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7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8화(178/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78화
178화 루비아 (3)
-카르닥의…… 독이라고……?
루비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카르닥의 독은……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야……!
만독학파의 독은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독을 다뤘다가는 독의 효능이 모조리 사라질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내가 그 아무나가 아닌 모양이지.”
데미안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데미안의 머릿속에는 독에 관련된 지식도 담겨 있었다. 충분하다 못해서 넘칠 정도로 말이다.
-이게…… 카르닥의 독이라면…… 대체 왜…… 왜 이제 와서 증상이 나타나는 건데!
“내가 그렇게 되도록 조정했으니까.”
데미안은 카르닥의 독을 원본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서 따로 조합을 했다. 전투 도중이 아니라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도록.
“그냥 사용했으면 네가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독을 몰아냈을 거 아니냐.”
광분학파는 신체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그런 이들이 독에 대항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여차하면 중독된 부위를 모아서 잘라 내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독의 증상이 늦게 발현되도록 했다.
루비아가 가장 약해졌을 때, 독을 해독시키지 못할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나도록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너는 꽤 까다로운 적이었거든.”
루비아는 강적이다.
멸망전쟁 당시, 거악 슬라의 제자들은 모두 기사의 천적이라 불렸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유혹하는 페로몬을 퍼트리는 능력 때문에?
그것도 슬라의 제자들이 가진 강점 중 하나였지만 주력 능력은 아니었다.
슬라의 제자들이 기사의 천적이라 불린 이유는 뛰어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분학파의 흑마법사들은 기사에 비하면 부족하다.
그런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슬라의 제자들은 동급의 기사들을 상대로 우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루비아는 특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스터클래스를 상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자였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의 루비아는 마스터클래스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재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현시점에서 루비아는 다른 대흑마법사들보다 훨씬 강했다.
“다른 것보다 재생능력이 귀찮았지. 오러블레이드라면 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만 오러로는 불가능하니까.”
루비아의 전투에서 데미안 가장 경계한 것은 재생능력이었다.
근력? 민첩? 체력?
그런 건 데미안이 어떻게든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생능력만큼은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데미안의 손에 카르닥의 독이 들어왔다.
끔찍하고, 징그럽기는 했지만 잘 사용하면 루비아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물건이 말이다.
“네 덕분에 많은 걸 얻었다.”
데미안은 지금까지 기사로서 전력을 발휘해 본 적이 없었다. 기사로서 싸웠던 적들은 대부분 데미안보다 약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명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루비아와 싸우면서 자신의 전력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마스터클래스를 상대로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겠어.”
데미안의 마지막 말은 루비아에게 들리지 않았다.
독이 전신으로 퍼져서 거의 다 썩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루비아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썩은 시체에서 루비아의 영혼이 날아오르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아아아…….
육체에서 해방된 그 모습은 무척 자유로워 보였다. 루비아는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어딜 가려는 거냐.”
물론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볼 데미안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손을 뻗어서 루비아의 영혼을 움켜잡았다.
-……어? 어어?
루비아가 당황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데미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다, 당신은…… 기, 기사잖아요. 그, 그런데 어떻게…… 나, 날…… 내 영혼을……!
굳이 설명할 필요를 못 느꼈기에 데미안은 곧바로 루비아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었다.
-꺄아아아악!
루비아를 영혼을 소멸시킨 뒤, 데미안은 용병왕이 있는 은신처로 향했다.
* * *
“젠장! 왜 박히질 않는 거야!”
넓은 동굴 내부.
한 남성이 거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이건 레어메탈로 만든 송곳이잖아! 거기에 오러까지 덧씌웠는데 왜 튕겨져 나오는 거냐고!”
남성, 파비오의 발밑에는 구부러진 송곳들이 우수수 쌓여 있었다.
“아무리 용병왕이라지만 이래도 되는 거야?”
파비오는 돌침대에 누워 있는 누군가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앳된 외모와 눈이 시릴 정도의 백발.
이런 장소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미소년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봤으면 경악했으리라.
돌침대에 누워 있는 소년의 정체는 용병왕이라 불리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젠장! 이번에도 튕겨낼 수 있는지 한번 보자!”
파비오가 새로운 송곳을 꺼냈다. 송곳 전체에 검은 오러가 덧씌워졌다.
파비오는 즉시 용병왕의 손바닥을 향해서 송곳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송곳이 닿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송곳이 우뚝 부러졌다.
“젠장!”
파비오는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용병왕은 초월자라는 마스터클래스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 육체는 하이클래스의 오러 따위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분이 오시기 전에 빨리 봉인구를 꽂아 넣어야 하는데…….”
파비오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용병왕이 몸을 뒤척였다. 그 순간, 파비오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다.
파비오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용병왕을 바라봤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용병왕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후하아아…… 깨, 깨어나는 줄 알았네.
청년은 돌침대 옆에 놓아 둔 램프를 살펴봤다.
어린아이처럼 거대한 램프는 드래곤의 머리와 똑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램프의 안에서 분홍색 연기가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분홍색 연기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용병왕의 콧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래, 아직 이게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깨어나겠어.”
청년이 낄낄 웃고 있을 때였다.
돌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청년은 반색하며 문 쪽을 쳐다봤다. 이곳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설마 루비아야? 그사이에 내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이렇게 으쓱한 시간에 여자 혼자 찾아오면 곤란한데.”
파비오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얼굴이 굳어버렸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루비아가 아니었다. 훤칠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루비아가 아니라 미안하게 됐군.”
청년의 말에 파비오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냐.”
“알 거 없다. 용병왕은 어디에 있지? 아, 저기에 있군.”
청년이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비오는 즉시 칼을 뽑아서 청년을 겨누었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라. 그럼 머리통을 부셔 버리겠다.”
파비오의 경고에 청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파비오는 흑마력을 일으켰다. 그가 들고 있던 칼날의 표면에 시커먼 오러가 치솟아 올랐다.
“멍청한 놈. 내 경고를 무시하다니.”
파비오는 흑마력을 사용하는 암흑기사로서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다.
흑마력은 평범한 마력보다 거칠고, 흉포했다. 그렇기에 평범한 기사보다 암흑기사가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난 파비오라고 한다. 세간은 날…….”
“몰라.”
청년의 말에 파비오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너 같이 별 볼 일 없는 놈을 내가 어떻게 아냐.”
청년이 귀찮다는 듯이 말하며 칼을 어깨에 걸쳤다. 그 모습을 본 파비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대체 언제 칼을…….”
파비오의 목에서 갈라졌다. 그곳에서 미친 듯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파비오는 손으로 목을 움켜잡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마, 말도 안…….”
파비오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히더니 몸이 뒤로 넘어갔다.
“귀찮게 굴기는.”
데미안은 여명을 집어넣은 뒤, 용병왕에게 다가갔다.
용병왕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자고 있었다.
“누구는 자기 때문에 개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편하게 자고 있을 줄이야.”
생각 같아서는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데미안의 주먹만 아플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무슨 짓을 당했는데. 이 괴물 같은 인간이 꼼짝없이 당한 거지?”
주변을 살피던 데미안은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커다란 램프를 발견했다.
드래고의 머리를 형상화 시킨 램프.
그것을 보자마자 데미안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용잡이의 유물이잖아?”
현대에서 드래곤이란 전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머나먼 고대에는 달랐다. 흔하지는 않지만 심심찮게 드래곤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고대 유물 중에는 드래곤을 사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램프였다.
드래곤의 수면욕을 자극해서 무력화시키는 유물이었다.
대단한 물건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유용한 물건은 아니었다. 사용하기 너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우선 드래곤이 이 램프가 발산하는 향기에 오랫동안 노출이 되어야 했다.
“힘들게 잠재워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바로 깨어난다던데.”
데미안이 이 유물에 대해서 이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이유는 데스나이트 시절, 도르고가 연구하던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루비아한테 쉽게 당했는지 알 것 같군.”
용병왕이 가장 총애하는 여자가 루비아였으니 접촉할 기회는 차고 넘쳤으리라.
루비아는 용병왕이 자신을 찾을 때마다 램프의 향기를 모아서 그에게 흡입시킨 게 아닐까.
데미안은 램프의 불을 꺼트렸다. 그러자 더 이상 램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용병왕은 깨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유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
혹시 사용할 데가 있을까 싶어서 데미안은 램프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자고 있는 용병왕을 업은 뒤,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삐쩍 마른 몸을 가진 남성이었다.
얼굴 뼈에 가죽이 들러붙어 있었다. 옷을 입지 않은 상체에는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마른 팔다리 위로 굵은 쇠사슬이 휘감겨 있었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
남성이 데미안을 향해 물었다. 그런 남성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재수 없게 되었군.”
데미안은 저 남성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판데모니엄 소속 악인.
제국의 공작가에서 뒤쫓고 있는 범죄자.
거악 슬라가 거느리고 있는 애인 중 한 명.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암흑기사.
철지주(鐵蜘蛛) 발렌티노 미켈레가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