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3화(213/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3화
213화 헬리안 경연 (2)
“철벽의 기사가 졌다고?”
“방패가 아예 박살 났잖아? 저건 고대골렘의 일격도 버텨 낸 방패인데!”
관중들은 다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철벽의 기사 호세 브렌든은 제국 내에서 상당히 유명한 기사였다.
호세 브렌든보다 강한 기사가 있을지 몰라도, 방패를 뚫을 수 있는 기사는 없다.
그러한 평가처럼 호세 브렌든의 방패는 단 한 번도 파괴된 적이 없었다.
호세 브렌든을 이긴 기사들 중에도 방패를 뚫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 허점을 노리거나 기교를 부려서 승리를 쟁취했을 뿐이다.
데미안 학센은 그런 호세 브렌든의 방패를 일격에 부숴 버린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전설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어…….”
대다수의 관중은 데미안을 향해 경외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 봤자 아치볼트랑 브레들리는 못 이길걸?”
몇몇 관중들은 데미안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대단해 봤자 왕국의 기사잖아! 우리 제국의 기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맞아. 게다가 아치볼트랑 브레들리가 얼마나 대단한 기사들인데!”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금방 묻힐 수밖에 없었다.
“그 두 명도 데미안 학센처럼 못할 것 같은데.”
“맞아. 데미안 학센은 철벽의 방패를 일격에 부수고, 장검까지 베어 냈다고.”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지.”
데미안이 보여 준 전투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교도, 전략도 없이 정면에서 호세 브렌든을 박살 냈으니 말이다.
“……끄응.”
결국 데미안을 깎아내리려던 관중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마스터클래스 종목의 우승자는 결정이 된 것 같지?”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 * *
“정말 놀랍구나.”
제국의 황제, 하워드 아델라이트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황제로서 많은 기사를 만나 봤지만 데미안 학센 같은 기사는 보지 못했다.
“저 청년이 이제 막 마스터클래스가 되었다고 했나?”
“예, 폐하. 검성 어르신의 말씀이니 확실합니다.”
옆에 서 있던 근위기사가 대답했다.
“제국제일검과 검성도 경연에서 저런 모습을 보여 줬었나?”
황제의 옆을 지키는 만큼 근위기사 역시 마스터클래스였다. 보이는 것과 달리 나이가 상당히 많았다.
황제와 달리 제국제일검과 검성이 경연에 참가하는 것을 직접 봤을 정도였다.
“제가 감히 두 분을 평가하자면…… 그분께서도 경연에서 대단한 모습을 보여 주셨지만 데미안 학센처럼 단숨에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하셨습니다.”
근위기사의 말에 황제는 한 번 더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두 기사가 가지고 있는 위상은 어마어마했다. 두 사람이 쌓아 올린 전설의 숫자만 해도 해변가의 모래알만큼 많았다.
“잘 봐둬라. 어쩌면 앞으로 저 남자를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일지도 모른다.”
황제는 좌우에 앉아 있는 자식들을 향해 말했다.
황자와 황녀들은 데미안 학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각자 눈동자에 담긴 감정이 각기 달랐다.
“데미안 학센…… 데미안 학센이라…….”
이름을 기억하려는 듯 황제는 몇 번이고 데미안 학센의 이름을 되뇌였다.
그러다 문득, 황제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데미안 학센?”
* * *
데미안은 관중들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대기실로 들어왔다.
“형님! 굉장하십니다! 오늘 열린 모든 시합 중에서 가장 빨리 승리하셨습니다!”
“뭐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방패를 부순 거야?”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미하엘과 베로니카가 달려왔다.
미하엘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을 죽이는 일에만 관심이 있던 베로니카마저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후, 레이첼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관중석에서 구경 중이라더니.”
레이첼은 오늘 경연을 치르지 않기에 관객으로서 들어왔다.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답게 가장 좋은 귀빈석을 배정받았다고 들었다.
“저런 걸 봤는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겠어요!”
레이첼은 미하엘과 베로니카 사이를 뚫고 들어와서 데미안의 앞에 섰다.
“그보다 방금 그건 뭐예요? 어떻게 했어요? 왜 나랑 대련할 때는 안 보여 준 거예요?”
“……하이클래스한테 그렇게 했다가는 죽을 거 아니야.”
“전 상관없는데요? 그런 엄청난 일격에 죽을 수 있으면 오히려 환영이죠!”
“이게 미쳤나.”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레이첼을 쳐다봤다.
귀하게 자란 티가 나는 외모와 달리 언행은 베로니카랑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어쩌면 베로니카랑 비슷한 부류의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 그런데 데미안. 혹시 제국 쪽에 인맥을 더 만들고 싶나요?”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냐?”
레이첼이 대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데미안 학센이 여기에 있는 게 확실한 거지?
-저리 비켜! 그 남자는 우리 가문에서 이미 점찍어 놨어!
-편지! 저는 편지 한 통만 전하면 됩니다!
발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아무리 못해도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 딱 인맥을 쌓기 좋은 상황인데. 어떻게 할래요?”
“귀찮아서 싫어.”
데미안은 즉시 대답했다.
인맥이야 레이첼 한 명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정치질을 한다거나 연줄을 더 만든다거나 하는 건 성격에 맞지도 않고 귀찮을 뿐이었다.
“그럼 제가 도와줘야겠네요. 들었지, 데이빗?”
“예, 아가씨.”
안경을 쓴 남자가 냉큼 대답했다. 레이첼이 항상 데리고 다니는 시종이었다.
“다들 절 따라와 주십시오.”
데이빗이 앞장서며 말했다. 일행은 데미안을 따라서 콜로세움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데이빗은 콜로세움 내부에 있는 비밀통로로 일행을 안내했다.
비밀통로는 콜로세움 밖에 있는 민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덕분에 데미안은 다른 귀족들과 마주치지 않고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귀족들의 집착은 집요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모두 저택으로 몰려온 것이다.
“데미안 학센 경이 이곳에 있다는 말을 듣고 왔소!”
“조금만 시간을 내주시오! 서로에게 나쁜 대화는 아닐 거요!”
“편지! 편지 한 통! 편지 한 통만!”
하지만 귀족들은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병사들에게 막혀서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덕분에 데미안은 별장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
* * *
이튿날, 일행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밀통로를 통해서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왔다.
콜로세움 주변에 데미안을 찾는 귀족들로 쫙 깔려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데미안과 미하엘, 베로니카 모두 시합이 없었다. 그래서 대기실이 아니라 관중석으로 향했다.
“여길 이용하시면 돼요.”
레이첼은 자신이 배정받은 귀빈석으로 세 사람은 안내했다.
높은 지위의 귀족만 이용할 수 있는 장소답게 귀빈석은 칸칸이 나뉘어 있었다.
“데미안, 오늘은 제 경연이 있으니까 잘 지켜봐 주세요. 문제점이 있으면 꼭 알려 주시구요!”
“그래, 알겠다.”
세 사람 말고 레이첼은 오늘 시합이 있었다.
“꼭이에요! 꼭!”
레이첼은 신신당부를 한 뒤에야 대기실로 내려갔다.
데미안은 귀빈석에 앉은 채 경연을 구경했다. 미들클래스 경기가 끝나고, 하이클래스 경기가 시작되었다.
“형님, 레이첼 양입니다.”
레이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미하엘은 레이첼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지켜봤다. 경연에서 레이첼에게 설욕하겠다는 말이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예상대로 경기는 레이첼의 승리로 끝났다.
레이첼은 상대방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다가 레이피어로 어깨를 꿰뚫는 것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레이첼! 레이첼!”
“리히테아워!”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레이첼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환호성에 보답했다.
그러다 데미안과 시선이 마주했다. 레이첼이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냈다.
“거참.”
데미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형님, 혹시 출출하지 않으십니까?”
“난 마실 것 좀 사 올래.”
경연이 끝난 틈을 타서 미하엘과 베로니카가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웠다.
그때, 두 사람의 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데미안은 반사적으로 옆을 돌아봤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이는 대략 30대 후반 정도일까. 풍성한 콧수염을 물소의 뿔처럼 다듬어 놓은 남자였다.
“과연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답군. 대단한 재능이야.”
남자가 다리를 꼬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 실례를 용서하게. 자네와 직접 대화를 나눠 보고 싶어서 억지를 부리기로 했다네.”
“누구지?”
“아치볼트 겔라라고 하네.”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레이첼이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말해 줬던 남자였다.
사브르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마스터클래스로 쾌검의 고수라고 들었다.
“내게 볼일이라도 있나?”
“딱히 없네. 그저 가장 위험한 경쟁자를 보려고 온 것뿐이지.”
아치볼트 겔라의 눈동자가 어둡게 내려앉았다.
“브레들리 히스 말고는 경계할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자네 같은 괴물이 떡 하니 나타날 줄은 몰랐어.”
지난번 경연에서 준우승을 한 남자답게 아치볼트 겔라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엄청났다.
“나는 올해로 39세라네. 이번이 마지막 헬리안 경연이지.”
헬리안 경연의 다른 종목은 25살까지 참가가 가능했다.
하지만 마스터클래스는 40살까지 참가할 수 있었다. 워낙 오르기 어려운 경지기 때문이다.
경기의 숫자도 다른 종목에 비하면 적었다. 다른 종목은 하루에 여섯 경기가 예정되어 있지만 마스터클래스 종목은 두 경기뿐이었다.
“왕국의 기사인 자네는 모를 거야. 헬리안 경연이 제국의 기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말이야.”
제국의 초대 황제를 기념하는 행사인데다 우승자는 황제를 알현하고, 직접 칭호를 받을 수 있다.
제국의 기사들에게 헬리안 경연은 실력을 엄청난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번 경연에서 반드시 우승할 생각이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야.”
아치볼트의 목소리에서 미미한 살의가 느껴졌다. 그가 헬리안 경연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협박하려고 온 건가?”
“조언을 해 주려고 온 거지. 이번 경연은 몹시 위험하니 될 수 있으면 미리 포기하라고 말이야.”
아치볼트가 데미안에게 시선을 옮겼다.
“혹시 모르잖나. 자네도 모르는 사이에 독을 먹는다던가…… 그런 일이 일어날지 말이야.”
같잖은 협박에 데미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치볼트 겔라 경과 말렌카 히비커스 경께서는 경기장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그때, 심판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치볼트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차례로군. 부탁이니 내 경고를 무시하지 말게나.”
아치볼트가 가볍게 땅을 박찼다. 관중석을 훌쩍 뛰어넘어서 경기장에 착지했다.
“우와아아!”
그 모습에 관중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치볼트 겔라!”
“이번에야말로 우승해라!”
아치볼트 겔라는 양팔을 벌리며 관중들의 환호성을 즐겼다.
그러는 사이, 다른 기사가 경기장에 올라왔다. 심판이 말한 말렌카 히비커스라는 남자였다.
“좀 얌전히 등장할 것이지.”
말렌카 히비커스는 징그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네놈의 관심병은 도통 낫질 않는구나.”
“너처럼 칙칙한 사내보다는 백배 낫다고 생각하네만.”
“닥치고 준비나 해라.”
말렌카 히비커스가 창을 움켜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야말로 네놈을 꺾어 주마.”
“힘들 것 같네만.”
아치볼트 겔라가 천천히 샤브르를 꺼내 쥐며 말했다.
“저번처럼 방심하지 말게. 그러다 손목이 날아가지 않았나.”
“너야말로 내 창에 눈깔 하나 없어질 뻔한 걸 잊었나 보지?”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고 있을 때였다.
탁탁.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탁탁.
지팡이 같은 걸로 땅을 때리는 듯한 소리였다. 두 사람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봤다.
젊은 여인이 경기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출전 선수 이외에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을 텐데 이상했다.
등에는 커다란 십자가 같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검은 천으로 덮여 있어서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여인이 짊어지고 있는 물건 따위가 아니었다.
여인은 두 눈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리고 볼품없는 나무지팡이로 땅을 툭툭 두드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장님?”
아치볼트가 이상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 여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꾸벅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 저는 에버리스라고 해읏! 혀, 혀 씹었어!”
여인, 에버리스가 두 손으로 입을 감싸며 괴로워했다.
아치볼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비병은 뭘 하는 거야. 뭔데 외부인이 경기장에 올라오도록 내버려 둔 거야.”
“그, 그분들한테 화내시면 안 돼요. 어, 어차피 절 못 막을 테니까요.”
“무슨 소리를…….”
“저, 저는 판데모니엄에서 왔어요.”
에버리스의 말에 아치볼트는 멈칫했다.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여인을 쳐다봤다.
“주, 주인님께서 헬리안 경연에 참가해서 다 주, 죽이라고 해서 했거든요…….”
에버리스가 등에 메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는지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천을 풀자 투핸디드소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은 비교적 얇다. 하지만 길이가 무려 2m나 되었다. 에버리스의 두 배나 되는 길이었다.
“아, 아무나 좋아요. 이, 이 자리에서 절 죽이면 제국의 승리예요.”
에버리스가 투핸디드소드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하지만 칼날이 워낙 길고 무거워서 차마 들지 못했다.
“대, 대신 저한테 죽어도 워, 원망하시면 아,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