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3화(203/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3화
203화 결투 (2)
면흑(眠黑)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파괴계열 흑마법이라 오해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면흑은 보이는 것과 달리 저주계열 흑마법이었다. 물방울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고밀도의 저주였다.
면흑의 저주는 닿기만 해도 신체로 스며들지만, 닿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부딪히는 순간, 허공으로 흩어지면서 기관지로 흡수되니까.
저주가 일정량 이상 축적되면 대량의 생명력과 마력을 흡수한 뒤, 가시로 변해서 튀어나왔다.
면흑이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이유는 높은 경지에 있는 기사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하이클래스의 기사는 마력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호신기를 터득하게 된다.
이 호신기는 무척 단단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흑마법으로는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면흑은 체내로 흡수된 다음에 내부를 파괴했다. 호신기가 통하지 않는 흑마법이었다.
면흑이 파괴마법인 척 위장하고 있는 것도 기사들을 방심시켜서 최대한 빨리 저주를 침투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면흑조차 마스터클래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설사 체내에 저주가 쌓인다 해도 마스터클래스의 기세에 억눌려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데미안은 분노의 권능으로 면흑의 저주를 증폭시키기로 했다.
다만, 분노의 권능은 손에 닿은 것들만 증폭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데미안은 하비에르에게 접근할 기회를 엿봤다. 분노의 권능으로 저주를 증폭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커…… 커억!”
하비에르가 처음으로 고통으로 가득한 신음을 토해 냈다.
신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생명력과 마력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곧이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가시들이 튀어나왔다.
내장과 근육, 뼈가 모조리 가시에 꿰뚫렸다. 전신에 가시가 돋아났다. 온몸이 꿰뚫렸다.
“크아아악!”
즉사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부상이었다. 하지만 마스터클래스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이 죽음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지금 하비에르는 내장이 모조리 찢겨 나가고, 전신에 수십 개가 넘는 구멍이 뚫렸다.
마스터클래스라 해도 살아남을 수 없는 치명상이었다.
“네…… 네놈……! 네노오옴!”
하비에르의 두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한 이유로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있었던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데미안 학센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러게 방심하지 말았어야지.”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여명을 꺼냈다. 시퍼런 오러가 여명의 칼날을 물들였다.
“이, 이놈……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면흑이 발동된 이상, 하비에르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마스터클래스였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사, 살려다오.”
하비에르가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날 살려 주면 무엇이든 주겠다! 나의 검법! 비기! 재산! 지위! 무엇이든!”
데미안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하비에르의 옆에 서서 여명을 들어 올렸다.
“……크, 크흐흣.”
하비에르의 입가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죽여라.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네놈의 동료들이 길동무가 되어 줄 테니까.”
그 말에 데미안의 손이 멈칫했다.
“지금쯤이면 내 수하들이 네놈의 동료들을 모두 죽였을 거다. 그놈들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져 주마.”
하비에르의 입가가 비틀렸다. 눈동자에 뒤틀린 환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죽어?”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더플린 왕국의 기사들은 조슈아를 빼면 모두 미들클래스였지. 미들클래스로는 그 녀석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걸.”
데미안은 미하엘과 베로니카를 믿었다. 동급의 경지라면 어떤 기사도 그 두 사람을 이길 수 없었다.
“크흐핫, 미들클래스라고 해서 다 같은 미들클래스가 아니지. 내 수하들은 내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길러낸 정예들이다.”
하비에르의 얼굴에 자부심이 떠올랐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소용없을 텐데?”
데미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하비에르를 쳐다봤다.
마스터클래스면서 그 녀석들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보지 못한 건가?
“네가 누굴 믿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 어린놈이랑 계집년을 믿고 있는 것이겠지. 그 둘은 범상치 않았으니까.”
하비에르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천재라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수십 명의 숙달된 미들클래스를 동시에 상대하기는 힘들 거다.”
애플 왕국 쪽의 기사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 더플린 왕국 쪽은 서른 명이 넘었다.
“모두 죽을 거다! 네놈이 자랑하는 그 두 연놈은 물론이고 시종들까지!”
하비에르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제야 데미안은 하비에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 깨달았다.
수적 우위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거참.”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겨우 머릿수 따위로 그 두 사람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다니.
“이제 보니 눈뜬 장남이었네.”
사실 하비에르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비에르는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렸을 테니까.
미들클래스 시절의 자신이라면 서른 명이 넘는 미들클래스를 상대할 수 없다. 그러니 그 두 사람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을 터.
하지만 미하엘과 베로니카는 데미안이 봤던 기사 중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천재들이었다.
재능만 놓고 보면 하비에르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그깟 알량한 재능으로 두 사람을 판단하려 하다니.
데미안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 * *
‘쉬운 일이야.’
에그 모닝버터.
하비에르 실바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기사는 전투에 돌입하기 전, 그렇게 생각했다.
더플린 왕국이 데리고 온 기사는 스무 명이 넘어갔다. 반면 저쪽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조슈아 님께서 리암 블루그린을 붙잡아 놓는 사이, 우리는 이곳을 정리한다.’
하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더플린 왕국의 기사들은 순식간에 목이 잘려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십수 명의 시체가 땅바닥에 흩어졌다.
그것도 겨우 한 명의 기사에 의해서 말이다.
“꺄하핫! 칼싸움이다!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붉은 머리의 여인이 기사들을 뒤쫓았다. 여인이 쌍검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튀고 팔다리가 절단되었다.
“끄아악! 아아악!”
“도, 도망쳐라! 마녀…… 마녀가 온다!”
여인의 잔인한 검술에 더플린 왕국의 기사들은 모조리 패닉에 빠졌다.
“야! 니들 어딜 도망가는 거야! 당장 이리 오지 못해! 팔 한 번씩만 자르게 해주면 살려 줄게!”
가뜩이나 실력에서 밀리는데 사기까지 바닥을 쳤다. 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여인에게 당했다.
“대, 대체 저 여자는…….”
“한눈을 팔 틈이 있나?”
머리 위에서 대검이 떨어졌다. 에그는 장검을 휘둘러 가까스로 대검을 쳐 냈다.
금발의 청년이 대검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에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애송아! 내 앞을 막지 마라!”
에그가 청년에게 돌진했다. 대검과 장검이 허공에서 몇 번이고 충돌했다.
“어린 것이 제법이구나!”
말과 달리 에그는 마음이 급했다. 당장 이 새파랗게 어린 것을 처리하고 동료 기사들을 구해야 했다.
“이거 기분 나쁘네.”
그때, 젊은 기사의 표정이 변했다.
“아저씨가 먼데 나보고 애송이라는 거야?”
대검의 움직임이 변했다.
훨씬 빠르고, 훨씬 거칠었다. 하지만 놀랍도록 정교했다.
에그는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애송이가…….”
“그 말 하지 말라고 했지.”
대검이 번뜩였다. 동시에 장검을 쥐고 있던 팔이 잘려 나갔다.
“크, 크으으윽!”
에그는 어깨를 움켜잡으며 물러났다.
“데미안 학센 같은 괴물이…… 또 있었단 말인가?”
“또?”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형님을 나 따위랑 비교하지 마라.”
미하엘이 망설임 없이 대검을 휘둘렀다.
에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
* * *
“네놈의 말이 설사 사실이라 해도…… 거기에는 조슈아가 있다.”
하비에르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리암 블루그린 따위로는 조슈아를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지.”
하비에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데미안이 너무나도 쉽게 수긍하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네 아들, 실력은 변변찮은데 마력량은 무식하게 많더라. 영약을 있는 대로 처먹인 모양이지?”
비검은 마력의 소모가 극심했다.
그래서 비검의 기사끼리 싸우면 마력량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 내가 좀 도와줘야지.”
데미안이 흑마력을 이용해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저주를 내리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렇게 먼 거리에서 하이클래스한테 저주를 내리겠다고?”
“위험한 저주는 내릴 수 없지.”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준비도 없이 하이클래스에게 저주를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위계 저주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거창한 저주는 필요 없다. 약한 저주면 충분했다.
사소한 실수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면 된다. 하이클래스끼리의 전투에서는 그마저도 치명적이니 말이다.
“됐다.”
검은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 *
오러로 이루어진 송곳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리암 블루그린은 하늘을 향해서 칼을 크게 두 번 휘둘렀다.
거대한 참격이 하늘에 십(十)자를 그렸다. 송곳들이 모조리 지워졌다.
“후욱, 후욱.”
방금 전, 기술을 사용하느라 대량의 마력을 소모했다. 리암 블루그린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제법 잘 버티시는군요.”
조슈아 실바가 땅에 내려앉으며 말했다. 건들건들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예의를 밥 말아 처먹었다.
데미안 학센도 이 녀석에 비하면 예의 바른편…….
리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리암 경, 이쯤에서 포기하십시오. 더 싸워 봤자 무의미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비검의 사용자였다.
비검의 기사끼리 싸울 때는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이 큰 영향을 끼쳤다.
대체 몸에 좋은 걸 얼마나 처먹은 것인지 조슈아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은 리암의 두 배에 달했다.
“개소리하지 마라.”
리암은 이번 여행의 총책임자였다.
그에게는 다른 기사들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목숨이 아깝다고 해서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정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군요.”
조슈아 실바가 검을 들어 올렸다. 칼날을 중심으로 마력이 휘몰아쳤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마력이었다.
바닥에 무성하게 깔린 잡초들이 마력에 짓눌릴 정도였다.
조슈아가 발을 내딛었다. 동시에 칼을 내리쳤다.
그 순간, 조슈아의 발목이 꺾였다.
“어……?”
“응……?”
살짝 파인 곳을 밟는 바람에 발목을 접질린 것이다.
그 바람에 칼을 휘두르지 못했다. 기껏 끌어모았던 마력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리암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자, 잠깐만!”
조슈아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리암이 휘두른 비검이 조슈아의 목을 갈랐다.
* * *
“대화가 너무 길었군.”
데미안이 허공에 남아 있는 흑마력을 끌어모았다.
그 많았던 흑마력이 이제 한 줌만 남아 있었다. 하비에르와 싸우면서 모두 소진한 탓이었다.
데미안은 남은 흑마력으로 땅바닥에 깊은 구멍을 팠다.
그 구멍을 본 하비에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뭐 하러 만든 거냐.”
“내가 사정이 있어서 힘을 숨겨야 하거든.”
“무슨 소리를…….”
“난 널 이긴 적 없다. 네가 날 뒤쫓다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지. 그래서 네 시체도 보지 못했다.”
하비에르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제야 데미안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날 매장해 버리겠다는…….
여명이 하비에르의 목을 베었다.
머리가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뒤를 이어서 몸통이 떨어졌다.
데미안은 남은 흑마력으로 구덩이를 모조리 메웠다.
“이제 둘러대는 일만 남았군.”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몸을 돌렸다.
그때, 일행이 있는 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검은 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아니, 저건 기둥이 아니었다. 흑마력의 덩어리였다. 그게 탑처럼 보인 것이다.
저런 방대한 흑마력을 다룰 줄 아는 존재는 흔치 않았다.
데미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데미안은 황급히 현장으로 돌아왔다.
현장은 끔찍했다. 애플 왕국의 기사들은 모두 치명상을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중에는 베로니카와 미하엘도 있었다.
치명상을 입었는지 몸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데미안은 두 사람을 치료하러 갈 수가 없었다.
저 앞에 서 있는 어떤 존재 때문이었다.
얼굴은 조슈아 실바와 똑같았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이마에 세 번째 눈동자가 돋아나 있었다. 머리카락은 노인처럼 하얗게 탈색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마검과 결합되어 있는 오른팔이었다.
-오?
조슈아 실바가 데미안을 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조슈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훨씬 나이가 많은 자의 목소리였다.
-숙주가 위험해서 와 봤더니…… 의외의 손님이 보이네?
금색 눈동자가 초승달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휘었다.
-데미안 학센! 슬라한테 망신을 준 남자! 너 같은 유명인사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데미안도 동감이었다.
설마 저 인간을 이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판데모니엄의 거악.
마검의 지배자.
모든 무기의 주인.
전생에 아버지의 영혼을 가져갔던 남자.
웨폰마스터가 조슈아 실바의 몸을 빌려서 이곳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