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6화(206/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6화
206화 마스터클래스 (2)
웨폰마스터와의 전투는 무척 버거웠다.
영약을 섭취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렸지만 그래도 마스터클래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에레보스로 오러블레이드를 막을 수는 있었지만 호신강기를 뚫을 수는 없었다.
모든 공격이 매섭고 날카로웠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다가는 죽을 판이었다. 그사이 몇 번이고 목을 베일 뻔했다.
견디고, 견디고, 또 견뎠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사용해 주마.
웨폰마스터가 두 번째 절기를 펼쳤다. 오러블레이드를 머금은 무기들이 데미안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쏟아졌다.
이 순간, 데미안은 모든 것을 잊었다. 그저 절기를 막아 내기 위해서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횟수를 거듭하던 도중, 데미안은 깨달았다. 에레보스를 휘두르는 손이 가볍다는 사실을 말이다.
착각이 아니었다. 참격의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무기를 쳐 내는 게 더 이상 버겁지도 않았다.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한 걸음. 딱 한 걸음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웨폰마스터의 마지막 절기를 베어 냈을 때, 완성되었다.
당장이라도 육체를 터트릴 것처럼 날뛰던 마력이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이윽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극한까지 혹사당하고 있었던 신체가 마력을 빨아들였다. 곧이어 변화가 시작되었다.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던 상처가 모조리 재생되었다.
근골을 비롯한 장기, 그 외의 모든 부위가 더욱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바닥을 보였던 체력이 완벽하게 차올랐다. 거대한 마력이 호수가 되어 몸속에 담겼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두 손으로 쥐었다. 푸른 광채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부러진 칼날을 심지 삼아서 푸른 빛이 뻗어 나갔다. 푸른 빛은 이윽고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검.
빛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칼날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오러블레이드.
마스터클래스의 상징이 데미안의 손에서 구현이 된 것이다.
흑마력으로 만들어 낸 오러블레이드는 어둡고 칙칙했다. 보기만 해도 불길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력으로 벼려 낸 오러블레이드는 달랐다. 아름답고 정순했다.
“드디어 도달했군.”
마스터클래스.
그 초월자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
-…….
웨폰마스터는 넋을 잃은 채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대체 정체가 뭐냐.
간신히, 정말 어렵게 쥐어 짜낸 듯한 목소리였다.
-하이클래스가…… 마스터클래스와 싸워서 버텨 낸 것도 모자라서…… 마스터클래스에…… 너 같은 놈은…… 본 적이 없다…….
웨폰마스터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공포심이 담겨 있었다.
-아니…… 아니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흐리멍덩했던 눈동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다시금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널 살려 두면…… 분명히 나중에 큰 위협이 되겠지. 그러니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이겠다.
웨폰마스터가 마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마검의 이름은 메르게르라고 한다. 사람을 죽이면 그 영혼을 흡수해 사용자와 연결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알고 있다. 저 마검 덕분에 조슈아 실바는 천재 행세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조슈아의 몸에 빙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마검이 이 몸과 내 영혼을 연결시켜 준 덕분이다. 하지만 메르게르로 구현할 수 있는 내 능력은 아주 미약하지.
웨폰마스터가 마검의 칼날을 천천히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내 경지 ‘만병지애(萬兵至愛)’는 무기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경지를 이용하면 메르게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내 능력도 늘어난다.
메르게르의 손잡이에서 얇은 촉수가 돋아났다. 촉수는 웨폰마스터의 손목을 뚫고 내부로 파고들었다.
웨폰마스터의 전신에서 핏줄이 도드라지더니 맥동하기 시작했다.
-원래 메르게르로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은 3할에 불과하지만…….
웨폰마스터의 몸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근육이 메마르면서 가죽이 뼈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방대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세가 폭발했다.
-이제 5할이다.
웨폰마스터의 몸이 사라졌다.
소리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데미안이 어리둥절하게 여길 때였다.
-뒤다.
등 뒤에 나타난 웨폰마스터가 오러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흑자색의 참격이 데미안의 몸을 갈랐다.
* * *
하지만 웨폰마스터의 참격은 데미안에게 닿지 못했다.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등 뒤로 넘겨서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너…….
웨폰마스터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지금 데미안 학센은 몸을 돌리지도 않고, 팔만 뒤로 넘긴 상태였다.
이런 불편한 자세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뭐야.”
데미안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가벼워?”
데미안의 도발에 웨폰마스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웨폰마스터가 팔에 힘을 주며 데미안을 밀어냈다. 데미안은 뒤로 날아가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 순간, 웨폰마스터가 정면에서 돌진했다.
데미안을 죽이기 위해서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데미안도 곧바로 응수했다.
두 개의 오러블레이드가 몇 번이고 허공에서 얽혔다. 충돌할 때마다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충돌을 거듭할수록 웨폰마스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밀리지 않는다.
데미안 학센은 같은 자리에 선 채 웨폰마스터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 내고 있었다.
-말도…… 말도 안 되는…….
데미안은 이제 막 마스터클래스에 올랐다. 그런 몸으로 5할의 자신과 맞먹고 있다니?
-역시 넌…… 살려 둘 수 없다!
웨폰마스터가 전력을 다해서 검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피하지 않고 받아쳤다.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했다. 웨폰마스터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웨폰마스터는 다시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다 문뜩 깨달았다. 자신의 오러블레이드가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방금 전, 데미안 학센의 오러블레이드와 충돌한 부위를 중심으로 금이 가 있었다.
-…….
오러블레이드는 단련할수록 강해진다. 달리 말하자면 막 마스터클래스에 올랐을 때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맞을 텐데…….
어째서 내 오러블레이드가 망가진 거지?
“한눈을 팔아?”
코앞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데미안이 오러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푸른 참격이 땅과 평행선을 그렸다.
웨폰마스터는 재빨리 마검을 세워서 공격을 받아 냈다. 그 순간,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자세 안 잡아?”
데미안이 그대로 웨폰마스터를 밀어붙였다.
푸른 참격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웨폰마스터는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참격을 막아 냈다.
“옆구리. 비었다.”
데미안이 웨폰마스터의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동시에 옆구리가 베이며 피가 터져 나왔다.
“허벅지. 막아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벅지가 갈라졌다. 상처가 깊었다.
-이, 이 건방진 놈이……!
웨폰마스터는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다시 자신이 우위를 잡으려 했다.
“목. 한 번은 봐주지.”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도저히 반격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쪽의 검술이 완벽하게 읽힌 것이다.
이쪽은 수십 년 동안 검을 휘둘러 왔다. 그런 자신이 이제 막 마스터클래스가 된 핏덩이한테 ‘기술적’으로 밀린다니?
-그럴 리가 없다!
웨폰마스터는 필사적으로 데미안의 움직임을 뒤쫓았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어깨. 절단하는 건 봐주지.”
“손가락. 방금 하나 잘려 나갈 뻔했다.”
몸에 상처만 늘어났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헉, 허억…….
웨폰마스터는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전신에 상처가 가득했다.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다행히 진짜 육체가 아니었기에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벌써 밑천이 드러난 거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데미안 학센이 말했다. 무감정한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까드득.
이가 갈렸다. 하지만 분노해 봤자 소용없었다.
이대로는 데미안 학센을 죽일 수 없다. 명명백백한 진리 앞에서 웨폰마스터는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메르게르.
웨폰마스터가 거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마검을 지배하고, 그것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마검을 다룰 때야말로 웨폰마스터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널 희생시켜야겠다.
웨폰마스터는 메르게르의 잠재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마검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산산이 깨지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내부에서 어둠이 튀어나왔다.
-%$#@^%
괴성과 함께 어둠이 하늘을 뒤덮었다. 거대한 괴물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건 메르게르가 품고 있던 악마의 힘이다.
악마는 인간이 가늠하기 힘든 강력한 존재였다. 아무리 데미안 학센이라고 해도 악마의 힘에 저항하기는 힘들 터.
데미안 학센은 말없이 괴물을 올려다봤다. 괴물은 금방이라도 데미안을 집어삼킬 듯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에레보스한테 써 본 적이 없군.”
무엇을?
웨폰마스터가 의문을 품었을 때, 데미안이 오러블레이드를 해제했다. 그리고 마검의 칼날을 쓰다듬었다.
“에레보스, 깨어날 시간이다.”
다음 순간,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괴한 소리가 온 세상을 울렸다.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 마치 두려움에 떠는 것만 같았다.
웨폰마스터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그것을 쳐다봤다.
-……마검?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저 광경을 보고 있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니야, 이건…… 대체…… 대체 뭐지?
그 순간, 에레보스를 중심으로 검은 파장이 퍼져 나갔다.
파장에 닿은 사물들은 모조리 증발해 버렸다. 가루조차 남지 않았다.
-@#%@#$@!
파장에 닿자 괴물이 크게 괴로워했다. 비명을 토해 내며 움츠러들었다.
“아니지. 이러면 다른 사람들이 휘말릴 게 아니냐.”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높이 쳐들었다. 파장이 줄어들었다.
에레보스를 중심으로 회색폭풍이 휘몰아쳤다. 그 순간, 웨폰마스터의 본능이 경고를 해 왔다.
-……메르게르! 공격해라!
괴물이 데미안 학센을 향해 달려들었다. 데미안 학센이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괴물과 회색폭풍이 서로 충돌했다. 곧이어 회색폭풍이 괴물을 집어삼켰다. 괴물의 몸은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아…….
그 광경에 웨폰마스터는 짧게 탄식했다.
그 직후, 회색폭풍이 웨폰마스터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