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7화(177/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7화
177화 루비아 (2)
데미안의 참격이 루비아의 몸을 갈랐다.
다리 사이에서부터 복부, 가슴, 얼굴에서 정수리까지.
루비아의 몸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단면이 소름 끼칠 정도로 매끄러웠다.
이 세상에 몸이 반으로 나뉘고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생명체는 없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검을 거두지 않고 루비아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루비아의 손이 움직이더니 데미안의 머리를 후려치려 했다.
데미안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허리를 뒤로 젖혔다. 루비아의 공격은 허공만 갈랐다.
그러자 이번에는 잘려 나간 팔뚝의 단면에서 가시가 돋아나더니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땅을 박차며 뒤로 멀리 물러났다. 가시들은 데미안이 아니라 땅에 박혔다. 굉음과 함께 지면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어머?
그런 데미안을 바라보며 루비아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안 속네요?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면 다 죽었다고 생각하던데.
몸이 반으로 나뉘었음에도 루비아는 살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나저나 놀랐어요. 제 공격에 반응한 것도 모자라서 반격까지 할 줄은 몰랐거든요.
-팔뚝이 잘려 나갔을 때는 섬뜩했다니까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예요.
-팔뚝까지는 그렇다 쳐도 제 몸까지 이렇게 만들 줄이야.
심지어 양쪽의 몸이 각기 다른 말을 쏟아 내기까지 했다.
-어떻게 하이클래스 따위가 가롯과 카르닥을 죽일 수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이유가 있었네요. 정말이지 평범한 하이클래스가 아니로군요.
잘려 나간 단면이 서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윽고 루비아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것까지 보여 줬는데 놀라질 않으시네요? 재미없어라.
데미안은 전생에 루비아의 능력을 이미 봤기 때문에 놀랄 이유가 없었다.
‘이미 흑마법을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시켜 놨군.’
광분학파는 자신의 신체를 매개체로 흑마법을 사용했다.
그들에게 신체는 찰흙이나 다름없어서, 어떤 형태로든 빚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상처는 그들에게 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찰흙을 반으로 잘라도 다시 붙이면 그만인 것처럼 말이다.
-당신을 얕잡아본 건 사과를 할게요. 그러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상대하도록 하죠.
전신의 근육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피부를 찢고, 근섬유들이 튀어나오자 순식간에 덩치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흑마력이 수정처럼 결정을 이루며 루비아의 팔을 뒤덮었다. 마치 검은색 철장갑을 착용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을 본 데미안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나소드(Mana sword)?”
마나소드란 마법사들이 기사들의 오러를 독자적으로 해석해서 흉내 낸 마법이었다.
평범한 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날카로웠으나.
실제 오러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훨씬 많은 결함품에 불과했다.
“가짜 오러로 진짜 오러를 상대하겠다는 건가?”
-마나소드가 오러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서로 동급일 때 이야기죠.
루비아는 대흑마법사였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마나소드는 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시 갑니다.
루비아가 다섯 손가락을 세웠다. 그것을 데미안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압축된 흑마력이 방출되며 지면을 긁었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 마나소드를 베어 내려 했다.
하지만 마나소드는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여명을 쳐 냈다.
팔뚝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에 데미안은 혀를 내둘렀다.
‘무식한 위력이로군.’
마나소드는 태생적으로 오러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나소드로 오러를, 다른 누구도 아닌 데미안의 오러를 쳐 낸다?
루비아의 흑마력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때요? 제법 단단하죠?
바로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루비아가 등 뒤에 와 있었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리세요. 아니면 머리가 으깨져 죽을지도 몰라요.
루비아가 데미안을 향해서 주먹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몸을 날려서 공격을 피했다.
주먹은 지면을 강타했다. 땅이 파괴되며 먼지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흙먼지가 찢어지며 루비아가 튀어나왔다.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데미안을 향해 연속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팔뚝을 굽힌다 싶으면 이미 내지른 뒤였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온 세상을 울렸다.
하지만 루비아가 휘두른 공격은 번번이 허공만 때릴 뿐이었다. 데미안이 모두 피한 것이다.
-진짜 하이클래스 맞아요?
그걸 본 루비아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광분학파가 기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선택한 길은 육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금 루비아의 속도는 하이클래스를 한참 추월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데미안을 상대로 조금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미안이 루비아의 움직임을 모조리 읽어 냈기 때문이었다.
-아오, 짜증 나!
루비아가 신경질을 내며 달려들었다. 데미안이 거리를 벌리려던 찰나였다.
별안간 땅바닥에서 촉수가 돋아나더니 데미안의 다리를 묶었다.
-잡았다!
어느새 루비아의 발목에서 돋아난 촉수가 땅바닥을 파고든 상태였다.
땅속에서 촉수를 움직여서 데미안의 다리를 묶은 것이다.
-이제 못 피하겠죠?
루비아가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그때, 데미안이 여명을 움직였다. 우선 여명을 휘둘러서 루비아의 주먹을 막아 냈다.
아니, 흘려보냈다.
데미안의 얼굴을 노리고 뻗어오던 주먹의 궤적이 갑자기 틀어졌다. 데미안이 아니라 땅을 후려쳤다. 그 바람에 루비아의 자세가 크게 흐트러졌다.
-……어?
루비아가 당황한 사이, 데미안은 여명을 아래로 휘둘러서 촉수를 끊어 냈다.
데미안이 거리를 좁혔다. 루비아는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여명을 내리쳤다.
‘파쇄(波碎)’
마스터 ‘성벽파괴자’의 경지를 담은 일격이 루비아의 머리로 떨어졌다.
여명이 루비아의 머리를 강타한 순간, ‘파쇄’에 의해서 파괴력이 몇 배로 증폭되었다.
루비아의 머리가 으스러지며 몸통이 통째로 땅에 처박혔다.
* * *
광분학파의 신체 능력은 기사들보다 뛰어나다.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단순히 신체를 단련해야 하는 기사와 달리 광분학파는 얼마든지 흑마법으로 신체를 변형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광분학파보다 기사가 훨씬 강하다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 광분학파들이 기사를 상대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딱 한 가지, 광분학파가 절대로 기사들을 뛰어넘을 수 없는 영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
기사들은 단순히 빠르고, 힘이 세기 때문에 강한 게 아니었다.
평생 동안 기술을 갈고닦아왔기 때문에 강한 것이었다.
-아, 아하하…….
루비아가 억지로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으스러졌던 머리가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 이상하네?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하이클래스 따위한테 이렇게 질 리가 없는데?
완벽하게 재생된 머리와 달리 루비아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 난 대흑마법사인데? 스승님의 밑에서 목숨을 걸고 배웠는데? 하이클래스는 열 명도 넘게 죽여 봤는데?
대흑마법사는 마스터 클래스에 비견되는 존재였다.
그만큼 루비아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은 엄청났다. 그 자부심이 지금 실시간으로 뭉개지고 있었다.
-이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루비아의 팔이 갈라졌다. 두 개였던 팔이 여섯 개로 늘어났다.
-이제 진짜로…… 진짜 제대로 할 거예요!
여섯 개의 팔이 채찍처럼 늘어났다. 각기 다른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데미안을 덮쳤다.
피하기에는 개수도 많고, 속도도 너무 빨랐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전신의 근육이 급격하게 활성화되었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리해졌다.
루비아가 휘두른 여섯 개의 팔이 순식간에 느려지더니 급기야 허공에서 멈췄다.
물론 진짜로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극도로 예리해진 감각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었다.
“삼환(三環).”
내부에 만들어 뒀던 세 개의 고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벌성지광약으로 인해서 강화된 신체에 고출력이 마력이 전달되었다.
한 걸음.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루비아의 팔을 향해서 여명을 휘둘렀다.
팔뚝을 뒤덮고 있던 마나소드와 데미안의 오러가 서로 부딪혔다.
방금 전에는 마나소드가 오러를 쳐냈다. 하지만 고리를 가동시키고 있는 지금은 달랐다.
마나소드와 팔뚝이 동시에 갈라졌다. 어떠한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데미안은 루비아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팔뚝을 모조리 베어 냈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베어 냈다. 길게 늘어난 팔뚝이 순식간에 수십 개로 토막 났다.
그렇게 데미안은 루비아의 코앞에 도착했다.
데미안은 양손으로 칼자루를 잡았다. 칼끝으로 루비아를 겨누었다.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해제했다.
끓어오르던 체온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신체 능력과 감각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멈춰있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상처럼 서 있기만 하던 루비아가 데미안을 발견했다.
-……어?
루비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멀리 서 있던 데미안이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대, 대체 언제 내 앞에……!
루비아는 팔을 움직여서 데미안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여섯 개나 되던 그녀의 팔은 이미 수십 개로 토막이 난 뒤였다.
-마, 말도 안…….
루비아가 팔뚝을 재생시키려는 찰나, 데미안이 칼끝을 내질렀다.
‘멸격(滅格)’
신성교단의 오대성인인 청염이 손에 넣은 경지.
모든 것을 부수는 일격이 루비아의 정중앙을 강타했다.
중심에서부터 루비아의 근육이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그 속에 감춰져 있던 뼈가 가루처럼 흩어졌다.
-……!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루비아의 몸이 산산이 부서졌다.
* * *
“후우.”
데미안은 숨을 길게 내쉬며 합환무극공을 해제했다.
단시간에 무리를 한 탓에 급격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좋은 기술이지만 체력소모가 너무 크군.”
데미안은 바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흩어져 있던 루비아의 살점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살점은 주먹만 한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 덩어리의 중앙이 갈라지더니 쩍 벌어졌다.
-꺄아아악!
입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 날 이렇게 만들어? 하, 하이클래스 따위가! 감히 날! 날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만들다니!
신체가 모조리 찢겨나갔음에도 루비아는 죽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꾸역꾸역 자신의 몸을 재생시키고 있었다.
-거기 가만히 있어! 지금 당장! 널 죽여 버릴 거니까!
살점이 모여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루비아의 형체도 계속 커졌다.
-죽일 거야! 반드시! 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너만큼은…… 쿨럭.
별안간 루비아의 입에서 검은 액체가 쏟아졌다.
-이, 이게 대체…… 우웨에엑.
재생하던 몸이 검게 썩어가기 시작했다. 루비아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절규하는 루비아를 향해 데미안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칼날에 카르닥의 독을 발라 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