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5화(215/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5화
215화 헬리안 경연 (4)
“혀, 협박해도 하, 하나도 안 무, 무섭거든요……!”
에버리스가 덜덜 떨면서 참격을 휘둘렀다.
그 순간, 에버리스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데미안은 재빨리 에버리스의 움직임과 마력의 흐름을 읽어 냈다.
‘목.’
여명을 들어올리자마자 참격이 들이닥쳤다. 데미안의 몸이 뒤로 조금 밀려났다.
“……어, 어떻게 막았어요?”
에버리스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은 여명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손바닥에 저릿한 감각이 살짝 남아 있었다.
‘속도와 위력이 엄청나군.’
데미안조차 참격을 보지 못했다.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에버리스의 동작을 읽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경지 때문인가? 아니야, 그것만으로는 이 속도를 설명할 수 없어.’
경지는 만능이 아니다. 육체와 마력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연약한 척하고 있지만 에버리스의 육체가 어지간한 마스터클래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육체를 단련했으면 티가 나지 않을 리가 없는데.’
하지만 에버리스의 팔다리는 너무나도 얇았다.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하지 않은 몸이었다.
근골을 변형시키는 기술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입용 기술이었다. 전투 도중에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정보가 더 필요하다.’
데미안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일직선으로 달리지 않았다. 좌우로 땅을 박차며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이, 이번에는 못 피할 걸요!”
에버리스가 다시 참격을 휘둘렀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참격을 막아 냈다.
그 순간, 뒷골이 오싹해졌다. 데미안은 무릎을 살짝 굽혔다.
두 번째 참격이 데미안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갈랐다.
“……어, 어떻게 이것까지 피한 거예요?”
놀란 것은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 정도 속도를 가진 쾌검을 이렇게 연달아 사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정확도였다.
데미안 학센은 자신의 위치를 특정 짓지 못하도록 복잡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에버리스는 그런 데미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참격을 휘둘렀다.
‘맹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확하다.’
데미안은 전생에 맹인 마스터클래스를 만나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단점을 다른 감각들을 통해서 보안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도 시각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다른 기사보다 정확함에서 부족한 면이 분명이 존재했다.
‘사실 눈이 보이는 건가? 아니야. 그렇다고 보기에는 저 여자한테는 사각이 존재하지 않는다.’
데미안이 봤던 맹인 마스터클래스는 앞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감각들이 무척 예민했다.
그렇기에 사각이 없었다. 어떤 암살자도 그의 앞에서는 모습을 숨길 수 없었다.
‘정확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각이 없는 마스터클래스라…….’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한번 확인해 볼까.”
고민은 끝났다.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 * *
‘저 남자는 뭐지?’
에버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이 세상에 내 쾌검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이야.’
하지만 저 남자는 쾌검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피하기까지 했다.
‘주인님께서 거짓말을 하신 걸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분이 어떤 분인데! 의심하지 마! 그분의 말씀은 진리야!’
에버리스는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오른 의심을 지웠다. 오로지 주인님의 말씀만을 떠올렸다.
‘주인님의 말씀은 진리야 그러니까 실패 따위는 있을 수 없어.’
하지만 저 남자가 있으면 주인님의 말씀이 거짓말이 되어 버린다.
주인님의 말씀을 다시 진리로 바꿀 방법은 딱 하나 뿐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죽여 버린다.’
에버리스가 칼자루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에버리스가 보는 풍경이 더욱 명확해졌다.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에 형형색색의 빛무리들이 떠올랐다.
어떤 것은 하얀색이었고, 어떤 것은 푸른색이었다.
에버리스는 장님이되 장님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앞이 안 보이는 대신, 사람의 마력을 볼 수 있었으니까.
마력을 볼 수 있으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떻게 움직일지 모두 읽어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에버리스는 앞이 보이는 것 이상으로 정확하게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한번 확인해 볼까.”
그때, 데미안 학센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에버리스는 곧바로 참격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참격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정확성과 속도가 떨어졌다.
약 10m.
데미안 학센이 최적의 간격에 들어온 순간, 에버리스가 참격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베어 낸 후였다. 에버리스의 쾌검은 그녀조차 보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또 피했어?’
손맛이 없다. 게다가 데미안 학센의 마력이 그대로 보였다.
‘내 모든 걸 쏟아부어 주지.’
에버리스가 다시 데미안 학센을 베어 내고자 마음을 먹었다.
36번.
무수한 참격이 세상을 물들였다. 너무 빨리 휘둘러서 손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리스는 볼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의 마력이 산산이 흩어지는 것을 말이다.
“히, 히히…… 주인님의 말씀은 역시 진리…….”
그 순간, 공기를 베어 내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에버리스의 얼굴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 * *
“아악!”
얼굴에 갈라지며 눈을 가리고 있던 붕대가 잘려나갔다.
에버리스는 비명을 지르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떨어졌다.
“저, 저게 뭐야?”
“피, 피가…… 피 색깔이…….”
관중석에 있던 제국민들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보, 보라색이잖아!”
사람의 피는 보통 검붉은색을 띤다. 죽은 피의 경우에는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라색 피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내, 내 얼굴…… 가, 감히 주인님께서 만들어 주신 내 얼굴을……!”
에버리스가 손에서 얼굴을 떼며 분노를 토해 냈다. 그 순간, 관중들은 한 번 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누, 눈이…….”
“자, 잠자리도 아니고 저게 뭐야.”
에버리스의 눈은 평범한 사람과 달랐다. 작은 눈동자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마치 곤충의 복안을 보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다.
“역시 마안을 달고 있었군.”
청야(淸夜)의 마안.
청야의 마안은 마력을 감지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의 마력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기사든 마법사든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즉, 청야의 마안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모조리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안이었다.
데미안은 청야의 마안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마력의 흐름을 조작했다. 그 탓에 에버리스는 데미안을 제대로 베어 내지 못했다.
“설마 그 물건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데미안이 마안을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이 세상에서 오직 도르고만이 저 마안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야의 마안을 보유하고 있던 몬스터는 모종의 이유로 고대에 멸종했다. 그 탓에 청야의 마안은 기록으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르고는 멸종 원인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였고,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서 청야의 마안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보라색 피라.”
사람이 보라색 피를 가지고 있을 리 없다. 저건 에버리스가 도르고에게 개조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이제야 에버리스가 어떻게 저런 몸으로 가공할 만한 쾌검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르고의 개조를 받았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도르고는 언데드 제조 쪽으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도르고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맨바닥에서 이런 괴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생포한 다음에 개조를 했으리라.
마스터클래스의 기사가 도르고의 개조를 받고 마안까지 이식받았다?
괜히 경연에 참가한 마스터클래스들이 속수무책으로 패배한 게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
에버리스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또 내 참격을 피했어! 그것도 모자라서 주인님께서 만들어 주신 몸에 상처를 냈어!”
에버리스는 더 이상 약한 척은 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질질 끌던 대검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지금 당장 죽여 버릴 거야! 온몸을 수백 조각으로 토막 내어 버리겠어!”
“거 무섭기도 해라.”
흥분한 에버리스와 달리 데미안은 다소 흥이 식은 상태였다.
도르고를 생각하면 분노가 끓어올랐다. 당장이라도 에버리스를 팔다리를 찢어버린 다음에 도르고에 대해서 추궁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도르고는 병적일 정도로 자신을 숨기는 인물이었으니까.
에버리스를 개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서 발설하지 못하도록 온갖 금제를 걸어놨을 것이다.
게다가 도르고는 귀중한 언데드는 멸망전쟁 전까지 절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에버리스는 아마도 개조 결과를 시험해 보기 위한 버림패일 것이다.
즉, 에버리스를 심문한다 한들 데미안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한번 해 볼까.”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에버리스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가 내뿜는 살기가 더더욱 강해졌다.
“지금 당장 죽여 버리겠어!”
에버리스의 쾌검을 휘둘렀다. 육체가 커진 만큼 속도가 더욱 빨랐다.
“죽어! 죽어!”
에버리스는 쉬지 않고 쾌검을 휘둘렀다. 무수한 참격이 경기장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였다.
“왜, 왜 안 죽는 거야!”
하지만 에버리스의 참격은 데미안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했다.
청야의 마안은 무시무시한 물건이었지만 약점도 극명했다.
체내의 마력을 조금만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마안을 속일 수 있었다.
데미안은 에버리스의 참격을 피하며 여명을 칼자루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검집과 칼자루를 동시에 잡았다.
“알건 다 알아냈으니. 더 이상 봐줄 필요는 없지.”
데미안이 여명을 뽑아서 휘둘렀다.
그 순간, 빛이 번쩍였다. 방출된 오러블레이드가 경기장을 반으로 갈랐다.
그와 동시에 에버리스의 어깨가 잘려 나갔다. 대검을 쥐고 있던 팔이 통째로 땅으로 떨어졌다.
“……어?”
에버리스가 멍하니 중얼거리며 어깨를 쳐다봤다.
흑마력이 어깨부터 뚝 끊어져 있었다. 투핸디드소드의 무게감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어, 어떻게…… 컥!”
어느새 다가온 데미안이 에버리스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동시에 에버리스의 체내에 있는 흑마력을 조종했다.
에버리스의 흑마력이 그녀의 지배를 벗어났다. 데미안의 명령대로 움직이며 그녀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하, 하지 마……!”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에버리스의 영혼을 찢어발기곤, 그 속에서 기억을 찾아내서 흡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