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8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1화(181/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1화
181화 악연 (3)
정오가 되었을 때, 아테나는 용병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밖으로 끌려 나왔다.
용병들은 그녀를 용병대의 진영 입구로 끌고 가서 내동댕이쳤다.
흙바닥 위에 엎어진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정면을 쳐다봤다.
저 앞에 속시원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클레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주위에는 다른 성혈들이 포진해 있었다.
“아테나, 네 처우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 봤다. 너에게 합당한 처벌을 하나밖에 없더구나.”
아테나는 비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멋대로 가둔 주제에 처벌이라니?
“추방이다. 오늘 이후로 두 번 다시 파프니르 용병대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거라.”
전날에 이미 클레아에게 들었기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프니르 용병대는 대륙을 떠돌아다녔다. 그렇기에 아테나에게는 딱히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렇기에 파프니르 용병대가 실질적인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고향에서 쫓겨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에 두 번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아테나는 작은 희망을 담아서 다른 성혈들을 쳐다봤다.
그래도 배다른 형제들이니 한 명 정도는 자신을 옹호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성혈들은 모두 아테나의 시선을 외면했다. 심지어 꼴좋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하지만 아테나는 그것들을 모두 억눌렀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클레아의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너에게 지급되었던 갑옷, 무기, 그 외에 모든 것을 몰수한다.”
클레아가 손가락을 들어서 먼 곳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로 이곳을 떠나거라.”
아테나는 이를 악문 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발목의 인대가 잘린 탓에 좀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결국 아테나는 기어갈 수밖에 없었다. 두 팔로 땅을 짚으며 몸을 질질 끌었다.
“정말 너한테 딱 어울리는 모습이구나.”
등 뒤로 클레아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간헐적으로 들렸다.
그때였다.
커다란 그림자가 아테나를 뒤덮었다. 고개를 들어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참수자 울리크 호퍼.
클레아의 자식이자 임시로 대리인을 맡게 된 배다른 형제.
“……무슨 볼일이죠?”
아테나가 가시 돋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그녀가 당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좋은 반응이 나올 수가 없었다.
“잠깐 발을 줘 봐라.”
울리크 호퍼는 아테나의 한쪽 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붓고 연고를 발랐다.
“울리크! 지금 뭐 하는 짓이니!”
그 모습을 본 클레아가 고함을 내질렀다. 어머니의 분노에도 울리크 호퍼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머니, 이 정도 자비는 베풀어도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당장 그만두지 못 하겠니!”
클레아가 성질을 내고 있음에도 울리크 호퍼는 묵묵히 아테나를 치료했다.
효과가 좋은 치료약이었는지 순식간에 고통이 가셨다. 그뿐만 아니라 발목이 움직이기까지 했다.
“나머지 한쪽도 치료해 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어머니께서 어떻게 나오실지 모른다. 이 정도에서 멈추는 걸 용서해다오.”
그리 말하며 울리크는 아테나에게 목발을 건넸다.
“……이런다고 내가 당신들을 용서해 줄 것 같아요?”
“못하겠지. 알고 있다.”
아테나는 울리크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친모는 물론이고 다른 형제들도 아테나를 증오하고 있는데 어째서 울리크만은 다르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의문을 해결할 때가 아니었다.
아테나는 목발을 짚은 채 일어섰다. 발목이 한쪽만 나은 탓에 움직임이 불안정했다.
아테나는 쩔뚝이며 들판을 걸었다. 자신의 고향을 두고 떠났다.
그렇게 모두를 등졌을 때, 아무도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테나는 비로소 억눌렀던 감정을 해방시킬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아테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모든 것은 착각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별 볼 일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아테나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 냈다. 소매를 내렸을 때, 아테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어.”
아테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다시 돌아와서…… 되갚아줄 거야.”
오늘 자신이 당했던 굴욕을 몇 배로 되돌려 줄 것이다. 특히 클레아 파울러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단하겠다.
어린 용은 이 순간, 복수를 다짐…….
“아테나!”
……하려는 찰나,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테나는 고개를 들어서 정면을 쳐다봤다. 그 순간, 눈동자가 확 커졌다.
아버지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데미안 학센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게야!”
아버지는 아테나를 확 끌어안았다. 이내 아테나의 몸 상태를 살펴봤다.
“너! 이게 무슨 일이냐! 발이 왜 이래?”
아테나는 멍한 얼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게 현실이 맞는 걸까? 내가 환상을 보는 게 아닐까?
이내, 아테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괜찮다. 괜찮아. 이 아빠가 오지 않았더냐.”
아버지는 아테나의 등을 연신 토닥이며 위로했다.
“데미안, 아테나를 부탁하마.”
한참 동안 아테나를 위로하던 용병왕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용병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마, 마마, 말도 안 돼!”
다가오는 용병왕을 바라보며 클레아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어, 어떻게 돌아온…… 아, 아니야…… 저게 진짜일 리가 없어……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죽이지 않고! 저건 가짜야! 몬스터가 위장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클레아가 성혈들을 향해 소리쳤다.
성혈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이 기운, 이 마력, 진짜 용병왕이 분명했다.
하지만 천막에서 기절해 있던 용병왕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성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용병왕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별안간 용병왕의 몸이 사라졌다. 동시에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성혈이 한 대씩 얻어맞은 채 날아갔다.
“컥!”
“크억!”
성혈들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보통 내상이 아니었다.
“이 머저리 같은 새끼들아!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못 알아보는 거냐!”
다시 원래 자리에 나타난 용병왕이 씩씩거리며 분노했다.
“클레아 파울러! 감히 내 용병대에서 이딴 개짓거리를 벌이다니!”
용병왕이 클레아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분노를 정면에서 맞이한 클레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때, 클레아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 그녀의 아들인 울리크 호퍼였다.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도 가만 놔두지 않겠다!”
용병왕이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울리크 호퍼는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보기만 했다.
“꼴에 아들이라고 네 어미를 지키겠다는 거냐? 오냐, 네놈도 같이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용병왕이 뇌력을 끌어올렸다. 그때, 갑자기 울리크가 용병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용서해 주십시오. 모든 건 어머니를 막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울리크의 사죄는 오히려 용병왕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용병왕은 발끝으로 울리크의 복부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그래! 네 잘못이다! 네놈이 막질 않은 잘못이다! 네놈이 네 어미를 방관한 결과가 보이느냐! 아테나가, 저 어린 것이 당한 일이 보이냔 말이다!”
용병왕은 울리크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었다. 진짜로 울리크를 죽일 기세였다.
울리크는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면서도 묵묵히 용병왕의 폭력을 감내했다.
“그만…… 그만하세요!”
보다 못한 클레아가 용병왕의 앞을 막아섰다. 용병왕은 주먹질을 멈추고 그녀를 노려봤다.
“당신은 뭘 잘했다고 울리크한테 화를 내는 거예요!”
“무슨 개소리냐. 설마 정신이 나가 버린 거냐?”
“먼저 자식들을 차별한 사람은 당신이잖아요! 맨날 아테나 저 년만 감싸고 돌았으면서!”
“차별? 그래, 내가 아테나를 편애하기는 했지. 그럼 다른 놈들한테도 한번 물어보자.”
용병왕이 다른 성혈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네놈들도 한번 말해 봐라! 내가 아테나를 편애한 게 그렇게 못마땅했느냐? 어디 털어 놔 봐라!”
성혈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용병왕은 차별이 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차별의 기준이 굉장히 명확했다.
능력이 뛰어날 것.
무능력한 자식을 무시할망정, 성과를 낸 자식을 홀대하지는 않았다.
“다른 놈들은 네년과 생각이 다른 것 같구나. 그렇지 않느냐?”
용병왕이 클레아를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클레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 그것뿐인 줄 아세요? 아, 아테나의 어미만…… 그 여자만…… 차, 찾고…….”
“건방진 년. 겨우 그딴 이유로 아테나를 괴롭혔던 거냐?”
용병왕이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클레아를 노려봤다.
“너랑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가 말했지. 난 네 년의 몸만 원할 뿐이고, 날 만족시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말했지.
클레아의 얼굴에 굴욕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용병왕은 그런 클레아를 조금도 배려할 생각이 없었다.
“내 덕분에 평생 호의호식한 주제에 그딴 가당찮은 생각을 품어?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카, 칼……!”
클레아가 다급하게 용병왕을 붙잡았다. 하지만 용병왕은 곧바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잘 들어라 이 머저리들아!”
용병왕이 성혈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너희 같은 놈들한테 용병대를 맡길 생각을 한 내가 멍청이였다! 덕분에 확신이 서는구나!”
용병왕이 아테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아테나가 내 후계자다!”
줄곧 공석으로 남아 있던 후계자 자리가 확정이 되자 성혈들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버지! 아, 아무리 그래도 겨우 하이클래스인 아이를…….”
성혈 중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용병왕이 바닥에 있던 돌멩이를 걷어찼다.
뇌력이 담긴 돌멩이가 성혈의 명치에 박혔다. 성혈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또 내 결정이 마음에 안 드는 놈 있느냐?”
용병왕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성혈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울리크.”
“……예, 아버지.”
울리크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번에 있었던 일의 대가를 어떻게 치를 생각이냐.”
“……제 목을 쳐주십시오.”
“그런 쉬운 방법으로 네놈의 형벌을 대신할 수는 없지. 넌 오늘부터 아테나를 보좌해라. 목숨을 걸어서라도 아테나를 지키란 말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울리크가 즉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용병왕이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뭘 보고 있냐 이 머저리들아! 당장 내 앞에서 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