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7화(197/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7화
197화 낯선 만남 (2)
애플 왕국의 하이클래스.
리암 블루그린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동행하자고? 대체 무슨 속셈이지?’
애플 왕국에서도 하비에르 실바가 어떤 인물인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미한 기사 가문 출신으로 마스터클래스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더플린 왕국에서 국왕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권세가.
그런 인물이 겨우 자신들과 동행하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설마 데미안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는 건가?’
데미안의 명성은 이미 타국에 널리 퍼진 상태였다. 희대의 천재이자 무시무시한 실력자라고 말이다.
하비에르 실바의 입장에서는 데미안을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아들도 하이클래스이니 헬리안 경연에서 데미안과 맞붙게 될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데미안을 이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동행을 제안한 게 아닐까?
마스터클래스의 눈이라면 데미안의 모든 약점을 알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그럴 생각이라면…… 거절해야 한다.’
헬리안 경연에는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애플 왕국의 국왕은 데미안의 승리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곤란할 듯합니다.”
결심을 굳힌 리암 블루그린이 입을 열었다.
“서로 경연에 참가하는 입장이니만큼 함께 해 봤자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러자 하비에르는 말없이 턱을 매만졌다.
“내 아들, 조슈아는 말일세. 어릴 적부터 재능이 넘치는 아이였다네.”
뜬금없는 말에 리암 블루그린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너무 재능이 뛰어나서 다른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지. 원래 천재는 범재를 이해 못하는 법이 아닌가?”
“아, 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비로서는 걱정이 되더군. 난 조슈아의 인간관계가 조금 더 넓어지길 바랐거든. 그래서 일부러 자네들을 찾아온 것이라네.”
하비에르가 조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경연에 참가할 정도의 기사들이라면 이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래서 겨우 하이클래스에 불과한 자네에게 굳이 부탁씩이나 했거늘…… 그걸 거절해?”
하비에르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 순간,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내 부탁을 거절하다니. 참으로 용감하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렵지 않은 것인가?”
하비에르는 살기를 일으키지 않았다. 단지 말투로 불쾌함을 표현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리암 블루그린은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새삼 실감이 났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진정한 초월자라 불리는 마스터클래스라는 사실이 말이다.
“……실바 경, 저희는 애플 왕국을 대표하여 제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암 블루그린에게도 체면이라는 게 있었다.
그는 애플 왕국을 대표하는 기사이자 일행들을 무사히 제국에 도착시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마스터클래스가 ‘조금’ 화를 냈다고 해서 꼬리를 말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런 저희를…… 타국의 귀족이신 실바 경께서 겁박하시려는 겁니까?”
리암 블루그린과 일행들은 애플 왕국을 대표하고 있었다.
그런 상대에게 하비에르 실바가 위협을 가하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였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하지만 하비에르는 리암 블루그린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만하고 거만한 태도에 되레 리암 블루그린이 할 말을 잃었다.
“타국의 귀족을 겁박한 게 뭐 어쨌다는 거냐. 전쟁이라도 선포하겠다는 거냐? 그것도 재미있겠군.”
하비에르가 강하게 나서자 리암 블루그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양국에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애플 왕국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더플린 왕국에는 하비에르 실바가 있었으니까.
진정한 초월자이자 무력의 정점이라 불리는 마스터클래스가 있었으니까.
물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제국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제국은 어디까지나 전쟁의 발발만 막을 뿐이다. 그 외에 다른 일들은 관여하지 않았다.
더플린 왕국이 마스터클래스를 앞세워서 애플 왕국을 핍박하더라도 말이다.
리암 블루그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리암 경, 뭘 망설이십니까.”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감사히 받아들이도록 하죠.”
두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데미안 학센이 말했다.
* * *
데미안의 말에 리암 블루그린이 놀라서 소리쳤다.
“데미안 경?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마스터클래스와 동행할 기회가 평생에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그 말에 리암 블루그린은 더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하비에르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핫, 젊은 친구가 영민하군! 그래, 마스터클래스와 동행할 기회는 흔치 않지!”
기뻐하는 하비에르를 바라보며 데미안은 속으로 조소했다.
데미안이 하비에르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이유는 다음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데미안이 생각해 봐도 자신들과 동행해 봤자 하비에르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찾아와서 동행을 부탁한 점.
리암 블루그린의 거절에 협박으로 대응한 점.
굉장히 수상했다. 그 의도가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다른 놈이면 모르겠지만…… 네놈은 흑마법사랑 붙어먹을 테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어쩌면 이 일에 흑마법사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흑마법사는 바퀴벌레와 같아서 별의별 장소에서 튀어나와서 일을 망치는 족속들이니까.
‘안 그래도 궁금했다. 네놈이 언제부터 흑마법사와 연관되어 있었는지 말이야.’
어차피 언젠가는 하비에르 실바를 죽이려고 했다.
인류를 배신해서? 그로 인해서 동부연합이 무너져서?
‘너 때문에 가족들이 죽었다.’
동부연합에는 애플 왕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합이 무너질 때, 애플 왕국도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데미안이 도르고의 명령으로 가족들을 죽인 것도 바로 그때였다.
즉, 하비에르 실바는 가족들의 죽음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하비에르를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만약 네놈이 정말로 흑마법사 때문에 우리에게 접근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행하는 도중에 하비에르를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데미안 경,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리암 블루그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하이클래스인데다 왕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리암 블루그린은 데미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그런 데미안이 이렇게 나오자 리암 블루그린도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경의 말대로 하겠네.”
그렇게 실바 부자와의 동행이 결정되었다.
* * *
더플린 왕국에서 하비에르 실바는 국왕보다 더한 권세를 누리는 인물로 유명했다.
당연한 말이었다. 국왕은 죽어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었지만 마스터클래스는 딱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평가에 걸맞게 하비에르 실바가 데리고 온 무리는 규모가 엄청났다.
병사와 시종들을 합치면 100명이 넘어갔고 기사도 수십여 명이나 되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군대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들에 비하면 애플 왕국의 행렬은 한 줌에 불과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는가? 아주 그냥 박살을 내버렸지!”
하비에르는 굉장히 수다스러운 성격이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은 무용담을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렇군요. 과연 대단하십니다.”
리암 블루그린은 하비에르의 옆에 붙어서 맞장구를 쳐댔다. 얼굴에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리암 경이 고생이 많네요.”
미하엘이 데미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데미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형님, 왜 하비에르의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하신 겁니까?”
미하엘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가 생각해 봐도 동행해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마스터의 옆에 있으면 뭐라도 받아먹을 게 있지 않겠냐.”
데미안은 거짓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말에 미하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미안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드르렁~.”
그때, 코골이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말 위에 앉은 채 잠자고 있는 베로니카의 모습이 보였다.
고개와 허리를 뒤로 최대한 젖히고 있음에도 용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여간 기품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네.”
미하엘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중얼거릴 때였다.
“데미안 학센 경?”
하비에르가 데미안의 이름을 불렀다.
“자네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네. 어찌나 유명하던지 우리 더플린 왕국에도 소문이 자자했거든.”
“그렇습니까?”
마스터클래스의 칭찬에도 데미안은 담담했다. 솔직히 말해서 타국의 유명세 따위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가문을 위협하는 후작가의 기사들을 단숨에 무찌르고, 신성교단에서 뒤쫓고 있는 흑마법사까지 토벌했다지?”
후작가라는 말에 미하엘이 헛기침을 했다.
“거기에 젊은 나이에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다니! 마치 젊은 시절의 날 보는 것 같아. 물론 나보다는 살짝 못하지만 말이야.”
그리 말하며 하비에르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 몸은 자네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하이클래스가 되었지. 다들 영웅 크레일의 재림이라고 어찌나 호들갑을 떨던지.”
아무도 묻지 않았건만 하비에르는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난 척이 심한 인간이로군.’
데미안은 속으로 하비에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남을 칭찬하는 듯하지만 결국 자신을 추켜세우고 있었다.
이렇게 잘난 척이 심한 인간은 데미안도 오랜만이었다.
“저도 데미안 경에 대해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조슈아 실바가 끼어들었다.
“너무 유명한 분이라 한 번쯤 뵙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데미안은 조슈아를 살펴봤다.
아들이라 그런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넓은 인중과 미간이 판박이였다.
“으하핫, 조슈아. 너무 겸손한 것도 실례다. 너도 데미안 학센보다 이른 나이에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더냐.”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와 비견되는 천재를 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이 아비도 너만 한 나이 때 그랬느니라.”
데미안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아들에 그 아버지였다.
데미안을 추켜세우는 척,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고 있었다.
듣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나빠지는 화법이었다.
“저 인간이…….”
옆에 있던 미하엘이 발끈했다. 데미안은 미하엘을 만류했다.
“그만.”
“형님, 하지만……”
“나도 가만히 있는데. 네가 나서면 비웃음만 살 거다.”
데미안의 말에 미하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참도록 하겠……
“뭐? 네가 데미안 학센보다 빠른 나이에 하이클래스가 되었다고?”
그때였다.
잠에서 깨어난 베로니카가 조슈아에게 말했다.
예기치 못한 질문에 조슈아는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귀먹었어? 내가 묻고 있잖아. 네가 정말 데미안 학센보다 먼저 하이클래스가 되었냐고.”
조슈아의 당혹감은 더욱 커졌다.
“크흠, 그렇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베로니카는 눈동자를 게슴츠레하게 뜬 채 조슈아를 찬찬히 훑어봤다.
“그보다 영애께서는 누구십니까?”
당혹감에서 벗어났는지 조슈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영애처럼 아름다우신 분은 처음 뵙는군요. 들꽃 같이 꾸미지 않은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이상하네. 데미안 학센보다 약해 보이는데.”
이어지는 말에 조슈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지금 무슨 말을…….”
“데미안보다 이른 나이에 하이클래스가 됐다면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소리 아니야? 근데 더 약해 보인다고.”
“하핫, 영애께서 뭘 잘못 알고 계신 모양입니다. 무릇 기사들의 격차는 실제로 겨루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잠깐만, 하이클래스에 오른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기간을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넌 언제부터 검을 배웠는데?”
베로니카는 조슈아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익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갓난아기 때부터 아버지의 검술을 눈에 새겼으니까요.”
그런 베로니카의 태도에도 조슈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심지어 대답까지 했다.
데미안은 속으로 조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갓난아기가 무슨 검술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꼴값을 떠는…….
“꼴값 떨고 있네.”
그 순간, 데미안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이 경악한 얼굴로 베로니카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