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8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5화(185/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5화
185화 가족 여행 (3)
흑마력을 최대한 감추고 있었지만, 데미안의 감각을 피할 수는 없었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저 두 사람은 흑마법사가 틀림없었다.
‘벌레 같은 것들이 또 나타났군.’
데미안은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나왔는데 왜 하필 저것들이 나타난단 말인가.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싶었다. 지금 데미안은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들은 그저 그런 흑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최고위 흑마법사가 두 명이나?’
대흑마법사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최고위 흑마법사도 우습게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최고위 흑마법사 정도만 되어도 능히 도시 하나쯤은 지옥으로 바꿔 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저런 위험한 존재들이 활보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가족들에게 화가 닥칠지도 몰랐다.
“빅터.”
“예, 도련님.”
데미안은 근처에 있는 빅터를 불렀다. 빅터는 이번 여행에서 가족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서 따라온 참이었다.
“잠깐 자리를 비워야겠다.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내 행방을 물으면 도시를 둘러보고 오겠다고 말했다고 해라. 알겠나?”
“또 어디를 가시려고…… 알겠습니다요.”
데미안은 빅터에게 말을 전한 뒤, 옥상 아래로 몸을 날렸다.
땅 위에 가볍게 착지한 뒤, 두 사람을 쫓아서 움직였다.
* * *
각스와 낙스 형제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에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쓰레기와 도둑고양이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이쯤이 좋겠군.”
형, 각스가 품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흑연을 꺼냈다. 동생, 낙스도 똑같이 행동했다.
두 사람은 흑연으로 건물 외벽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크고 복잡한 마법진이 순식간에 그려졌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동생, 조심해. 이번 마법진은 굉장히 불안정해서 조금이라도 틀리면 작동을 안하니까.”
“형, 걱정하지 마. 어젯밤에 죽도록 연습했으니까.”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분만에 건물의 외벽에 열 개가 넘는 마법진이 그려졌다.
“완벽하군. 흠잡을 곳이 없어.”
각스가 마법진을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수클레 님은 정말 천재라니까. 어떻게 이런 흑마법을 만들어 내셨을까.”
“이 마법진이 발동하면 주변에 있는 인간들이 모조리 불타 버린다면서?”
“그냥 불타는 게 아니야. 1시간 동안 천천히 타 죽는 거지. 목숨은 살려 둔 채로 말이야.”
사람의 몸을 불태우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몇 분 정도가 아니라 1시간 동안 천천히 태워 죽인다?
두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정교한 흑마법이었다.
“대단하긴 한데…… 왜 굳이 이런 흑마법을 만드신 거지? 저번처럼 한 번에 터트리는 게 더 멋있지 않나?”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식사를 하고 싶대. 그런데 사람이 너무 쉽게 죽으면 흥이 안 나잖아. 식사가 끝날 때까지 최소한 1시간은 살아 있어야지.”
그리 말하며 각스는 몽롱한 표정으로 마법진을 바라봤다.
“이렇게 대단한 흑마법을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 내는 천재성에 얼굴까지 아름다우시니…… 정말 매력적인 분이라니까.”
“형, 그 말 좀 그만하면 안 돼? 그러다가 윙스톤 님한테 또 얻어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럼 얻어맞으면 되지. 죽도록 때릴 뿐이지 진짜로 죽이지는 않으시잖아?”
각스의 말에 낙스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생아, 우리 헤도니악의 첫 번째 원칙이 뭐냐?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거잖아. 난 수클레 님을 절대로 포기 안 할 거야.”
형의 가당치도 않은 소망에 낙스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냐? 지금은 수클레 님의 조수일 뿐이지만 원래 염악 형제라고 불리던 거물 아니었냐.”
원래 두 사람은 염악 형제라 불리며 두려움을 사던 2인조 흑마법사들이었다.
의뢰를 받고 건물을 폭발시키거나 사람을 태워 죽이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수클레가 찾아오더니 다짜고짜 두 사람을 납치했다. 능력이 쓸 만하니 조수로 써먹겠다면서 말이다.
억지로 조수가 되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대흑마법사인 수클레에게 흑마법을 배울 수 있는 데다 지원받을 수 있는 자금과 물품들도 풍족했으니 말이다.
“원래 내가 가지지 못할 건 없었어. 그러니까 수클레 님도 포기 안 할 거야.”
“알겠으니까 움직이기나 하자. 다음 지점으로 가야지.”
동생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각스는 동생을 뒤따르며 원망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먼저 가면 어떻게 하냐.”
“가만히 있었으면 계속 헛소리를 했을 거 아니야.”
두 사람은 골목을 걸으며 다시 로브를 뒤집어썼다. 얼굴을 가리기 위함이었따.
“그나저나 유명한 축제라더니. 꽤 실력 있는 놈들이 많더라.”
“외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더니. 하이클래스도 있던데?”
“축제를 구경하려고 하이클래스가 찾아오다니. 한심하게 짝이 없군.”
“더 한심한 게 뭔지 알아? 그놈들 중에 우리를 감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야.”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키득키득 웃었다.
두 사람이 괜히 염악 형제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던 게 아니다.
그만한 흑마법 실력과 경험 등이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흑마력을 감춤으로서 기사들의 이목에서 벗어나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다.
“그렇군. 헤도니악이었나.”
그때,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 왔다.
두 형제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동시에 언제든지 흑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두 손을 펼쳤다.
골목 한 가운데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짙은 갈색 머리에 평균보다 약간 큰 신장. 옷에 가려져 있음에도 알 수 있을 만큼 잘 단련된 신체.
청년을 본 순간, 두 사람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청년이 서 있는 곳은 방금 전에 두 사람이 지나쳤던 자리였다.
그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청년이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넌 누구지?”
“설마 우리의 뒤를 쫓은 거냐?”
두 형제가 경계심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헤도니악.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범죄조직이었지.”
하지만 남성은 두 형제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전혀 상관없던 나조차도 들어봤을 정도니 악명이 대단했지. 신성교단에서 사활을 걸고 쫓고 있었다던데.”
남성의 말에 두 형제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묘한 자부심이 떠올라 있었다.
“잘 알고 있군. 맞다. 우리가 그 헤도니악이다.”
“우리들의 정체를 알고 쫓은 건 아닌 거 같은데.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남성은 이번에도 두 사람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위험한 놈들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설마 도시 단위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그저 삐딱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래서 난 너희들이 싫다. 갑자기 나타나서 내 행복과 평화를 방해하지. 아니, 방해하는 수준이 아니야. 아예 깨트려 버려.”
청년에게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 날카로운 기운에 두 사람은 몸을 흠칫 떨었다. 염악 형제라 불리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두 사람조차 이런 살기는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그나마 빨리 내 눈앞에 나타나 줘서.”
청년이 거리를 좁혀 왔다. 염악 형제는 흑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경고에도 불과하고 청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염악 형제는 남성을 향해 흑마법을 발현했다.
두 형제는 파멸학파의 흑마법사였다.
파멸학파는 학파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흑마법을 구사하는 곳이었다.
두 형제는 단숨에 술식을 구성하고, 흑마법을 발현했다.
<불씨의 악몽>
대상의 전신에 불을 질러서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흑마법.
두 사람이 알고 있는 흑마법 중에서도 특히 시전 속도가 빠르고, 피하기 까다로운 흑마법이 발현되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청년의 몸은 불타지 않았다. 아니, 그러기는커녕 불씨조차 생겨나지 않았다.
“느리군.”
청년이 장검을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한 번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언제 검을 뽑은 거지?
“어?”
그제야 두 형제는 눈치챘다.
자신들의 손목이 잘려 있다는 사실을.
흑마법을 발현해야 할 손이 땅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 아아…….”
“아아…….”
뒤늦게 찾아온 격통에 두 형제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목구멍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려 했다.
그 직전, 청년이 두 손으로 두 형제의 입을 움켜잡았다.
마치 손이 아니라 철로 된 집게가 입을 죄어오는 것 같았다. 살점이 짓눌리고 뼈가 으스러졌다.
“으…… 으읍!”
“으으읍!”
비명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한 채 입안을 맴돌았다.
“으으읍! 으읍!”
“으으으읍!”
고통을 이기지 못한 두 형제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어떻게든 남성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입을 잡고 있는 청년의 손에서 마력이 흘러 들어왔다.
마치 바늘처럼 예리한 뿌리가 전신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았다. 끔찍한 고통에 두 형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청년이 두 손을 놓자, 형제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자유의 몸이 되었으나 두 형제는 도망치지도 못했다.
몸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흑마력도 유동시킬 수 없었다.
“지금부터 너희 두 사람한테 질문을 하겠다.”
청년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어째서일까. 무기조차 쥐지 않은 맨손이건만 끔찍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대답하기 싫으면 닥치고 있어도 된다. 물론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외진 골목.
그곳에서 억눌린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