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6화(216/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6화
216화 기억 (1)
에버리스의 기억을 흡수한 순간, 데미안의 눈에 비치는 풍경이 달라졌다.
콜로세움의 모습이 지워지고 어두운 공간이 나타났다.
돌을 깎아서 만든 공간이었다. 굉장히 넓고, 천장도 높았다.
에버리스는 이곳에 묶여 있었다.
X자 형태로 된 십자가에 팔다리가 족쇄로 묶여 있었다.
신체 이곳저곳에 수술 자국이 가득했다. 그것도 모자라 관이 연결되어 있는 주삿바늘이 전신에 꽂혀 있었다.
“으…… 으으…….”
에버리스가 신음소리를 흘렸다. 데미안은 에버리스의 몸을 살펴봤다.
‘죽어 가고 있군.’
데미안이 보유하고 있는 흑마법의 지식이 말해 줬다.
에버리스에게 가해졌던 개조가 실패했고, 그 여파로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지?’
전생에 도르고는 대륙 곳곳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고 주기적으로 옮겨 다녔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혹시 자신이 아는 은신처인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쉽게도 데미안이 모르는 장소였다.
그때, 입구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체구가 작은 사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르고 님께서는 아직 방에 계신가?”
-예, 그렇습니다.
사내와 함께 걷고 있던 시종이 말했다. 피부가 잿빛을 띄고 있는 게 마치 시체 같았다. 걸을 때마다 몸에서 흑마력이 흘러나왔다.
이 시종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도르고에 의해서 탄생한 언데드였다.
전생에 도르고는 자신이 직접 만든 언데드만 시종으로 사용했다. 배신할 염려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연구과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연락을 끊으시다니. 대체 이게 몇 달째란 말인가. 혹시 도르고 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지 걱정이 되는군.”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다 에버리스 앞에서 멈춰섰다.
시종은 에버리스의 몸에 주사바늘을 꽂고 내용물을 주입했다.
“왜 그 귀한 것을 실패작 따위한테 주입하는 거지?”
-아직 주인님께서 실험체의 처분을 결정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전까지는 살려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액체를 주입한 이후부터 에버리스의 혈색이 크게 좋아졌다. 생명력이 회복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으…… 으으…… 으윽…….”
신음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지금 에버리스는 개조에 실패한 탓에 전신이 썩어 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생기는 고통과 역겨움은 고스란히 그녀의 몫이었다.
“주…… 죽여…… 죽여 줘…….”
에버리스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에버리스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에버리스는 실패작일 뿐이었으며, 도르고가 돌아오면 곧바로 패기 처분될 운명이었다.
그러니 관심을 기울을 이유를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복도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두 사람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도르고 님!”
-주인님!
로브를 쓴 해골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해골은 두 사람을 발견하자 턱을 딱딱 거리며 말했다.
“오오…… 두 사람 다 이곳에 있었구나. 한참 찾아 다녔지 뭐냐.”
“위대한 분을 번거롭게 하다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이 못난 종이 주인님의 곁을 비우고 말았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두 사람은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차마 숨기지 못한 경외와 존경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과 달리 데미안은 도르고를 보자마자 살의가 들끓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지금 눈앞에 있는 도르고는 기억 속 인물일 뿐이었으니, 화를 내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오히려 너무 흥분하면 흑마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지금은 화가 나도 참아야 할 때였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갑자기 밖으로 나오지 않으셔서 걱정했습니다!
“미안하게 됐구나.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서 말이야.”
도르고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비볐다. 뼈가 마찰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너무…… 너무 아팠다. 머릿속이 가득 차서 터질 것만 같았지. 그래서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느라 방안에만 처박혀 있었단다.”
“그 정도로 두통이 심하셨단 말입니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하하핫, 걱정할 필요 없다. 이제 멀쩡해졌거든.”
도르고가 유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다들 혼란스러워했겠구나.”
“다행히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만?”
“최근에 위험한 행보를 보이는 기사가 나타났습니다.”
“오호?”
도르고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면의 뼈가 움직이며 표정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위험한 행보라?”
“조금 이야기가 깁니다.”
사내는 데미안 학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내의 설명을 들을수록 도르고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기사의 이름이 뭐라고?”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데미안 학센이라……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보통 기사가 아니구나. 그 자라면 내 숙원을 이루어줄 수 있을지도 몰…….”
별안간 도르고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데미안 학센?”
“혹시 알고 있는 인물입니까?”
“아니, 처음 듣는 이름이야. 다만…… 어쩐지 입에 익어서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도르고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보다 왜 다들 여기에 있었으냐?”
“실험체를 관리하려고 왔습니다.”
“실험체를?”
-예, 주인님. 이 실험체입니다.“
시종이 에버리스를 가리켰다. 도르고는 에버리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아…… 보니까 기억이 나는군. 청야의 마안을 복원하기 위해서 실험 중이던 녀석이었지. 결국 실패했지만 말이야.”
도르고가 에버리스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실험을 위해서 특별히 슬라 녀석한테 마스터클래스를 받아 냈거늘. 실패해서 얼마나 아까웠는지 몰라.”
아무리 도르고라 하더라도 마스터클래스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실험 재료가 아니었다.
-주인님께서 아직 처분 명령을 내리지 않으셔서 살려 두고 있었습니다.
“뭐 하러 그런 아까운 짓을 했느냐. 그냥 버려라. 어차피 실패한 녀석이고, 살릴 방법도…… 아니지.”
도르고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영락없는 실패작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살펴보니까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살리는 정도가 아니지. 완성시킬 수 있겠어!”
도르고의 안광이 환희로 물들었다. 도르고는 양팔을 하늘 높이 쳐들며 기뻐했다.
“이럴 수가!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어!”
도르고가 에버리스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에버리스는 힘없이 도르고를 쳐다봤다.
“얘야, 걱정 말 거라. 내가 널 완성시켜 주마! 내 손을 거치면 너는 아주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란다! 어지간한 것들은 모두 무시할 수 있는 힘을 말이야!”
도르고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절정에 도달한 순간, 데미안은 기억에서 쫓겨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 * *
데미안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시선을 내리자 자신의 손에 붙잡혀 있는 에버리스가 보였다.
‘역시 대단한 정보는 없군.’
실험체가 되기 이전의 기억은 싹 지워져 있었다. 실험체가 된 이후의 기억도 남아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면 굳이 위험을 감수한 보람이 없군.’
헬리안 경연처럼 개방된 장소에서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데미안은 에버리스의 체내에 있는 흑마력을 조작하여 영혼을 부수는 것으로 사람들의 눈을 속였다.
들킬 염려는 없지만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으…… 으어…… 어어…….”
에버리스의 입에서 말의 조각들이 흘러나왔다. 지금 에버리스는 영혼이 파괴된 탓에 반송장이나 다름없었다.
데미안은 에버리스의 머리를 놓고 뒤로 멀리 물러났다.
별안간 에버리스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폭발했다. 붉은 화염과 연기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꺄아악!”
“으아악!”
갑작스러운 폭발에 관객들이 모두 비명을 내질렀다. 다행히 보호막이 폭발을 막아 준 덕분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도르고, 이 정신 나간 놈.’
멀리서 폭발을 지켜보며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도르고는 모든 실험체의 몸에 폭탄을 넣어놨다. 혹시라도 자신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데미안이 마음을 먹으면 폭탄을 먼저 해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러지 않았다. 제국이 에버리스의 시체를 조사하면 데미안이 흑마법을 사용한 것을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화염과 연기가 걷혔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데미안에게 모여들었다.
“사, 살아 있잖아.”
“폭발에 그을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데미안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자 다들 놀라워했다. 방금 전, 폭발이 워낙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그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 * *
“……살아 있었군.”
황제는 멀쩡한 모습으로서 있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에버리스라는 무지막지한 마스터클래스를 단번에 제압한 것은 물론이고, 저런 대규모 폭발에서 살아남다니.
“저 기사의 이름이 데미안 학센이라고 했던가?”
“예, 그렇습니다.”
“데미안 학센…….”
황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처음 듣는 이름인데 묘하게 입에 익었다. 이유는 황제도 알 수 없었다.
“관중들을 대피시킬까요?”
“잠깐만 기다리게.”
황제는 근위기사의 행동을 막았다.
국민들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만한 공을 세웠으니 그만한 보답을 줘야겠지.”
에버리스의 난입으로 제국은 두 명의 귀중한 마스터클래스를 잃었다. 그나마 데미안 학센이 나서 준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공을 세운 사람은 그만한 대우를 해 줘야 하는 법.
그리 생각하며 황제는 몸을 일으켰다.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모두의 시선이 황제에게 집중되었다.
“데미안 학센. 그대의 활약은 잘 봤네. 판데모니엄의 흉적을 훌륭하게 처단했더군.”
황제의 말에 데미안 학센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예의 있는 모습에 황제는 내심 속으로 만족스러워했다.
“당장 그대를 치하하고 싶지만 상황이 좋지 못하군. 조만간 황궁으로 초대하도록 하겠네. 본인의 초대를 부디 거절하지 말게나.”
그리 말하며 황제는 짧게 덧붙였다.
“그곳에서 자네에게 합당한 보상을 내리도록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