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8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3화(183/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3화
183화 가족 여행 (1)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말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해가 저물었다. 데미안은 대로변에서 야숙을 준비했다.
모포를 깔고, 모닥불을 피웠다. 불이 약한 듯 하여 장작을 몇 개 더 집어넣었다.
모닥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생각에 잠겼다.
‘도르고의 꼬리를 좀처럼 잡을 수가 없군.’
데미안의 목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딱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도르고의 처단이었다.
도르고를 죽여야 자신의 원한을 풀고, 멸망전쟁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도르고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도르고가 조심성이 많다지만…… 이 정도로 철저할 줄은 몰랐는데.’
도르고와 관련이 있는 흑마법사들을 몇 명 잡은 뒤, 영혼을 파헤치다 보면 금방 위치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회귀한 이후, 데미안은 많은 흑마법사들을 사냥했지만 도르고의 작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겠어.’
그저 그런 흑마법사들로는 수확이 없다.
그렇다면 거물을 잡아서 도르고의 위치를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거악이라면 도르고의 행방을 알지도 모른다.’
거악은 판데모니엄의 주축이자 도르고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이었다.
그만큼 거악들은 도르고와 오랜 시간 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거악이라면 도르고를 찾아낼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언젠가 찾아서 죽여야 할 놈들이었다.’
멸망전쟁 당시, 거악들로 인해서 인류가 입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르고와 더불어 반드시 죽여야 할 악적들이었다. 단 한 명도 살려 둘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데미안에게는 거악을 죽여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특히 그놈들은…… 가족들의 영혼을 가져간 그 빌어먹을 개새끼들은 절대로 살려 둘 수 없다.’
가족들의 영혼을 받아간 흑마법사들.
그들은 모두 거악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가족들을 농락하고, 괴롭히고, 고통의 바다 속으로 빠트렸다.
까득.
그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이가 갈렸다. 분노가 칼날처럼 변해서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놈들을 죽이려면…… 우선 마스터클래스에 올라야 한다.’
거악은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다.
초월자라 불리는 대흑마법사, 마스터 클래스들을 뛰어넘는 존재들이었다.
그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데미안도 초월자의 위치에 서야 했다.
‘조건은 모두 갖춰졌다.’
파프니르 용병대를 방문한 동안 데미안은 미타성수와 화정석태라는 전설적인 영약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것들을 모두 온전히 흡수하면 그토록 원하던 마스터 클래스에 오를 수 있었다.
다만, 지금 당장 영약들을 섭취할 수는 없었다. 현재 데미안의 육체는 영약들을 흡수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모두 데미안이 급격하게 강해진 탓이었다.
데미안이 회귀를 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강해진 탓에 데미안의 육체는 불완전한 점이 많았다.
‘당분간 육체 단련에만 집중해야겠군.’
본인의 실력을 높이는 것.
거악과 맞서기 위해서는 그 외에도 갖춰야 할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나만의 세력이 필요하다.’
거악은 대부분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발을 대신해 주고, 필요할 때는 같이 싸워줄 수 있는 존재들 말이다.
그렇기에 거악과 맞서기 위해서는 데미안만의 세력이 필요했다.
‘이미 기틀은 잡아놨다.’
데미안은 이미 사령기사와 다수의 스켈레톤, 그 외에 언데드 두 체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거악의 세력과 비교했을 때, 크기도 작고, 전력도 약했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어느 세력보다 대단했다.
도미니코는 마스터 클래스에 도달할 자질을 갖추고 있고, 미야는 생물의 피를 흡수할 때마다 강해졌다. 뭉치는 미래에 멸망의 야수라 불리던 괴물이었다.
‘기다려라.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지옥의 밑바닥으로 떨어트려 줄 테니까.’
어둠 속에서 데미안의 눈동자가 조용히 불타올랐다.
* * *
그 뒤로 며칠을 더 이동한 끝에 데미안은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데미안은 낯선 광경을 보게 되었다.
사용인들이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며 짐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데미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성 안으로 들어왔다.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들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고있는 빅터를 발견했다.
“흐앗! 하앗!”
빅터는 온갖 기합을 내지르며 도끼로 장작을 쪼개고 있었다.
“얌마.”
“흐엇! 깜짝이야! 도련님! 제발 기척 좀 내주십셔!”
빅터가 화들짝 놀라며 항의했다.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그보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다들 엄청 바빠 보이는데.”
“아, 여행 준비 중이라 그렇습니다요.”
난데없는 말에 데미안은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준비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요. 그저께 결정된 거라서요.”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가족들을 찾아 가는 수밖에 없는 듯 했다.
데미안은 위층으로 향하려다가 빅터에게 물었다.
“그런데 넌 왜 여행 준비를 돕지 않고 장작이나 패고 있는 거냐.”
“저는 이번 여행에 백작님의 시종으로 따라가게 되었거든요.”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귀족의 여행에는 아무나 동행할 수 없었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거나 인정을 받는 사람만 가능했다.
“그런데 여행에 따라간다는 놈이 왜 여기서 장작을 패고 있어?”
“그거야 제가 성을 비우면 장작이 금방 동이 나지 않겠습니까요? 그런 불상사를 대비하여 며칠 분의 장작을 미리 만들고 있는 겁니다요!”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빅터를 바라봤다.
장작이 바닥나면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빅터의 얼굴이 너무나도 진지해 보여서 차마 지적할 수가 없었다.
“알겠다. 열심히 하도록 해라.”
“옙!”
데미안은 그렇게 말하며 윗층으로 올라갔다.
“옷은 넉넉히 챙겼니?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 주렴.”
그러자 시종들 사이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안은 어머니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어머, 데미안!”
어머니는 곧바로 달려와서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데미안도 양팔로 어머니를 꽉 안았다.
“볼일은 다 마치고 온 거니? 이번에는 특히 오래 걸린 것 같구나.”
“뭐, 잘 끝났습니다.”
데미안은 대충 얼버무렸다. 용병대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걱정만 끼칠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여행이라뇨? 이게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참, 너는 나가 있어서 모르겠구나. 안에 아버지께서 계시니 직접 물어보렴. 엄마는 바빠서 설명할 시간이 없구나.”
어머니는 데미안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결국 데미안은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업무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데미안이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학센 백작은 종이에 무언가를 쓰다 말고 데미안을 쳐다 봤다.
“누군가 했더니. 이제 돌아온 거냐.”
“반응이 너무 건조한데요.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네가 훌쩍 떠났다가 훌쩍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어야 반가워해주지.”
학센 백작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데미안은 내심 뜨끔했다.
“들어보니까 여행 준비 중이라면서요? 갑자기 웬 여행이랍니까?”
“공작 각하께서 초대장을 보내셨다. 매년 이맘때쯤에 별빛해파리의 산란기가 시작되는 가장 좋은 자리를 맡아놨다면서 말이다.”
아버지의 말에 데미안은 묻어 놨던 기억을 떠올렸다.
별빛해파리는 이름만 그럴 뿐, 실제로는 해파리와 거리가 먼 생물이었다.
신체가 투명하고, 허공을 부유하며, 한밤 중에는 몸에서 빛이 났다.
굉장히 희귀한 생물이라 평소에는 한 마리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1년 중에 딱 한 번, 산란기를 맞이할 때는 수백 마리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특이하게도 오직 애플 왕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었다.
그래서 별빛해파리를 구경하고자 매년 외국에서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래서 별빛해파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상석은 애플 왕국의 귀족들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런 자리를 덜컥 내주겠다고 하니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당연했다.
“제가 없는데 가족 여행이라뇨. 제가 오늘 돌아오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하셨어요.”
“네가 없으면 그냥 우리들끼리 갈 생각이었지.”
데미안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학센 백작이 씩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다행히 딱 맞춰서 왔구나. 다 같이 출발할 수 있겠어. 사실 널 놓고 가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학센 백작이 팬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족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모처럼 생긴 기회니까 즐기고 오자꾸나.”
아버지의 말대로 데미안도 가족들끼리 여행을 떠난 기억이 까마득 했다.
데미안의 경우에는 전생을 경험했으니 더더욱 멀게 느껴졌다.
“호위는 너한테 맡기마.”
상념에 빠져 있는 데미안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데미안은 애써 우울한 감정을 털어 버리며 말했다.
“맡겨 주세요. 방해하는 놈들이 없도록 낌새가 보이면 제가 먼저 나서서 묻어 버리겠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먼저 묻어 버리면 그냥 범죄아니냐?”
* * *
“별빛해파리 축제?”
시골 마을에 세워진 여관.
그곳에 있는 테이블에서 한 여인이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음 목표가 세워졌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겨우 이딴 거야? 축제 따위를 망쳐서 뭐가 재미있다는 건데? 다들 그렇지 않아?”
여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탁자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딴 병신 같은 곳 말고…… 다른 재미있는 목표도 많잖아. 귀족의 영지를 턴 다음에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한 번에 터트려 버린다거나.”
여인이 정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한 남성이 의자를 돌린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수클레, 나의 작고 예쁜 고양이. 그런 험한 말은 하지 말아줘.”
“개소리하지 말고 빨리 설명이나 해.”
여인이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알겠다는 듯 양팔을 들어 보였다.
“별빛해파리 축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야. 외국의 귀족들이 밀려들어 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축제지.”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나중에 도시로 가서 한 번 알아봐도 좋아. 그 축제가 얼마나 유명한지. 또 얼마나 많이 오는지 금방 알게 될 걸?”
남자의 말에 흥미가 생겼는지 여인은 입을 다물었다.
“상상을 해봐. 그 축제를 보려고 먼 이국에서부터 힘들게 찾아온 수천 명의 귀족들을. 그들을 모두 네 마법으로 터트려 버리는 거야.”
남자가 두 손을 모았다가 크게 벌렸다. 마치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형상처럼 보였다.
“그 광경이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이 가?”
남성의 말에 여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장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