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5화(195/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5화
195화 부탁 (2)
제국의 정식 명칭은 헬리오스 제국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냥 제국이라고만 칭했다. 그럼에도 헷갈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로 탄생한 제국은 헬리오스 제국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탄생한 제국이자 가장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 곳.
마음만 먹으면 능히 모든 국가를 통일시키고, 대륙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곳.
그 강대한 세력을 가진 신성교단조차 제국에 비하면 많은 점에서 부족했다.
‘도르고조차 제국을 두려워했지.’
도르고가 수천 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은폐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제국 때문이었다.
아크리치이자 모든 흑마법사의 스승이라 불리는 도르고조차 제국 앞에서는 폭풍 앞에 놓인 촛불이나 다름없었다.
“갑자기 웬 제국입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리암 블루그린은 이마를 긁적이다 말했다.
“자네는 들어보지 못했나 보군. 이제 곧 헬리안 경연이 열린다네.”
“벌써 그런 시기가 왔습니까?”
헬리안 경연은 제국에서 초대 황제를 기리기 위해서 4년마다 개최하는 기사대회를 말했다.
헬리안 경연에는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기사들도 참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다른 종족도 얼마든지 경연에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헬리안 경연은 국가와 종족을 초월한 거대한 행사처럼 여겨졌다.
“자네도 알겠지만…… 헬리안 경연에는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네.”
우승은 못하더라도 자국의 기사가 얼마나 활약했는지. 몇 강까지 올라갔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위신이 달라졌다.
그래서 헬리안 경연에 목숨을 거는 국가도 많았다.
“우리 애플 왕국은 지금까지 헬리안 경연에서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없다네. 그게 역대 국왕 전하들의 큰 한이었지.”
리암 블루그린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가 곧 국력을 상징하는 시대였다. 그런 세상에서 헬리안 경연 같이 중요한 대회에서 자국의 기사들이 활약하지 못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다른 국가들에게 알게 모르게 업신여겨졌으리라.
“그래서 전하께서는 자네가 헬리안 경연에 참석해서 애플 왕국의 이름을 빛내 주길 바라고 계시다네.”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애플 왕국에서 제국까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그렇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탁이었다.
게다가 지금 데미안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루빨리 신체를 단련해서 마스터클래스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헬리안 경연에서 우승한 기사에게는 황제가 직접 칭호를 내린단 말이지.’
데미안은 아직 칭호를 얻지 못했다.
호사가들이 이런저런 별명으로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단기간에 유명해진 탓에 어떤 칭호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호칭이란 누가 붙여 줬는지. 어떻게 유명해졌는지가 아주 중요했다.
헬리안 경연이라는 대륙적인 행사에서 황제가 직접 칭호를 하사한다?
데미안도 한 명의 기사인지라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뭐, 훈련은 제국에 가서 하면 되지.’
데미안은 마음을 굳힌 뒤 리암 블루그린에게 말했다.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인가? 으하하핫! 고맙네. 덕분에 전하께 면목이 서겠어!”
리암 블루그린은 크게 기뻐하며 데미안의 손을 맞잡았다.
“혹시 저 말고도 출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헬리안 경연은 기사의 경지별로 분야가 나뉘어 있었다.
준기사, 로우클래스, 미들클래스, 하이클래스, 마스터클래스까지.
당연한 말이지만 하이클래스가 다른 종목에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미들클래스로서 참가하기로 했다네.”
리암 블루그린의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미들클래스 분야에서 승리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외에는 없습니까?”
“그 외에 결정된 사람은 없다네. 정확히는 그럴 만한 인재가 없다고 말해야겠군.”
그리 말하며 리암 블루그린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격이 없는 자를 내보냈다가 망신을 당하면 큰일이 아닌가.”
“맞는 말씀이십니다.”
데미안이 리암 블루그린의 말에 동의했을 때였다.
갑자기 응접실의 창문에 그림자가 생겨났다. 곧이어 누군가 창문을 깨트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난입자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머리는 산발에 옷은 누더기나 다름없었다. 몸에서 고약한 냄새까지 풍겨져 왔다.
데미안과 리암 블루그린은 당황한 얼굴로 여인을 쳐다봤다.
“데미안 학센!”
그런 데미안을 향해 여인이 소리쳤다.
“이사를 갔으면 갔다고 말을 했어야지! 한참 찾아다녔잖아!”
여인이 허리춤에 달려 있던 쌍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섬뜩한 살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약속대로 널 죽이러 왔어!”
베로니카 산체.
전생에 살망귀라고 불렸던 여인이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 * *
“…….”
데미안은 깨진 창문을 가만히 바라봤다. 성을 꾸밀 때 온갖 애정을 쏟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왜 한눈을 파는 거야!”
데미안의 속도 모르고 베로니카 산체가 다시 소리쳤다. 데미안은 지끈거리는 두통을 참으며 말했다.
“너 이 새…… 저거 어떻게 할 거야.”
“물어낼게!”
베로니카 산체가 등에 짊어지고 있던 가죽 보따리를 열었다. 안에는 보석과 금화가 가득 담겨 있었다.
“여행하면서 얻었어! 다 가져가!”
베로니카 산체는 망설임 없이 가죽 보따리를 데미안에게 던졌다.
데미안은 떨떠름한 얼굴로 가죽 보따리를 받았다. 창문 하나 값치고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
“값도 물어냈으니까 됐지? 그럼 이제 약속을 대로한다?”
베로니카 산체가 마력을 일으켰다. 피처럼 붉은 오러가 쌍검을 뒤덮었다.
그 순간, 방 전체가 섬뜩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마치 면도날로 피부를 쓸어내리는 듯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예리한 오러로군.’
오러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강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기사의 실력과 수준에 따라서 강도와 예리함이 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베로니카 산체의 오러는 굉장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경지는 미들클래스였으나 오러의 예리함만 놓고 보면 하이클래스에 비견될 정도였다.
‘하지만 피비린내는 나지 않는다.’
베로니카 산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마력과 오러에서 지독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데미안과 약속했던 대로 그동안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살려 두길 잘했어.’
베로니카 산체는 미래에 살인을 즐기다가 마스터클래스가 된 정신 나간 여자였다.
흑마법사들의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편도 아니었다. 그냥 끔찍한 악인이었다.
그렇기에 베로니카 산체를 만났을 때, 생사여부를 두고 고민했다.
위험한 인물이었기에 미리 싹을 잘라야 했다.
싹을 자르기에는 재능이 아까웠다. 게다가 당시의 베로니카 산체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손을 대기 전이었다.
결국 데미안은 베로니카 산체를 살려 두고 갱생시켜 보기로 결정했다.
베로니카 산체의 오러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데미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잘됐다. 너도 같이 가자.”
머리가 조금 이상해서 그렇지, 베로니카 산체는 재능이 굉장히 뛰어난 검사였다.
데미안이 천재 중의 천재라 인정하는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비교해도 약간 뒤떨어질 정도였다.
헬리안 경연에 참가하면 베로니카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응? 어디로 가자는 거야?”
“헬리안 경연이라고 들어봤지?”
“아니?”
당당한 태도에 데미안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헬리오스 경연이 뭐냐면…….”
데미안은 베로니카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을 듣던 도중, 베로니카가 인상을 구겼다.
“제국으로 가자고? 싫어! 내가 거길 왜 가!”
아니나 다를까 베로니카 산체는 데미안의 제안을 거부했다.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데미안은 침착하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다. 아공간을 열고 그 안에서 육각형 몽둥이를 꺼냈다.
몽둥이를 보자마자 베로니카 산체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너…… 너 그건 왜 꺼낸 거야.”
“왜긴 널 ’설득‘하기 위해서지.”
“너! 또 날 때리려고 그러지!”
“어허, 때리다니. 설득이라니까.”
“헛소리하지 마! 그게 어떻게 설득이야!”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곧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시켜 줄 테니까.”
데미안이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또 순순히 당할 줄 알고? 어림없어! 이번에는 내 칼이 널 베어 버릴 거야!”
베로니카 산체가 데미안을 향해 쌍검을 휘둘렀다.
살기가 가득 응축된 오러들이 사방에서 데미안을 공격했다.
하지만 오러들은 모두 데미안을 빗겨나갔다.
“……어?”
그 광경에 베로니카 산체의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 데미안은 몽둥이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일단 머리.”
몽둥이가 베로니카 산체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다음은 옆구리, 이번에는 정강이, 다음은 어깨.”
데미안은 쉴 새 없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베로니카 산체는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금새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기만 했다.
“갈 거야. 안 갈 거야.”
“……갈게.”
“안 들리는데.”
“간다고!”
확답을 듣고 나서야 데미안은 몽둥이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미리 경고해 두는데. 도망치면 그때는 진짜 죽는다.”
데미안의 경고에 베로니카 산체의 몸이 흠칫 떨렸다. 아무래도 진짜 도망칠 생각을 품고 있었던 듯했다.
“리암 경, 참가자 한 명 더 모집했습니다.”
“그, 그래…… 자, 잘했네.”
데미안의 말에 리암 블루그린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