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8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9화(189/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89화
189화 데스나이트 (1)
보이지 않는 압력이 들판 전체를 짓눌렀다.
표면은 박살이 났고 지면까지 낮아졌다. 마치 망치로 찍은 것처럼 들판 전체가 움푹 들어갔다.
겨우 흑마법 하나로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섬뜩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휘유.”
휘파람 리가 들려 왔다.
짓뭉개진 들판 위에 윙스톤이 서 있었다. 윙스톤은 감탄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엄청나네. 당신도 보통 흑마법사가 아닌가 봐?”
윙스톤은 ‘칠흑’을 피하지도, 막아 내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선 채로 버텼다. 들판 전체를 짓뭉개 버릴 정도의 압력을 맨몸으로 받아 냈다.
그럼에도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다. 처음과 똑같은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역시 만만치 않군.’
데미안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마스터클래스가 어떤 괴물들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칠흑 따위로는 마스터클래스를 죽일 수 없었다.
괜히 대흑마법사들이 마스터클래스를 넘어설 방법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수클레, 나의 연약한 고양이. 몸은 괜찮아?”
윙스톤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커다란 불덩어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불이 걷히더니 정령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클레의 모습이 나타났다.
“허억, 허억…… 이, 이 새끼가…….”
수클레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게…… 감히 나를…… 우웨에엑…….”
그러다 수클레는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핏속에 내장 부스러기가 섞여 있었다.
‘내상을 입었군.’
수클레는 정령을 이용해서 칠흑을 막아 냈다.
하지만 칠흑의 압력을 온전히 막아 내지 못하고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 글래미……!”
수클레가 힘겹게 소리쳤다. 그러자 불의 정령이 수클레의 등에 손을 얹었다.
옅은 불길이 수클레의 몸을 뒤덮었다. 수클레의 표정이 순식간에 편안해졌다.
‘이래서 정령이 귀찮다니까.’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정령은 공격은 물론이고 방어와 치유까지 가능했다.
그야말로 못 하는 게 없는 만능조력자였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귀찮은 존재가 없었다.
“정령을 가지고 있기에 비전을 완성시킨 줄 알았는데…… 그런 실력으로 보이지는 않는군.”
비전을 완성시킨 대흑마법사는 마스터클래스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수클레는 윙스톤과 달리 칠흑을 완전히 막아 내지 못했다.
심지어 내장이 으스러질 정도의 내상까지 입었다. 대흑마법사지만 그리 높은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다는 뜻이었다.
비전을 완성시키지 못했다면 정령을 굴복시킬 수 없다. 즉, 수클레가 소유하고 있는 불의 정령은 다른 누군가한테 받았다는 뜻이었다.
“그 정령은 누구에게 받았지? 혹시 만염의 지배자에게 받았나?”
만염의 지배자.
판데모니엄이 거악 중 한 명.
파멸학파의 대흑마법사로서 무수히 많은 불의 정령들을 굴복시켜 온 남자였다.
심지어 전생에서는 불의 정령왕을 굴복시키는데 성공하기까지 했다.
“짜증나…… 미칠 것만 같아…… 감히 너 따위가…… 나한테…… 이 쓰레기가…….”
하지만 수클레는 데미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 연약한 아기 고양이. 내가 도와줄까?”
“꺼져! 나서기만 해봐! 너까지 죽여 버릴 거니까!”
수클레는 이번에도 윙스톤의 도움을 거절했다.
분노가 극에 달한 탓에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글레미!”
수클레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글래미가 푸른 불꽃으로 변해서 수클레에게 덧씌워졌다.
‘정령과 합일해서 흑마법의 위력을 극대화시킬 생각이군.’
수클레가 정말로 만염의 지배자와 관련이 있다면 그녀가 몸을 담고 있는 학파는 하나밖에 없었다.
파멸학파.
아마도 파멸 학파 중에서도 화염을 다루는 흑마법을 주로 익혔으리라.
파멸학파는 학파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흑마법을 구사하는 곳이었다.
그런 파멸학파의 흑마법사가 중급 정령과 합일한다면?
흑마법의 위력이 얼마나 증폭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각오해. 절대로 곱게 안 죽일 거니까.”
수클레가 검지로 데미안을 가리켰다. 딱히 흑마력을 방출하지도, 마법진을 그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데미안의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꽃이 터져 나왔다. 데미안이 있는 곳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죽어! 죽어 버려!”
수클레가 고함을 내지르며 손을 계속 휘둘렀다.
그녀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새로운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데미안이 서 있단 땅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거대한 불길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화염이 치솟으며 하늘을 찔렀다.
“…….”
데미안은 한껏 몰아붙였음에도 수클레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그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화염을 응시할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염이 잠잠해지자 그 속에서 데미안이 멀쩡한 채로 나타났다.
발밑에서 올라온 그림자가 장막이 되어서 데미안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칫.”
수클레는 짧게 혀를 찼다. 이 정도로 죽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저렇게 쉽게 막아 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 흑마법을 저렇게 쉽게 막아?”
수클레의 목소리가 잘게 흔들렸다. 자존심이 극도로 상한 탓에 온몸이 떨려 왔다.
“어디 이것도 버텨 내나 보자고.”
데미안의 주변에서 타오르고 있던 불길이 모조리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불덩어리는 곧이어서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수클레가 꺼냈던 중급 정령 글레미였다.
“글래미! 마무리를 지어!”
불의 정령이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불덩어리 그 자체가 데미안을 강타했다.
* * *
그때였다.
데미안 학센의 발밑에 깔려 있던 그림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커다란 주둥이를 쩍 벌리더니 글레미의 상체를 집어삼켰다.
“글래미!”
수클레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상체가 뜯긴 글래미는 비틀거리다가 다시 불길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클레의 옆으로 돌아왔다.
“글레미! 괜찮아?”
글레미가 다시 원래의 형체로 되돌아왔다. 상처가 뜯겨 나갔음에도 멀쩡했다.
정령은 실체가 불문명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수클레는 느낄 수 있었다. 글래미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방금 전, 늑대에게 뜯겼을 때, 본신의 힘을 크게 빼앗긴 것이다.
수클레는 다시 고개를 들어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의 옆에는 거대한 늑대가 서 있었다. 마치 어둠을 떼어다가 조각을 한 것 같았다.
늑대가 숨결을 내뱉을 때마다 지독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너…….”
수클레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디서 그런 괴물을 구해 온 거야……!”
보고만 있어도 느껴졌다.
저 늑대가 얼마나 거대한 흑마력을 뿜고 있는지 말이다.
“뭉치야, 잘했다.”
데미안이 손을 뻗어서 뭉치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뭉치는 혓바닥을 헥헥거리며 좋아했다.
“조금 더 힘을 빌려다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늑대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 직후, 들판 전체에 어둠이 깔렸다.
어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수클레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본능이 경고했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하다고 말이다.
“……큭!”
수클레는 그 즉시 모든 흑마력을 이끌어냈다.
방출된 흑마력이 모조리 불길로 변했다. 수클레의 등 뒤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불길은 높고, 두터웠다. 마치 성벽을 보는 것 같았다.
“글레미! 먹어치워!”
수클레의 명령에 불의 정령이 입을 벌렸다. 그녀가 만들어 낸 모든 불길이 정령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자 정령의 덩치가 순식간에 커졌다.
집채만한 크기를 넘어서 성벽을 능가할 정도로 변했다.
거대해진 글레미가 가슴 앞에 양손을 모았다. 손바닥 사이로 화염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압축된 화염이 눈부신 빛을 뿜어댔다. 어두웠던 세상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졌다. 마치 태양을 보는 것 같았다.
“모두 불태워 버려!”
수클레가 큰 소리로 외쳤다.
불의 거인이 태양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데미안을 향해 태양을 던지려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수클레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발밑에 깔린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림자 속에서 늑대가 튀어나왔다.
방금 전보다 몇 배나 더 컸다. 거인으로 변한 글레미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글레미가 만들어 낸 태양마져도 늑대의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대낮처럼 환해졌던 세상이 다시 어두워졌다.
“어……?”
수클레가 당황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방금 전, 글레미가 만들어 낸 태양은 수클레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흑마법이었다.
제대로 발동시키면 이 지역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그런 것을…… 저렇게 쉽게 집어삼킨다고?
“마, 말도 안…….”
수클레가 현실을 부정한 순간, 늑대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수클레와 그녀가 서 있는 땅을 통째로 집어 삼켰다.
* * *
“그렇게는 안 되지.”
별안간 검은 늑대의 몸이 터져 버렸다. 흔적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수클레의 앞에 한 남성이 주먹을 쥔 채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윙스톤이었다.
“허, 허억…….”
수클레는 가쁘게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우리 아기 고양이, 괜찮아?”
윙스톤의 물음에도 수클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 채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귀여운 고양이를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줄은 몰랐는데.”
윙스톤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어느새 데미안의 옆에는 검은 늑대가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수클레를 공격했을 때와 달리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져 있었다. 그리고 무척 힘들어 보였다.
윙스톤의 주먹질 한 방에 큰 피해를 입고 만 것이다.
“빅터라고 했지? 우리 아기 고양이를 핍박한 죄는 무척 커.”
윙스톤이 천천히 검을 빼들며 말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혼 좀 나야겠는 걸?”
* * *
윙스톤이 나타난 순간부터 지역 전체에 살기가 가득 들어찼다.
마치 공기 대신 모래가 떠도는 것 같았다. 숨쉴 때마다 모래가 기관지로 침투하여 기도와 폐를 긁어내리는 것 같았다.
‘엄청나군.’
데미안조차 마스터클래스의 살기는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 정도로 마스터클래스와 하이클래스의 차이는 극명했다.
‘교단은 언제 오는 거지?’
아무리 감각을 확장시켜도 감지되는 것이 없었다. 근처에 도착하지도 않았다는 뜻이었다.
‘곤란하게 됐어.’
지금 데미안은 하이클래스에 불과했기에 검사로서 마스터클래스를 상대할 수 없다.
흑마법을 동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흑마법사로서 마스터클래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윙스톤이 반응했다.
“대체 뭘 어쩔 수 없다는 거지?”
데미안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몸에 흐르고 있는 마력을 모조리 잠재웠다.
그리고 허공에 떠돌고 있는 흑마력을 흡수했다.
마력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흑마력이 채우기 시작했다.
“빅터, 우리 못되먹은 친구?”
윙스톤은 곧바로 데미안의 변화를 알아봤다.
“왜 흑마법사가 암흑기사를 흉내 내고 있는 거지?”
윙스톤의 말이 맞았다.
지금 데미안이 흑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암흑기사의 방법대로 흑마력을 유동시키고 있었다.
마력과 흑마력은 본질적으로 다른 힘이었다.
그렇기에 몸에 흐를 때, 느껴지는 감각도 달랐다.
마력은 깨끗한 물과 같았다. 거칠게 흐를 때를 제외하면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흑마력은 정반대였다.
수천 마리의 벌레가 몸속을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장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수준이 아니었다. 역겹고, 징그러웠다.
‘이래서 가급적이면 이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흑마법을 사용할 때는 굳이 흑마력을 흡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암흑기사는 달랐다. 흑마력을 흡수하고 그것을 유동시켜야 했다.
“대체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윙스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상식적으로는 이게 맞는 반응이었다. 대흑마법사가 다짜고짜 암흑기사처럼 흑마력을 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의 경우에는 달랐다.
데미안에게는 암흑기사로 살았던 과거가 있었다.
데스나이트로서 정점에 도달했던 과거가 있었다.
“후우.”
불쾌함을 떨쳐 내기 위해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도 좀처럼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좆같군.”
데미안이 흡수한 흑마력을 격발시켰다.
그 직후, 데미안에게서 압도적인 기운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