어 쓰지 않으려 했다.
“……크아아악!”
그때,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카르닥이 고함을 내질렀다.
“날, 날 이 꼬라지로 만들다니! 요. 용서할 수 없어!”
분명히 머리만 남아 있음에도 카르닥은 살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말까지 내뱉고 있었다.
데미안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대흑마법사쯤 되면 목숨 줄 붙들어 매는 방법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대, 대흑마법사가 하, 하이클래스 따위한테…… 이, 이 사실이 알려지면 루비아가 크, 크게 실망할 거야……!”
이런 상황에서도 카르닥은 루비아의 환심을 잃을 것만 걱정하고 있었다.
“루, 루비아가 날 내쪼, 쫓을 거야…… 어, 어쩌면 주, 죽일지도 몰라…….”
카르닥은 몸을 덜덜 떨었다. 루비아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루비아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순수한 공포가 뒤섞였다.
“최, 최소한 너…… 너만큼은…… 이, 이 자리에서 죽…… 죽여 버리겠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카르닥의 시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른 시체가 터지면서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피할 틈도 없이 데미안은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하, 하핫…… 크흐하핫…….”
카르닥이 가쁜 웃음을 소리를 내뱉었다.
“돼, 됐다. 주, 죽였다. 이제 루비아도 날 용서해 주겠지!”
우우웅.
그때, 연기 속에서 공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카르닥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전투 도중, 데미안의 몸에서 들려오던 소리와 똑같았던 것이다.
“왜 또 이 소리가…….”
공진음이 더욱 거칠게 변했다. 그 직후,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었다.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모조리 사라지자 데미안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데미안은 한쪽 손바닥을 펼치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고리가 하나 둥둥 떠 있었다.
“……그건 뭐지?”
카르닥은 멍한 눈동자로 고리를 쳐다봤다.
그의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다.
저 고리는 무엇이고, 어떻게 독무를 빨아들일 수 있는지 단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합환무극공.
전전전대인지 전전전전대인지 모를 제국제일검이 만들어 낸 마나연공법.
데미안은 그 마나견공법을 완벽하게 습득했을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외부에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에 성질을 부여하는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데미안이 만든 고리는 패력축기공의 성질이 담겨 있었다.
패력축기공은 외부의 마력을 빨아들이는데 탁월한 공능을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고리에 그 묘리를 적용해서 독무를 모조리 빨아들인 것이다.
“음흉한 새끼. 죽을 거면 얌전히 죽을 것이지, 이딴 개수작이나 부리다니.”
만독학파들은 죽을 때를 대비하여 동귀어진의 수법을 하나씩 준비해 뒀다.
멸망전쟁 초기에 수많은 기사가 만독학파의 수법에 걸려서 목숨을 잃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데미안은 카르닥의 수작질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데미안은 카르닥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카르닥의 표정이 딱딱하게 변했다.
“……빌어먹을 놈. 날 죽였다고 안심하지 마라. 루비아가 내 원수를 갚아 줄 테니까.”
데미안은 카르닥의 머리카락을 잡고 들어 올렸다. 카르닥의 머리가 허공에서 데롱데롱 흔들렸다.
“루비아는 그냥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야! 나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흑마법사다! 너 따위는 루비아한테 아무것도 아닌…….”
데미안은 반대쪽 손을 뻗었다. 머리에서 카르닥의 영혼을 쑥 뽑아냈다.
-뭐, 뭐뭐, 뭐?
영혼만 남은 카르닥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기, 기사 따위가 영혼을 조작한다고? 마, 말도 안 돼! 너, 너는 대체…….
데미안은 카르닥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대신 흑마력을 사용해서 카르닥의 영혼을 헤집기 시작했다. 기억을 억지로 뒤지며 용병왕에 대한 모든 기억을 긁어냈다.
-꺼, 꺼어억…… 끄어어…….
흑마력이 영혼을 헤집을 때마다 카르닥은 끔찍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한참 동안 카르닥의 기억을 뒤지던 데미안은 결국 원하던 기억을 손에 넣었다.
“찾았다. 여기에 있었군.”
원하는 것을 손에 넣자마자 데미안은 카르닥의 영혼을 파괴했다.
-끄아악! 아아악!
만독학파들은 자신들이 만든 독을 직접 인간에게 시험했다.
카르닥이 지금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을진 불 보듯 뻔했다.
그들의 원한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기 위해서 데미안은 카르닥의 영혼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흑마력을 주입해서 붕괴시켜 버렸다.
데미안은 두 손을 탁탁 털었다. 카르닥의 영혼이 먼지가 되어서 흩어졌다.
“빨리 가고 싶지만…… 뒷처리부터 해야겠군.”
카르닥의 몸이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육편과 핏자국이 튀었다.
모두 극독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기에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데미안은 그것들을 모두 찾아서 불태우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독병들이 가득 묶여 있는 벨트였다.
독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단단하게 밀봉이 되어 있었음에도 미칠듯한 불길함이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그만큼 끔찍한 독이 담겨 있다는 뜻이었다.
이것들도 남겨두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데미안은 약병들을 모두 태워 버리려 했다.
“흠.”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불길하고 기분 나쁜 물건이었다. 하지만 딱 한 번은 사용해 볼 법했다.
데미안은 독병들을 챙겨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 뒤로 데미안은 뒷정리에 집중했다. 청소를 모두 마친 뒤에야 데미안은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 * *
데미안은 카르닥의 기억에서 봤던 장소로 향했다.
카르닥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지금 용병왕은 국경선 근처에 있는 은신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곳에 임시로 용병왕을 두었다가 슬라의 심부름꾼이 오면 넘길 계획이었다.
용병왕을 은신처까지 옮긴 사람은 다름 아닌 암흑기사였다.
암흑기사는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라 있었지만 데미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흑마법사라면 모를까 하이클래스 따위는 데미안의 적수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단숨에 암흑기사를 죽이고, 용병왕을 해방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은신처에 도착했을 때, 데미안이 마주한 존재는 암흑기사가 아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네요.”
루비아.
거악 슬라의 제자.
“카르닥을 죽인 대가는 비싸게 치러야 할 거예요. 이 더러운 사기꾼 같으니.”
그녀가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