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4화(214/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4화
214화 헬리안 경연 (3)
에버리스의 발언을 들은 관중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판데모니엄의 악행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으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숙적.
제국의 멸망을 바라는 자들.
가장 악한 것들의 모임.
제국에서 발생하는 대형범죄에는 대부분 판데모니엄이 얽혀 있을 정도였다.
“……판데모니엄의 쓰레기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지금 이 콜로세움에는 제국 최대의 행사 중 하나인 헬리안 경연이 열리고 있었다.
거기다 황제까지 있기에 보안이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
“배반자가 생긴 건가?”
흑마법사들은 암덩어리와 같아서 가만히 놔두면 언제 어디로 뻗어 나갈지 몰랐다.
흑마법사들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데 도가 튼 작자들이니까 말이다.
“역시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될 놈들이군.”
판데모니엄이 괜히 제국의 숙적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전력이나 덩치만 놓고 보자면 비교되지 않을 정도긴 하나, 제국은 그들의 방해 때문에 국가 정책을 후퇴시키거나 방향을 전환한 적도 여럿 있었다.
제국은 판데모니엄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정예 추격대를 지속적으로 파견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판데모니엄은 제국의 추격을 피해서 숨어다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흉악한 음모를 꾸밀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허점을 노리며 피해를 입혔다.
“폐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옆을 지키겠습니다.”
근위기사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황제의 주변에는 황실기사단이 포진해 있었다. 판데모니엄의 주력이 온다 해도 황제를 위협할 수 없었다.
게다가 콜로세움은 경기장과 관중석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방호용 대마법이 경기장을 몇 겹이나 둘러싸고 있었다.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려서 암흑기사를 제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멈추도록 해라.”
근위기사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기사단을 동원하면 저 정도 암흑기사를 생포하는 건 어렵지 않지. 하지만 그래서야 자존심이 상하지 않느냐.”
감히 헬리안 경연을 망친 것도 모자라서 겨우 한 명만 보냈다. 이는 판데모니엄이 보내는 도발이었다.
-제국 따위는 여기 있는 한 명으로 충분하다.
황제의 입가가 비틀렸다. 이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도발은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당해 줄 수밖에 없군.”
저쪽이 그렇게 나온다면 이쪽도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가 보낸 암흑기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지금은 경연의 참가자들을 믿고 기다리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근위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 *
“판데모니엄의 쓰레기 따위가 감히 제국을 입에 담다니.”
아치볼트가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말렌카, 뒤로 빠져 있어라. 이 여자부터 제압하고 시합을 진행하겠다.”
“이것 봐라? 어디서 공을 독차지하려고…… 이 여자는 내가 상대할 테니까 너나 빠져 있어.”
두 기사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저, 저기요…….”
그런 두 사람을 향해서 에버리스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냥 두 분께서 동시에 오셔도 괜찮은데…….”
“이 건방진 놈이 뭐라고 지껄인 거냐!”
“히, 히익!”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해주마! 후회하지 마라!”
“생각해 보니 판데모니엄 따위에게 격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
두 기사가 에버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좌우에서 동시에 무기를 휘둘렀다.
“으, 으앗!”
에버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투핸디드소드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원래 땅에 늘어져 있던 투핸디드소드가 어느새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위치도 반대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
두 기사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언제 무기를 움직인 거지? 우리는 왜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
마치 서로 다른 그림을 두 개를 놓고 바꿔치기한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부자연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었다.
“무, 무거워!”
에버리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투핸디드소드를 땅으로 떨궜다.
그와 동시에 두 기사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말렌카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었다. 아치볼트는 목의 상처를 움켜잡으며 주저앉았다.
“네, 네년…….”
그 말을 끝으로 아치볼트의 두 눈동자가 뒤집혔다. 몸이 뒤로 넘어갔다.
죽었다.
다른 기사도 아니고 마스터클래스 기사 두 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
믿기 힘든 광경에 콜로세움 전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 가, 갑자기 조용해졌네요. 두, 두 사람 다 죽었어요?”
에버리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장님이기에 두 사람의 죽음을 곧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 죽은 거 맞죠? 헤, 헤헷…… 벼, 별것도 아니네요.”
에버리스가 뒷머리를 매만지며 쑥쓰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으, 으아아악!”
관중석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수만 명의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자 콜로세움은 혼란에 빠졌다.
-다들 진정하시오!
그 순간,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귀빈석에서 거구의 기사가 뛰어내렸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몸놀림이 가벼웠다.
“브, 브레들리 히스다!”
브레들리의 등장에 관중석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패력권웅!”
“제국의 신성!”
“브레들리 히스!”
제국민들이 브레들리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판데모니엄의 쓰레기.”
“예, 예? 저, 저요?”
에버리스가 앞을 쳐다보며 말했다. 브레들리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기 말고 왼쪽이다.”
“아, 가, 감사해요.”
“헛소리는 그쯤해라.”
브레들리는 주먹을 부딪혔다. 묵직한 파동이 퍼져 나갔다.
“감히 제국의 행사를 망친 것도 모자라서 기사를 해쳐?”
브레들리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자리에서 당장 네년을 처단해 주마.”
* * *
거친 살의와 달리 브레들리는 에버리스에게 곧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에버리스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일 뿐이었다.
‘정면에서 상대하는 건 위험하다.’
부끄럽게도 브레들리 히스 역시 방금 전, 에버리스가 보여 줬던 쾌검을 캐치하지 못했다.
충격적일 정도로 빠르고, 경악스러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쾌검의 달인인 아치볼트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정도였다.
그런 쾌검을 정면에서 맞서는 것은 멍청이나 하는 짓이었다.
‘빈틈을 노려야 한다.’
브레들리가 주먹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오러블레이드가 더욱 짙어졌다.
“하앗!”
허공을 향해서 주먹을 뻗었다. 오러블레이드가 방출되며 에버리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꺄악!”
에버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오러블레이드가 허공을 스치며 지나갔다.
“치, 치사하게 멀리서 공격하면 어떻게 해요!”
브레들리는 에버리스의 항의를 무시했다.
상대는 판데모니엄의 암흑기사였다. 봐줄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지금은 에버리스를 분석하는 게 더 중요했다.
‘장님인데 어떻게 공격을 피한 거지? 장님인 척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 감각이 발달한 건가?’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
오감 중 하나를 잃어버린 대신, 나머지 감각이 극도로 발달되는 경우가 말이다.
맹인음악가들이 앞을 못 보는 대신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현상이 에버리스에게 나타났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조금 더 알아봐야겠군.’
브레들리는 에버리스의 주변을 맴돌며 쉴 새 없이 오러블레이드를 날려 보냈다.
“꺄! 꺄악!”
그때마다 에버리스는 번번이 공격을 피했다. 에버리스가 서 있던 자리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눈이 보이는 건 아니다. 오로지 감각으로 피하고 있어.’
등 뒤에서 오러블레이드를 방출했을 때도 에버리스는 피해냈다. 반응속도도 똑같았다.
장님은 확실하다. 대신 다른 감각이 발달했으리라.
‘빈틈을 노리기는 힘들겠군.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브레들리이 몸을 움츠렸다. 전신의 근육이 수축되었다.
‘쾌검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상관없다. 오러블레이드를 둘러서 막아 내면 되니까.’
어제 치렀던 경기에서 오러블레이드의 다발을 막아 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할 생각이었다.
브레들리가 두 다리에 힘을 줬다. 이대로 일직선으로 돌진…….
그 찰나, 에버리스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다음 순간, 투핸디드소드의 위치가 바뀌었다.
땅에 있던 것이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브레들리의 배가 화끈거렸다.
복부가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컥!”
브레들리의 얼굴에 고통과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대체 왜 내가 베인 거지?
“바, 바보 같으니 내 참격은 버, 범위가 엄청 넓어요. 그, 근데 왜 당신을 가, 가만히 놔뒀는지 알아요?”
에버리스가 묘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다, 당신이 바보짓을 하는 게 우, 웃겨서 그랬어요.”
브레들리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피, 피해야…….”
머리로는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 이번에는 모, 목을 베어 드릴게요.”
에버리스가 다시 투핸디드소드를 움켜잡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덕분일까. 브레들리는 에버리스의 참격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에버리스가 허리를 트는 순간, 전신의 근육이 팽창했다. 그 커다란 투핸디드소드가 단숨에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투핸디드소드에 맺혀 있던 오러블레이드가 길어졌다.
뻗어 나온 오러블레이드가 브레들리의 목을 갈랐다.
* * *
그 직전, 무언가가 브레들리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몸이 뒤로 빠지며 오러블레이드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브레들리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 누구…….”
고개를 들자 데미안 학센의 얼굴이 보였다.
“고, 고맙다…….”
“미하엘, 이 녀석 좀 데려가서 치료해라.”
데미안은 브레들리의 말을 조금도 듣고 있지 않았다.
지금 데미안의 관심은 모두 에버리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 아아!”
데미안을 본 에버리스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데, 데미안 학센! 아, 알아요! 스, 슬라 님을 괴롭힌 남자죠? 다, 당신 진짜 엄청 유명…….”
“이상하군.”
데미안 학센이 에버리스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 목소리에 불쾌감이 가득했다.
“넌 대체 누구냐.”
“아, 아까 소개했는데…… 에버리스라고 해요.”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다, 당연하죠. 저는 지금까지 주인님 곁에만 있었단 말이에요. 이름을 알릴 기회는 없었…….”
“설마 가명인가? 아니야, 그래도 이만한 마스터클래스를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어.”
데미안 학센이라고 해서 세상에 모든 마스터클래스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넓고, 숨은 고수는 많은 법이니까.
다만, 도르고 측에 있는 마스터클래스는 대부분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이 여자, 에버리스의 쾌검은 데미안 학센마저 감탄할 정도로 대단했다.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쾌검을 구사하는 마스터클래스를 데미안 학센이 모를 리 없었다.
“설마 헬리안 경연에서 죽어서 몰랐나? 아니야, 그것도 아니야.”
데미안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전생에 열린 헬리안 경연 때는 브레들리 히스가 우승을 한다. 그다음 경연 때는 검후가 우승했다.
판데모니엄의 암흑기사가 헬리안 경연을 망쳤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즉, 이 에버리스라는 인물은 데미안의 기억에도 없는 주제에 미래에 벌어지지 않은 사건을 일으키고 있었다.
“네가 말한 주인님은 누구지? 누구의 명령으로 이런 짓을 벌인 거냐.”
“너, 너무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는데…….”
“그래?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이 여명을 빼들었다. 지독한 살기가 콜로세움 전체를 잠식했다.
“네년의 심장을 비틀어서라도 모든 걸 토해 내게 만들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