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7화(207/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7화
207화 경악 (1)
데미안은 에레보스가 만들어 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회색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면은 폭풍의 궤적에 맞게 깎여 있었다. 그 위에 있었던 사물들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회색폭풍이 만든 참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칼로 도려낸 것처럼 뜯겨져 있었다.
방금 데미안이 사용한 기술은 부식의 권능을 압축시킨 뒤, 방출한 것이었다.
권능을 압축시킨 덕분에 부식의 힘이 더욱 강해졌고, 그 결과 악마의 힘까지 소멸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위력이 강해질 줄은 몰랐는데.”
사실 에레보스의 권능으로는 악마의 힘을 소멸시킬 수 없었다.
아무리 압축시켰다 한들, 복원률이 낮은 탓에 권능의 위력이 너무 약했던 것이다.
만병지애(萬兵至愛), 웨폰마스터의 권능으로 에레보스의 잠재력을 끌어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4분의 1…… 아니지, 3분의 1 정도의 위력이군.”
데미안이 나지막이 중얼거릴 때였다. 손에 쥐고 있던 에레보스가 흩어지더니 문신으로 돌아갔다.
데미안이 손목의 문신을 쳐다봤다. 에레보스의 힘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레보스가 완전히 잠들었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만병지애로 잠재력을 끌어올린 후유증인 듯했다.
“당분간 사용하기 힘들겠어.”
데미안은 에레보스가 휩쓸어 버린 현장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상반신만 남은 웨폰마스터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에레보스의 권능에서 도망치려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상반신만 남은 듯했다.
-……정말 엄청나군.
가까이 다가가자 웨폰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가슴과 머리만 남아 있음에도 살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본체와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 검…… 정말 대단했다. 사물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증발시켜 버리다니…… 그런 권능을 가진 무구는 처음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웨폰마스터의 두 눈동자는 탐욕에 젖어 있었다.
-데미안 학센…… 정말 판데모니엄에 들어올 생각 없나? 네놈과 그 검이라면…… 능히 판데모니엄의 왕이 될 수 있을 거다.
“개소리가 심하군.”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였다. 데미안에게 판데모니엄은 모조리 죽여서 치워 버려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진지하게 고민해 봐라. 너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닐 테니까.
더 이상 들어주기 힘들었다.
데미안이 아공간에서 여명을 꺼내 웨폰마스터의 머리를 베어 내려던 찰나였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네 가족들이 위험해질 텐데?
여명을 내려치려던 데미안의 손이 우뚝 멈췄다.
-판데모니엄에서 널 모르는 사람은 없다. 너는 물론이고 가족들에 대한 것도 자세하게 알려졌지. 데미안 학센, 애플 왕국 태생, 양친은 살아 계시고, 누나와 동생이 있다지?
웨폰마스터의 입에서 가족에 대한 정보가 줄줄 흘러나왔다.
-오해하지 마라. 난 네 가족들을 건드릴 생각이 없다. 그런 치졸한 짓에는 관심이 없거든. 하지만 다른 놈들은 어떨까?
웨폰마스터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너 같이 흥미로운 놈을 가만히 놔둘 리 없지. 어떻게 해서든 확보하려 할 거다. 그리고 너 같은 강자를 생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족을 이용하는 거지.
웨폰마스터의 말이 이어졌다.
-너 때문에 가족들이 어떤 고초를 겪을지 상상이 되나? 그게 싫다면 판데모니엄으로 와라. 판데모니엄에 소속되면 아무도 네 가족을 건드리지 못할 거다. 그러면…….
덜컥, 웨폰마스터의 입이 닫혔다.
-……?
누군가 웨폰마스터의 입을 억지로 닫은 게 아니었다. 근육이 수축되면서 저절로 닫힌 것이다.
웨폰마스터는 눈동자만 움직여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어둡고 섬뜩한 감정이 데미안 학센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거악인 웨폰마스터조차 압도될 정도였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지금 누굴 협박하는 거냐.”
데미안은 발을 들어서 웨폰마스터의 머리를 짓밟았다.
“네놈이 걱정하지 않아도 가족들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다. 그전에 내가 네놈들을 모두 죽여서 지옥에 떨궈 버릴 거니까.”
데미안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새와 벌레의 울음소리가 완전히 끊어졌다.
온 세상이 침묵에 잠겼다. 마치 데미안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기다려라. 조만간 내가 직접 널 찾아가겠다. 네놈의 지껄인 망발의 대가를 직접 받아 내주마.”
안 그래도 거악들은 모두 없애버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를 먼저 찾아가느냐가 문제였는데. 방금 결정되었다.
웨폰마스터를 가장 먼저 죽이기로 말이다.
-이 건방진 놈이…… 날 찾아오겠다고?
열이 받은 것은 데미안뿐만이 아니었다.
-본체도 아닌 날 이겼다고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기고만장해하지 마라! 내 진짜 힘은 이 정도가 아니니까!
지금 웨폰마스터는 불완전했다.
타인의 몸에 빙의된 상태였기에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마검이 없었다.
웨폰마스터의 진가는 마검을 다룰 때 드러났다. 수십 종류의 마검을 동시에 사용하며 적을 압박하는 것이 그의 전법이었으니까.
달리 말하자면 마검이 없는 웨폰마스터는 약했다. 거악 중에서 최약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검이 없으면 별것도 아닌 놈이 입만 살았군.”
그 한마디가 웨폰마스터의 역린을 자극했다. 웨폰마스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개 같은 놈이……!
그 순간, 데미안이 웨폰마스터의 이마를 향해 여명을 내리꽂았다.
여명의 칼날이 세 번째 눈동자를 꿰뚫었다. 웨폰마스터의 몸이 축 늘어졌다.
영혼과 육체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데미안은 여명을 뽑아들었다. 칼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생각했다.
‘놈한테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말았지만, 문제될 건 없어.’
웨폰마스터가 어떤 인물인지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 욕심 많은 놈이 에레보스에 대한 걸 다른 사람한테 말할 리가 없지.’
무구에 대한 웨폰마스터의 욕심은 정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오죽하면 전생에도 에레보스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데미안을 공격했을까.
게다가 지금 웨폰마스터는 데미안 때문에 자존심의 상처를 심하게 입었다. 분명히 자신의 손으로 직접 데미안을 죽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과 에레보스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갈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분명히 웨폰마스터가 꽁꽁 감춰 둘 테니까.
“자, 그럼 이제…….”
데미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상처를 입은 채 기절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데미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걸 다 언제 치료하지?”
* * *
“으, 으아악!”
리암 블루그린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다들 도망쳐라!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그런 리암 블루그린의 시야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 있는 기사와 병사들이 보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오, 가장 먼저 깨어나셨군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데미안 학센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데미안 학센은 멀쩡했다. 리암 블루그린은 그 사실이 너무나도 의아했다.
“데, 데미안 경……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조, 조슈아 실바는? 그 마스터클래스는?”
“제가 죽였습니다.”
“휴…… 정말 다행이로군. 덕분에 살았네.”
리암 블루그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낭에 누웠다.
그러다 두 눈동자를 부릅뜨며 벌떡 일어났다.
“뭐? 죽였다고? 어떻게? 그 괴물은 마스터클래스였을 텐데?”
“너무 흥분하시면 상처 터집니다.”
“지, 지금 내 상처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기껏 살려 놨더니 못하는 소리가 없네. 데미안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잘 보십시오.”
데미안이 여명을 뽑아 들었다. 여명의 칼날에 오러블레이드가 솟아났다.
오러블레이드를 보자마자 리암 블루그린은 얼어붙었다.
“제가 싸우는 도중에 마스터클래스로 각성해서 싹 정리했습니다. 놈의 정체가 뭔지는 밝혀 내지 못했습니다. 그럴 경황이 없어서요.”
리암 블루그린은 오러블레이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데미안 경, 자네가 지금 몇 살이지?”
“몇 해 전에 약관을 넘었습니다.”
한줌의 천재 중에서도 극소수의 천재들이 평생을 노력해야 중년의 나이에 간신히 도달하는 경지가 바로 마스터클래스였다.
그걸 이렇게 젊은 나이에 도달하다니? 이런 사례는 역사를 뒤져 봐도 몇 없었다.
아니, 나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이 검을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짧은 기간에 마스터클래스가 되었다니?
리암 블루그린은 경외심으로 가득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바라봤다.
“……자네에게는 항상 도움만 받는군.”
리암 블루그린이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걸세.”
“신경 쓰지 마십쇼. 어차피 저도 살려면 놈을 죽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군. 정말…… 정말 고맙네.”
리암 블루그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자네가 마스터클래스가 되었으니…… 경연의 종목을 바꿔야겠군. 제국의 관료들이 보면 놀라겠어.”
리암 블루그린은 실소를 흘렸다.
하이클래스로 참가하겠다던 사람이 마스터클래스가 되었으니 다들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이클래스 참가자가 비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지.”
리암 블루그린은 나이가 찼기 때문에 경연에 참가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하이클래스 쪽은 포기해야 할 듯 했다.
“참가자가 있어야 합니까?”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마스터클래스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니 아쉬울 수밖에 없지.”
마스터클래스 만큼은 아니지만 하이클래스 역시 국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사들이었다.
그렇기에 헬리안 경연에서 마스터클래스 다음으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자리가 비었으면 다시 채우면 되죠.”
“음? 무슨 방법이 있는가?”
데미안이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미하엘과 베로니카가 누워 있었다.
“둘 중 한 명을 하이클래스로 만들어 놓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리암 블루그린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데미안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농담한 거 아니었나?”
“진심으로 한 말이었는데요.”
“아, 아니…… 저 두 명이 천재라고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하이클래스로 만드는 건…….”
“두들겨 패면 됩니다.”
리암 블루그린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뭐라고?”
“두들겨 패다보면 둘 중 한 명은 하이클래스가 되겠죠.”
“……농담이지?”
“진담인데요.”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어서 육각형 몽둥이를 꺼냈다. 그걸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덧붙였다.
“제 지도와 적당한 체벌이 있으면 누구든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암 블루그린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예전에 몇 번 해 봤거든요.”
“아, 아니……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계획에 성공하면 애플 왕국은 마스터클래스와 더불어 하이클래스까지 경연에 참가시킬 수 있을 테니까.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실력이 증가할 테니 좋은 일이었다.
“크흠…… 잘 부탁하네.”
“맡겨 주십시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도 모른 채 미하엘과 베로니카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