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0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9화(209/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09화
209화 경악 (3)
콜로세움의 내부가 순식간에 소란스럽게 변했다.
“오러블레이드라고?”
“호, 혹시 가짜 아닌가?”
“멍청한 소리하지 말게. 오러블레이드에 어떻게 가짜가 있을 수 있겠나.”
기사들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데미안이 만들어 낸 오러블레이드를 쳐다봤다.
“애플 왕국에서 마스터클래스가 탄생했군.”
“대륙의 판도가 바뀌겠어요.
“이 일을 빨리 본국에 알려야겠습니다.”
제국이나 신성교단과 달리 다른 왕국에서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한 존재였다.
그런 만큼 한번 마스터클래스가 탄생하면 주변 왕국에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근데 저 남자는 나이가 몇 살이지?”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대 중반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젊은 나이에 마스터클래스라니……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왕국 소속이 아닌 방랑기사들은 데미안의 나이에 주목했다.
20대에 마스터클래스에 오르다니 역사를 뒤져봐도 이런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정도의 재능은 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텐데.”
“제국제일검이나 검성 어르신 정도나 가능한 일이지.”
“최근에 제국에 새로운 신성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어쩌면 경연의 우승자가 이미 결정되었을지도 모르겠군.”
적대적이었던 시선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증명은 끝난 듯하니 우리는 이만 가 보겠네.”
리암 블루그린은 일행을 이끌고 콜로세움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이 사라진 이후에도 콜로세움 내부는 데미안 학센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 * *
데미안 일행은 그대로 콜로세움 밖으로 나왔다.
“형님! 방금 보셨습니까? 다들 형님이 오러블레이드를 보여 주니까 찍소리도 못하던데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미하엘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처음에 데미안을 무시하던 이들에게 한 방 먹였으니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보다 빨리 들어가서 쉬면 안 돼? 이제 피곤한데.”
베로니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미하엘이 그녀를 흘겨보며 핀잔을 줬다.
“모든 일은 형님이랑 리암 경께서 결정하신다. 미들클래스 따위는 조용히 하고 있어.”
“뭐, 뭐? 지금 말 다했어?”
“아니, 더 남아 있다. 미들클래스 주제에 불만을 가지지 말란 말이야.”
미하엘의 조롱에 베로니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차마 미하엘에게 반론하지는 못했다.
데미안은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리암에게 물었다.
“리암 경,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겁니까.”
“잠깐만 기다려 보게. 숙소를 잡으면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라고 했거든.”
리암이 말하기가 무섭게 멀리서 애플 왕국의 갑옷을 입은 병사가 달려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숙소를 찾는데 오래 걸려서 그만…….”
“괜찮네. 숙소는 잡았는가?”
“그게…….”
병사가 표정을 굳혔다.
“고급 여관은 물론이고 괜찮은 여관들까지 모두 예약이 꽉 찼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남아 있는 여관들이 있긴 합니다만…… 다 수준이 낮은 곳들 뿐이라…….”
병사의 말에 리암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플 왕국을 대표해서 제국에 왔는데 아무 여관이나 골라잡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숙소가 나쁘면 피로를 제대로 회복할 수 없었다. 헬리안 경연 때, 악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
“이를 어떻게 한담…….”
리암이 깊은 고민에 잠겼다. 데미안은 그런 리암을 바라보던 중,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리암 경, 제국의 수도에는 타지방의 대귀족들이 마련해 놓은 별장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맞다네. 대귀족들이 수도에 출장을 올 때, 사용할 용도로 만든 대저택들이 많지. ……설마 그 저택을 빌리자는 건가?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네.”
리암이 고개를 저었다.
“대귀족들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왕국이 아니면 별장을 빌려주지 않네. 우리 애플 왕국처럼 약소한 왕국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
제국은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로 제국의 대귀족쯤 되면 왕국과 비견되는 권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낡은 은반지를 꺼냈다.
“그 반지는 뭔가?”
리암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를 상징하는 반지입니다.”
“아하, 그렇군. 낡은 것치고는 귀한…….”
다음 순간, 리암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리히테아워 공작가는 제국을 상징하는 위대한 일곱 가문 중 한 곳이었다.
절대권력을 가진 황제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문이기도 했다.
“그, 그렇게 귀한 걸 자네가 왜 가지고 있는 건가?”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한테 직접 받았죠.”
몇 달 전, 데미안이 신성교단의 본단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었다.
데미안은 여행길에 우연찮게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리히테아워, 먼 미래에 검후라고 불리게 되는 인물이었다.
당시 데미안은 레이첼과의 결투에서 승리하고, 그 대가로 이 반지를 받게 되었다.
“이 반지를 가져가면 보답을 해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데미안은 반지를 허공에 던졌다가 받으며 말했다.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별장으로 가시죠.”
데미안이 일행과 함께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저택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술집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성이 내동댕이쳐졌다.
머리는 산발에,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몸에서 악취가 났다.
“돈도 없는 인간이 뭔 술이야! 한 번만 더 우리 가게에 오면 그때는 맞아 죽을 줄 알아!”
술집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욕지거리를 내뱉은 뒤, 문을 쾅 닫았다.
“물…… 누가 물 좀 주시게…….”
중년 남성은 바닥에 누운 채 술주정을 부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성에게 술을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인상을 찌푸린 채 지나갈 뿐이었다.
“한심한 인간이로군.”
리암 블루그린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데미안 경, 그럼 이만 출발…… 어딜 가는 건가?”
데미안은 중년 남성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허리를 숙여서 얼굴을 들여다봤다.
“……하아.”
이내 데미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이 알고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수통을 꺼내 사내에게 내밀었다.
“물! 무울!”
사내는 수통을 열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잠들었다.
“하아아아.”
데미안은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병사를 불렀다.
“이 사람 좀 업어라.”
“예? 이 거지를요?”
병사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업어. 함부로 대하지 말고 정중하게 모셔라.”
데미안의 명령에 병사는 어쩔 수 없이 사내를 등에 업었다.
“데미안 경, 저 거지는 왜 챙기는 건가?”
리암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곧 알게 되실 겁니다.”
* * *
‘지루하네.’
미래의 검후.
레이첼 리히테아워는 지금 격한 지루함과 싸우고 있었다.
“이, 이렇게 뵙게 되어서 여, 영광입니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
곰처럼 커다란 덩치, 과도하게 발달된 두 팔, 얼굴에 가득한 수염.
산적 같은 모습과 달리 남성은 레이첼을 눈앞에 두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소, 소문대로 저,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과찬이세요.”
“아닙니다! 레이첼 양처럼 아름다운 분은 처음 봤습니다! 그, 그렇다고 제가 여자를 많이 본 건 아니고…….”
레이첼은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꾹 눌러 참았다.
원래 레이첼은 이렇게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참을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브레들리 히스.
히스 후작가의 차남이자 2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강자.
이 정도 되는 인물은 리히테아워 공작가에서도 무시할 수 없었다.
“레, 레이첼 양…… 호, 혹시 최근에 만나고 계신 남자가 있으신지……”
“없어요.”
“저, 정말이십니까?”
브레들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 모습에 레이첼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레이첼을 만나는 남자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니 몰라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브레들리의 마음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브레들리가 취향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검을 수련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브레들리를 쫓아낼 수 있을까. 레이첼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아가씨, 들어가겠습니다.”
응접실의 문이 열리더니 한 남성이 들어왔다. 레이첼의 시종인 데이빗이었다.
“데이빗, 지금 손님이 와 계신 거 안 보이나요?”
레이첼이 짐짓 엄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데이빗. 적절할 때 끼어들어 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레이첼과 데이빗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오랫동안 함께 했기에 이 정도 의사소통은 쉬웠다.
“죄송합니다. 정말 중요한 손님께서 오신지라…….”
“중요한 손님이라뇨?”
“애플 왕국의 기사가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문양이 찍힌 반지를 가져왔습니다.”
애플 왕국의 기사,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문양이 찍힌 반지.
두 단어가 조합되는 순간, 한 가지 인물이 떠올랐다.
“설마……?”
“맞습니다. 데미안 학센 경이 찾아왔습니다.”
레이첼의 얼굴이 환한 미소가 번졌다. 레이첼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브레들리 히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레이첼을 쳐다봤다.
“레이첼 양?”
“죄송해요. 정말 중요한 손님이 왔거든요.”
레이첼은 대충 말한 뒤, 응접실을 뛰쳐나갔다.
데미안 학센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리히테아워 가문 역사상 최고의 기재라 불리던 자신을 단숨에 패배시켰던 그 남자를 말이다.
그 이후로 레이첼은 수련에 매진했다. 오직 그 남자를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이클래스라는 경지에 올랐다.
‘드디어 되갚아줄 수 있어!’
레이첼은 거의 날아가다시피 1층에 도착했다. 데미안 학센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데미안 학센! 저와 한 약속을 잊지 않았군요! 지금 당장 저와 결투…….”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본 순간, 레이첼은 할 말을 잃었다.
데미안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본능이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본가에 있을 때, 아버지와 다른 기사들로부터 이와 비슷한 느낌을 몇 번이고 받아봤다.
“……마스터클래스?”
레이첼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