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8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4화(184/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4화
184화 가족 여행 (2)
“역시 나의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수클레. 너처럼 내 뜻을 금방 이해해 주는 사람은…….”
“개소리는 그쯤 해 줄래? 너희들은 어때? 다들 동의하는 거야?”
수클레가 다른 일행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일행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행동에 남성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앙증맞은 아기 오리들 같으니.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이 충만해지는……”
“다들 의견이 모였네. 그럼 당장 출발하자.”
수클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여관 밖으로 나갔다. 다른 일행들도 수클레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겨진 남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일으켜 여관의 카운터로 다가갔다.
“셰프? 음식은 잘 먹었어요.”
“그, 그렇다니 다, 다행입니다.”
카운터에 서 있던 여관 주인이 덜덜 떨며 말했다. 얼굴이 곧 죽을 사람처럼 창백했다.
“요리의 가짓수가 많은 건 칭찬할 만하지만 아쉽게도 맛이 없더군요. 특히 콩 요리는 최악이었어요.”
“죄, 죄죄, 죄송합니다. 아, 앞으로 요, 요리 실력을 갈고닦도록 하, 하겠습니다.”
“적극적인 자세 아주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마땅히 값을 치러야겠군요.”
남성이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서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누런 금화가 번쩍번쩍 빛났다. 하지만 여관 주인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자, 자자, 잠깐만요!”
여관 주인의 외침에 남성이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다.
“제, 제발…… 이, 이걸 좀 풀어주시면…….”
여관 주인이 옷소매를 걷어올리며 말했다. 여관 주인의 손목에는 마법진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 제발 부, 부탁드리겠습니다! 모, 목숨만은……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여관 주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여관 주인의 태도에 남성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런…… 그렇게 애원하시니 제 마음이 약해지는군요.”
그 말에 여관 주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 마법은 우리 깜찍한 수클레만 해제할 수 있답니다. 저는 도리가 없군요.”
그리 말하며 남성은 몸을 돌려서 여관문을 잡았다.
“자, 잠깐만요! 제, 제발! 제발!”
여관 주인이 붙잡을 틈도 없이 남성은 여관밖으로 나갔다.
열렸던 문이 매정하게 닫히는 순간, 갑자기 마법진이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제발! 그만! 아아악!”
여관 주인의 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불길에 휩싸였다. 여관 주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악! 아아악! 끄아아악!”
하지만 몸에 붙은 불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불길은 여관에 옮겨붙기만 했다. 이윽고 붉은 화염이 여관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저런…… 마법이 발동해 버렸네.”
여관 밖으로 나온 남성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수클레의 솜씨는 언제봐도 훌륭하단 말이지.”
그리 말하며 남성은 몸을 돌려서 길을 걸었다.
남성이 걷고 있는 길의 주변에는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전신이 터져 버린 시체, 불탄 채 형체만 간신히 남은 시체 등.
모두 마을 주민들의 시체였다.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 거야?”
마을 밖으로 나오자 수클레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남성은 미안하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쉿, 화를 내지 마. 그 귀여운 얼굴이 망가지잖아.”
“개소리하지 말고 이유나 말해. 뭘하다가 늦은 거야.”
“음식의 값은 지불해야지. 안 그래?”
“뭔 병신 같은…… 돈 낭비 그만하라고 내가 말했지.”
수클레의 핀잔에 남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아기고양이. 우리들의 첫 번째 신조가 뭐였지?”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거잖아.”
“그래, 그게 우리 헤도니악(Hedoniac)의 뜻이지.”
남성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덧붙였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어휴, 말이나 못하면…… 알겠어. 어서 올라타기나 해.”
남성과 수클레, 일행들은 각자 말에 올라탔다.
그들이 마을을 떠난 뒤, 한 무리의 성기사들이 도착했다.
“생존자를 찾아라!”
성기사들은 각자 흩어져서 마을을 수색했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낸 것이라고는 잿더미가 된 시체와 불타고 있는 여관뿐이었다.
“……끔찍하군.”
성기사 중 한 명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사람은 불에 탈 때,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다.
검게 타 버렸음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헤도니악…… 이 미치광이들 같으니.”
헤도니악(Hedoniac)
그들은 다른 범죄조직들과 달리 재물을 욕심내지 않았다. 권력을 탐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딱 하나뿐이었다.
살인, 학살, 고통.
이들은 마을이나 도시를 습격하며 사람들을 죽였다.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이라도 하는 것처럼 매번 방식이 달라졌다.
이런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헤도니악은 아직까지 붙잡히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마스터클래스와 대흑마법사가 함께 움직이다니…… 신께서는 어쩌자고 이런 재앙을 가만히 내버려 두신단 말인가.”
헤도니악을 이끄는 주축이 초월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헤도니악의 흔적을 찾았다고 본단에 연락해라.”
성기사가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이번 여행을 위해서 학센 백작가에서 따로 준비할 건 없었다.
“공작 각하의 명령으로 여러분들을 모시게 된 샌들러라고 합니다.”
골드픽시 공작가에서 여행을 위해서 마차와 호위들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각하께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아버지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인기가 많은 축제의 상석을 구해다 준 것도 모자라서 마차와 호위까지 붙여 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안 그래도 공작 각하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으니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의 얼굴에 짙은 자부심이 드러났다.
골드피시 공작이 이렇게 많은 선물을 제공한 이유는 모두 데미안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과거와 달리 데미안은 골드픽시 공작가의 권세만으로는 잡아둘 수 없는 거물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으로 데미안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데미안으로서도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가족들이 애플 왕국에 있는 이상, 골드픽시 공작가와 친해서 나쁠 게 없었으니 말이다.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샌들러의 말과 함께 학센 백작가의 사람들을 태운 마차가 출발했다.
마차는 달리고 달려서 축제가 열리는 도시에 도착했다.
“어머.”
“이야,”
마차에서 내린 가족들은 모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길거리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숙소를 구하기도 어렵겠군.”
학센 백작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샌들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각하께서 숙소를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정말 감사한 일이로군.”
샌들러는 가족들을 도시 중앙에 있는 호텔로 안내했다.
5층 높이의 호텔은 주변의 건물 중에서 가장 높고 크기가 컸다.
“저희 공작가에서 소유하고 있는 호텔입니다.”
“오, 굉장히 크구려. 우리는 어느 객실을 사용하면 되는 거요?”
“전부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전부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학센 백작을 비롯한 가족들은 처음에 샌들러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했다.
“도시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입니다. 여러분들을 모시기 위해서 각하께서 다른 손님을 받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샌들러의 말에 가족들을 한 번 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축제가 열리는 성수기에는 손님들이 몰려들 테니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를 터였다.
골드픽시 공작가에서 얼마나 많은 수입을 포기했을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옥상으로 한번 올라가 보시죠. 틀림없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가족들은 호텔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바깥 풍경을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넓은 장소에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다른 건물들은 모두 호텔보다 높이가 낮았다. 그래서 아무런 방해 없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별빛해파리 무리를 구경할 수 있다니…….”
학센 백작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 고맙다.”
난데없는 말에 데미안은 말문이 턱 막혔다.
“네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구나. 너는 역시 내 자랑이다.”
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멍청한 놈!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쫓겨나?
-대체 어떻게 하면 그 성질머리를 고칠 생각이냐!
-넌 우리 가문의 수치다!
망나니 시절, 데미안은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가문에서 쫓겨나고 용병으로 생활하면서 데미안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용병으로 대성한 다음, 가문으로 돌아가서 용서를 구하고자 했다.
-싱싱한 시체가 제 발로 걸어들어왔구나!
하지만 데미안의 소원은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데미안은 데스나이트로 개조되어서 가족들을 죽이고, 세상을 멸망시켰으니까.
평생을 후회하고 괴로워했다.
잘못을 빌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그러나 오늘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 같았다.
“……아셨으면 앞으로 저한테 잘하시면 됩니다.”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서 데미안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알겠다. 앞으로 더 잘해 주마.”
아버지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 역시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지 않군.’
데미안은 가족들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 만인지 몰랐다.
모처럼 이 여유로운 시간을 한껏 만끽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데미안의 감각에 익숙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방금 전까지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기쁨과 행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전신이 싸늘하게 굳으며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데미안은 싸늘한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멀리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머리까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이 내뿜고 있는 흑마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