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화
21화 공작가 (1)
“……절 데려가도 공작 각하를 뵐 수는 없습니다.”
올란 드미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맞은편에는 데미안이 앉아 있었다.
데미안은 느긋한 태도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저는 기껏해야 지점장일 뿐입니다. 대쉬 앤 캐쉬의 사장조차 아니라구요.”
“알고 있으니까 그만 좀 닥쳐 줄래?”
데미안의 한 마디에 올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눈동자와 얼굴에서 두려움이 형상화 되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넌 공작가 앞에 날 데려다 놓기만 하면 돼, 그 이상은 기대한 적 없다.”
데미안은 공작가까지 가는 길을 모른다.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올란 드미시를 데려가는 것이었다.
“……정말로 결투에 참가하실 생각이십니까?”
올란 드미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만 까딱거렸다.
“……그, 그럼 공작가를 결투에서 이기게 한다는 말도?”
데미안은 한 번 더 고개를 까딱거렸다.
올란 드미시의 얼굴에 강한 불신이 서렸다.
“라, 라이언블룸 후작가에서 누가 나오는지 알고 계십니까? 대, 대공자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나옵니다.”
골드픽시 공작은 라이언블룸 후작가처럼 기사를 직접 육성하지 않는다.
대신 공작가에 충성을 바치는 기사가문들로부터 기사를 공급받았다.
그 덕분에 골드픽시 공작가가 보유한 기사들의 양과 질은 라이언블룸 후작가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공작가에서 결투를 위해서 기사를 모집하는 이유는 바로 미하엘 라이언블룸 때문이었다.
“미,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로우클래스가 된 괴물입니다. 지금은 미들클래스를 넘보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어요.”
올란 드미시는 데미안 학센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봤다.
하지만 그런 올란 드미시조차 데미안이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좀 시끄럽군.”
데미안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올란 드미시는 하나 남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난 너한테 내 걱정해 달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죄, 죄송합니다.”
올란 드미시는 바닥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였다.
“알아들었으면 이제부터 조심해.”
올란 드미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공작가까지 가는 길은 편했다.
올란 드미시가 아낌없이 돈을 퍼부은 덕분이었다.
들리는 마을마다 최고의 숙소를 잡고, 음식도 최상급으로 준비했다.
그 비싸다는 마도구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덕분에 데미안은 노숙을 할 때도 뜨거운 물에서 목욕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집에 있을 때보다 더 편한데?’
데미안은 이 시간을 그냥 낭비하지 않았다.
모처럼 얻은 휴식시간을 모두 마력을 쌓는데 투자했다.
잠잘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 패력축기공을 운용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력이다.’
기술과 지식에 관해서는 데미안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외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육체는 아직 완전히 단련되지 않았다. 마력량은 너무 부족했다.
‘준기사 정도의 마력량만 얻어도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데.’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차가 공작령에 도착했다.
* * *
골드픽시 공작가는 넓은 들판 위에 세워져 있었다.
성이 어마나 크던지 안으로 들어가는 성문만 무려 여덟 개나 되었다.
모든 성문에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대기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데미안은 올란 드미시가 있었기에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대쉬 앤 캐쉬의 지점장이라는 자리는 외성의 검문 정도는 생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데미안을 태운 마차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지나서 내성벽에 도착했다.
“멈춰라.”
내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마차를 가로막았다.
올란 드미시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제,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내성문 안쪽에는 골드픽시 공작가의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올란 드미시조차 한 번도 출입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여기부터는 내 발로 걸어가야겠군.”
그 말에 올란 드미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이내 깨달았다. 데미안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는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예, 예?”
“널 죽이자니 내 마음이 약해져서 말이야.”
“그, 그럼 살려 주시는 겁니까?”
“그러기에는 또 가족을 욕한 걸 용서하기 힘들단 말이지.”
데미안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차로 들어오던 햇빛이 데미안에게 가려졌다.
어두운 그림자가 올란 드미시를 뒤덮었다.
“그러니까 혓바닥만 자르는 걸로 봐주마.”
“예? 예에? 자, 잠깐…….”
칼을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차를 가로막은 공작가의 병사들이 깜짝 놀라서 창을 들었다.
잠시 후, 마차의 문이 열리며 데미안 학센이 걸어 나왔다.
“이렇게 보니까 엄청 크군.”
데미안은 내성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성문은 외성문보다 훨씬 높았다.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혀야 끝이 보일 정도였다.
“뭐 하는 놈이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소란이냐!”
병사들이 데미안을 향해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병사들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내가 공작한테 볼일이 있는데. 문을 좀 열어 줄 수 있을까?”
데미안의 물음에 두 병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뭔 개소리야! 당연히 안 되지!”
“이제 보니 각하의 목숨을 노릴 생각이구나!”
병사들의 반응으로 보건데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성문을 넘을 수 없을 듯했다.
“이러면 그냥 강행돌파할 수밖에 없는데.”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골드픽시 공작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문이라면 많이 들어봤다.
철저한 능력주의자.
능력이 없으면 자식이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내친다.
반대로 능력이 있다면 적이라 할지라도 관대해지는 남자였다.
“어차피 결투에 참가하려면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 주는 게 낫겠지?”
결정을 내린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 병사들이 기가 찰 정도였다.
“아, 아까부터 계속 무슨 헛소리냐!”
“몇 대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데미안의 무릎이 살짝 굽혀졌다.
그 직후,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어?”
“……응?”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볼 수 있었다.
내성벽의 중간쯤에 떠 있는 데미안의 모습이 말이다.
“저, 저게 뭐야!”
“허, 허억!”
데미안은 내성벽을 밟았다. 그러자 몸이 한 번 더 위로 뛰어올랐다.
수직에 가까운 성벽을 계속 박차며 위로 올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성벽 위에 도달했다.
“흐아아아암…….”
“야, 인마 입에 벌레 들어가겠다.”
성벽 위에도 병사들이 서 있었다. 데미안은 두 병사의 사이에 착지했다.
“어, 어라?”
“뭐, 뭐야.”
두 병사는 당황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미안은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이야, 경치 한번 좋은걸.”
그때, 제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데미안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침입자다!”
“죽어라!”
데미안은 한 번 더 도약했다. 창을 피하며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두 병사는 깜짝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렇게 높은 위치에서 떨어졌건만 데미안은 멀쩡했다.
“어디 보자 공작가의 저택은 저쪽인가?”
데미안은 유유자적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병사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치, 침입자다! 경보를 울려라!”
“보통 놈이 아니야! 기사님들이 나서야 해!”
공작가 전체에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경보가 울리고 있음에도 데미안은 서두르지 않았다.
산책을 나온 것처럼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오히려 공작가 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기 있다!”
열 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데미안의 주위를 포위했다.
“당장 정체를 밝혀라!”
“어디서 널 보낸 거지?”
“무슨 목적이냐!”
기사들이 한 마디씩 소리쳤다.
데미안은 기사들을 쓱 훑어봤다. 전원 준기사였다.
“쯧쯧, 이런 햇병아리들이 먼저 튀어나오면 쓰나.”
햇병아리.
그 말에 준기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내 쌍심지를 켜고 분노했다.
“감히 우리를 무시하다니!”
“팔이라도 잘라 주랴?”
데미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작은 어디에 있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 말에 기사들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공작 각하를 노리고 온 것이로구나!”
“그게 아니라 긴밀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니까.”
“닥쳐라!”
기사들이 일제히 발검했다. 서슬 퍼런 칼날이 데미안을 겨누었다.
“지금 당장 죗값을 치르게 해 주마!”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데미안은 머리를 목덜미를 긁적였다.
지금 데미안이라면 일검에 이들을 모두 참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준기사는 실전에 바로 투입시킬 수 있는 귀중한 전력이다.
그런 준기사를 열 명이나 죽인다?
이건 공작가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칼을 뽑지 않았다.
사방에서 들이닥친 칼날을 모두 맨손으로 쳐 냈다.
그 광경에 준기사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어?”
“응?”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준기사들에게 접근해서 한 번씩 턱을 후려쳤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준기사들은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기절했다.
“아, 공작이 어디 있는지 듣지 못했네.”
데미안이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기절한 줄 알았던 기사 한 명이 신음을 흘렸다.
“어…… 어어어…… 으어어…….”
완전히 기절하지 않았을 뿐, 제정신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반색을 하며 기사에게 다가갔다.
기사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들어 올렸다.
“공작은 어디에 있지?”
“가…… 각하께서는…… 지금 회의실에…….”
이성을 반쯤 상실한 덕분에 쉽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데미안은 기사의 머리를 내려놓고 저택을 쳐다봤다.
“저기에 있단 말이지.”
데미안이 다시 움직였다.
* * *
골드픽시 공작에게는 최근 들어 한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아직도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상대할 기사를 구하지 못했단 말인가?”
회의실에 앉아 있던 가신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골드픽시 공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고, 외국에서 데려와도 좋다고 하지 않았나.”
고개를 드는 가신들은 한 명도 없었다. 골드픽시 공작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모든 일의 원흉은 공작이었다.
골드픽시 공작과 라이언블룸 후작은 젊은 시절부터 앙숙이었다.
골드픽시 공작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무희를 라이언블룸 후작이 가로챈 이후로 말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감정은 희석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그러던 도중, 두 가문의 경계선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금광의 소유권을 결정짓기 위해서 공작과 후작은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회담이 아무리 길어져도 금광의 소유권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러지 말고 결투로 결정하는 건 어떤가? 그 편이 훨씬 깔끔할 것 같은데.
공작은 후작의 제안을 거절했다. 후작가의 대공자가 얼마나 무서운 괴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남자답지 못하게 도망치는군. 그래서 엘리제도 날 선택한 거야.
엘리제는 공작이 빼앗겼다던 무희의 이름이었다.
그 순간, 공작은 눈이 뒤집히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결투를 받아들인 뒤였다.
이미 내뱉은 말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공작은 부랴부랴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상대할 기사를 찾았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도 그런 기사를 구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골치 아파 죽겠군.”
공작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공작은 손을 내리고 시종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가서 알아보고 와라.”
시종은 밖으로 나갔다가 곧바로 되돌아왔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가, 각하! 침입자입니다!”
그 말에 공작은 놀라기보다 의아함을 먼저 느꼈다.
“침입자라고?”
“예! 지금 침입자가 건물을 완전히 휘젓고 있습니다! 빨리 대피하셔야 합니다!”
공작의 머릿속에 공작성이 얼마나 튼튼하며, 방비가 철저한가에 대한 수십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침입자가 들어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부정해 봤자 소용없었다.
“감히 어떤 놈이 골드픽시 공작가를 건드렸단 말이냐!”
“아, 아직 거기까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기사들을 소집해라! 반드시 그 간악한 무리를 소탕해라!”
공작은 당연히 침입자가 여러 명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종이 공작의 말을 부정했다.
“무, 무리가 아닙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인상을 쓰고 있는 공작에게 시종이 말했다.
“침입자는 단 한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