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1화(201/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1화
201화 꿍꿍이 (2)
이튿날, 일행은 다시 제국으로 출발했다.
“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인생이라고 말이야. 올곧지 않으면 쓸모가 없으니 말일세.”
“……예, 그렇군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하비에르는 아무렇지도 않게 리암에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리암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웃긴 놈이로군.’
데미안은 속으로 어이없어했다.
사람이 아무리 뻔뻔해도 그렇지, 뒤통수를 칠 계획까지 세워 놓고서 저런 태도라니.
그나마 조슈아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제 기를 죽여 놓길 잘했어.’
지 애비랑 똑같이 자신에게 말을 계속 걸었으면 화를 참기 힘들었으리라.
그렇게 한참을 이동했다.
저 멀리 안개로 둘러싸여 있는 산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산세가 굉장히 험한 곳이었다.
“고르막 산맥일세.”
하비에르가 산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더플린 왕국에서 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지. 좀 위험하기는 하지만 우리를 잘 따라오면 문제없을 걸세.”
하비에르가 앞장섰다. 다른 사람들은 하비에르의 뒤를 따라갔다.
일행은 능선을 따라서 산맥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위험한 장소답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뱀이나 곰 같이 위험한 맹수가 발견됐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았다.
이쪽에는 맹수 따위는 맨손으로 죽일 수 있는 기사들이 우글거렸으니 말이다.
‘사람을 죽이기에는 딱 맞는 장소로군.’
데미안은 산맥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데미안의 감각에 살기가 감지되었다.
맹수의 살기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무겁고, 은밀했다.
데미안은 더플린 왕국의 기사들을 살펴봤다. 데미안의 예상대로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였다.
“미하엘, 베로니카.”
“예, 형님.”
“무슨 일이야?”
데미안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은 무감정한 얼굴로 말했다.
“대비해라.”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두 사람은 이유를 되묻지 않았다.
단번에 눈빛이 달라지더니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참, 자네들은 고르막 산맥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나?”
별안간 하비에르 실바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애플 왕국의 기사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고대에 살았던 거대한 뱀이 땅 밑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만들어진 산맥이라는 전설이 있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경지가 멋진 곳이다 싶었는데. 그런 전설이 있었군요.”
리암이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하비에르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멋있다니 다행이로군. 자네들이 마지막으로 보게 될 경치니 마음껏 구경하도록 하도록.”
“그게 무슨…….”
별안간 더플린 왕국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하비에르 경! 이게 무슨 짓입니까!”
리암이 당황한 얼굴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비에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까지 알려 줄 의무는 없어 보이는군.”
“하비에르 경!”
하비에르는 리암의 고함을 무시했다. 대신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놈을 먼저 확보해야겠군.”
하비에르가 말에서 내려왔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하비에르의 몸이 사라졌다.
곧이어 데미안의 코앞에 나타났다. 하비에르는 데미안의 멱살을 붙잡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잡히기 직전, 데미안이 머리를 뒤로 뺐다. 그 바람에 하비에르의 손은 허공만 움켜잡았다.
“……응?”
하비에르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아무리 대충했다지만 하이클래스 따위가…… 내 손을 피해?
“요놈 봐라?”
하비에르가 다시 데미안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멀리 사라지는 데미안의 모습에 하비에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를 내버려 두고 도망을 쳐?
하비에르는 길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재미있는 놈은 오랜만이었다.
“조슈아, 나는 데미안 학센을 쫓겠다. 리암 블루그린은 네가 맡아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 버려라.”
“예, 알겠습니다.”
조슈아에게 명령을 내린 뒤, 하비에르는 데미안을 뒤쫓았다.
“멈추십시오!”
리암 블루그린이 하비에르의 앞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하이클래스 따위가 마스터클래스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비에르는 리암 블루그린을 스쳐 지나갔다. 저 멀리서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 한번 최대한 도망쳐 보거라! 금방 따라잡아 줄 테니까!”
하비에르가 한껏 웃으며 데미안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데미안이 땅을 박찰 때마다 수십 미터씩 멀어졌다. 그 바람에 가까워질 만하면 다시 멀어졌다.
마치 각력이 ‘증폭’되기라도 한 것 같은 주행법이었다.
“이놈이?”
마스터클래스의 입장에서 하이클래스는 벌레보다 살짝 나은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게 무시하던 벌레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니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비에르는 진심을 조금 드러내기로 했다.
두 다리에 힘을 넣었다. 그러자 하비에르의 속도가 순식간에 빨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데미안의 뒤에 도달했다.
“잡았다!”
하비에르가 손을 뻗어서 데미안의 목덜미를 잡아채려 했다.
그 순간, 데미안이 몸을 홱 돌렸다. 동시에 칼을 뽑아서 하비에르를 향해 내질렀다.
“무용한 짓을 벌이는구나!”
마스터클래스에 오르면 마력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하이클래스의 오러 따위로는 마스터클래스를 상처입힐 수 없었다.
데미안이 내지른 장검의 끝이 하비에르의 몸통을 찔렀다.
“……?”
그 순간, 묵직한 충격이 하비에르를 강타했다. 마치 칼이 아니라 바위에 부딪힌 것 같았다.
물론 이 정도 충격은 하비에르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불시에 들어온 충격에 몸이 뒤로 날아갔다. 문제는 이곳이 능선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하비에르의 몸이 산 아래로 추락했다.
하비에르는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서 발을 아래로 향했다.
몸이 바닥에 닿았다. 굉음과 함께 땅바닥이 박살이 났다. 하지만 하비에르는 멀쩡했다.
“……정말 재미있는 놈이로군.”
하비에르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위를 올려다봤다.
하이클래스 주제에 자신을 이렇게 여러 번 물 먹일 줄이야.
이건 단순히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에게는 어떤 거대한 비밀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당장 붙잡아서 비밀을 토해 내게 해 주마.”
산 아래로 떨어졌지만 문제없었다.
마스터클래스인 자신이 전력을 발휘하면 하이클래스 따위는 단숨에 붙잡을 수…….
“그럴 필요 없다.”
난데없는 목소리와 함께 데미안 학센이 위에서 떨어졌다.
그런 데미안의 모습에 하비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도망치지 않은 거지?”
데미안이 하비에르를 골탕 먹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하이클래스 따위가 마스터클래스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데미안 학센은 도망치기는커녕 하비에르를 만나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왔다.
“널 죽이기에는 여기만큼 좋은 장소도 없거든.”
“죽여?”
하비에르는 실성한 것처럼 웃었다.
손가락으로 짓누르면 온몸이 터져 버릴 벌레가 자신을 죽이니 마니 그러고 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패기가 넘치는 청년이로군.”
하비에르는 실실 웃으며 데미안을 바라봤다.
“날 즐겁게 해 줬으니 보답을 해 줘야겠지? 3분을 주겠다. 그동안 마음껏 공격해 보거라.”
개미가 문다고 해서 아파할 인간은 없다.
3분이 아니라 30분을 양보해도 데미안 학센은 자신을 어쩔 수 없다.
“역시 재수 없단 말이야.”
그런 하비에르를 향해 데미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기껏 양보해 주겠다는데 받아 줘야지.”
데미안 학센이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손목에 감겨 있던 팔찌를 풀었다.
그 직후,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 * *
“……흑마력?”
하비에르 실바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검은 마력은 확산되며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세간에 알려진 데미안의 모습은 희대의 천재이자 교단과 깊게 관련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데미안이 흑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경험이 많은 하비에르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하지만 하비에르가 당황한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널 생포한 다음에 곧바로 조슈아에게 죽이게 할 예정이었다만…… 생각이 달라졌다. 고문을 해서라도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비밀을 들어야겠다.”
하비에르의 분위기가 변했다.
가벼운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송곳니를 드러낸 맹수처럼 섬뜩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데미안이 보여 준 비밀이 하비에르의 진심을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하비에르가 어떤 상황인지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데미안은 손목을 내려다봤다. 손목 위에는 두 개의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험은 끝났다.
분노의 권능은 무엇이든 증폭시킬 수 있었다. 단, 찰나의 순간만 증폭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름의 요령과 감각이 필요했다.
그것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데미안은 분노의 권능을 이용해서 하비에르를 상대했다.
반응속도를 증폭시킴으로써 마스터클래스의 움직임을 피할 수 있었다.
각력을 증폭시킴으로써 마스터클래스에게서 멀어질 수 있었다.
타격을 증폭시킴으로써 마스터클래스를 산 아래로 밀어낼 수 있었다.
전부 완벽했다. 분노의 권능을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얻었다.
“열 번. 양보해 주겠다고 했지?”
데미안이 흑마력을 움직여서 술식을 구성했다.
이내 복잡한 술식이 완성되었다. 순식간에 만들어 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흑마법을 발동시킬 수 없었다. 흑마력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흑마법사들이었다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흡수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으리라.
하지만 데미안에게는 그런 역겨운 짓을 저지르지 않고도 흑마력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데미안은 손바닥 위로 흑마력을 모아 분노의 권능을 발현했다.
작은 불씨 정도였던 흑마력이 기름이라도 부은 것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증폭된 흑마력을 술식에 밀어 넣었다. 술식이 빈틈없이 채워지며 흑마법이 발동되었다.
데미안의 눈앞에 검은 물방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대한 덩어리로 변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비에르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저 흑마법에서 미칠듯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마스터클래스인 하비에르조차 무시하기 힘들 정도였다.
데미안은 거대한 물방울을 하비에르를 향해 겨누었다.
면흑(眠黑).
도르고가 개인의 비기로 간직하고 있던 고대의 흑마법 중 하나.
거대한 물 덩어리가 압축되기 시작했다. 집채만 한 크기에서 주먹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윽고 압축된 물 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해방되었다. 물방울이 산탄처럼 뿜어져 나갔다.
물방울들은 데미안의 앞에 놓인 모든 것을 꿰뚫고 지나갔다.
나무, 바위, 심지어 저 앞에 있는 절벽까지 예외가 아니었다.
까마득한 절벽에 무수한 구멍이 뚫렸다. 곧이어서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