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8화(198/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8화
198화 결투 (1)
“말이 조금 과격하시군요.”
조슈아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런 조슈아에게 베로니카의 폭언이 이어졌다.
“무슨 갓난아기가 검술이야. 그냥 눈앞에서 뭐가 막 움직이니까 신기해서 쳐다봤겠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로…….”
“그냥 대충 8살 때부터 배웠다고 치자. 그럼 최소한 15년 이상 검을 수련한 거잖아? 그럼 하이클래스가 되는데 최소한 15년은 걸린 셈이네?”
“그렇다고 볼 수 있…….”
“데미안 학센은 1년도 안 걸렸는데?”
그 순간, 조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데미안 학센은 1년도 안 돼서 하이클래스가 되었다고.”
조슈아의 얼굴이 서서히 구겨지기 시작했다.
“저도 그 소문은 들어봤습니다만…… 믿지 않았습니다.”
“왜?”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습니까. 1년 만에 미들클래스가 되었다고 해도 믿기 힘든 마당에 하이클래스가 되었다고요? 소문이란 원래 과장되기 마련이니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바보나 하는 짓…….”
“사실인데?”
베로니카가 딱 잘라 말했다.
“내가 직접 봐서 잘 알고 있어. 내가 몇 달 전에 쟤랑 처음 싸웠을 때는 미들클래스였거든? 근데 다시 만났을 때는 하이클래스가 되어 있지 뭐야.”
“자꾸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면…….”
“믿든 말든 그건 네 자유인데 데미안보다 약한 주제에 강한 척하지 마. 보고 있으면 짜증 나니까.”
곳곳에서 숨이 멎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명백히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
문제는 베로니카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데미안 학센은 내가 점찍어 놓은 사냥감이란 말이야. 일생일대의 사냥감을 너 같은 놈이 깔보면 기분 좋겠어?”
“……너 같은 놈?”
조슈아의 얼굴이 서서히 분노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 건방진 년이…… 조금 예의를 차려 주니까 주제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는구나!”
조슈아에게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이클래스의 살기는 그 자체로 흉기나 다름없었다. 확산된 살기 때문에 말들이 모두 놀라서 날뛰었다. 몇몇 병사들은 입에서 피를 토해 내기도 했다.
“당장 검을 뽑아라. 내가 약한지 강한지 네년에게 직접 확인시켜 주마!”
“내가 왜?”
베로니카가 약간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예기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조슈아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난 미들클래스고 넌 하이클래스인데 내가 왜 싸워? 내가 미쳤어? 너 바보야?”
“미들클래스 주제에 감히 날 조롱하다니! 정말 죽고 싶은 거냐!”
조슈아가 격노를 참지 못하고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하지만 칼을 뽑지는 못했다. 무언가가 무기를 뽑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검.
정확히는 칼집에 덮여 있는 장검이 어느새 조슈아의 칼자루를 누르고 있었다.
조슈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칼집을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그 끝에는 데미안이 칼자루를 움켜잡고 있었다.
“그쯤 하도록 하지.”
데미안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 * *
조슈아는 놀란 얼굴로 데미안과 장검을 번갈아 쳐다봤다.
알아차리지 못했다.
데미안이 칼을 손에 쥐는 것도, 그 칼을 뻗어서 자신의 손목을 막는 것도.
심지어 칼을 뽑는 그 순간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녕 이게 같은 하이클래스란 말인가? 조슈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내 동료가 말을 심하게 하기는 했지만 하이클래스가 미들클래스를 상대로 무기를 뽑으면 쓰나.”
데미안 학센이 뻗었던 검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동료의 폭언은 내가 사과하도록 하지. 하지만 그쪽도 먼저 칼을 휘두르려고 했으니 이쯤에서 서로 물러나는 게 어떤가?”
조슈아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데미안 학센이 보여 준 한 수가 자신의 수준을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버지인 하비에르 실바가 입을 열었다.
“저 어린 계집은 내 아들을 무시했네. 기사에게 명예란 목숨과도 같은 법이거늘. 이 일을 어찌 그냥 넘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하이클래스가 미들클래스를 상대로 무기를 뽑는 것도 썩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게 어째서 문제가 된다는 거지?”
데미안은 처음에 하비에르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비에르의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이 몸의 아들이 ‘모독’을 당하지 않았나. 그걸 갚아 주는 게 어찌 문제가 된단 말인가.”
오만한 태도에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설마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문제는 이 뻔뻔한 인간이 마스터클래스라는 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저 계집에게 대가를 받아 내야겠네. 손가락이라도 하나 내놓으면 납득하고 넘어가도록 하지.”
“그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데미안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베로니카의 발언이 조금 선을 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손가락을 자를 수는 없었다.
“관대하게 넘어가 주려고 했거늘…… 이 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단 말인가?”
하비에르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 순간, 압도적인 기운이 데미안을 향해 밀려 들어왔다.
마치 깊은 심해에 갇힌 것 같은 압박감이 데미안의 전신을 짓눌렀다.
‘이것도 계속 당하니 견딜 만하군.’
하지만 하비에르의 기세는 데미안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데미안이 조금도 반응하지 않자 하비에르의 표정이 변했다.
하비에르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생각이 달라졌다. 이 일은 그냥 넘어가 주도록 하지.”
크게 인심 썼다는 듯한 태도에 데미안은 하마터면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
“대신 저 건방진 계집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확인이라고요?”
“조슈아랑 자네 중에 누가 더 강한지 결투를 통해서 가려 보자는 말일세.”
그 말에 리암 블루그린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경연을 앞두고 있는데 결투라고요? 안 될 말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끝내면 될 게 아닌가?”
“그러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위험한 일? 이 내가 있는데 뭐가 위험하단 말인가?”
하비에르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리암 블루그린은 더 이상 강하게 나서지 못했다.
“데미안 경.”
리암 블루그린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거 재미있겠군요.”
하지만 데미안은 리암 블루그린의 기대를 배신했다.
리암 블루그린에게는 미안하지만 데미안에게는 이 결투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저놈이 검을 뽑으려고 했을 때…… 뭔가가 느껴졌단 말이지.’
조슈아가 격노를 참지 못하고 칼을 뽑으려고 했을 때, 데미안은 뭔가 묘한 기운을 느꼈다.
너무 미약해서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결투를 수락한 것이다.
“조슈아,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하비에르가 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조슈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으하핫, 좋다. 그래야 내 아들답지.”
하비에르는 한껏 웃다가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뭐 하는 게냐. 어서 결투 장소를 마련하거라!”
* * *
병사들은 들판을 뒤엎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을 다져서 평평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기를 한 시간, 마침내 결투장이 완성되었다.
‘쓸데없이 호화스럽군.’
데미안은 병사들이 다져놓은 바닥을 발끝으로 탁탁 두드리며 생각했다.
결투가 뭐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 바닥을 뒤엎어 놓는단 말인가.
데미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냐!”
“내가 뭘 어쨌는데.”
“너 때문에 형님께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잖아!”
“그렇다고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라고?”
“그, 그건 아니지만…….”
미하엘과 베로니카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그만.”
데미안의 말에 미하엘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 얘가 나만 뭐라고 하잖아! 너도 말 좀 해줘! 사실 너도 기분 나빴잖아!”
“뭐, 기분이 나쁘긴 했지.”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두 부자의 화법이 짜증 났던 것은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그치? 잘했지?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 그 몽둥이는 왜 꺼내는 거야!”
데미안이 몽둥이를 꺼내자마자 베로니카는 미하엘의 등 뒤로 숨었다.
데미안은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때리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미리 경고하는데. 앞으로 먼저 나서지 마라……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정말 널 ‘갱생’시켜 버릴 거니까.”
“너도 기분 나빴다면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줬으면 된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베로니카의 두 눈동자는 순수함으로 가득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두통이 밀려왔다. 데미안이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을 때였다.
“데미안 경, 힘든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습니다.”
결투장 위로 올라온 조슈아가 데미안에게 감사를 표했다.
“신경 쓰지 마라. 그렇게 힘든 결정은 아니었으니까.”
데미안의 말에 조슈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진검을 써도 괜찮겠지요?”
“마음대로 해라.”
말하기가 무섭게 조슈아가 허리춤에 있는 장검을 뽑아 들었다.
신기하게도 칼날이 불그스름했다. 딱 봐도 보통 무기가 아니었다.
“레어메탈로 만들어진 검이로군.”
“역시 알아보는군요. 정확히는 레어메탈 합금으로 만들어진 검입니다.”
조슈아가 칼날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칼날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허공을 갈랐다.
“그것도 보통 합금이 아닙니다. 난쟁이들의 합금으로 제작되었죠. 제게 딱 어울리는 검이지 않습니까?”
잘난 척은.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차며 여명의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성격으로 봐서는…… 지 애비랑 같이 제국으로 가는 내내 잘난 척을 해대겠지?’
상상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졌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 조슈아의 기를 확실하게 죽여 놓을 필요가 있었다.
“미하엘.”
“예, 형님.”
“나뭇가지 하나만 구해 와라. 얇아도 상관없다.”
난데없는 요구에 다들 어리둥절해했다. 딱 한 명, 미하엘만 빼고 말이다.
미하엘은 군말 없이 나뭇가지를 찾기 위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들판 한가운데라 좀처럼 나뭇가지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미하엘의 눈동자에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미하엘은 즉시 나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예리한 오러가 나무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러에 잘려 나갔음에도 나뭇가지는 금방 떨어지지 않았다. 끈적한 액체를 바른 것처럼 천천히 미끄러지다가 낙하했다.
“…….”
미하엘이 보여 준 한 수에 주변 모든 기사의 눈동자가 커졌다.
미들클래스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예리했기 때문이다.
“그냥 손으로 꺾으면 될 걸 가지고…….”
베로니카만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찰 뿐이었다.
“형님, 가져왔습니다.”
미하엘은 데미안에게 나뭇가지를 내밀었다. 데미안은 나뭇가지를 잡고 몇 번 휘둘러봤다.
굵기는 검지 정도였으며 길이는 두 뼘 정도였다.
손으로 잡고 휘두르기에 딱 적당한 나뭇가지였다.
“……그건 왜 가지고 오라고 한 겁니까?”
조슈아가 떨떠름한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데미안은 나뭇가지를 늘어트린 채 말했다.
“맨손으로 싸울 수는 없잖냐.”
그 순간, 조슈아의 표정이 멍해졌다.
“와라. 이걸로 상대해 주마.”
곧이어 조슈아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