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4화(204/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4화
204화 결투 (3)
리암 블루그린이 날려 보낸 오러의 칼날이 조슈아의 목을 절단했다.
조슈아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몸이 옆에 쓰러졌다.
리암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격전을 치르는 동안 체력과 마력이 바닥이 났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운이 좋았다. 정말 운이 좋았어.”
마지막에 조슈아가 발목을 접질리지 않았더라면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다.
리암은 다른 기사들을 살펴봤다.
더플린 왕국의 기사들은 대다수가 목숨을 잃거나 제압된 상태였다. 전부 미하엘과 베로니카, 두 사람 덕분이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하군.”
미하엘이 천재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베로니카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데미안 학센이 괜히 참가자로 추천한 게 아니었다. 저만 한 천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테니까.
“과거의 내가 초라해 보이는군.”
리암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리암 경! 고생하셨습니다!”
미하엘이 리암을 향해 달려왔다. 갑옷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다행히 본인의 것은 아니었다.
“미하엘 경도 수고했네.”
“별거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빨리 형님을 도우러…….”
미하엘의 걸음이 차츰 느려지더니 두 눈동자가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리암 경, 저건 대체 뭡니까.”
리암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조슈아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분명히 목 위로 아무 없음에도 말이다.
조슈아가 들고 있던 장검의 크로스가드가 쩍 벌어졌다. 이빨과 혓바닥이 나타났다.
-이게 뭐야? 숙주가 죽었잖아?
그 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괴현상에 리암은 물론이고 다른 기사들도 모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하비에르가 있는데 숙주가 죽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조슈아의 몸뚱아리였던 것이 허리를 숙였다. 머리를 집어 들어서 목에 붙였다.
뿌드득.
근육과 피부가 붙기 시작했다. 접합부가 마치 용접을 한 것처럼 엉망이었다.
조슈아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탈색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마에 세 번째 눈동자가 돋아났다.
-그딴 놈을 찾으려고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니. 은근히 기분 나쁘네.
조슈아, 아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중심으로 무언가가 퍼져 나갔다.
그 순간, 리암은 어둠 속에 집어삼켜진 듯한 환각을 보았다.
하늘도, 땅도 없다. 한 줌의 빛도 없이 공허했다.
어마어마한 정신적 압박이 느껴졌다. 지독한 한기와 공포가 느껴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리암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자 환각이 사라지고 원래 세상이 보였다.
“허, 허억!”
리암이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뭐야.
눈앞의 ‘무언가’는 리암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 세 번째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며 중얼거렸다.
-죽었잖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옆에 있는 놈이 죽인 건가? 겨우 하이클래스 따위가?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는 크게 당황해하고 있었다.
리암에게는 호재였다. 무언가가 한눈을 파는 사이 리암은 다른 기사들을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기사는 입에 거품을 문 채 기절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미하엘과 베로니카는 용케 버티고 있었다.
“끄으으…….”
“으으…….”
하지만 여전히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리암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미하엘! 베로니카!”
마력을 담은 외침에 두 사람이 정신을 차렸다.
리암은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서 오러로 변환시켰다.
“이곳은 내가 막겠다! 두 사람만이라도 도망쳐라!”
리암은 무언가를 향해 오러를 해방시켰다. 거대한 참격이 무언가를 향해 날아들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였다. 하지만 리암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저렇게 위험한 존재를 두고 뒤를 생각할 수는…….
-왜 이렇게 흥분했어?
오러의 칼날이 반으로 갈라졌다. 장검도 쪼개졌다. 동시에 리암의 몸통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베였다? 언제? 어떻게?
의문과 함께 리암의 몸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리암 경!”
미하엘이 황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미하엘의 몸에서도 피가 치솟았다.
미하엘뿐만이 아니었다. 베로니카의 몸에도 상처가 생겨났다. 두 사람은 피를 쏟아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본 순간, 리암은 자신이 어떤 기술에 당했는지 깨달았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마스터클래스 중에서도 강자에 속하는 이들은 살의만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저것의 정체는…….
“마, 마스터…….”
리암의 얼굴에서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만히 있으면 죽이지는 않겠다. 너희들은 소중한 미끼니까 말이야.
미끼?
리암이 그 단어에 의문을 품은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오?
무언가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데미안 학센! 슬라한테 망신을 준 남자! 너 같은 유명 인사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 * *
데미안은 말없이 웨폰마스터를 쳐다봤다.
판데모니엄의 거악, 마검의 지배자. 그리고 아버지의 영혼을 모독한 남자.
웨폰마스터가 아버지의 영혼을 모독한 이유는 데미안 때문이었다.
웨폰마스터에게는 어떤 마검이든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었다.
에레보스만큼은 웨폰마스터에게 지배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웨폰마스터가 자신을 만질 때마다 저항하며 치명상을 입히기까지 했다.
결국 웨폰마스터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에레보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에레보스가 데미안을 선택했을 때, 웨폰마스터는 길길이 날뛰며 분노했다.
-모든 마검은 내 것이다! 이성도 없는 네놈 따위한테 그걸 넘겨줄 것 같으냐!
심지어 도르고의 명령을 어기고 데미안을 공격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데미안은 웨폰마스터 따위가 어쩔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웨폰마스터는 자가방어 기능이 작동한 데미안에 의해서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도르고가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웨폰마스터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 이 빌어먹을 놈…… 감히…… 감히 내게…… 내 몸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웨폰마스터는 데미안을 다시 찾아왔다.
다 썩어가는 개 언데드를 데리고서 말이다.
-보이냐? 이게 네 애비다.
웨폰마스터는 아버지의 영혼을 개의 시체에 억지로 집어넣었다.
아버지는 그 속에서 몸이 썩고, 구더기가 살을 파먹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다.
까드득.
그 일을 생각하니 저절로 이가 갈렸다. 데미안은 치밀어오르는 살심을 억눌렀다.
분노해 봤자 소용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진짜가 아니니까.
마검을 매개체로 해서 조슈아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 망한 년의 얼굴을 직접 봤어야 했는데! 그걸 못 본 게 인생의 한이지 뭐냐.
분노하고 있는 데미안과 달리 웨폰마스터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놈을 내버려 두기는 너무 아깝지! 내 밑으로 와라! 내가 너한테 세상의 모든 권력을 안겨 주도록 하마!
웨폰마스터가 손을 쭉 내밀었다. 데미안은 그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말했다.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뭐? 어째서냐? 혹시 암흑기사가 아니라 그런 거냐? 신경 쓰지 마라. 판데모니엄에는 제국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합류한 일반기사와 마법사도 많으니까.
“사람이 어떻게 개새끼랑 어울릴 수 있겠나. 그런 격 떨어지는 짓을 할 수는 없지.”
데미안의 거절에 웨폰마스터가 인상을 살짝 구겼다.
-아, 그래. 넌 교단의 하수인이었지. 영입 제안은 취소다.
웨폰마스터는 순순히 제안을 거둬들였다.
-대신 머리랑 척추를 뜯어가도록 하마. 널 탐내는 흑마법사들이 넘치거든. 넌 아주 비싼 상품이 될 거야.
마검으로부터 흑마력이 공급되었다. 흑마력을 흡수하자 웨폰마스터의 기세가 훨씬 더 커졌다.
“형님…….”
바닥에 쓰러져 있던 미하엘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도망…… 치셔야 합니다…….”
미하엘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하비에르와 싸우면서 흑마력을 모조리 소모했다. 지금의 데미안은 흑마법도, 과거의 경지를 불러올 방법도 없었다.
지금 데미안에게는 웨폰마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매번 느끼지만 너희들은 정말 바퀴벌레 같단 말이지.”
그럼에도 데미안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작정하고 찾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지.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야. 하수구나 쓰레기통 같은 더러운 장소에 숨어서 알을 까고 있으니까.”
그저 피곤하다는 얼굴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그래서 난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너희를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데미안이 허공에 손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에레보스.”
길쭉한 장대가 나타났다. 장대 끝에는 에레보스가 철사로 묶여 있었다.
-…….
에레보스가 나타난 순간, 웨폰마스터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건 뭐지?
데미안은 창대 끝에 달려 있던 에레보스를 빼냈다.
조각을 많이 모으지 못했기에 칼날이 무척 짧았다.
-그런 마검은…… 본 적이 없어…… 대체…… 대체 그게 무엇이냐?
웨폰마스터는 에레보스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무기에 정통한 만큼 금방 알아본 것이다. 에레보스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내, 내놔라…… 그걸…… 그걸 어서 내게…….
“시끄럽기는.”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두 개의 물건을 꺼냈다.
그 순간, 기온이 요동쳤다. 용암지대에 들어온 것처럼 급격하게 높아졌다가 겨울처럼 낮아졌다.
-미타성수랑 화정석태라?
그곳을 본 웨폰마스터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에레보스에 온정신이 팔려 있었음에도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두 영약이 그 정도로 귀한 물건들이었기 때문이다.
-과분한 걸 가지고 있네? 설마 그걸 나한테 바치고 목숨을 구걸할 생각이냐?
데미안은 지식과 경험은 마스터클래스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아직 마스터클래스에 오르지 못했다.
신체능력과 마력이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귀한 이후로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너무 단기간에 강해진 탓에 저 두 가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안전한 방법으로 마스터클래스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미타성수와 화정석태 덕분에 마력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육체를 단련한 뒤, 두 영약을 섭취하는 것뿐이었다.
그럼 데미안은 그토록 원하던 마스터클래스에 오를 수 있을 터였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지.”
다소 위험을 동반하더라도 억지로 경지를 끌어올릴 수밖에.
데미안은 두 가지 영약을 입에 넣었다. 서로 다른 기운을 가진 영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 미친놈이 무슨 짓이야!
웨폰마스터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상극의 기운을 가진 영약을 한꺼번에 삼켜? 자살하려면 목이나 그을 것이지……!
영약이 뱃속까지 내려왔다.
두 영약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순수한 기운으로 바뀌었다.
곧이어 두 기운이 서로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기운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마치 전신이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었다.
데미안의 몸은 실제로 붕괴하고 있었다. 전신의 뼈에 산산이 금이 갔다. 근육이 터지기 직전까지 팽창했다.
끝없는 고통이 엄습했고 죽음의 공포가 전신을 덮쳤다.
데미안은 그 모든 것을 억눌렀다. 동시에 세 개의 마나연공법을 운용했다.
패력축기공, 면리금침. 벌성지광약.
패력축기공으로 모든 기운을 흡수하고 면리금침으로 혈도를 강화했다.
그리고 벌성지광약을 이용해서 근육을 성장시켰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던 근육은 반대로 마력을 흡수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던 육체가 순식간에 안정화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결국 팽창하는 마력에 의해서 신체가 터져 죽게 될 터.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벌성지광약을 극한까지 운용해야 했다.
목숨을 건 사투가 필요했다. 벌성지광약은 전투 속에서 강해지는 마나연공법이었으니까.
데미안이 웨폰마스터를 쳐다봤다. 웨폰마스터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데미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정신 나간 놈이 지금 무슨 짓을…….
“삼환(三環).”
데미안은 네 번째 마나연공법을 운용했다.
합환무극공.
세 개의 고리가 동시에 가동했다. 공진음이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데미안이 두 발로 땅을 밀어냈다. 벌성지광약 덕분에 급속도로 상승한 신체능력과 합환무극공으로 인해 출력이 상승한 마력이 어우러졌다.
데미안의 몸이 길게 늘어났다. 공기의 벽을 뚫었다.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웨폰마스터의 코앞에 데미안이 나타났다. 그 순간, 웨폰마스터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내가 움직임을 놓쳤다고?
데미안은 그 즉시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공기를 찢어발기며 에레보스가 웨폰마스터의 몸을 베어 내려 했다.
-감히 하이클래스 따위가…….
웨폰마스터가 마검에 흑마력을 응집시켰다. 흑색과 자색이 뒤섞인 오러블레이드가 마검을 뒤덮었다.
-이 몸에게 정면으로 달려들다니!
그 어떤 무기도 오러블레이드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웨폰마스터에게 근접한 데미안의 선택은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허리를 반으로 절단해 주마!
웨폰마스터가 데미안을 향해 마검을 휘둘렀다.
오러블레이드가 흑자색의 궤적을 그리며 에레보스와 충돌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에레보스가 오러블레이드를 밀어냈다.
-뭐?
마검이 위로 튕겨져 나갔다. 동시에 데미안이 허리를 틀며 두 번째 참격을 날렸다.
에레보스가 웨폰마스터의 몸통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