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2화(202/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2화
202화 결투 (1)
수천 개?
아니, 수만 개가 족히 넘을 것 같은 물방울들이 날아들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형체가 길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물방울이 아니라 화살이 쏘아지는 것 같았다.
“같잖구나.”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하비에르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하이클래스쯤 되면 마력으로 신체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스터클래스에 오르면 이 기술이 한층 더 강해진다.
사람들은 그것을 호신강기(護身强氣)라고 불렀다.
오러, 마법, 몬스터 등등.
그 어떤 것도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무적의 방패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물방울들이 신체에 박히는 순간, 하비에르는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물방울이 아니라 철구가 틀어박히는 것 같았다. 충격으로 인해서 몸이 휘청거렸다.
그런 것이 하나도 아니고 수천 개도 넘게 쏟아지니 하비에르의 몸이 점점 뒤로 밀려 나갔다.
‘뭔 놈의 마법이……!’
하비에르는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두 다리를 땅에 박아 넣었다.
그제야 몸통은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물방울이 몸을 강타하는 소리만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잠시 후, 공격이 끝났다.
하비에르는 얼굴을 가렸던 두 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등 뒤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자 박살이 난 절벽과 윗부분이 모조리 사라진 나무들이 보였다.
단 하나의 흑마법으로 모든 것을 초토화시켜 버린 것이다.
“조금 따가웠다.”
하비에르가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결국 이 흑마법은 자신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대체 정체가 뭐냐. 어떻게 하이클래스의 기사가 대흑마법사 수준의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하비에르는 지금까지 수많은 마법사와 만나고, 직접 싸워 보기도 했다.
그래서 알아볼 수 있었다. 이만한 규모의 흑마법은 대흑마법사가 아니면 펼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평범한 대흑마법사는 이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비전.
데미안 학센은 숙원이 되는 흑마법을 완성시킴으로써 한 단계 더 높은 영역에 도달한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규모의 흑마법을 단숨에 완성시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탐나는 재능이로구나.”
검성과 맞먹는 재능을 가진 것도 모자라서 대흑마법사라니?
“3분을 기다려 주기로 했다만…… 생각이 바뀌었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어서 저 재능을 아들에게 가져다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너무 위험했다.
비전을 완성한 흑마법사라면 마스터클래스조차 방심할 수 없었다.
하비에르가 목걸이를 뜯어서 손에 쥐었다.
빛이 번쩍이더니 어느새 하비에르의 손에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롱소드보다 날이 조금 더 길고,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는 형태의 검이었다.
“걱정 마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하비에르가 칼날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녹색의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칼날을 중심으로 압축되었다. 이윽고 짙은 녹빛을 띄는 칼날이 만들어졌다.
오러블레이드(Aurablade).
하비에르가 칼날을 아래로 내렸다. 오러블레이드에 닿은 자갈이 바스라지더니 가루가 되어서 흩날렸다.
“그래도 허튼짓을 못 하도록 팔다리를 모조리 잘라 놔야겠군.”
“거참 무섭기도 해라.”
데미안 학센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겁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이쪽도 최선을 다해서 저항해야겠는걸.”
데미안 학센의 손등에서 문양이 빛났다. 그 직후, 그의 발밑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렇게는 안 되지!”
하비에르가 데미안 학센을 향해 돌진했다.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발바닥에서 마력을 방출했다.
그 순간, 하비에르의 몸이 사라졌다. 거리를 뛰어넘어서 데미안의 코앞에 나타났다.
“일단 오른팔을 받아 가도록 하마!”
하비에르는 데미안의 어깨를 노리고 칼날을 내리쳤다.
오러블레이드가 녹색의 궤적을 그리며 데미안의 어깨를 갈랐다.
하지만 칼날이 근육을 파고들기 직전, 데미안의 모습이 사라졌다.
“……음?”
고개를 들자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서 있는 데미안의 모습이 보였다.
“가속화라고?”
가속화란 짧은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시켜 주는 마법을 말했다.
마법사들이 기사와 맞서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마법 중 하나로, 그 속도는 마스터클래스조차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대단한 마법이었으나 대다수의 마법사는 가속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난도가 너무 높았던 탓이었다.
가속화는 무려 10위계의 마법이었다. 그 정도로 어려운 마법을 전투 도중에 발동한다?
그것도 마법사들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기사를 상대로?
“대단하구나. 하지만 과연 몇 번이나 내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
하비에르가 다시 움직였다.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데미안 학센의 뒤에 도착해 있었다.
하비에르가 데미안의 팔뚝을 노리고 칼날을 휘둘렀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번에도 가속화를 이용해서 공격을 피했다.
데미안이 사라지려는 찰나, 하비에르는 곧바로 감각을 퍼트려서 데미안의 위치를 잡아냈다.
“거기구나!”
하비에르는 즉시 땅을 박찼다.
데미안이 나타나는 순간, 하비에르가 칼날을 내리쳤다.
오러블레이드가 데미안의 어깨를 베어 내려는 찰나, 데미안의 몸이 다시 사라졌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보자!”
하비에르는 다시 데미안을 뒤쫓았다.
두 사람의 잔상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어느새 공터를 가득 채웠다.
치열한 술래잡기 속에서도 데미안은 흑마법을 발동해 하비에르를 공격했다.
검은 화염이 하비에르의 몸을 뒤덮었다. 그림자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서 하비에르를 덮쳤다.
“소용없다!”
하지만 어떤 흑마법도 하비에르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다.
하비에르는 흑마법을 뚫고 데미안을 뒤쫓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비에르는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계속 피하고 있는 거지?’
가속화는 발동하기 굉장히 어려운 마법이었다.
마법 자체도 난도가 높았다. 그걸 전투 도중에 사용해야 하니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흑마법사의 집중력이 높다고 하지만 이렇게 자주 사용하면 한 번쯤은 실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데미안은 한 치의 오차 없이 가속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니, 그전에 어떻게 내 공격에 반응하고 있는 거지?’
처음 한두 번은 운이 좋다고 여기고 넘어갔다.
하지만 횟수가 수십 번이 넘어가자 하비에르의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상념에 빠진 탓에 데미안 학센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하비에르는 재빨리 감각을 퍼트렸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허공을 밟고 서 있는 데미안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안의 주변에는 검은 물방울들이 무수히 떠 있었다. 처음에 하비에르를 공격했던 그 흑마법이었다.
재주도 좋군.
하비에르는 입가를 비틀었다.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도 모자라서 흑마법까지 준비할 줄이야.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그 흑마법이 내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또 사용할 생각이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번째 흑마법이 발현되었다.
검은 물방울들 사이에서 붉은 전류가 튀기 시작했다. 전류는 점점 더 강해졌다.
순간, 하비에르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사라졌다.
“내리쳐라.”
검은 비와 붉은 뇌우가 동시에 떨어졌다. 빗방울이 땅에 닿으면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뇌우가 번쩍일 때마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빛과 소음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이윽고 세상이 조용해졌을 때, 바닥은 완전히 검게 타 버린 상태였다.
“크으으…….”
그 속에서 하비에르가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하비에르의 전신에는 붉은 자국들이 새겨져 있었다.
“정신 나간 마법이로군.”
데미안 학센이 준비한 흑마법은 하비에르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다.
하지만 충격까지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방금 전, 하비에르는 전신을 두들겨 맞는 듯한 고통을 받았다.
“위험하군…… 너무나도 위험해…….”
하비에르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미약하게 남아 있던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순간, 하비에르는 데미안 학센을 적으로 인식했다.
“네놈도 날 놀라게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야 공평하겠지.”
하비에르는 숨을 골랐다.
외부로 뻗어 나가던 기운을 모두 잠재웠다. 뜨겁게 타오르던 마력 또한 잠재웠다.
더 이상 하비에르에게서는 거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함만이 느껴졌다.
“미리 말해 두지만 이걸 피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비에르 실바가 자세를 잡았다.
“그러니 괜히 애쓰지 마라.”
하비에르와 데미안 사이에는 50m도 넘는 거리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하비에르는 칼을 휘둘렀다. 장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데미안의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 * *
몸이 완전히 베이기 직전, 데미안은 가속화를 사용했다.
몸이 뒤로 빠졌다. 데미안 대신 땅바닥이 길게 갈라졌다.
“……이걸 피해?”
하비에르가 놀랐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졌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일찍 가속화를 사용한 덕분이었다.
“큰일 날 뻔했군.”
데미안은 분노의 권능으로 안력과 반응속도를 증폭시킨 덕분에 하비에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 공격은 뭔가 달랐다.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어깨가 베였다.
“거리를 뛰어넘는…… 아니지, 거리에 상관없이 사물을 베어 내는 건가?”
데미안의 말에 하비에르가 입을 동그랗게 모으며 감탄했다.
“정확히 알아봤다. 내 경지 ‘무형검(無形劍)’은 멀리 있는 사물도 베어 낼 수 있는 공능을 가지고 있다.”
비검이란 검기를 날려서 적을 베어 내는 검법을 말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비검이란 대체 무엇인가?
젊은 시절의 하비에르는 항상 그런 질문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마스터클래스에 오르고 정답을 얻게 되었다.
“방금 전에는 운 좋게 피했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
하비에르가 다시 검격을 준비했다. 데미안은 그런 하비에르를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그렇군. 여러 사물을 동시에 베어 내는 것도 가능하겠어.”
데미안의 말에 하비에르의 몸이 우뚝 멎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네 경지 말이다. 한번 칼을 휘둘러서 여러 사물을 동시에 베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데미안의 말이 맞았다.
무형검은 거리의 제한은 물론이고 횟수의 제한도 없었다.
하비에르는 딱 한 번 칼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나무에 달린 모든 잎사귀를 동시에 베어 낼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방향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맞았다.
하비에르는 칼을 수평으로 휘둘러서 수직으로 벨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한 번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 땅바닥에 여러 도형을 그리는 잔재주도 부릴 수 있었다.
“아마 그 칼을 휘둘러서 이 지역 전체를 한 번에 베어 낼 생각이었겠지? 내가 어디로 도망치든 베어 낼 수 있도록 말이야.”
그것마저도 정답이었다.
하비에르는 떨리는 눈동자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경지란 한 기사가 평생 갈고닦은 기술의 결정체였다.
그것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모조리 간파해 낸다고?
“어떻게…….”
“그냥.”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보면 알 수 있지.”
그 순간, 하비에르는 섬뜩함을 느꼈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치챘어도 상관없다.”
무형검은 숨길수록 좋지만, 들켜도 상관없었다. 알아도 대처할 수 없는 경지였으니 말이다.
하비에르가 자세를 잡았다.
이 순간, 하비에르의 눈동자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이 달라졌다.
온 세상이 검의 궤적으로 가득 찼다. 무형검을 터득한 하비에르만이 볼 수 있는 경치였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봐라.”
하비에르가 칼날을 휘둘렀다.
그 직후, 온 세상이 참격으로 물들었다.
* * *
주위의 나무들이 모조리 잘게 흩어졌다. 땅바닥에 무수히 많은 검격이 새겨졌다.
하늘 위에 떠다니는 구름들이 찢겨 나갔고, 하늘을 날아가고 있던 새들이 고기 조각이 되어서 땅에 떨어졌다.
무형검의 특성을 극한까지 발휘하여 주위의 모든 것을 베어 낸다.
이것이 하비에르만의 절기였다.
“네놈…….”
하비에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마구 떨리고 있었다.
하비에르의 코앞에 데미안 학센이 서 있었다.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어떻게 알아차렸지?”
무형검은 거리와 횟수를 무시하고 사물을 베어 낼 수 있다.
굉장한 경지였으나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너무 가까이 있는 사물은 베어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칼이 닿는 범위의 사물은 무형검으로 베어 낼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은 가속화를 이용해서 하비에르에게 달라붙음으로써 절기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그냥.”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말에 하비에르의 형용하기 힘든 분노를 느꼈다.
“어리석은 놈!”
사실 이건 단점이라 할 수 없었다. 칼이 닿는 범위란 달리 말하자면 하비에르의 영역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지금 데미안은 제 발로 위험지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대로 목을 꺾어 주마!”
하비에르가 데미안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손을 뻗어서 하비에르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처음에 사용했던 흑마법은 사실 공격용 흑마법이 아니었다.”
난데없는 말에 하비에르는 멈칫했다.
“물방울조차 아니었지. 저주를 응축시킨 덩어리였을 뿐이었거든.”
저주 따위로는 마스터클래스를 어쩔 수 없다.
마스터클래스의 마력과 생명력이라면 어지간한 저주는 모조리 무시할 수…….
데미안 학센의 손등에서 문양이 빛났다.
그 직후, 하비에르의 전신에서 검은 가시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