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0화(200/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0화
200화 꿍꿍이 (1)
그날 밤, 실바 부자의 야영지에는 침묵이 가득했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며 가만히 선 채 두 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애플 왕국의 야영지가 왁자지껄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
하비에르 실바와 조슈아 실바는 모닥불을 사이에 놓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아까 전부터 아무 말도 없이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었다.
“패배하고 말았구나.”
하비에르가 입을 열었다. 무척 무겁고 음울한 목소리였다.
“충격적이었다. 같은 하이클래스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허망한 패배였어.”
조슈아는 말없이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하비에르의 말은 이어졌다.
“곱씹을수록 어이가 없구나. 그놈이 나뭇가지를 손에 쥘 때만 해도 정신 나간 놈이라고 생각했거늘…… 진짜로 그걸로 널 이기다니.”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보초를 서는 기사들은 긴장한 얼굴로 하비에르를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하비에르가 조슈아를 질책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별안간 하비에르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너한테 어울리는 재능을 찾게 되었구나.”
“역시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소문만 들었을 때는 과장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싸워 보니까 전부 진짜였어요. 굳이 만나러 온 보람이 있었네요.”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가는구나. 나뭇가지로 오러가 맺힌 칼을 받아 내? 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니까.”
“설마 아버지께서도 못하시는 겁니까?”
조슈아의 물음에 하비에르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엄밀히 말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나와 적성이 맞지 않는 것뿐이다. 저번에 말하지 않았더냐. 마스터클래스는 각자 특화된 기술이 다르다고 말이야.”
“예, 기억이 납니다.”
“데미안 학센이 유검(流劍)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 다시 말하지만 이 아비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적성에 맞지 않을 뿐이야.”
조슈아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다 보니 생각나는구나. 제국의 검성이 비슷한 검술을 사용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럼 데미안 학센이…… 검성급의 재능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까?”
조슈아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벅차올랐다.
검성이 누구던가, 제국을 상징하는 소드마스터 중 한 명이 아니던가.
“어쩌면 그보다 더 대단할지도 모르지. 그 건방진 계집이 말하지 않았더냐. 1년이 지나기도 전에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이야. 검성도 그렇게는 못했거든.”
베로니카 산체를 떠올리자마자 조슈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얼굴이 제법 반반해서 관심을 좀 가져줬더니 말도 안 되게 무례한 여자였다.
“원래 보물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법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재능은 데미안 학센 따위가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렇다면…… 저지를 생각이시군요.”
조슈아의 물음에 하비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가면 고르막 산맥지대가 나온다. 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워낙 위험한 곳이라 어지간한 사람들은 접근조차 하지 않지.”
“곤란한 일을 해결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군요.”
“그래, 그곳에서 그놈들을 모두 처리할 거다. 내가 데미안 학센을 제압할 테니 너는…….”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조슈아가 자신의 장검을 무릎 위에 올리며 말했다.
“이 마검으로 그놈의 심장을 찌르란 말씀이시죠.”
조슈아가 결투 때 사용했던 롱소드는 겉보기에는 화려하기만 한 무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롱소드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바로 마검이라는 것.
이 마검으로 사람을 죽이면 영혼을 흡수할 수 있었다.
마검의 주인은 흡수한 영혼의 모든 능력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재능까지도 말이다.
“아버지께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마검을 구해 주신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뀌었으니까요.”
조슈아가 애틋한 눈빛으로 마검을 바라봤다.
본래 조슈아는 천재는커녕 둔재만도 못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하비에르 실바의 자식이 맞는지 의심을 할 정도였다.
그런 모독적인 나날을 보내던 도중, 하비에르 실바가 이 마검을 구해 왔다.
조슈아는 이 마검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던 기사를 죽여서 영혼과 재능을 차례차례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조슈아는 둔재가 아닌 천재라고 불리게 되었다.
“마검이 흡수한 영혼이 닳아 없어지기 직전이었는데 보충할 만한 영혼을 일찍 찾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마검을 사용한 자만 알 수 있는 비밀.
마검이 흡수한 영혼은 점점 마모되어 결국 소멸된다.
영혼이 소멸하면 더 이상 재능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영혼을 교체해야만 했다.
“인생이 바뀌어? 그게 무슨 망발이냐.”
그때, 하비에르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너는 이 하비에르 실바의 아들이다. 선택받은 존재란 말이다.”
하비에르 실바는 본래 딱히 주목받지 못했던 기사였다.
가뜩이나 출신 가문도 미약한데 사생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는 없는 자식 취급받고, 형제들에게는 멸시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하비에르 실바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천재를 뛰어넘는 재능이 있었다.
하비에르 실바가 마스터클래스에 오르자 모두가 고개를 조아렸다. 자신을 무시했던 아버지, 형제, 심지어 국왕까지 말이다.
그 순간, 하비에르 실바는 깨달았다. 자신은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조슈아가 둔재로 판명이 났을 때도 하비에르는 현실을 부정했다.
선택받은 존재인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못났을 리가 없다.
그러니 잘못된 것은 세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너는 원래 네가 가져야 할 것을 되찾았을 뿐이다. 그러니 두 번 다시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조슈아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하비에르는 흐뭇하게 웃었다.
“에그 경, 듣고 있나?”
“예, 하명하십시오.”
근처에 서 있던 기사가 곧바로 대답했다.
얼굴까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흉터와 형형한 안광.
얼핏 봐도 평범한 기사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기백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당분간 기사들에게 푹 쉬라고 전해두게. 조만간 거사를 치를 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기사는 목례를 하며 짧게 대답했다.
“데미안 학센의 재능만 흡수하면 헬리안 경연쯤은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거다.”
“그 영광을 제가 차지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너무 좋아할 것 없다. 당연히 네가 누려야 할 것이니 말이다.”
“참, 그 계집은 제가 죽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버릇없는 혓바닥을 제 손으로 직접 뽑아 버리고 싶습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줘야지.”
두 부자는 대화를 나누다가 껄껄 웃었다.
아들과의 대화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일까. 하비에르 실바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 놓여 있는 수레 뒤에서 누군가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속셈이었단 말이지.”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 *
밤이 깊어졌을 때, 데미안은 실바 부자의 야영지로 숨어들었다.
두 사람의 정확한 목적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야영지에는 다수의 기사들과 마스터클래스인 하비에르 실바까지 있었지만 데미안에게는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않았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항상 암살의 위험에 시달렸다.
제국은 물론이고 신성교단에서도 암살자를 보내서 데미안을 죽이고자 했다.
데미안을 죽이려 했던 암살자들 중에는 마스터클래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마스터클래스 암살자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인물이 있었다.
바로 팬텀(Phantom)이라는 남자였다.
마스터클래스조차 팬텀의 표적이 되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 위험성 때문에 제국에서는 팬텀을 특급위험인물로 지정했을 정도였다.
팬텀이 어째서 데미안을 노렸는지는 모른다.
다만, 악명이 허황되지는 않았는지 팬텀은 도르고의 군단에 잠입하여 데미안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데미안의 코어를 부수기 직전, 살기를 감지하고 깨어난 데미안에 의해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팬텀이 마스터클래스로서 도달한 경지는 ‘귀영(鬼影)’이었다.
귀영은 신체를 유령처럼 바꾸어서 기척을 죽이거나 좁은 틈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경지였다.
데미안은 아직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팬텀처럼 신체를 완벽하게 유령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비에르 실바의 감각을 속이기에는 충분했다.
‘마검으로 날 죽이고 재능을 강탈할 생각이었군.’
재능처럼 모호한 것을 훔치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후작급 악마가 만들어 낸 마검이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데미안은 재능을 흡수하는 마검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웨폰마스터가 특히 아끼는 마검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비에르의 손에 있는 거지?’
판데모니엄의 거악.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를 지배할 수 있는 남자.
웨폰마스터는 마검조차 지배할 수 있었다. 본래 사람을 파멸로 이끌고 가는 마검이 웨폰마스터의 손에만 잡히면 순한 양처럼 변했다.
‘본인에게 직접 받은 건가? 그렇다면 이 시점부터 웨폰마스터와 접점이 있었다는 소리로군.’
데미안이 의심했던 대로 하비에르 실바는 현재 시점에서 흑마법사들과 연관이 있던 게 분명했다.
‘개같은 새끼. 저딴 마검 때문에 동부연합을 배신해?’
데미안은 분노를 꾹 눌러 참았다. 감정이 격해졌다가 귀영이 흐트러지면 하비에르에게 들킬 위험이 있었다.
‘고르막 산맥에서 날 죽일 생각이란 말이지.’
아무리 마스터클래스라 해도 타국의 귀족을 멋대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중재자를 표방하고 있는 제국에 의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다른 기사들은 미하엘과 베로니카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강해 보이는 기사가 몇 명 있었지만 결국 미들클래스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었다.
그 두 명은 어쩌니저쩌니 해도 데미안이 인정하는 천재들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하비에르로군.’
데미안의 입장에는 아직 마스터클래스와 싸우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가족들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저 남자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저놈은 날 노리고 있다.’
데미안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결투가 끝난 이후, 자신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하비에르 실바의 눈빛을 말이다.
당시에는 그 눈빛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하비에르의 입장에서 데미안은 금은보화가 가득 담긴 보물상자나 다름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미안을 죽이고 재능을 강탈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승산이 없는 건 아니지.’
데미안은 손목을 매만졌다. 손목에 새겨져 있던 탐식과 분노의 권능이 희미하게 빛났다.
‘인류를 배신했으니…… 다짐했던 대로 죽여 주마.’
어둠 속에서 데미안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