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2화(192/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2화
192화 데스나이트 (4)
악마.
지옥이라 불리는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종족을 뜻하는 단어였다.
악마는 높은 지능과 더불어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악마는 태생적으로 강력한 힘을 타고나는 종족이었다.
무한에 가까운 흑마력과 강인한 육체. 여기에 다양한 권능까지.
-잔챙이?
그렇기에 악마는 데미안이 한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했다.
-감히 내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배짱이 두둑한 거냐. 아니면 지능이 부족하여 사리 분간이 안 되는 것이더냐.
본래 흑마법은 악마에게서 비롯되었다.
인간들이 악마의 능력을 연구하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흑마법이 탄생했다.
초창기 흑마법은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 조잡한 잡기라 여겨지며 천대받았다.
그랬던 흑마법을 재정립하고, 더욱 발전시킨 인물이 바로 도르고였다.
-아니지, 아무리 저능아라 하여도 네놈의 몸에 흐르는 흑마력이 이 몸이 어떤 존재인지 말해 주고 있을 텐데 그런 망발을 지껄여?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은 악마를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흑마력보다 악마의 흑마력이 훨씬 격이 높았기 때문이다.
“겁먹은 개도 아니고 시끄럽게 짖기만 하는군.”
물론 어디까지나 악마보다 약한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이나 그렇다는 소리였다.
악마가 강하기는 하지만 모든 인간보다 강한 것은 아니었다.
-또 그딴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냐?
악마의 말에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악마는 모를 것이다. 데미안이 전생에 수많은 악마를 만나 봤다는 사실을 말이다.
멸망전쟁 당시, 도르고는 악마들의 힘을 빌려서 제국을 공격했다.
그래서 데미안은 악마에 대해서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악마들의 이름, 특성, 흑마력의 성질 등등.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별 볼 일 없는 잔챙이라고 말이다.
-……흑마력을 품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노예로나마 살려줄까 했는데.
악마에게서 거대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흑마력과는 차원이 달랐다. 훨씬 농도가 짙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흑마법사들은 기껏해야 인간의 영혼에 고통을 가해서 흑마력을 얻어 낼 뿐이었다.
하지만 악마는 달랐다. 흑마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었다.
이 고출력의 흑마력이야말로 악마들이 지닌 강함의 원동력이었다.
-내 자비를 바닥나게 한 대가는 아주 무겁다.
살의 넘치는 협박에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본체도 아니고 분신을 만들어서 간신히 강림한 주제에 말이 많았다.
분신을 처리하는 것은 무척 쉬웠다. 분신을 구성하고 있는 핵을 찾아서 부수면 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돌려보내서야 재미가 없지.’
현세에 강림한 것도 모자라서 감히 자신을 노예 취급하려 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데미안은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허공을 쥐었다.
손아귀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 * *
참으로 건방지고, 하찮은 인간이로다.
홍련의 악마 ‘갈돌’은 눈앞에 있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자신보다 훨씬 고귀한 종족을 대하고 있음에도 존중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갈돌은 이 밑도 끝도 없는 자존심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마스터클래스였으니 말이다.
천재라 불리는 인간들 중에서도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도달할 수 있다는 경지.
마스터클래스의 강함은 악마들조차 경계할 정도였다. 그들이 다루는 오러블레이드는 악마의 숨통조차 바로 끊어 버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중이떠중이들 이야기였다. 갈돌처럼 백작급 악마는 마스터클래스조차 두렵지 않았다.
방금 전의 성기사를 일격에 쓰러트린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인간, 내 자비를 바닥나게 한 대가는 아주 무겁다.
갈돌이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러자 눈앞에 있는 인간이 조소를 지었다.
비웃어? 감히 인간 따위가? 이 몸을?
격한 분노가 갈돌의 정신을 가득 채웠다. 갈돌을 주먹을 휘둘러 인간의 머리통을 으스러트리려 했다.
그때였다.
인간이 흑마력을 끌어올리더니 손을 뻗었다. 텅 비어 있던 손아귀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손잡이를 만들어 냈다. 이내 그곳에서 칼날 하나가 곧게 뻗어 나왔다.
오러블레이드.
기술적으로 극한에 도달한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강의 무기.
갈돌조차 오러블레이드는 얕잡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독사한테 독니가 달려 있는 것뿐이었다. 독니에 물리지 않고 뱀을 죽일 방법은 차고 넘쳤다.
-우선 도망치지 못하게 다리부터 동강내 주마.
생각을 하자마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 인간의 뒤에 나타났다.
무릎을 썩둑 잘라내기 위해서 손날을 내리쳤다.
그 순간, 갈돌은 마주쳤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인간의 눈동자와 말이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내 움직임을 읽었지?
같은 마스터클래스였던 성기사는 갈돌의 공격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인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갈돌이 당황해하는 사이 인간이 오러블레이드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지독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공포심이 전신으로 뿌리를 내렸다.
갈돌은 본능적으로 전력을 다해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인간이 콩알처럼 작게 보일 정도로 멀리 물러났다.
“뭐야?”
인간이 당황한 얼굴로 갈돌을 쳐다봤다.
“악마가 도망을 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갈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도망을 쳤다고? 고작 인간 따위한테?
수치스러웠다.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갈돌은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할 여력이 없었다.
여전히 본능이 눈앞에 있는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착각이다.
착각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인간 따위에게 두려움을 느낄 리가 없다.
갈돌이 자신의 판단을 의심했을 때였다.
“또 도망칠지 모르니 이번에는 조금 크게 휘둘러야겠군.”
뜻 모를 말과 함께 인간이 오러블레이드를 높이 쳐들었다.
상대와의 거리는 까마득하게 멀었다. 인간이 손톱처럼 작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바로 턱밑에 칼날이 들어와 있는 듯한 불길함만이 느껴졌다.
-젠장……!
갈돌은 욕을 내뱉으며 흑마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동시에 권능을 발현했다.
-내가…… 인간 따위에게 겁을 먹다니……!
갈돌의 몸에서 녹색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갈돌은 완전히 불덩어리로 변했다.
불로 변한 갈돌이 덩치를 키웠다. 구름을 내려다 볼 정도로 커졌다.
-인간! 네놈이 대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갈돌의 고함소리가 온 세상을 울렸다. 녹색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내 모든 걸 쏟아부어서라도 이 자리에서 죽여 주마!
갈돌이 인간을 향해 몸을 던졌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인간을 통째로 불태워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인간이 오러블레이드를 내리그었다.
갈돌의 권능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검의 궤적이 허공을 완전히 베어 냈을 때.
세상이 반으로 나뉘었다.
* * *
검은 섬광이 세상을 가른다.
반으로 나뉜 세상이 살짝 어긋났다. 갈돌은 처음에 자신이 환상을 보는 줄 알았다.
이내 갈돌을 깨달았다.
세상만 반으로 나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까지 갈라져 있었다.
-카아악! 크아아악!
현실을 인지한 순간, 머릿속에서 고통이 번졌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고통이 갈돌을 괴롭혔다.
-카아아악! 카악!
불길로 변한 몸이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말도…… 말도 안…… 카아악!
불은 형체가 없었기에 불길로 변한 갈돌은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전 참격은 달랐다.
단 일격에 몸이 나뉘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한 마디로 지금 갈돌은 죽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불길이 완전히 사그라지면 분신체도 소멸하게 되었다. 그럼 갈돌의 영혼은 지옥에 있는 자신의 육체로 되돌아가야 했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현세를 놔두고 저 재미없는 지옥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어떻게든 분신체를 유지하고 싶었다.
-보, 복구해야…… 어떻게든 상처를 틀어막아야…….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분신체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불길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시에 갈돌의 정신도 뚝 끊어졌다.
* * *
“허억!”
정신을 차렸을 때, 갈돌은 지옥에 있는 자신의 본체로 되돌아간 상태였다.
“말도…… 말도 안 된다…… 인간 따위가…… 내 권능을 이렇게 쉽게…… 베어 낼 수 있을 리가 없어……!”
일도양단.
단 일격 만에 갈돌의 분신체는 파괴되고, 갈돌의 정신은 지옥으로 돌아왔다.
“대체 그건…… 그건 무슨 괴물이란 말이냐…… 대체…….”
그때였다.
얼굴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갈돌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선홍색 피가 묻어 나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갈돌은 거울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높고 넓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었다.
선.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혈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것을 본 갈돌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참격이…… 본체까지…… 닿았다고……?”
선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아니, 분출되었다. 댐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말이다.
복부가 갈라지며 내장이 쏟아졌다.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갈돌은 죽음을 직감했다.
“참격이…… 차원을 뛰어넘다니…… 이런 게…… 가능할 리가…….”
대악마라 불리는 검공 모데우스조차 불가능한 검술이었다.
“괴물을…… 건드렸다…… 저런 것은…… 존재해서는…… 안 돼…….”
몸통이 머리부터 갈라지며 좌우로 나뉘었다.
동시에 갈돌의 숨이 완전히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