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8화(218/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8화
218화 유명인사 (1)
이튿날부터 저택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데미안이 헬리안 경연에서 1승을 거뒀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문자의 숫자가 많았다.
심지어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방문자들의 수준도 격이 달라졌다.
“윌러비 백작가에서 왔습니다. 데미안 경께 전할 편지가…….”
“본인은 코르사카 후작가의 기사일세. 데미안 경을 직접 보고 싶네만.”
제국의 유력 가문들까지 데미안을 찾아온 것이다.
오랫 동안 제국에 충성을 바친 덕분에 입지가 탄탄한 가문들.
이들은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이름으로도 내쫓기 힘들었다.
그 바람에 데미안도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서 손님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을 찾아온 손님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데미안 경, 시간을 내줘서 고맙소…….”
바로 브레들리 히스였다.
브레들리 히스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다.
마치 커다란 곰이 털을 눕히고 한껏 움츠리고 있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브레들리 히스의 복부를 힐끗 쳐다봤다. 붕대를 두껍게 말아 놓은 상태였다.
“부상이 심할 텐데 벌써 움직여도 되는 건가?”
“감사하다는 말도 못했는데 어떻게 누워만 있을 수 있겠소.”
브레들리 히스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날 구해 줘서 고맙소.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저승에서 선대 가주님들을 뵙고 있었을 거요.”
브레들리 히스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
“초면부터 큰 무례를 범한 날 도와주다니…… 데미안 경이야 말로 기사의 귀감이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소!”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이 브레들리 히스를 살려 준 이유는 단지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첫인상도 안 좋고, 짜증이 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황이라 불리며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가급적이면 다른 두 명도 살렸으면 좋았을 텐데.’
개조체는 겪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탓에 데미안은 에버리스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가늠하지 못했다.
게다가 제국의 마스터클래스가 쾌검 한 번에 그렇게 허무하게 죽으리라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두 사람이 죽는 것을 막지 못했다.
“꼭 히스 후작가에 방문해 주길 바라오. 언제든지 그대를 환대하리라.”
“시간이 나면 찾아가도록 하지.”
“꼭, 꼭 부탁하겠소.”
브레들리는 데미안의 손을 꼭 잡은 채 몇 번이고 당부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소. 그리고 레이첼 양.”
브레들리 히스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레이첼을 쳐다봤다.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을 뿐, 레이첼은 계속 옆에 앉아 있었다. 이 저택의 주인으로서 말이다.
“왜 그러세요?”
레이첼이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브레들리 히스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또 이상한 소리 하면 쫓아낼 거예요.”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레이첼이 경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별안간 브레들리 히스가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큼직한 눈동자에서 진주알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 아름다운 사랑을 하시도록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브레들리 히스가 큰소리로 외치며 응접실을 뛰쳐나갔다.
데미안과 레이첼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방문을 쳐다봤다.
* * *
손님맞이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끝났다.
“이제 유명한 가문은 전부 다녀간 것 같네요.”
“그거 다행이군.”
데미안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짓을 하느라 적잖게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럼 내일부터는 네 선에서 해결해 줘.”
데미안의 말에 레이첼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데미안, 인맥을 쌓는 게 그렇게 싫어요? 다른 왕국의 기사들은 수도에 방문할 때마다 다른 귀족들이 만나 주질 않아서 안달이 나던데요.”
다른 왕국의 기사들 중에는 제국에 소속되길 바라는 자들이 꽤 많았다. 그런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제국의 귀족들에게 줄을 대려고 했다.
“제국에서 살 것도 아닌데 그런 거 신경 써서 뭐 하겠어.”
데미안이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데미안은 딱히 제국에 로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판데모니엄과 싸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가족들이 모두 애플 왕국에 있는데 다른 나라에 정착할 수는 없었다.
“어…… 제국에서 머무를 생각이 없으세요?”
그러자 레이첼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언제 제국에서 살겠다고 말한 적 있었나?”
“없었죠. 그래도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걸 원하니까…… 데미안 경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레이첼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이 애플 왕국으로 돌아가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레이첼의 입가에 아련한 미소가 떠올랐다. 데미안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더 이상 기술을 못 빼먹으니까?”
“엇, 어떻게 아셨어요?”
“맨날 사람을 붙잡고 질문을 퍼부어대는데 모를 수가 없지.”
저택에 머무르는 동안 데미안은 레이첼을 성심껏 지도했다.
혹시 다가올지 모르는 멸망전쟁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리히테아워 가문 정도면 소속되어 있는 마스터클래스들이 넘쳐날 거 아니야. 그 사람들한테 배워.”
“그 사람들이 알려주는 것보다 당신이 알려 주는 게 더 마음에 든단 말이에요.”
“그거야 네가 못 배워서 그런 거지.”
그때, 응접실의 문을 열며 누군가 들어왔다. 레이첼의 직속 시종인 데이빗이었다.
“아가씨,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손님이라고요? 그냥 돌려보내세요.”
이제 곧 저녁시간이었다. 이런 시간까지 손님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설사 그 손님이 고위 귀족이라 해도 말이다.
“그게…….”
데이빗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데 그래요?”
“1황자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과 레이첼 두 사람의 눈동자가 동시에 커졌다.
“어떻게 할까요?”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잠시 후, 한 청년이 여기사를 데리고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만남을 허락해 줘서 정말 고맙소!”
청년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다부진 체격과 잘생긴 외모, 호쾌한 웃음소리까지.
1황자 카엘 아델라이트는 모든 면에서 사람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
“이쪽은 내 호위기사요. 인사들 나누시오.”
여기사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고개만 까딱거렸다.
“이렇게 보게 되어 정말 영광이오. 데미안 경이 활약하던 날, 나도 콜로세움에 있었거든. 아버지의 곁에 앉아서 그대의 활약을 지켜봤지.”
1황자는 데미안을 보자마자 온갖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 정제된 검기! 경쾌한 몸놀림! 전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소!”
“과찬이십니다.”
데미안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그러자 1황자와 함께 들어온 여기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데미안의 행동이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이제 보니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군.”
하지만 여기사와 달리 1황자는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나는 그대에게 아주 중요한 부탁을 하려고 하오.”
1황자가 무척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와 함께 제국의 정점에 올라 볼 생각 없소?”
* * *
1황자의 말을 듣자마자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레이첼의 말이 맞았군. 아직 후계 구도가 완성되지 않았어.’
1황자가 들어오기 전, 레이첼은 데미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1황자는 분명 당신을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이려고 할 거예요.
-지금 제국은 1황자와 2황자가 황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거든요.
-양쪽의 세력이 비등비등해서 어느 쪽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아군을 늘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지금 당신은 제국의 영웅이나 다름없어요. 경연을 방해한 판데모니엄의 악인을 단숨에 처단해서 제국의 위신을 세웠으니까요.
-반드시 거절하세요. 이런 복잡한 싸움에 끼어들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전생에는 이미 오래전에 1황자가 황태자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신반의했는데…… 정말이었군.’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1황자는 굉장히 무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멸망전쟁 당시, 자기 멋대로 지휘를 내리는 바람에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끝끝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제국의 중요한 기밀까지 팔아넘겼다.
바로 검성의 다음 작전 지역에 대한 정보를 털어놓은 것이다.
그 바람에 검성을 비롯한 멸마단은 도르고의 매목에 당하고 말았다.
그날, 데미안은 멸마단을 전멸시키고, 검성의 목을 베었다.
‘그런데 왜 미래가 바뀐 거지?’
데미안으로서는 그 점이 의아했다. 자신이 저질렀던 일 중에서 제국의 후계구도에 영향을 끼칠 만한 게 있었던가?
“데미안 경, 어째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군?”
1황자가 데미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전하를 지지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자네만 날 도와주면 무서울 게 없지. 내 가증스러운 동생 놈도…….”
“죄송하지만 저는 제국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데미안이 바라는 것은 판데모니엄의 몰살뿐이었다. 제국의 권력 다툼에 발을 담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1황자 같은 놈을 지지하는 것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생각 못 해서 좀 당황스럽군.”
1황자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조건이 불확실해서 그런가? 날 지지해 준다면 내 오른팔을 약속해 주겠네.”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전하의 싸움에 참견하고 싶지 않습니다.”
냉담한 거절에 1황자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데미안 경, 본인은 제국의 황자일세.”
“알고 있습니다.”
“나와 함께 하면 모든 권세를 얻을 수 있지.”
“그렇겠죠.”
“하지만 본인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불행이 닥치게 될지도 모르네.”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에 레이첼이 발끈했다.
“전하! 데미안 경은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손님입니다! 언행을 가려 주십시오!”
“미안하게 되었네. 하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
1황자가 데미안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데미안 경, 그대에게는 본인을 적대할 각오가 되어 있는 건가?”
자신의 아군이 될 것인지 적이 될 것인지.
이 자리에서 결정지으라는 말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런 협박은 전하께서 황위에 오른 다음에 하시지요.”
* * *
1황자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방금 전, 데미안은 1황자를 대놓고 조롱했다. 황제도 아닌 황자에 불과한 놈의 말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뜻이었으니까.
“감히 전하께 그런 망발을 지껄이다니!”
1황자 대신 여기사가 분노를 토해 냈다.
“별 볼일 없는 소국의 기사 주제에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지금 당장 네놈을 전하의 앞에 무릎 꿇리도록…….”
“그만.”
1황자가 손을 들었다. 여기사는 하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나와 함께할 뜻이 없다니 어쩔 수 없군.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1황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 명심하게. 오늘 이후로 자네와 나는 적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1황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응접실을 나갔다.
여기사는 데미안을 죽일 듯이 노려본 뒤, 황자를 따라 나갔다.
“하아…….”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레이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짜증나는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말이야.”
“하지만 저 사람은 황자라구요.”
레이첼의 걱정에도 데미안은 웃기만 했다.
이 세상에서 절대적인 진리는 하나였다. 바로 강자는 그만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제국제일검과 검성은 황제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 그 두 사람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미안은 조만간 그 두 사람과 같은 영역에 발을 들일 자신이 있었다.
“나중에 가서도 똑같이 굴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 * *
“저 빌어먹을 촌뜨기가!”
황궁으로 돌아오자마자 1황자는 분노를 터트렸다.
“뭐?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그놈이 뭔데 나한테 훈수를 두냔 말이야!”
1황자는 물건을 집어 던지며 날뛰었다. 여기사는 1황자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
“원하신다면 그 남자의 목을 전하께 바치겠습니다.”
여기사가 확신으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1황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없다. 내 손으로 직접 응징할 생각이야. 그놈한테 똑똑히 보여 주지. 제국에서 황족의 분노를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야!”
이 순간, 1황자는 데미안 학센이라는 기사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1황자의 계획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데미안 학센이 황제의 초대를 받아서 황궁에 방문한 날.
황제가 데미안 학센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