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0화(210/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0화
210화 젊은 천재 (1)
데미안은 조금 감탄했다.
딱히 경지를 감추지는 않았지만 검후가 자신이 마스터클래스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과연 미래의 검후답게 날카로운 감각이었다.
“다, 당신…… 정말 데미안 학센 맞아요?”
“이렇게 생긴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 줄은 몰랐는데.”
데미안이 농담을 섞어서 말했다. 그러자 검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이 거만한 말투…… 데미안 학센이 맞군요!”
“지금 누구한테 누가 거만하다는 거야.”
“우리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마스터클래스가 되다니…… 이건 말도 안 돼요! 난 죽을 둥 살 둥 노력해서 겨우 하이클래스가 되었는데!”
레이첼이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사실 그녀 나이에 하이클래스가 된 것도 엄청난 성장 속도였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 데미안 학센이라는 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지난번의 패배를 되갚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경지가 더 벌어지다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에 있어요!”
레이첼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은 잠시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기로 했다.
“역대 최연소라는 검성 어르신이 약관이 되기 전에 소드마스터가 되었고, 제국제일검은 20살이 되던 해에 소드마스터가 되었으니…….”
최연소 마스터클래스.
데미안도 그 타이틀이 탐이 났지만 이미 늦은 지 오래였다.
데미안이 회귀한 시점은 이미 20살을 넘겼을 때였으니까.
“20대 초반에 마스터가 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걸 당신이…….”
어느새 레이첼은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만큼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환상적이네요.”
별안간 레이첼이 데미안을 쳐다봤다. 두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당신 같은 천재한테 결투를 신청할 수 있다니 정말 최고예요.”
레이첼이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그 순간, 그녀에게서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살기와 비슷했으나 달랐다. 적의와 흡사했으나 엄연히 다른 기세였다.
이건 투기였다.
레이첼이 품고 있는 감정은 투쟁심이었다. 한마디로 데미안과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내 경지를 알아봤으면서도 싸워 보겠다고?”
“당신 같은 강자랑 싸우는 것만으로도 견문이 넓어질 테니까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이제야 데미안은 검후가 어떤 인물인지 감이 잡혔다.
전형적인 귀족 아가씨 같은 외모와 달리 지독한 전투광이었다.
“……형님, 저 여자는 누구입니까.”
그때, 옆에서 미하엘이 물었다. 미하엘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같은 하이클래스임에도 미하엘은 레이첼이 내뿜는 투기에 압도되어 있었다.
미하엘이 이렇게 압도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능만 따지면 저쪽이 더 뛰어나지.’
전생에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너무 뛰어난 검재 때문에 삶에 의욕을 잃고 방탕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찾아온 검후, 레이첼에 의해서 처참하게 패배한 이후, 다시 수련에 매진하게 된다.
하지만 미하엘은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이후에도 검후를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검후는 그 정도로 대단한 천재였다. 먼 미래에 무려 제국제일검과 인류최강을 놓고 다툴 정도였으니까.
“리히티아워 공작가의 후계자다.”
“저 미친…… 아니, 위험해 보이는 여자가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란 말입니까?”
미하엘이 경악하는 것도 당연했다.
검후가 품고 있는 투쟁심은 데미안이 봐도 기이한 면이 많았으니 말이다.
‘뭐, 천재라면 저 정도는 당연하지.’
데미안이 봤던 천재 중에서 멀쩡한 인간은 없었다. 데미안을 제외하면 말이다.
“데미안, 왜 가만히 있는 거죠? 설마 저 따위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요?”
레이첼이 안달이 난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도로 데미안과의 결투가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마침 데미안도 검후가 얼마나 얼마나 강해졌을지 조금 궁금했다.
결투를 받아 주기 위해서 데미안이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였다.
“레이첼 야아아아아아앙!”
저 뒤에서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덩치가 몹시 크고, 얼굴에 수염이 무성하게 자라난 남자였다.
고급스러운 의복을 입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산적이 귀족 흉내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브레들리 경? 응접실에서 기다리시지 않고 왜 나오신…….”
“어, 어떻게 절 속이실 수 있습니까!”
“예?”
레이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는 남자가 없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저 남자는 대체 뭡니까!”
남성이 데미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레이첼도, 데미안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 지금 무슨 오해를…… 저 남자랑 저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방금 전까지 저 남자한테 뜨거운 눈빛을 보내셨으면서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남성의 얼굴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금까지 제 마음에 응하지 않으셨던 것도 전부 저 남자 때문이군요!”
“절대 아니에요. 그러니까 괜한 오해는…….”
남성이 굵직한 팔뚝으로 눈가를 쓱 닦았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내 이름은 브레들리 히스라고 하오! 그대의 이름을 듣고 싶소!”
“……나는 데미안 학센이라는 사람인데.”
순간,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브레들리 히스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는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권황이잖아?’
멸망전쟁 당시, 제국에는 신세대라 불리며 흑마법사들의 두려움을 사던 마스터클래스들이 있었다.
신세대들은 마스터클래스치고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노쇠한 마스터클래스들보다 훨씬 뛰어난 전공을 올렸다.
그만큼 다른 마스터클래스들보다 재능과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신세대 중에서 특히 강력했던 인물이 바로 권황 브레들리 히스였다.
권사로서 마스터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그는 온몸이 흉기나 다름없는 인간이었다. 한번 전쟁터에 나서면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동시에 세간에는 희대의 순정남이라고 불렸다. 평생 동안 검후에게 구애를 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후 때문에 자신의 칭호를 바꿀 정도였다.
본래 패력권웅(覇力拳熊)이라 불렸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를 권황이라 칭했다.
-검후와 어울리는 남자라면 권황이라 불려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모두가 좋게 본 것은 아니었다.
우선 권황은 검후의 짝을 자처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권황이 두각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인류최강 후보로 거론되는 검후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나이가 너무 많았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12살이 넘어갔었다. 지금 검후는 막 성인이 되었으니 브레들리는 30대를 이미 넘겼다는 뜻이었다.
그 외에 데미안이 권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없었다.
권황은 데미안과 만나기 전에 이미 판데모니엄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 들어본 적이 있소. 분명 애플 왕국의 대표하는 하이클래스라고 들었는데…….”
브레들리 히스가 데미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스터클래스? 설마 경지를 숨겼던 거요?”
“그건 아니고 제국까지 오는 길에…….”
“아니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대에게 부탁을 하고 싶소.”
순간, 데미안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불길함을 느꼈다.
“이 자리에서 본인과 결투를 해 주길 바라오.”
“……내가 왜?”
데미안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브레들리를 쳐다봤다.
“당연한 것을 묻는구려. 그야 당연히 레이첼 양에게 어, 어어, 어필하기 위함이지!”
“어필?”
“그렇소!”
브레들리가 자신의 가슴을 쾅 때리며 말했다.
“여자란 강한 남자한테 끌리는 법이잖소!”
데미안은 슬쩍 레이첼을 쳐다봤다. 이 말에 동의하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당연하게도 레이첼은 고개를 좌우로 붕붕 흔들었다.
새삼 전생에 검후가 검황을 왜 피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이가 없는 남자였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전생에 권황이라 자칭하던 남자의 실력은 과연 어땠을지 말이다.
“좋아.”
“정말이오?”
“죽은 사람 부탁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
데미안이 기세를 일으켰다.
그 직후,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마치 쇳덩어리처럼 권황을 짓눌렀다.
“……!”
권황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후우!”
권황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데미안과 권황의 기세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공기가 밀려 나가며 바람이 일어났다.
“대단하구려. 이 몸과 맞설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는 많지 않거늘.”
“세상은 넓은 법이니까. 그래서 어디서 할 생각이지?”
“따라오시오. 밖에 연무장이 마련되어 있소.”
브레들리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크어어어…….”
병사의 뒤에 업혀 있던 사내가 괴상한 소리를 토해 내며 기지개를 켰다.
“으, 으어어…… 속이 뒤집히네…… 토할 것 같아…….”
사내는 병사의 등에서 내려와서 땅에 떨어졌다. 바닥에 엎드린 채로 헛구역질을 했다.
“으어…… 근데 여기는 또 어디야?”
사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데미안과 브레들리 히스를 발견했다.
“오호?”
별안간 사내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의 몸을 살펴보며 연신 감탄했다.
“오호, 오호, 오호오호.”
“당신은 대체 누구…… 어, 어딜 만지는 거요!”
별안간 사내가 브레들리의 몸을 이리저리 주무르기 시작했다. 브레들리는 기겁을 하며 사내를 떨쳐 내려 했다.
하지만 사내는 브레들리의 손짓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몸 곳곳을 매만졌다.
“훌륭하군. 철저하게 단련되어 있어. 얼마나 지독한 노력을 퍼부었는지 알겠군.”
“육체능력만으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겠어!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권투사의 몸이야!”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그사이에 이렇게까지 성장하다니. 미래가 기대되는군.”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제야 브레들리는 사내가 심상치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인께서는 대체 누구십니까.”
“나? 이름은 옛날에 버렸는데.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다들 알아듣더군.”
브레들리의 물음에 사내가 얼굴을 덮은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검성이라고 하네.”
* * *
사내의 소개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거짓말인 것 같소.”
“거짓말이죠?”
“거짓말.”
다들 사내의 말을 믿지 않았다. 주변의 반응에 사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 아니 정말이야. 내가 검성인데…….”
“나는 검성 어르신을 멀리서 한번 뵌 적이 있소.”
브레들리가 무서운 눈빛으로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분께서는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청년처럼 젊은 외모를 가지고 계셨지. 그런데 당신은 이미 중년을 넘긴 것 같소만.”
“아…… 그래서 알아보지 못했던 게로군.”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잠깐만 기다리게.”
갑자기 사내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거대한 파장이 일어났다.
겨우 파장일 뿐이건만 사람들은 전신이 뒤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창밖으로 놀란 새들이 우르르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사내의 전신에서 수증기가 일어났다. 동시에 얼굴에 변화가 일어났다.
주름이 사라지며 피부색이 밝게 변했다. 흐리멍덩했던 두 눈동자가 맑아졌다.
중년의 남성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젊은 청년으로 변했다.
“어……?”
“어어……?”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딱 한 명, 데미안은 예외였다.
‘역시 대단한 인간이야.’
검성(劍聖).
제국제일검과 함께 제국을 상징하는 유이한 마스터클래스.
본신의 경지가 너무 높아서 육신의 나이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데미안은 일찌감치 저 남자가 검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그래서 굳이 물을 주고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검성 같은 거물에게 은혜를 베풀 기회는 많지 않으니 말이다.
검성이 길거리를 전전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검성은 이미 검을 휘두르며 수련하는 수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검성이 다음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심상을 다듬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검성은 길거리를 전전하며 거지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믿어 주려는 모양이군.”
검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모두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참, 네 몸을 살펴보지 않았구나.”
검성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어차피 막는다고 될 인간이 아니었기에 데미안은 순순히 양팔을 벌렸다.
“마음대로 하십쇼.”
“눈치가 빠른 친구로군.”
검성은 즉시 데미안에게 붙어서 몸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오호? 오호오?”
그러면서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별안간 검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뭐야, 이거 미친놈인가?”
* * *
검성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마력이 안정되지 않은 걸로 봐서는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육체를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거지?”
“마스터클래스의 육체가 강인하기는 하지만…… 이놈은 정도를 넘었잖아. 하마터면 인간형 몬스터라고 착각할 뻔했네.”
“이건 단순히 신체능력만 뛰어난 게 아니야. 육체의 모든 기능이 전투에 적합하게 조정되어 있군. 날카롭게 벼려 놓은 날붙이를 보는 것 같아.”
“이놈을 적으로 만나는 놈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야. 정말 소름이 끼치는군.”
한참 말을 쏟아 내던 검성이 브레들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 이놈이랑 싸울 생각이냐?”
“예, 그렇습니다!
“포기해.”
검성이 딱 잘라서 말했다.
“넌 얘 못 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