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8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8화(188/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8화
188화 별빛해파리 (2)
‘우려했던 대로 헤도니악에서 먼저 도착했군.’
보고를 들은 데미안은 속으로 한탄했다.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예상 시간보다 빠르다.’
저번에 흑마법사들을 고문해서 얻은 도착시간보다 하루가 더 빨랐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겠다.
‘별수 없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데미안의 추측이 맞다면 교단에서 파견한 마스터클래스도 근처에 와 있을 것이다.
교단의 마스터클래스가 도착할 때까지 헤도니악을 상대로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만약 교단의 마스터클래스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숨겨 두었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말이다.
생각을 정리한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족들이 별빛해파리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호텔 아래로 내려갔다.
‘맞다. 정체를 숨겨야지.’
데미안은 도시 바깥에서 헤도니악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그 두 사람을 막아서려면 흑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 외부라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정체를 숨길 필요가 있었다.
“어? 도련님, 어딜 가십니까요.”
그러다 아래층에 있던 빅터와 마주쳤다. 빅터는 손에 이상하게 생긴 가면을 하나 들고 있었다.
재질은 나무였으며 검은 염료가 칠해져 있었다. 얼굴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형태였다.
“너야말로 뭐 하는 중인데? 그건 또 웬 가면이고?”
“아, 이거 말입니까요? 상인 팔고 있기에 사 왔습니다요. 원래 가면을 쓰고 축제를 구경하는 게 오랜 전통이라던데요.”
데미안은 거리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상인한테 속아서 가면을 강매당한 것 같았다.
“마침 잘됐네. 잠깐 좀 빌려 가마.”
데미안이 가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빅터가 기겁을 하며 가면을 뒤로 감췄다.
“아, 안 됩니다요! 이게 얼마나 비싼 물건인데요!”
데미안은 가면을 빼앗는 대신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서 내밀었다.
그 찬란한 빛깔에 빅터의 눈동자가 두 배쯤 커졌다.
“얼마든지 쓰십시요!”
빅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면을 내밀었다. 데미안은 가면을 받은 뒤, 빅터의 손바닥 위에 금화를 올려놓았다.
“아, 몇 개 더 받아 가라.”
데미안은 빅터의 손바닥에 금화를 몇 개 더 올려놓았다. 빅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더 주시는 겁니까요?”
“이름값.”
빅터는 더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은 그런 빅터를 내버려 둔 채 호텔 밖으로 나갔다.
* * *
축제가 벌어지는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장소.
“저 도시 맞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세 사람이 나타났다.
“저기서 반짝이는 게 별빛해파리인 모양이네?”
수클레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시의 하늘에 수백 마리가 넘는 별빛해파리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굉장히 몽환적이면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한 남성이 수클레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은근슬쩍 수클레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수클레, 우리 귀여운 아기 고양이. 정말 아름답지 않아? 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
“그나저나 이 새끼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왔으면 마중이라도 나와야 할 거 아니야.”
수클레가 남성의 손을 쳐 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이곳엔 세 명 말곤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뒀더니 개념을 상실한 모양이네.”
수클레가 사납게 웃으며 주먹을 매만졌다. 그러자 남성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수클레, 우리 연약한 아기 고양이. 그런 험한 말을 하면 곤란해. 언제나 아름답고 예쁜…….”
“윙스톤, 너도 처맞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있어. 기분 나빠 죽겠는데. 자꾸 개소리야.”
수클레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윙스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 새끼들…… 내가 시킨 대로 도시에 마법진을 그려 놨겠지? 그것도 제대로 못 끝내놨으면 진짜 가만히 안 놔둘 거야. 적어도 팔 한 짝씩은 불태워 버려야지.”
수클레가 섬뜩한 눈빛으로 말했다. 윙스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클레, 화내는 모습도 귀여운 아기 고양이 같으니. 마음대로…….”
“지금쯤 도시에 있는 사람들 모두 즐거워하고 있겠지?”
수클레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으니까. 다들 즐거울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우리 영민한 아기 고양이 같으니. 저렇게 멋진 축제에 참석했는데. 즐겁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히힛, 역시 그렇지?”
수클레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지금부터 도시를 폭발시키자. 건물들을 무너트리자. 사람들을 불태우자.”
말을 할 때마다 수클레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가족들의 몸이 검게 타버리는 모습을 보여 주자, 모든 사람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게 만들자.”
말이 길어질수록 수클레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나락으로 떨궈 버리자. 모두의 행복을 불행으로 바꿔 놓자.”
수클레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윙스톤은 조용히 그녀의 목을 끌어안았다.
“우리 고양이 마음대로 해. 원하는 대로 해. 이 세상 모든 건 널 위한 거니까.”
“하, 진짜 너는 이럴 때만 내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한다니까.”
수클레의 양쪽 입꼬리가 쭉 찢어졌다.
“그럼 마법진을 발동시켜 볼까.”
수클레가 몸에서 질척질척한 흑마력이 흘러나왔다. 마치 농도가 짙은 기름을 보는 것 같았다.
흑마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선 수클레가 검지와 엄지를 맞댔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시원시원하게 퍼져 나갔다.
그 순간, 수클레의 기대감이 극도로 커졌다. 수클레는 입을 한껏 벌린 채 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폭발이 일어나지도, 불길이 치솟지도 않았다.
“뭐야?”
수클레가 인상을 쓰며 몇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런 씨발!”
수클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욕설을 토해 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마법진이 발동하지 않는 건데!”
수클레는 발을 구르면서 날뛰었다.
“그 새끼들! 대체 도시에서 뭘 한 거야! 내가 시킨 일도 끝내 놓질 않고 뭘 하고 있었던 거냐고!”
수클레와 달리 윙스톤은 싸늘한 눈빛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데…… 그 녀석들이 명령을 무시할 리가 없는데.”
염악 형제들은 지금까지 수클레의 조수로서 많은 임무를 맡아 왔다.
이렇게 임무에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피글러?”
윙스톤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예, 예! 마, 말씀하시지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군요. 당장 도시로 가서 염악 형제를 찾아오세요.”
“알겠습니다!”
피글러가 도시 쪽으로 달려갔다.
보통 사람은 아닌지 한 번 발을 구를 때마다 몇 미터가 넘는 거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빛이 번쩍였다. 동시에 피글러의 목이 잘려 나갔다.
그의 머리는 힘없이 땅에 떨어졌고 몸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수클레와 윙스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키가 훤칠하고, 걸음걸이가 올곧았다. 체형만 보면 남자였지만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얼굴에 이상하게 생긴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넌 또 뭐야.”
수클레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괴인이 입을 열었다.
“빅터.”
굵은 목소리.
“장작패기 빅터라고 한다.”
가면을 쓴 괴한이 담담히 말했다.
* * *
“……빅터?”
수클레가 눈을 감고 검지로 이마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들어본 적 있어. 예전에 교단에서 수소만 했던 흑마법사잖아?”
“우리 똑똑한 고양이.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 안 나? 신성교단…… 그 위선자 새끼들의 지부가 죄다 몰살당한 적이 있잖아. 그 범인들을 죽이고 사라진 흑마법사 이름이 빅터였어.”
수클레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어떤 머저리가 위선자들의 편을 들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장본인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수클레는 피글러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 쪽 사람은 왜 죽인 거야? 혹시 도시로 보낸 내 조수들도 죽인 건 아니겠지?”
“염악 형제를 말하는 거면 내 손에 목숨을 잃은 지 오래다.”
데미안의 말에 수클레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내 영역을 먼저 침범한 건 너희들이다.”
“뭐라고?”
“저 도시는 내가 먼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니 너희들은 꺼져라.”
데미안의 말에 수클레가 비웃음을 흘렸다.
“우리 애들을 세 명이나 죽이고서 꺼지라고? 그럴 수는 없지. 게다가 나도 저 도시가 무척 탐나거든?”
수클레에게서 살기가 뭉클뭉클 뿜어져 나왔다.
“네가 누군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잇는지 궁금하긴 한데…… 내가 지금 좀 화가 난 상태거든?”
수클레가 흑마력을 일으켰다. 검은 마력이 그녀를 장작 삼아서 하늘 높이 피어올랐다.
“윙스톤.”
“왜 그래? 화가 난 나의 고양이.”
“넌 나서지 마! 저 새끼는 나 혼자서 조져 버릴 거니까!”
수클레의 외침에 윙스톤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용감한 고양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수클레가 앞으로 나왔다. 윙스톤은 반대로 뒤로 물러났다.
“같이 싸우지 않겠다니.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군.”
데미안의 말에 수클레가 코웃음을 쳤다.
“어리석어? 두 눈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봐?”
수클레가 양팔을 펼쳤다.
그녀가 일으킨 흑마법이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이윽고 그녀의 주위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너 따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
불길이 한곳으로 뭉치더니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거인.
다리부터 머리까지 3m가 넘어갔다. 머리에는 뿔이 돋아나 있었다.
톱날처럼 이빨이 뾰족뾰족했다. 방패처럼 커다란 손바닥에는 흉측한 손톱이 돋아나 있었다.
그것을 본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반(反) 정령?”
정령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많은 이가 정령의 힘을 탐냈다. 하지만 정령들은 오직 엘프하고만 계약을 맺고 힘을 빌려줬다.
하지만 이따금씩 흑마법사들 중에도 정령과 계약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사실 그건 계약이 아니라 굴복시킨다고 표현해야 했다.
흑마력을 이용해서 정령을 오염시키고, 멋대로 계약을 맺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급 정령을 다루다니…… 생각보다 위험한 녀석이었군.”
정령은 굉장히 순수한 생명체였다. 그렇기에 오염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수클레는 하급 정령도 아니고 중급 정령을 굴복시킨 상태였다.
수클레라는 흑마법사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설마 비전을 완성시켰나?”
비전.
대흑마법사들이 평생의 목표로 삼는 마법을 뜻하는 말이었다.
비전을 완성시킨 흑마법사는 마스터클래스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다.
“글쎄? 너무 깊이 알려고 하지 마.”
수클레가 조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중급 정령이 입을 크게 벌렸다.
“글레미, 저놈을 불태워 버려.”
그 직후, 불의 정령이 불을 토해 냈다.
거대한 불길이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뿐만이 아니었다. 평원 전체를 집어삼켰다.
불길에 닿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불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증발해 버렸다.
불길 주위의 흙과 바위들은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용암이 흐르기 시작했다.
불의 정령은 계속 불을 토해 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수클레가 유쾌하게 웃었다.
“아하핫! 글래미! 역시 넌 최고야! 이렇게 멋진 불꽃은 너밖에…….”
그때, 수클레는 무언가를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불길이 가운데를 피해서 밀려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장애물에 막힌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다.
“잠깐, 저건……!”
불길 사이로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수정처럼 생긴 보호막이 데미안 학센을 둘러싸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오염되었다고 하지만 글래미는 중급 정령이었다.
중급 정령이 내뿜는 불길을 저렇게 쉽게 막아 낸다고? 수클레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어막 속에서 데미안 학센이 천천히 팔찌를 풀었다. 팔찌에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칠흑(漆黑).”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짓눌러서 부숴 버리는 고대의 흑마법.
술식을 구성할 필요도, 마법진을 그릴 필요도 없었다. 그저 흑마력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마법을 완성시켰다.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별빛도, 달빛도 모조리 지워졌다.
“짓눌러라.”
데미안이 검지를 아래로 향했다.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동시에 들판 전체가 뭉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