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0화(190/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0화
190화 데스나이트 (2)
마력과 흑마력은 본질적으로 다른 힘이다.
그렇기에 성질부터 운용법까지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흑마력을 다루는 방법에 정통했다고 해서 마력까지 잘 다룰 수는 없었다.
데미안이 처음부터 낮은 경지에서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그가 정점에 도달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데스나이트로서, 암흑기사로서였을 뿐이다. 마력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데미안은 회귀한 뒤로 새롭게 지식을 쌓고, 연구를 거듭하고, 실력을 쌓았다.
암흑기사가 아니라 평범한 기사로서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
흑마력을 선택하면 금방 강해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과거를 잊기 위해서였다. 흑마력이라는 부정한 힘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데미안은 다시 흑마력을 선택했다.
끔찍하고 역겹지만 그리운 이 힘을 다시 선택했다.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를 잠시나마 벗어던졌다.
흑마력이 흐를 때마다 몸속 깊은 곳에서 힘이 솟구쳤다. 감각이 확장되어 널리 퍼졌다.
마스터클래스.
기사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초월자의 경지.
하지만 하늘에게 선택을 받은 극소수의 천재만이 간신히 도달할 수 있는 경지.
데미안은 그 경지에 너무나도 쉽게 올라섰다. 아니, 올라섰다는 말은 어폐가 있었다.
되찾았다.
흑마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과거의 실력을 잠시나마 불러온 것이다.
“이 감각도 오랜만이군.”
엄밀히 말해서 지금 데미안은 진짜 마스터클래스라고 할 수 없었다.
기술적으로는 마스터클래스가 맞았지만 육체는 아직 하이클래스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지금 데미안이 짓밟아야 할 상대는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만도 못한 벌레인데.
“윙스톤.”
데미안은 시선을 돌려서 윙스톤을 쳐다봤다.
방금 전과 달리 윙스톤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창백했다.
“이제 마무리를 짓도록 하자.”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 * *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윙스톤은 데미안을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흑마법사라 하지만 이쪽은 마스터클래스였다. 비전을 완성시키지 못한 대흑마법사 따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윙스톤에게 이건 전투가 아니었다. 수클레의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한 처형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이 흑마력을 흡수하고 전신에 퍼트린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데미안에게서 무언가가 범람했다.
기세? 기운? 살기? 위압감?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폭발하더니 온 세상에 가득 차올랐다.
“너, 너는…… 이게 대체…….”
그때, 데미안의 시선이 윙스톤에게 향했다.
데미안의 두 눈동자에서는 어떤 감정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무심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윙스톤의 전신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거부했다.
몸이 떨리는 것도 모자라서 천천히 고개가 숙여졌다.
쳐다보는 것조차 두려워, 가급적 자신의 시야 바깥에 놓고 싶었다.
“허, 허억…… 허억…….”
점차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더니 숨을 쉴 때마다 내장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극심한 공포심에 속에서 쓴물이 올라왔다.
-마스터클래스에 오르면 최강이냐고? 그럴 리가 있겠느냐.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은 법이다.
이 순간, 윙스톤은 과거에 스승님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본래 기사의 경지는 높아질수록 내부의 격차가 커진다. 로우클래스의 최약, 최강보다 하이클래스의 최약, 최강의 차이가 훨씬 크지.
어린 시절, 수련 중인 윙스톤에게 스승님이 마스터클래스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다.
-마스터클래스쯤 되면 그 격차가 어마어마해지지. 같은 마스터클래스라 해도 중위권의 강자는 하위권의 강자를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
스승님은 마스터클래스였을 뿐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견문도 넓어서 윙스톤이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었다.
-애초에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더 높은 경지가 존재하지. 처음 듣는다고? 그럴 수밖에 없지.
윙스톤은 스승님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한 사람은 한 꼬집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다음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니까.
마스터클래스만 해도 엄청난 존재인데. 그 위에 다른 경지가 있다고?
-그런 강자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냐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성인이 된 지금도 윙스톤은 스승님의 말을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나면 알 수 있다. 네가 몰라도 네 육체와 영혼이 깨달을 테니까.
이 순간, 윙스톤은 스승님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을 한번 맞대지 않았음에도 윙스톤의 몸과 영혼은 데미안에게 완벽하게 굴복하고 말았다.
그때, 데미안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주먹조차 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윙스톤이 느끼는 공포는 몇 배로 커졌다. 전신의 솜털이 곤두섰다.
데미안이 천천히 검지를 곧게 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내리긋기 시작했다.
죽는다.
윙스톤은 직감했다. 저 손가락이 자신을 긋는 순간,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신이 턱밑에 낫을 들이밀고 있는 것 같았다. 도망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
윙스톤은 멍청하게 입을 벌린 채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렸다.
그때, 데미안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그리고 허공을 응시하며 혀를 찼다.
“하필이면 지금 도착할 줄이야.”
데미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풍이 들이닥쳤다.
자연풍이라고 하기에는 갑작스러웠다. 게다가 너무 강해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바람에 밀려 나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
황폐화된 들판 위에 바람이 모여들었다. 모여든 바람이 태풍이 되어서 몰아쳤다.
“후우, 다행히 늦지 않은 것 같구먼.”
이윽고 바람이 흩어지며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윙스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남성을 쳐다봤다.
곰처럼 커다란 덩치.
전신을 뒤덮고 있는 두꺼운 천 옷.
등에 메고 있는 두 자루의 대검까지.
“……성기사?”
윙스톤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성기사가 만족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정확히 알아보는구나! 이 몸이 바로 오대성인 녹풍(綠風)의 일대제자이자 종파 얽매인 바람의 마스터클래스!”
성기사가 가슴을 활짝 펴며 소리쳤다.
“철인 페르페투오다!”
* * *
성기사의 등장에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올 거면 좀 빨리 올 것이지.’
그랬으면 굳이 흑마력을 흡수하지 않아도 상황이 종결되었을 게 아닌가.
‘그보다…… 페르페투오라고?’
교단에서 누굴 파견할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거물이 나타났다.
페르페투오는 멸망전쟁 당시, 교단을 대표하는 마스터클래스 중 한 사람이었다.
도르고 측에서 강자를 내보낼 때마다 교단에서 가장 먼저 파견을 보낼 정도였다.
‘지금은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강하군.’
지금 데미안은 잠시나마 마스터클래스의 강함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페르페투오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으음, 으으으으음.”
페르페투오가 미간을 잔뜩 좁힌 채 두 사람을 쳐다봤다.
“둘 중에 누가 헤도니악의 마스터지?”
페르페투오의 물음에 데미안은 곧바로 윙스톤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다. 바로 옆에 여자가 보이지? 저 여자도 한패다.”
“으으으음? 이제 보니 정말 여자가 있군. 남자는 마스터클래스에 여자는 대흑마법사라…… 헤도니악이 확실하군!”
페르페투오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런데 너는 누구냐? 마스터클래스가 또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페르페투오가 데미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외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데미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빅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가면을 준비했으니 말이다.
“빅터? 어디서 들어 봤는데…… 으음…… 으으음…….”
한참을 고민하던 페르페투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이제 기억이 나는군! 만다린 왕국의 교단 지부를 습격했던 흑마법사를 처치하고 사라졌던 흑마법사! 장작패기 빅터!”
이내 페르페투오는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넌 대흑마법사가 아니라 마스터클래스잖아?”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데미안은 손바닥을 펼쳐서 흑마법을 발현했다.
데미안의 손 위에서 검은 화염이 불타올랐다. 그 모습을 본 페르페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착각이었군. 흑마법사가 맞았어. 잠깐만…… 그런데 어째서 헤도니악과 싸우고 있었지?”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데미안의 원래 계획은 적당히 시간을 끌다가 교단이 오면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변명은 따로 생각해 두지 않았다. 굳이 변명을 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페르페투오, 지금 상황을 보면 바로 알겠지만 나는 헤도니악과 싸우고 있다.”
“그렇게 보이는군.”
“맞아. 난 신성교단을 적대할 마음이 없다.”
“음, 그래서 아무런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나 보군.”
“그러니까 난 물러나겠다. 헤도니악은 교단에서 알아서 처리해라.”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 데미안을 향해 페르페투오가 어림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페르페투오가 데미안을 향해 냅다 대검을 휘둘렀다.
바람의 칼날이 지면을 내달리더니 데미안을 강타했다.
데미안은 손등을 휘둘러서 바람을 박살 냈다. 그리곤 페르페투오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이긴.”
페르페투오가 쌍대검을 높이 쳐들며 말했다.
“덤벼라, 이 더러운 이단들아! 두 놈 다 이 자리에서 목을 쳐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