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1화(191/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1화
191화 데스나이트 (3)
페르페투오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귀찮은 놈이 왔군.’
이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페르페투오는 고지식하다 못해서 어딘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드는 성기사였다.
‘생각해 보면 전생에 봤던 ‘얽매인 바람’은 다 저 모양이었지.’
사실 마냥 나쁘게 볼 것은 아니었다.
이런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얽매인 바람’은 교단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얽매인 바람’은 항상 중요한 임무에 투입이 되었다.
‘이놈을 어떻게 한담.’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페르페투오의 재능이 아깝기도 하고, 이런 오해 때문에 교단의 성기사를 죽일 수는 없었다.
‘원래 계획은 교단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고 도망치는 거였는데.’
하지만 페르페투오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계획은 틀어지고, 데미안은 과거의 경지를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내 손으로 직접 마무리 지어야겠군.’
헤도니악의 목숨은 거둔다. 페르페투오는…….
‘화풀이로 몇 대 때리고 치워 버려야겠군.’
얌전히 기절만 시키자니 마음에 안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데미안이 주먹을 매만지며 페르페투오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페르페투오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크하핫! 이단자 주제에 용감하구나! 감히 나와 싸우겠다니!”
“네가 먼저 덤비라고 하지 않았던가?”
“적이지만 그 용기만큼은 높이 살 수밖에 없구나!”
페르페투오는 데미안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용감한 이단자여! 그 보답으로 내 모든 것을 보여 주마!”
페르페투오가 대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약한 바람이었다. 기껏해야 머리카락을 흔들 뿐이었다.
하지만 점점 강해지더니 멀리 보이는 있는 나무들을 뒤흔들 정도로 강해졌다.
‘대단하군.’
이건 자연적인 바람이 아니었다. 페르페투오가 일으키고 있는 바람이었다.
종파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은 신성력을 바람으로 바꾸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얽매인 바람’의 마스터클래스인 페르페투오는 단순히 기세를 해방한 것만으로 폭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 그러면…… 어디 한번 받아 내 봐라!”
페르페투오가 한 쌍의 대검을 동시에 휘둘렀다.
그 순간, 대검이 휘두른 자리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소용돌이가 뱀처럼 길게 뻗어 나갔다. 지면이 갈려 나가더니 그대로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발을 들어 올려서 힘껏 내리찍었다. 지면이 뒤집히며 장벽처럼 변했다.
소용돌이와 장벽이 부딪혔다. 장벽이 갈려 나가며 소용돌이가 흩어졌다.
그 순간, 데미안의 등 뒤로 페르페투오가 나타났다.
기척도, 움직임도 모두 읽히지 않았다. 페르페투오는 마치 순간이동한 것처럼 나타났다.
‘저 까다로운 보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군.’
페르페투오의 등장에도 데미안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종파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은 신성력을 바람으로 바꿀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을 날려 보내서 적을 베어 내는 것은 물론이고 무기와 갑옷에 바람의 성질을 부여할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페르페투오처럼 육체를 바람으로 바꿔서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굉장히 효과적인 보법이었지만 난도가 굉장히 높았다.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 중에서도 하이클래스쯤 되어야 구사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직선으로만 돌진할 수만 있었다.
반면, 마스터클래스인 페르페투오는 데미안의 뒤로 이동을 할 정도로 능숙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흐랴앗!”
페르페투오가 데미안을 향해 두 손을 휘둘렀다. 두 자루의 대검이 데미안을 베어 내려 했다.
데미안은 몸을 틀어서 대검을 피했다. 페르페투오는 곧바로 참격을 이어 나갔다.
대검임에도 불구하고 페르페투오의 공격은 전혀 강맹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웠다.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이 유연하고 가벼웠다.
그렇기에 더욱 섬뜩했다.
모든 공격이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에 궤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다.
대검을 내리치다가도 횡으로 베었다. 사선으로 내리긋다가도 위로 올려 베었다.
‘과연 얽매인 바람답군.’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은 모두 검을 다뤘다.
종파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검 이외에 다른 무기를 다루지 않았다.
그렇기에 ‘얽매인 바람’의 검술은 교단을 넘어서 제국에서까지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지금 페르페투오의 상대는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은 한 번 본 기술은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데미안은 이미 전생에 페르페투오를 만난 적이 있었다.
페르페투오의 검술이라면 이미 골수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데미안은 조금씩 물러났다. 페르페투오의 공격은 데미안의 털끝을 스치며 빗나갔다.
그 모습에 페르페투오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감히 이단자 주제에 이 성스러운 심판을 피하다니!”
페르페투오의 공격이 더욱 빨라졌다. 공격 횟수가 늘어났다. 사방에서 참격이 쏟아지며 데미안을 압박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떤 공격도 데미안에게 닿지 못했다.
“이것조차 피하다니……?”
페르페투오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역시 흑마법사가 아니라 마스터클래스였구나!”
만약 데미안이 하이클래스 상태였다면 페르페투오의 검술을 알고 있다 한들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터클래스란 그런 존재였다. 그들은 인간을 초월했기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하이클래스 따위는 결코 범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은 흑마력을 운용함으로서 마스터클래스의 경지를 되찾았다.
물론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다. 흑마력을 몰아내면 다시 하이클래스도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시적이라 해도 마스터클래스는 마스터클래스.
같은 위치라면 데미안은 결코 다른 기사에게 패배하지 않았다.
“다 놀랐냐? 그럼 이제 내가 차례다.”
“감히 날 속이다니! 이 대가는…… 컥!”
페르페투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데미안의 주먹이 페르페투오의 옆구리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이, 이놈!”
페르페투오가 데미안의 머리를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손등으로 대검의 옆면을 후려쳤다. 대검이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그 바람에 페르페투오의 몸통이 훤히 뚫렸다. 데미안은 그 즉시 땅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컥!”
데미안이 뻗은 주먹이 페르페투오의 명치에 박혔다.
숨쉬기 곤란했는지 페르페투오는 허리를 앞으로 숙인 채 몸을 비틀거렸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데미안이 턱을 후려치려던 찰나였다.
어딘가에서 마력의 파장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거대한 흑마력이 휘몰아쳤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방향을 쳐다봤다.
페르페투오조차 너무 당황한 나머지 고통마저 잊고 같은 방향을 쳐다봤다.
검은 흑마력이 간헐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무 농밀해서 흑마력이 아니라 검은 기름이 분출되는 것 같았다.
-으하하핫!
그곳에서 이상하게 생긴 인간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전신에 털이 돋아나 있었다.
머리에는 황소처럼 굵은 뿔이 달려 있었고, 엉덩이에는 뱀처럼 매끈한 꼬리가 흔들거렸다.
괴인의 양손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붙잡혀 있었다.
수클레와 윙스톤.
두 사람이 목이 꺾인 채 죽어 있었다.
괴인이 두 사람의 시체를 양옆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며 기뻐했다.
-드디어 현세에 강림했다!
* * *
“허, 허억…….”
데미안과 페르페투오가 싸우는 동안 윙스톤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데미안 학센이 내뿜고 있던 살기에 압도되어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허억…… 허어억…….”
윙스톤은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마스터클래스인 자신이 살기만으로 압도 되고 말았다.
“괴, 괴물…… 괴물이야…… 도, 도망쳐야…… 도망쳐야 해…….”
하지만 두 다리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도망쳐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말이다.
개미가 아무리 달려 봤자 사람의 시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도망칠 수 없다. 그렇다고 순순히 목숨을 내줄 수는 없었다.
윙스톤에게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채우고 싶은 욕망이 많이 남아 있었다.
“수, 수클레…… 수클레!”
윙스톤은 수클레를 찾았다. 수클레는 여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우리 아기 고양이…… 지금은 엄살을 부릴 때가 아니야……!”
윙스톤은 주머니에서 커다란 대침을 꺼냈다.
각성제를 굳혀서 만든 물건이었다. 사람의 몸에 꽂기만 해도 약물이 녹아내리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아기 고양이, 이러는 날 용서해 줘.”
윙스톤은 곧바로 바늘을 수클레의 목에 꽂아 넣었다.
바늘이 꽂히자마자 수클레의 몸이 뭍 위에 나온 생선처럼 파르르 흔들렸다.
“아, 아아아악!”
수클레는 긴 비명을 내질렀다.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그 늑대는? 그 괴물은? 나, 나는…….”
“수클레, 정신 차려. 넌 멀쩡해. 아직은 말이야.”
“아, 아직……?”
윙스톤이 수클레의 머리를 붙잡고 데미안 쪽을 쳐다보게 했다.
“우리 아기 고양이, 저거 보여? 이대로 있으면 저 괴물한테 우리 둘 다 죽게 될 거야.”
수클레의 두 눈동자가 덜덜 떨렸다. 실제로 그녀는 방금 데미안에게 죽을 뻔했다.
“도, 도망치면? 도망치면 되잖아.”
“그래 봤자. 금방 붙잡힐 거야.”
“그, 그러면…….”
“지금이야말로 그 물건을 쓸 차례야.”
수클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그건 안 돼…… 그건 스승님 몰래 가지고 나온 물건이야…… 함부로 썼다가는 스승님께서 날 죽이실지도 몰라!”
“우리 멍청한 아기 고양이…… 안 쓰면 지금 우리가 죽어. 저 괴물이 우리를 살려 둘 것 같아?”
수클레의 얼굴에 수많은 갈등이 떠올랐다. 그러다 별안간 수클레가 아공간을 열었다.
수클레가 아공간에서 꺼낸 물건은 한 권의 가죽책이었다.
두께가 무척 얇고, 너무 낡아서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았다.
“내, 내가 봉인을 풀면 바, 바로 날 데리고 도망쳐야 해. 아, 안 그러면 우리까지 악마한테 죽게 될 거야…….”
윙스톤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클레가 단검을 꺼내서 자신의 손가락을 그었다. 그리고 책장 위로 피를 몇 방울 떨어트렸다.
그러자 책장의 표면에 복잡한 글씨들이 떠올랐다. 글씨들은 외곽에서부터 천천히 지워졌다.
“도, 도망치자!”
수클레가 윙스톤을 향해 말했다. 윙스톤은 그 즉시 수클레를 끌어안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어딜 가려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윙스톤의 몸이 우뚝 정지했다. 수클레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신체는 눈동자뿐이었다. 두 사람은 공포에 질린 눈동자로 책장을 쳐다봤다.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도 않고 악마의 책을 열어?
책장이 활짝 열렸다. 그 안에서 두 개의 손이 튀어나왔다.
손은 마치 고무라도 된 것처럼 쭉 늘어나서 두 사람의 목을 움켜잡았다.
-마침 분신을 만들 양분이 필요했는데. 고맙다. 이 얼간이들아.
우득.
두 사람의 목이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팔을 타고 두 사람의 영혼과 흑마력, 생명력이 빨려 들어왔다.
이윽고 책장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 *
-스으으읍.
악마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현세의 공기를 마시는 건 오랜만인 걸.
악마가 데미안과 페르페투오를 돌아봤다. 두 눈동자가 뱀처럼 세로로 갈라져 있었다.
-넌 필요 없어. 역겨운 냄새가 나거든.
별안간 악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페르페투오의 얼굴에 주먹이 박혔다. 그대로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폭음과 함께 땅이 박살이 났다. 페르페투오는 땅바닥 깊이 처박혔다.
-너한테는 나랑 같은 냄새가 나는구나.
악마가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얼굴도 제법 반반하고, 실력도 쓸만해 보이고…… 잘됐네. 마침 심부름꾼이 필요했는데.
히죽.
악마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났다.
-내 노예가 돼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하마.
데미안은 멍한 얼굴로 악마를 바라볼 뿐이었다.
데미안이 겁을 먹었다고 판단했는지 악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겁먹을 필요 없다. 나는 노예한테는 아주 관대하거든. 하지만 내 부탁을 거절하면 지옥을…….
“어떤 악마가 강림했나 했더니.”
데미안이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별 볼 일 없는 잔챙이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