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7화(217/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7화
217화 기억 (2)
그 뒤로 데미안은 일행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일행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소란스러워졌다.
“형님! 아까 보여 주신 기술은 대체 뭡니까?”
“홱! 휘두르니까 피슝! 하고 팔이 날아가던데! 뭐야?어떻게 한 거야?”
“저, 저한테도 알려 주세요! 어떻게 그 쾌검들을 피한 거죠?”
세 사람은 데미안을 붙잡고 온갖 질문들을 쏟아 냈다.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마스터클래스도 아닌 녀석들한테 설명해 봤자 이해도 못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참! 내 정신 좀 봐. 이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니지.”
다행히 레이첼 쪽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역시 미래의 검후답게 상황 판단이 빠르…….
“폐하께 초대를 받았잖아요! 옷은 뭐 입고 갈 거예요? 제국예법은 다 알고 계세요?”
“형님, 맞습니다! 황제의 초대인데 허투루 준비할 수 없습니다!”
“황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베로니카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베로니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뭐? 내가 이상한 소리라도 했어?”
“당연하지! 황제의 초대라고!”
“……아무리 애플 왕국의 기사라고 해도 그런 질문을 하다니. 정말 충격이네.”
레이첼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황궁에 초대를 받은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데미안 경은 폐하께 ‘직접’ 초대를 받았죠. 이런 경우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뭔데?”
“폐하께 선물을 한 가지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레이첼이 꿈꾸는 듯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흔히 주고받는 그저 그런 선물이 아니에요. 제국의 보물을 하나 받을 수 있죠. 죽기 전에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요.”
제국은 대륙에서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였다.
제국의 보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 경은 큰 공을 세웠으니 폐하께 선물을 요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뭘 고를 생각이세요? 영약? 무기?”
레이첼이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무척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아직 생각 못 해 봤는데.”
“그럼 안 되죠!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인데! 지금부터 고민해 봐요!”
레이첼은 데미안을 쉽게 놓아 주지 않았다. 데미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물이라…….’
한참 고민하던 데미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제국의 창고에 마갑(魔鉀)이 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마갑이란 갑옷으로 제작된 마검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악마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며 그만큼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의 마갑이었다면 데미안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제국의 창고에 있는 마갑은 조금 달랐다.
헤메이라.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 학센이 사용했던 갑옷이었으니까.
* * *
거대한 동굴의 내부.
도르고는 몬스터의 시체를 해부하고 있었다. 칼로 살을 베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흥흥흥.”
뭐가 그리 기쁜지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그래, 그래.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이런 구조였어.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몰랐을까?”
최근, 도르고는 굉장히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막혀 있었던 연구가 술술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신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캬아, 이게 인생이지.”
도르고가 한껏 즐거워하고 있을 때였다.
동굴 내부로 한 사내가 들어왔다. 사내는 다급한 얼굴로 도르고에게 말했다.
“도르고 님, 에버리스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말에 도르고의 몸이 멈칫했다. 칼과 집게를 내려놓고 사내를 돌아봤다.
“그 녀석이? 이렇게 빨리 죽는다고?”
에버리스는 나름대로 공을 들여서 만든 실험체였다. 그녀가 보유하고 있던 청야의 마안이 그 증거였다.
마력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눈.
이것만으로도 에버리스를 상대할 수 있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무슨 기술을 사용하든 에버리스에게 읽힐 테니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인공적으로 배양한 근육을 이식하고, 특수한 약품으로 신경들도 크게 강화시켰다.
덕분에 에버리스는 쾌검에 최적화된 육체를 얻게 되었다. 이전과 비교해서 쾌검의 속도와 위력이 2배 가량 증가했을 터였다.
“며칠은 버텨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국에 나타났다던 새로운 신성이 내 예상보다 훨씬 강한 모양이지?”
실험체가 허무하게 죽었음에도 도르고는 딱히 아쉬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과도한 개조의 여파로 에버리스는 오래 살지 못했다.
제국으로 보낸 것도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은 실전 데이터를 얻기 위함이었다.
“역시 제국이야. 심심할 만하면 괴물들이 나타난다니까.”
“제국의 신성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게 아닙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데미안 학센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사내의 말에 도르고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데미안 학센? 그 녀석은 얼마 전에 마스터클래스가 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에버리스를 죽였다는 거지?”
“현장에 심어 놓은 이들의 말에 의하면…… 에버리스가 쾌검을 수십 차례 휘둘렀음에도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내의 보고에 도르고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 녀석을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예…… 그리고 데미안 학센에 의해서 팔이 잘려 나간 뒤, 머리를 공격당해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도르고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청야의 마안을 보유한데다 쾌검에 맞게 신체를 개조한 실험체인데…… 그렇게 쉽게 죽었단 말이야? 확실해?”
“확실합니다.”
사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르고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재미있어.”
이내 도르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며칠 전에 들었을 때부터 느꼈지만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도르고는 수많은 천재를 만나 봤다.
최근 100년 동안 봤던 천재 중에서 최고는 제국제일검이었다.
그 미치광이는 압도적인 재능으로 단숨에 제국제일검에 올랐으며 현재는 인류최강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제국제일검의 일화들도 데미안 학센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안 되겠다. 몸이 달아올라서 견딜 수 없구나. 그 데미안 학센이라는 녀석을 직접 봐야겠다.”
도르고의 안광이 위험한 빛을 띠었다.
“어쩌면 내 숙원을 이루어 줄 소재가 나타난 걸지도 몰라.”
제국의 멸망.
도르고는 그 목표만을 위해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 왔다.
하지만 제국은 너무 강대하여 천 년 간의 준비로도 멸망시킬 수 방법이 도통 보이지 않았다.
만약 데미안 학센이 도르고가 원하는 천재라면, 시대를 뛰어넘어 나타난 천재라면.
제국의 멸망이라는 숙원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가서 거악들에게 내 말을 전하거라.”
도르고의 명령에 사내가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 학센을 생포해서 내 앞에 가져와라. 성공한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 * *
도르고의 명령은 순식간에 거악들에게 전달되었다. 명령을 들은 거악들은 크게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도르고는 모든 흑마법사의 스승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게다가 도르고의 비밀창고에는 온갖 귀물들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모든 거악이 도르고에게 데미안을 바칠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아~ 이거 곤란하게 됐네.”
탕녀 슬라는 수하의 보고를 들으며 한탄했다.
“이러면 모든 거악이 데미안 학센을 노리려고 할 거 아니야.”
다른 거악들과 달리 슬라는 데미안 학센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이 얼마나 대단한 천재인지 말이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마스터클래스에…… 그분의 실험체까지 부수다니…….”
슬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잠겼다.
도르고의 명령은 어떤 것보다 우선시된다. 만약 도르고가 목숨을 요구한다면 기꺼이 바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이야기가 달랐다.
슬라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음에 든 남자를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인이 있든, 가족을 가지고 있든, 혹은 다른 거악의 애인이든.
전부 상관없었다. 가지고 싶다면 가져야 했다. 그 욕망이야말로 슬라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슬라가 결론을 내렸다.
“도르고 님의 명령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를 다른 사람한테 넘길 수는 없지.”
슬라가 수하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서 다른 거악들한테 알리세요. 데미안 학센은 내가 도르고 님한테 바칠 생각이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요.”
물론 슬라는 데미안 학센을 도르고에게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그저 경쟁자들을 억누르기 위한 명분일 뿐이었다.
“만약 내 말을 무시하고 데미안 학센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슬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목숨을 걸어야 할 거라는 말도 전해 주세요.”
* * *
“그게 무슨 개소리야!”
거악, 웨폰마스터 아호텝은 주먹으로 벽을 때렸다.
“그분께서 데미안 학센을 원한다고? 다른 거악들이 모두 움직일 예정이라고?”
“스, 스승님…… 진정을 하시는 게…….”
“네가 나라면 진정할 수 있겠느냐! 내가 그놈한테 무슨 굴욕을 당했는데!”
아호텝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거악이라 불리던 자신이 이제 막 마스터클래스가 된 애송이한테 졌다.
물론 만전의 상태는 아니었다. 본래의 실력을 5할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호텝이 당한 굴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만은 안 돼…… 그놈은 내꺼야. 나만이 죽일 수 있단 말이야.”
아호텝은 데미안 학센이 가지고 있던 마검을 떠올렸다.
오러블레이드를 받아쳤음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경도와 사물을 지워 버리던 권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올랐다. 그 마검만큼은 반드시 자신의 손에 넣고 싶었다.
“……다른 거악들에게 알려라. 데미안 학센은 내가 ‘그분’에게 바칠 테니 손도 대지 말라고 말이야.”
물론 아호텝은 정말로 데미안 학센을 도르고에게 바칠 생각이 없었다.
그랬다가는 굴욕을 갚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검의 존재를 은폐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만약 내 경고를 무시하면…… 그놈부터 죽여 버리겠다는 말도 꼭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