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6화(196/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6화
196화 낯선 만남 (1)
그 이후, 데미안은 리암 블루그린과 함께 부모님을 찾아갔다.
“제국으로 간다고?”
아버지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전하께서 부탁하셨으니 어쩔 수 없지만…….”
“축제에서 그 난리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는데. 정말 가야겠니?”
학센 백작과 부인은 데미안이 당분간은 집에서 쉬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초월자들의 전투에 휘말려서 죽을 뻔한 게 불과 며칠 전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 다른 것도 아니고 헬리안 경연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참가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헬리안 경연에는 25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
단, 마스터클래스는 40살까지 참가가 가능했다. 워낙 오르기 힘든 경지였기 때문이다.
“네 심정은 이해가 간다만…….”
헬리안 경연은 대륙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사대회였으니, 남자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 경연에서 우승하여 인기를 얻고 명성을 드높이길 꿈꿨다.
학센 백작 역시 어렸을 때 그랬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데미안을 단호하게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다. 허락하도록 하마.”
한참 고민하던 아버지는 데미안의 헬리안 경연 참가를 허락했다.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제발…… 제발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갔다 오거라.”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데미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이라뇨. 전 언제나 얌전했는데요.”
학센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말이나 못 하면 얄밉지나 않지.”
* * *
아버지의 허락도 구했겠다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데미안은 리암 블루그린과 함께 라이언블룸 후작가로 향했다.
“형님!”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미하엘은 성 바깥까지 나와서 데미안을 맞이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미안하기는. 서로 바쁘잖냐.”
“하이클래스에 오르셨다고 들었는데…… 소문이 진짜였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너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데미안이 미하엘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막 미들클래스에 오른 상태였다.
그 이후로 훈련에 매진했는지. 지금은 미들클래스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데미안의 칭찬에 미하엘은 쑥스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매만졌다.
“한참은 무슨. 한 걸음만 내딛으면 되겠네.”
“정말입니까?”
미하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데미안의 뒤에 서 있는 베로니카 산체를 발견한 것이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뭐래. 나도 오기 싫었어. 쟤가 끌고 와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야.”
베로니카가 데미안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그러자 미하엘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마치 저 말이 진짜냐고 묻는 듯했다.
“저 말이 맞다. 리암 경이 참가자가 부족하다고 하기에 데려왔지.”
“그런 사정이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베로니카! 형님께서 데려와 주셨으면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이지, 그 건방진 태도는 뭐냐!”
미하엘의 비난에 베로니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그러다 내 손에 죽는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지. 너 같은 하수에게 질 만큼 허투루 단련하지 않았다.”
“거참 대단하시네. 그럼 한번 확인해 볼까?”
베로니카가 쌍검을 손에 쥐었다. 미하엘도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을 움켜잡았다.
두 사람이 내뿜는 살기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싸우면 두 사람 다 내 손에 죽는다.”
하지만 데미안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은 냉큼 칼자루를 손에서 놓았다.
“미하엘, 너는 기사라는 놈이 저런 도발에 넘어가면 어떻게 하냐.”
“죄송합니다.”
“그리고 베로니카, 넌 내가 사람 죽이면 내 손에 죽는다고 했지.”
“아, 아니…… 진짜 죽이겠다는 건 아니고…….”
데미안이 나서자 두 사람 모두 쩔쩔맸다.
“대단하군. 저 골칫덩어리들을 저렇게 확실하게 휘어잡고 있다니.”
리암 블루그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아버지인 후작조차 어쩌지 못하는 독불장군이고, 베로니카 산체는 남의 말을 들을 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이 데미안의 한 마디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리암 경, 이제 출발하시죠.”
“알겠네. 출발하도록 하지.”
데미안을 포함한 네 사람이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왕국에서 보내온 병력의 호위를 받으며 제국으로 출발했다.
* * *
여행길은 굉장히 편했다.
지금까지 데미안이 여행을 다닐 때는 혼자 움직였기에 자주 야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일행도 많을 뿐만 아니라 애플 왕국의 이름을 내걸고 있었다.
“리암 경 아니십니까? 제국으로 가는 중에 쉴 곳을 찾고 있다고요? 저희 성으로 오십시오!”
“헬리안 경연이라니……! 왕국의 이름을 빛내러 가고 있었군! 내 기꺼이 영지를 개방하도록 하겠네.”
그 덕분에 야숙 대신 귀족들의 영지에 머물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 후, 일행은 애플 왕국의 국경을 넘어서 옆 나라 더플린 왕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멈추십시오.”
국경을 넘는 도중에 더플린 왕국의 병사들이 일행을 붙잡았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병사들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마차를 호위하는 기사만 세 명에 병사들은 열 명이 넘었다.
이만한 병력을 데리고 있으니 경계하는 것도 당연했다.
“애플 왕국에서 왔다. 헬리안 경연에 참가하기 위해서 제국으로 가는 중이지.”
기사의 말에 병사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까지 했다.
‘반응이 어째 이상하군.’
애플 왕국은 더플린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교류가 잦아, 친숙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애플 왕국이라는 말에 너무 과하게 놀라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병사 한 명이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관문을 맡고 있는 수비대장이 나타났다.
“통행증은 있으십니까?”
수비대장의 물음에 호위기사가 통행증을 내밀었다. 애플 왕국의 국왕이 더플린 왕국에 사람을 보내서 미리 받아 놓은 것이었다.
수비대장은 외눈 안경을 가져와서 증서를 살폈다. 통행증에 찍힌 인장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마도구인 듯했다.
“확인했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수비대장의 말에 병사들이 성문을 활짝 열었다. 일행은 성문을 통과했다.
성문을 통과할 때였다. 데미안은 수비대장이 병사들에게 하는 말을 엿들을 수 있었다.
-애플 왕국에서 기사들이 도착했다. 당장 그분께 연락을 드리도록 해라.
처음에 병사들의 반응도 그렇고, 수비대장의 말도 그렇고 수상쩍은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데미안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리암 블루그린에게 말했다.
“리암 경, 분위기가 이상합니다만.”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나 다를까 리암 블루그린도 데미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군. 애플 왕국과 더플린 왕국은 우호관계를 맺고 있을 텐데.”
리암 블루그린이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혹시 모르니 경계하도록 합세.”
“알겠습니다.”
데미안의 걱정과 달리, 그 이후로 일행은 아무 사건도 겪지 않았다.
사건을 겪기는커녕 도움만 받았다.
애플 왕국과 마찬가지로 더플린 왕국의 귀족 영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더플린 왕국을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밤이 깊었기에 일행은 근처에 있는 귀족을 찾아가서 하룻밤 묶기로 했다.
“애플 왕국에서 오신 분들이었군요! 어서 들어오시지요!”
이번에도 귀족은 흔쾌히 허락했다. 일행들은 귀족의 성에 짐을 풀 수 있었다.
“먼 길을 오시느라 힘드셨을 테니 오늘은 소랑 돼지를 잡아야겠습니다.”
영주는 굉장히 호탕한 인물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불쾌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호화로운 만찬까지 준비했다.
이만한 환대는 애플 왕국에서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일행은 감사를 표하며 술과 음식을 즐겼다.
“형님, 이 음식도 드셔 보세요.”
미하엘은 식사도 하지 않고 데미안만 챙겼다. 데미안의 앞에 놓인 접시가 비면 자기가 나서서 음식을 가져왔다.
“한심하기는.”
베로니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식사에 집중했다.
접시에 놓인 고기를 썰어서 입에 가져갔다. 일련의 동작이 너무 깔끔하다 못해서 기품까지 느껴졌다.
걸인처럼 하고 다니는 것과 달리 식사 예절이 완벽하게 몸에 배여 있었다.
‘설마 귀족 출신인가?’
생각해 보면 베로니카는 굉장히 정갈한 마력을 다루고 있었다. 마나연공법이 그만큼 수준이 높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기사 가문 출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영주님, 잠시만…….”
집사가 영주에게 다가오더니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귀족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게 정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세상에…… 그분께서 내 영지에 찾아와 주시다니.”
영주는 허둥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행을 향해 말했다.
“식사 도중에 죄송합니다. 이 자리에 손님을 한 분 더 모시고자 합니다.”
일행들은 모두 귀족을 쳐다봤다. 그러자 리암 블루그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귀한 손님께서 방문하신지라…….”
리암 블루그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안으로 들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주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집사가 연회장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두 남성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중년과 청년.
부자 관계인지 서로 얼굴이 똑같았다. 두 사람 다 머리카락이 검은색이었으며 눈동자는 청색이었다. 콧등이 넓고, 입술은 얇았다.
영주는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입을 열었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하게 됐네.”
“아닙니다! 그런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게는 큰 영광인 걸요.”
“그거 다행이로군.”
말과 달리 남성의 표정은 굉장히 오만했다. 아무래도 방금 전 대화는 예의상 꺼낸 빈말인 듯했다.
“저들이 애플 왕국에서 온 손님들인가?”
중년 남성이 연회장에 앉아 있는 데미안과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에게 내 소개를 해 주겠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는 듯 영주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인사 드리십시오! 이분께서는 더플린 왕국의 기둥이자 기사들의 가장 큰 우상이자 가장 밝게 빛나는 검이자…….”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 끝에 남자의 이름이 나왔다.
“마스터클래스의 경지에 계신 하비에르 실바 경이십니다!”
* * *
데미안이라고 해서 모든 마스터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직접 만나 본 사람 중에서 인상 깊었던 마스터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비에르 실바는 달랐다.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음에도 기억하고 있었다.
‘인류의 배신자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멸망 전쟁 당시, 몇몇 마스터들은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저버리고 도르고의 편에 섰다.
그로 인해서 제국은 물론이고 인류 연합은 큰 피해를 입고, 일부 왕국은 무너지기까지 했다.
그 배신자 중 한 명이 바로 하비에르 실바였다.
아니, 하비에르 실바는 배신자 중 한 명이라는 단순한 마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저놈 때문에 동부 연합이 멸망했지.’
멸망전쟁 당시, 대륙 동부의 국가들은 제국과 함께 싸우기 위해서 연합을 구성했다. 거기에는 애플 왕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국에서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기사단과 마스터클래스 다수를 파견했다.
하지만 하비에르 실바의 배신으로 인해서 동부 연합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지게 되었다.
“하비에르 경,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리암 블루그린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비에르 실바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하비에르 실바는 그 손을 맞잡지 않았다. 경멸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리암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초면에 말을 놓는다라…… 자네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줄은 몰랐군.”
그 말에 리암 블루그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리암 블루그린은 애플 왕국의 후작이었다. 타국의 귀족에게 말을 높일 위치가 아니었다.
하비에르 실바가 지적한 것은 리암 블루그린의 경지였다.
하이클래스 따위가 마스터클래스인 자신과 맞먹을 생각이냐는 힐난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알면 조심하도록 하게.”
리암 블루그린의 얼굴이 더더욱 달아올랐다.
그렇다고 항의할 수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마스터클래스였으니 말이다.
“자네들이 왔다는 연락을 듣고 급하게 찾아왔다네.”
하비에르 실바가 옆에 서 있는 청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내 아들이네. 이번 헬리안 경연에서 하이클래스로서 참가하게 되었지.”
하비에르 실바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제국으로 가려던 참이었으니 가는 동안 동행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