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9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9화(199/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99화
199화 결투 (2)
‘승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리암 블루그린은 결투장 위에 올라와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데미안 학센의 실력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던 탓이다.
조슈아 실바.
마스터클래스인 아버지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기린아.
사실 조슈아 실바는 어린 시절에는 둔재로 여겨졌다. 남들보다 배움이 느렸던 것이다.
그러던 도중, 10번째 생일을 넘기면서부터 재능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파죽지세로 경지를 높이다가 2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
리암 블루그린이 40대에 하이클래스가 되었음을 생각하면 엄청난 천재인 셈이었다.
‘그만한 천재가 마스터클래스에게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았으니…….’
몇 년 전, 더플린 왕국의 산악지대에서 와이번 무리가 자리를 잡은 적이 있었다.
와이번은 퇴화한 드래곤이라 불릴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였다.
오러를 견뎌 낼 수 있을 정도로 질긴 가죽과 강철을 가볍게 뚫는 이빨과 발톱.
여기에 하늘을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능력까지.
미들클래스조차 와이번 한 마리를 감당해 내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더플린 왕국에 자리를 잡은 와이번은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지옥의 땅이라 불리는 알리스타 황야에서 서식하던 붉은날개 와이번이라는 아종이었다.
알리스타 황야는 척박하고 위험한 땅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원종보다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리암 블루그린조차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하이클래스인 그조차 붉은날개 와이번 무리는 부담스러운 축에 속했다.
그런 붉은날개 와이번을 조슈아 실바는 하루도 되지 않아 몰살시켜 버렸다.
“미하엘, 나뭇가지 하나만 가져와라.”
한참 걱정 중인 리암 블루그린의 귓가에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리암 블루그린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데미안을 바라봤다.
이윽고 미하엘이 나뭇가지를 하나 잘라서 가져왔다. 그 나뭇가지를 받아든 데미안이 말했다.
“와라. 이걸로 상대해 주마.”
리암 블루그린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졸도할 뻔했다.
* * *
그 말을 듣는 순간, 조슈아 실바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데미안 경?”
하지만 조슈아는 용케 분노를 참아 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친선전에서 불필요한 도발은 예의에 어긋납니다. 이번에는 참고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다시 제대로 된 검을…….”
“누가 도발이라는 거냐.”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닭을 잡으려면 닭 잡는 칼을 가져와야지. 안 그래?”
그 순간, 조슈아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대신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조슈아가 분노를 토해 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동시에 데미안을 향해 검을 사선으로 내리쳤다.
하이클래스임을 증명하듯 조슈아의 장검에는 선명한 오러가 맺혀 있었다.
그때,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조슈아의 움직임을 빠르게 읽어 냈다.
데미안이 허리를 살짝 틀었다. 사선을 그리던 칼날이 머리 얼굴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동시에 데미안은 나뭇가지로 조슈아의 목을 톡 때렸다.
“한 대.”
그 말에 조슈아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이내, 다시 분노가 차올랐다.
“어디서 장난질이냐!”
조슈아가 분노를 토해 내며 다시 칼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허리를 뒤로 젖혔다. 횡으로 휘둘러진 칼날이 코끝을 지나갔다.
동시에 데미안은 조슈아의 팔뚝을 나뭇가지로 때렸다.
“두 대.”
“장난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조슈아의 표정이 더더욱 험악하게 변했다.
데미안을 향해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칼날의 궤적이 순식간에 데미안을 뒤덮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데미안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모든 공격을 피해 냈다.
‘아직도 격차를 깨닫지 못한 건가?’
공격을 피하며 데미안은 의아함을 느꼈다.
조슈아는 맹공을 퍼붓고 있었으나 데미안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기사라면 이쯤에서 수준 차이를 깨닫기 마련이었다.
‘천재치고는 눈치가 없군.’
미하엘은 데미안과 싸우지 않았음에도 격차를 깨닫고 알아서 굴복했다.
미하엘에 비하면 조슈아는 둔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더 알기 쉬운 방법으로 박살을 내주마.’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움직였다. 처음으로 조슈아의 공격을 나뭇가지로 막아 냈다.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구나!”
조슈아가 가소롭다는 듯이 소리쳤다.
조슈아의 무기는 레어메탈 합금으로 제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러까지 맺혀 있었다.
그걸 겨우 나뭇가지 따위로 막겠다니.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조슈아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다.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살짝 틀었다. 그러자 검의 궤적이 바뀌었다.
직선으로 떨어지던 장검이 옆으로 틀어졌다. 데미안을 피해서 허공을 베었다.
“……뭣?”
조슈아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조슈아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모든 기사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하비에르조차 그러했다.
“바, 방금 무슨 짓을……!”
조슈아는 당황해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장검이 원을 그리며 데미안의 목을 노렸다.
데미안은 다시 나뭇가지를 휘둘러서 칼날을 막아 냈다. 횡을 그리던 장검이 갑자기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 바람에 조슈아의 몸통이 훤히 비었다. 데미안은 나뭇가지 끝으로 조슈아의 가슴을 쿡 찔렀다.
“심장. 한번 죽었다.”
조슈아가 이를 악물며 다시 칼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이번에도 간단하게 칼날의 궤적을 틀었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조슈아의 목을 때렸다.
“목. 두 번 죽었다.”
조슈아의 얼굴빛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아무리 눈치가 부족해도 이쯤 되면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조슈아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슈아!”
보다 못한 하비에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언제까지 장난을 칠 생각이냐! 제대로 하지 못하겠느냐!”
조슈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제대로 하라고? 여기서 뭘 어떻게 더하란 말인가.
“그래, 맞는 말이로군.”
그 말에 데미안이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대로 해라. 이런 머저리 같은 모습은 그만 보이고.”
그 한마디가 조슈아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젠장! 이 빌어먹을 놈이! 어디 이것까지 막을 수 있나 지켜보겠다!”
조슈아가 장검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장검에 맺힌 오러가 우글우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가 오러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저건……?”
리암 블루그린은 조슈아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곧바로 알아봤다.
“데, 데미안 경! 피하게! 피해야 하네!”
리암 블루그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순간, 조슈아가 허공을 향해 칼을 내질렀다.
그 순간, 무언가가 데미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데미안은 두 발로 땅을 밀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데미안이 서 있던 땅에 수십 개의 구멍이 연달아 뚫렸다.
“세상에!”
리암 블루그린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조슈아가 방금 사용한 것은 비검이었다.
비검이란 오러를 날려서 싸우는 검법을 말했다. 위력적이고 변칙적이지만 그만큼 많은 마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리암 블루그린 역시 비검을 사용하는 기사였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방금 조슈아가 보여 준 기술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완성도가 높은지 말이다.
오러를 압축시켜서 송곳처럼 만든 뒤, 그것을 날려 보낸 것이다.
속도가 워낙 빨라서 어지간한 기사들은 송곳이 날아드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으리라.
“이상하군.”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친선전에서 이렇게 위험한 기술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그건 걱정하지 마라. 정말로 위험해지면 아버지께서 막으실 테니.”
그 말에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거참 편리한 규칙이로군.”
조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데미안을 향해서 다시 칼을 내질렀다.
오러의 송곳이 데미안을 노리고 쏟아졌다. 송곳이 몸을 꿰뚫기 직전,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나뭇가지가 움직일 때마다 송곳이 지워졌다. 마치 붓을 가지고 허공을 덧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송곳이 모조리 사라졌다. 조슈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뭔가 대단한 걸 보여 줄 것처럼 굴더니 아무것도 아니로군. 더 보여 줄 게 없다면 이제 끝내도록 하지.”
그 순간, 데미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날카로운 살기가 조슈아를 향해 쏟아졌다. 살기에 노출된 순간, 조슈아는 섬뜩함을 느꼈다.
이대로 있으면 당한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본능이 조슈아를 움직였다.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데미안의 머리 위를 지나는 순간, 아래를 향해서 오러를 방출했다.
방출된 오러가 송곳으로 변하며 데미안을 향해 쏟아졌다.
데미안은 이번에도 나뭇가지를 휘둘러서 송곳들을 모조리 지워 버렸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조슈아는 다시 움직였다. 데미안을 중심으로 뛰어다니며 오러를 방출했다. 사방에서 오러의 송곳이 쏟아졌다.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움직였다. 그를 중심으로 검막이 펼쳐지더니 송곳들을 모조리 지워 버렸다.
그때였다.
정면에서 압도적인 마력이 느껴졌다. 데미안은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장검에 오러를 응축시키고 있는 조슈아가 보였다.
“오호.”
그 모습을 본 데미안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건 제법 쓸 만해 보이는군.”
쓸 만해?
조슈아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금 조슈아가 준비하는 기술은 절기였다. 적을 반드시 죽여야 할 때 꺼내 드는 비기 말이다.
원래 가문에 내려오던 것을 아버지가 뜯어고쳤다. 보다 강력하게, 보다 위력적이게.
즉, 지금 조슈아가 준비하는 기술은 마스터클래스의 절기였다.
조슈아가 칼끝을 내질렀다. 그 순간, 압축되었던 오러가 해방되었다.
절기 – 호박광직(琥珀光直)
영롱한 빛의 일격이 데미안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때,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들어 올렸다. 나뭇가지를 중심으로 푸른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데미안이 나뭇가지를 힘껏 휘둘렀다. 그 순간, 거대한 참격이 뿜어져 나왔다.
오러의 참격과 광선이 굉음을 내며 부딪혔다. 곧이어 광선만이 좌우로 갈라졌다.
“……어?”
조슈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물줄기도 아니고, 저게 저렇게 쉽게 갈라질 리가…….
조슈아가 당황한 사이, 오러의 참격이 코앞까지 도달했다.
피할 틈도 없이 참격이 조슈아의 몸을 집어삼켰다.
* * *
그 직전, 하비에르 실바가 조슈아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하비에르 실바가 손날을 휘둘러 오러의 참격을 후려쳤다. 거대했던 참격이 산산이 부서졌다.
“이제 궁금증은 다 해결되셨습니까?”
“……그래, 해결되었네.”
데미안의 조롱 섞인 물음에 하비에르 실바는 벌레라도 씹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 나뭇가지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하비에르 실바의 뒤에 엎어져 있는 조슈아를 쳐다봤다.
조슈아는 기절한 상태였다. 참격에 베이기 직전, 극심한 공포 때문에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이상한 녀석이군.’
오러를 다루는 솜씨만 보면 엄청난 실력자였다.
하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둔재라고 착각할 뻔했다.
‘그리고 저 검은 뭐지?’
데미안이 결투를 받아들인 이유는 조슈아가 사용하는 검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결투가 진행되는 동안 검이 지니고 있던 묘한 기운이 강해졌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데미안이 아무리 기를 써도 기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
하비에르의 목소리에 데미안은 시선을 돌렸다.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더군. 소문이 진짜였어.”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야. 정말…… 정말 대단했네. 탐이 날 정도로 말이야.”
그 순간, 데미안은 보았다.
하비에르 실바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물드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인재를 탐내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속물적인 눈빛이었다.
마치 타인의 재물을 탐내는 도적을 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